Tuesday, March 27, 2012

교육의 편익

변양균의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에서 인용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가 절판이라고 했더니, 다른 은행에 있는 후배가 사서 보내 주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런 단단하고 촘촘한 내용의 책은 아니지만, 그 중에 인상 깊은 대목이 있다. 박승은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도 공부를 잘했다. 이리공고를 졸업하고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하는데, 결국 진학하지 않고 본인이 원했던 대학교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일년 재수를 하게 된다. 일 년동안 농사를 지어 학비를 모으기 위한 재수다. 결국 1년 뒤에 서울대 상대에 합격한다. 문제는 박승이 4년 동안 학교를 다니게 되면 식구들은 생계유지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몸이 안 좋았고, 동생은 어렸다. 결국 박승은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수업 때만 학교에 올라가 시험을 치르는 생활을 한다.

"나는 등록만 해놓고 내려와 농사를 짓다가 시험 때가 되면 올라가 친구 노트를 빌려 시험을 치는 변칙적인 대학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시 내 여동생은 서울대생은 모두 그렇게 시험 때만 학교에 가는 것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 66,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당시에는 이렇게 어렵게 공부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너무 어려운 경제적 형편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사람이 더 많았다. 박승의 책에도 그런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이 표현된다. 자신보다 더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학업을 포기한 사람들.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담담히 서술하는데, 박승과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꽤 차이가 많다.

사람들은 한국이 경제상황이 어려웠던 시기였기 때문에 대학교육에 대한 보상이 크게 주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는 대학생이 드물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경제학적 논리와 증거들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교육, 즉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에 대한 수익률은 지금이 훨씬 높다. 그 당시 대학생이 드물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생들을 수용할 마땅한 직업은 더 드물었다. 은행이나 정부 그리고 몇몇 기업을 빼면 제대로 된 일자리가 별로 없었다. 지금처럼 사회가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게 되면, 그리고 실재로 그런 생산성이 온 몸으로 느껴질만큼 높다면, 교육 투자에 대한 수익률은 다른 어떤 투자보다도 높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는 프로페셔널 스쿨들이 있는 과목들은 학부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과목 특히 법학, 의학, 그리고 경영학에 대한 수익률은 다른 어떤 과목보다도 높다. 우리의 경우에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Sunday, March 25, 2012

그의 죽음

작년 10월 15일, 스카이 72의 열 여덟번째 홀에서 데려온 게가 오늘 죽었다. 봄이 되서 가까운 바다에 가서 놓아주려고 했더니 일주일을 버티지 못했다. 그간 관심없던 아이들도 갑자기 불쌍하다며 아쉬워한다. 손가락만한 게가 고향을 떠나 6개월을 살았으니 천수를 누린 것이겠으나 좁은 통 속에서 혼자 답답했을 것이다. 이제 편히 쉬라. 아멘.

그의 생전 모습.

양현석과 서태지

2002년도 10월 15일, 중앙일보는 '돌아온 서태지'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이지아와의 결혼과 이혼 해프닝을 겪은 지금 다시 읽으니 재밌다.

-앞으로의 계획은.
"(단호하게) 없다."

-계획하는 순간부터 계획의 노예가 된다는 게 싫은 것인가.
"그런지도 모르겠다. 난 오로지 즐기면서 사는 게 목표다."

-그래서 행복한가.
"몰랐는데 차츰 알게 됐다."

-외롭다고 느낀 적 없었나?
"괴로울 정도는 아니다."

-추앙자 중 태지처럼 조기에 학교를 그만두려는 사람이 있다면.
"준비됐으면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다 (무서운 말이다. 준비라니…)."

-30년을 살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사람다운 사람이란?
"난 착한 사람이 좋다."

-배신당한 적이 있는가?
"믿은 적이 없기 때문에 배신당한 적도 없다. 난 쉽게 상처받는 스타일이 아니다. 냉담한 편인 것 같다."

-결혼에 대해서는?
"함께 살겠다면서 도장 찍는 일 자체가 기분 나쁘다. 묶여 있어서 생각이 압도당하는 게 싫다. 아마 결혼은 안 할 것 같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함부로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그에게 바라거나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태지의 중앙일보 인터뷰가 나오고 나서 하루 후인 10월 16일, 한겨레 신문은 러시아 피아니스트인이 미하일 페투호프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러시아 피아노의 거장 니콜라예바의 제자이자 러시아 피아니즘의 정통을 잇는 피아니스트라는 소리를 듣는 피아니스트다.

"꼭 2년 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만난, '미샤'라는 애칭으로 불러주는 것을 좋아하는 페투호프. 5일 내한한 미샤와 지낸 열흘 동안 필자는 그가 대가적인 풍모의 음악가 이전에 소박한 한 인간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떠들썩한 시장의 허름한 식당에서 곰탕 한 그릇을 총각김치 반찬으로 뚝딱 해치우는 솜씨며, 길거리에서 어린이에게 다가가 장난을 거는 그의 얼굴은 해맑기만 했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러시아가 음악에서만은 여전히 최고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유를 물었다.

“정부와 일반 국민, 그리고 음악인 모두가 음악을 사랑하며 지키기 때문이죠. 우리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러시아의 청중에게 늘 봉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저의 조국 러시아에서 받는 연주회 개런티는 200-300달러에 불과하죠. 이는 기돈 크레머나 로스트로포비치도 마찬가지예요.”

미샤는 이번 내한 협연 무대에서 서류상의 잘못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허나 그는 매사에 ‘OK’다. 한국을 러시아처럼 사랑한다고 한다. “러시아 연주자들은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데 한국 연주자들은 러시아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다면 힘닿는 데까지 돕고 싶습니다."

20대에 이룬 엄청난 성공을 끝으로 하고, 이제는 대중의 관심 속에서 스스로 사라진 서태지는 참 대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성공과 극적인 은퇴를 꿈꾸고 있고, 그런 성취를 한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서태지의 솔직함은 재밌고 멋지기까지 하다. 그것은 가짜 페투호프의 가식 보다는 나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진짜 페투호프의 인간적인 깊이가 더 좋다. 그런 음악가를 가진 러시아는 희망이 있다, 고 생각한다. 아마도,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이번 주말, '한류의 미래'라는 글을 쓰기 위해서, 한류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면서, YG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자료도 보게 되었다. 한류의 열풍은 분명한 근거가 있다. 인구가 5천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GDP가 2만불 이상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곱 나라 뿐이다. 인구가 작으면 자체적인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연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인구가 커도,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문화적 영향력은 가질 수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획사들이 보여준 기획력이 없었더라면,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했을 것이다. 해외에서 기획사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온 것이고, 일본어를 비롯해 상당한 준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자료들을 보면서, 양현석이란 사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지만, 서태지의 그늘에 가려 실질적인 존재감은 거의 없었던 남자.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은 서태지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빅뱅과 2NE1이 누군지 빠삭하게 알고, 그때 서태지에 열광했던 사람들은 YG가 뭘 하는 회사인지 그들이 일년에 얼마의 돈을 버는지 깨닫고 놀란다. YG가 4번의 컨서트를 일본에서 열면 약 300억의 돈이 벌린다. 그 돈의 액수가 커서가 아니라, 그 주역이 양현석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서태지가 대단하다면, 양현석은 존경스럽다. 누군가의 그늘에 가려있다가, 그걸 극복해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건 참 어렵고 힘들지 않은가.

Thursday, March 22, 2012

고비를 넘기기 전까지

트레이더로서 차트의 아름다움에 매혹된다. 인간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아무런 희생없이 그 능력의 과실을 딸 수 있게 해주질 않는다. 인간이 가진 감정과 행동의 역동성이 미래를 구성하고 있는 움직임을 변동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희생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온전한 의미의 성공을 맛보기 어렵다. 이런 것들은 차트를 볼 때 느끼는 상념이지만, 인생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성공하는 모든 사람들은 고비를 겪고, 그 고비를 이겨내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성공은 맛보기 어렵다. 문제는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이 잠깐의 고비인지 아니면 길을 잘못 들어선 결과인지, 회의하고 번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날 때까지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 맞을텐데, 그때까지는 일정한 희생은 인내하면서 버텨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해준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Tuesday, March 20, 2012

아들들에게



너희들이 좋아하는 이 형아들만큼만 할 자신이 있으면, 연예인 하는 것도 적극 밀어주마. 꼭, 설정에서 720이상의 HD 화질로 보자.

재기의 멘탈

올해 들어서 영하 15도 넘었던 이틀만 빼고는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를 매일 아침 걸어서 출근했다. 덕분에 잡스 자서전을 거의 읽지 못했지만 오디오 북으로는 들었다. 그래서 놓친 부분도 많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마음이 지나치지 못하고 여러번 들었던 부분도 있다. 아마도, 그 책의 첫번째 압권은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던 1/3 지점이었던 것 같다. 잡스가 쫓겨나고 엉엉 우는 부분에서 마음이 움직여서, 그 부분을 한 세 번 쯤 들었다.

왜 그 부분에 마음이 움직였을까 생각해보니, 이미 그의 컴백과 성공과 죽음까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그런 울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더 절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간적인 미성숙함을 의식하면서 살고 있지만, 누구도 그런 면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게 나 자신이기도 하거니와 자신의 장점을 자신하고 살면서 그런 면을 고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그런 자신의 약점이 어느 시점에선가 점점 치명적인 문제가 되고, 이젠 얼마든지 나를 바꿀 용의가 생겼지만, 그 때는 이미 사람들은 등을 돌린 후다. 다시 기회를 주면 잘 할 것 같은데, 아무도 내게 그런 기회를 줄 것 같지 않다. 기회를 가졌을 때는 이 모든 것이 내 능력으로 이룩한 것 같지만, 어쩌면, 이제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은 세상에 많지만, 잡스처럼 드라마틱하게 재기한 사람은 역사적으로도 몹시 드문 일이다. 그의 성공은 찰라적으로 이루어졌지만, 그의 재기는 훨씬 차근차근, 비교적 준비된 모습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당분간의 애플의 미래에 대해서 계속 낙관하는 이유다.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재기할 수 있는 멘탈을 가진 사람이 되는 건 어떨까, 하고 문득 생각해본다.

경쟁의 명암

계급이 존재하던 시기에는 능력이 있어도 사회적으로 쓰이질 못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에서 계급이 없어지면서, 정부나 기업은 이제 사람을 능력에 따라서 쓰게 되었다. 특히, 경쟁이 심화되고 능력에 따라서 보상이 이루어지면서, 계급이나 성별 그리고 인종에 의한 차별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에 따라서 불평등은 심해졌다.

사람들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따라서 사물을 보기 때문에, 계급이 존재하던 시기보다 계급이 사라지고 능력위주의 사회가 되면서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능력에 의해서 사람을 평가하고 보상하게 되면, 불평등은 크게 확대된다. 인간의 능력이란 게 결코 평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적 능력, 외모, 운동 능력, 공부나 일에 대한 자세, 부모의 재력, 그리고 운. 어느 것 하나도 인간은 평등하게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능력위주의 사회가 되면 편견에 의한 차별이 없어지는 대신 능력에 따른 불평등은 커진다. 그래서 개인의 입장에서는 후천적인 능력을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사회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커진 불평등을 완화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불평등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설령 사회 전체로 효율성이 커진다고 해도, 사회적 안정이 확보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후천적인 능력을 올리는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교육이다. 그리고, 인적자본에 대한 보상이 클수록 생산성이 높은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정부의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회를 안정시키는 적절한 수준을 찾게 된다. 지금 한국은 그 수준을 찾는 과정에 있다.

동상의 의미

김정운의 "남자의 물건"이란 책을 읽다보니, 도지사 김문수가 박정희의 동상을 세우자고 주장하는 이유가 나와 있었다. 김문수가 보기엔, 지금의 한국은 유사이래로 가장 번성하고 있는데, 이 번성의 초석을 닦은 사람은 이승만과 박정희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박정희가 이룬 엄청난 업적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제대로 된 동상하나 없이 그를 홀대하고 있다.

박정희의 집권시기 동안 이룬 유례없이 높고 빠른 경제성장 수준을 보면, 그가 이룬 경제적 업적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왜 2012년의 한국인들은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데 (나처럼) 별 관심이 없거나, 인색하거나, 혹은 격렬히 반대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것처럼, 그가 독재자였기 때문이다. 빛나는 경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독재와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의 존재로 인해서, 박정희 동상이 세워질 수 없는 나라가 정치적 독재와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업적 때문에 박정희 동상이 세워지는 나라보다는 여러가지 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런데 만약, 독일과 일본이 2차 대전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그래서 일본의 지배하에 있는 조선이, 90년 대 초반의 일본처럼, 유사이래 최고의 경제적 번성을 이루고 있다면, 우리는 이토 히로부미의 동상을 광화문에 세워야 하는 걸까? 정치적 자유의 박탈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얻은 경제적 편익 때문에? 김문수식의 논리를 따르자면,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겠다. 하지만, 식민지 지배나 독재정치에 반대하는 이유는 설령 그것이 경제적 번영을 제공하더라도 정치적 자유를 전제로 한, 나의 행복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독재자나 식민지 지배자의 선의에 의해서만 나의 자유와 행복이 유지되는 체제는 설령 그것에 경제적 편익이 따르더라도 동의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 나는 자유도 빵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자유를 속박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그들의 물리적 폭력이 무서워서이거나, 당장의 빵이 너무 아쉽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김문수의 그런 주장은 그다지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우리사회가 정치적 자유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사상적 힘을 갖기 있고, 박정희나 일본 제국주의를 그리워 할 필요가 없는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박정희 동상을 보게 된다면, 그것은 김문수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정치적 사고와 경제적 수준의 퇴행이라는, 우려할 만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퇴행적인 상황에서는 박정희의 동상 같은 것도 원하게 된다. 박정희 동상은 정치적 자유를 희생해서라도 경제적 편익을 누렸으면 좋겠다는 인간적 욕망과 심리적 퇴행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김문수도 우리도 불행해진다.

Saturday, March 17, 2012

나의 몰입 래서피

어제 아이들이 아빠와 이야기하면서 자고 싶다고 해서 애들을 재우러 들어갔다가 애들보다 더 빨리 잠이 들어 버렸다. 9시 부터 5시까지 잔 셈이다. 새벽에 눈을 떠서 결국 책을 들고 나와서 내 책에 도움이 될만한 책과 자료를 골라 읽고 있다. 영화를 하나 볼까 생각도 했지만, 새벽에 생긴 시간을 그런 식으로 쓰기엔 너무 아깝다. early bird들은 항상 이런 마음을 갖고 있을테니까, 공부를 잘 할 수 밖에 없겠다. (그렇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예쁜 여자들은 절대 만날 수 없다)

책이나 영화를 읽고 줄거리를 요약하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재미가 없다고 한다. 대부분 그렇게 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번 읽은 책이나 한번 본 영화를 제대로 요약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올드 보이"란 영화를 요약하라고 시키면, 아마도 사람들이 요약한 내용은 모두 제각각일 것이다. 단편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누군가에게 주제를 전달하면서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은 굉장한 지적 능력을 요구한다. 어려운 책이나 잘 만든 영화일수록 더 그렇다. 자신이 자신이 읽거나 본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작업을 하다 보며 깨닫게 된다. 단지 줄거리를 요약하는 일일 뿐인데 말이다. 줄거리를 잘 요약했다면 거의 약간의 생각만 보태도 훌륭한 비평이 된다. 이미 줄거리를 요약하는 일에 나의 정신세계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썼던 "몰입"에 관련된 글과 같은 맥락이다. 만약, 어떻게 몰입을 이끌어내는지 그 방법을 알지 못하겠다면, 매일 매일 자신이 읽고 있는 책, 보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서 줄거리를 적어보는 일부터 시작해보면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사고력이 팽창하고 있다는 느낌이 몇 달만 해도 생길 것이다. 나의 경우엔 매일 아침 오늘 시장의 주제(화두)가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장이 끝난 다음 그게 맞았는지 확인해본다. 정답이란 게 있을 리 없으니 생각을 더 해보는 것이다. 오늘의 시장 줄거리가 무엇을 중심으로 흘러갈지 생각해보는 것 뿐이지만, 큰 도움이 된다. 게임만 하루 종일 했다고 해도, "아 오늘 하루 개판쳤어"라고 하지 말고, 오늘 게임의 줄거리를 적어 본다면, 아주 개판친 것은 아닐 것이다. 자기가 읽고 있는 책, 본 드라마나 영화, 오늘 한 업무, 심지어 오늘 만난 사람들과 있었던 일들의 줄거리를 적으면, 그 임팩트는 몇 배로 커진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나의 경우는 간헐적으로 하던 그 작업을 93년부터는 거의 매일 해 왔다. 요즘처럼 블로그나 트위터가 없기 때문에 넘쳐나는 생각들(즉 무수한 것들의 줄거리)을 노트북과 수첩에 엄청나게 적고 썼다. 그리고 지금은 이 블로그와 트위터가 수첩과 일기 역할을 대신하고 있고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이야긴 또 다른 계정의 공간에 적고 있다. 그래서, 어제의 나보다는 오늘의 내가 조금은 나아졌다, 고 나는 믿고 있다. 나의 두 아들에게도 딱히 뭘 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있고, 학원에 더 가는 대신 지금은 뛰어 놀 때라고 말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이런 작업은 결코 학원이 대신 해줄 수 없다, 고 믿는 것이다. 이 엉청난 나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가르쳐 준다고 해서, 그대로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루에 30분이면 되는 일이지만, 거의 대부분은 하지 않고 살아 왔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마치 김태희에게 연기비결을 가르쳐 줘도 그대로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미안해요 태희씨)

Friday, March 16, 2012

stock market vs. jobless rate

I have repeated my view that the US economic recovery has been well on the right track. Jobless rate will likely continue to fall over the next two years. The history shows me a lesson that the only reliable indicator of equity market that I can trust is jobless rate. Equity market performed well when jobless rate was in trend of declining. In contrast, when jobless rate was rising, equity market was never good. The only exception when equity market showed good performance in bad job market was when the Fed was using active easing monetary policy. How about now? The US equity market is currently fulfilling two prerequisites. It has declining jobless rate as well as exceptionally accommodative monetary policy.

Regarding Korean bond market, I have been with a view that BOK's monetary policy will not make meaningful impact on bond market last and this year. Therefore, in order to figure out future bond market, it is not significant argument that BOK will likely cut or hold this year. Moreover, we need take a careful look on what happened in Korean bond market over the past three years. BOK hiked five times by 125bp but 3-year and 10-year KTB yields fell more than 50bp and 100bp respectively. I don't' think that 25bp or 50bp change in policy rate will bring out any significant impact on bond mark in this sense. Therefore, I asserted an idea that bond market will be in range-bound until there is any sign of sell-off in US Treasury market. Simply put, my idea is that there will be 50bp sell-off in 10-year UST if the Fed announces the start of QE3. However, there will be 100bp sell-off if the Fed gives up the ticket of additional QE3 because of better than expected economic numbers. Now we are in the middle of two possibilities, in my view. In conclusion, Korean bond market is currently vulnerable because of the possible sell-off in UST market. The idea of sell off to be triggered by inflation concern does not make sense at all.

Thursday, March 15, 2012

나의 이자율 시장 전망

명색이 이자율 트레이딩을 한다고 하면서, 지난 몇달 동안 이자율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별로 없다. 금리가 지난 작년 8월 이후 7개월 이상 되는 기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8월부터 한국 이자율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연준이 정책 변화를 할 가능성이 별로 없고, 사람들이 미국 경제에 대해서 확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 금리의 변동성이 급격히 축소될 것이고, 한국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둘째,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시장의 기대가 엇갈리고,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연말에 있었지만,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 경제는 좋을 것이고, 한국 경제는 그만큼 좋을 수는 없겠지만, 금리를 인하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사실상 없다. 그리고, 한국은행의 어떤 정책을 하던 시장 금리에는 별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채권을 하는 사람들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의 향방이 대부분의 시장 수익률의 방향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 년간의 글로벌 경제의 모습에서는 좀 다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게 다섯 번, 1.25%나 되지만, 3년 국고채 수익률은 50비피 이상 빠졌고, 10년 국고채 수익률은 100비피 가까이 빠졌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데 오히려 시장 수익률이 빠지는 이러한 현상은 여러번 언급했지만, 미국의 이례적인 통화정책 때문이다. 그 통화정책은 전세계에 예외적인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쉽게 말하자면, 0.25%의 금리로 펀딩해서 전세계의 채권을 사들였다. 만약, 연준이 이런 정책을 영원히 유지하는 한, 한국의 시장 수익률은 한국은행이 취하는 통화정책의 스탠스가 무엇이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연준은 2014년까지 금리를 동결하겠다고 했으니, 미국 금리는 2014년까지 지금같은 지루한 모습을 유지할까? 그런 주장을 한 것이 핌코의 빌 그로스였다. 하지만, 그 이야길 듣고 난 정말 그로스에게 꽤 실망했다. (무슨 '채권왕'의 논리가 이 수준인가?) 지난 2년 동안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꽤 큰 약세장이 두 번 있었다. 언제였을까? 바로 연준이 양적완화를 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다. 왜 대량의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양적완화를 한다고 발표한 이후, 오히려 시장 금리를 폭등했을까? 그건 시장이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양적완화를 한다고 발표를 하자, 시장은 너무 심하게 한 프라이싱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미국 금리는 올해 양적완화 정책과 관련해 변동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양적완화를 한다면, 발표시점에서 금리는 50비피 정도 상승할 것이다. 만약, 경기가 충분이 좋아서 양적완화를 하지 않을 정도라면, 금리는 그 보다 훨씬 더 상승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한국은행이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한국의 금리는 위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작년 9월 이후, 미국지표의 개선이 시작되었다. 걱정했던 고용시장도 회복 국면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연준은 그래도 뭔가 확실하게 매듭짓기 위해서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해야하지 않을까하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하기엔, 경기가 꽤 확신을 가질만큼 회복 국면에 들어가면서, 그제 FOMC는 사실상 QE3 카드를 버릴 수도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줬다. 그러면서 그제 밤 10년 미국채 금리는 10비피 정도 올랐다. 그리고, 어제 30년 입찰이 망가지면서 다시 14비피 정도 더 올랐다. 한국 금리는 미국 금리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조금씩 금리가 오르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지난 7개월 동안 금리가 오른 정도는 20비피도 되지 않는다.

2012년은 미국의 좋은 모습에 한국의 주식 시장도 거의 연동될 것이다. 계속 반복하는 이야기지만, 금융보다 제조업이 좋고, 다른 나라보다 미국이 좋다. 지금 사람들이 그걸 깨닫긴 어렵다. 미국의 세상이 왔다는 걸 언제 알게 될까? 아마도, 연준이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될 것이다. 2013-14년 이후의 한국, 특히 부동산과 관련된 것들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 때부터 주식시장도 실적이 되는 기업들만 아주 선별적으로만 좋을 것이다.

Monday, March 12, 2012

The recovery of US housing market already started

My long-term view about the US economy did not change. With ongoing recovery in US labor market, I still think that one of the most attractive assets is current US housing market. One of the strongest evidences that supports my view is inventory data in US housing market. The other housing data such as housing sales, starts, and price can be misleading due to lack of preceeding indicator. Current inventory of existing home is near the level of 2005 while current inventory of new home is lower than level of 2001. What does it mean? The US housing market is very near bottom. Given other US housing data such as sales and price data, I can say that the recovery of US housing market already started. Once we see the rebound of inventory, it is too late to take profts. The exactly opposite phenomenon happened in 2006. Many people said that US housing market would not collapse due to good performance of sales and price data in housing market. They did not realized that inventory of US housing market already peaked out and went to South during that period.

Sunday, March 11, 2012

인생의 자기 선택권

얼마전, "충고하는 법"이란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처가 읽고 있는 "남자의 물건"이란 책을 보니 인생의 "자기 선택권"을 회복하는 것이 인생의 재미를 회복하는 길이란 내용이 있다. 심리학자인 김정운의 주장에 따르면 "선택의 자유를 행사했는지 여부에 따라서, 우리 삶의 재미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내 삶의 의미는 내가 선택했는가, 아닌가에 따라서" 결정되며, "인생의 재미가 없다면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그의 해석에 의하면, 방향은 제시하되 최종 결정은 (아랫사람) 스스로 내린 것처럼 믿게 만드는 것이 좋은 경영자다. 결론적으로 충고를 받는 쪽이 자기 선택권을 스스로 행사한 것처럼 믿게 만들어야 한다는 내 충고와 흡사하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때 갑자기 들어오라고 하면, 절대 말을 듣지 않고 항변하는 큰 아들에게, "그럼 10분 있다가 들어와"라고 하면 수긍하고 나서 한번도 어긴 적이 없다. 자신이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기본적으로 작은 사안이라고 해도,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TV든 게임이든, 이 아이에게는 자기 선택권을 스스로 행사한 것처럼 믿게 만들면서 공부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방법이 작은 아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다. 둘째의 특성 때문인지 이 아이는 형이 들어간다고 하면 즉각 따라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또 자신이 원하면 협상의 내용과 상관없이 끝까지 집요하게 원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엄마한테 성질부리다 혼나고 매맞는 원인이 된다.

김동호 목사의 아버지는 초등학생이던 아들에게 가족의 전재산이 걸린 집을 사야 하니, 너가 선택을 하라고 했다고 한다. 아마도, 아버지가 제시한 선택지 중에서 뭘 골라도 이미 큰 상관이 없었겠지만, 그 결정권을 부여받은 아들은 며칠 동안 깊게 고민을 했다. 아들의 선택대로 집을 산 아빠의 모습은, 그리고 자신의 선택은, 자식으로서 최고의 기억으로 남았다고. 어른이 되어도 선택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이런 경험이 있다면, 틀림없이 큰 힘이 될 것이다.

본성의 극복

지난 금요일 저녁, D자산운용사의 대표님과 두 분의 주식 펀드 매니저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이자율 트레이더나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사는 거시 지표나 금리 수준이나 스프레드에 함몰되어 있는 반면, 주식 매니저들은 확실히 발랄한 사고를 많이 한다. 그 날 저녁 통일이슈부터 시작해서 소녀시대까지 삼라만상에 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많이 나눴다.

그날 나왔던 이야기중에 하나는 여의도 애널리스트들이 왜 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였다. 애널리스트들이 잘 맞추지 못한다고 늘상 비난하면서도 그들의 전망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맞든 틀리든 그들의 논리를 듣는 과정에서 내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틀리는 애널리스트보다 더 나쁜 건, 결과는 맞아도 추론과 논리의 결과가 엉망인 애널리스트다. 물론, 시장의 방향은 오르지 않으면 내리는 것 뿐이지만, 그 50%의 결과를 맞추는 건 매우 어렵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기 때문이고, 동전의 양면과 비슷해도 내부를 들여다 보면 수 많은 등락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자산 가격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재밌는 건 다음해의 시장 전망을 하는 애널리스트의 행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연말에 전망자료를 써야 할 때, 주가가 열심히 오르고 있다면, 내년도 상반기는 주가가 일단 오를 것이라고 전망을 하게 된다. 만약 다른 여건도 좋은 상황이었다면, "내년도 주가는 연중 아주 좋다"는 전망이 나오게 되고, 다른 여건이 썩 좋지 않다면, "내년도 주가는 상고하저"라는 전망들이 쏟아지게 된다. 작년 말 2012년 전망을 해야 할 때는 주가는 하락하고, 그리스 이슈는 매일 시장을 괴롭히며, 미국 경제 회복은 가시화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내년도 주가는 상반기에 빠진 후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작년 말과 올해 1월에 주가가 엄청나게 랠리를 하면서, 그런 전망은 무색해졌다. (하지만, 어차피 대부분의 애널리스트가 이런 전망을 하는 마당에 다른 전망을 고심해서 해야할 인센티브도 별로 없다. 틀렸을 때의 위험은 큰 반면, 맞췄을 때의 편익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워런 버핏은 "가격이 빠질 때 살 수 있고, 가격이 오르고 있을 때 팔 수 있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당연한 말이면서 실행하기 불가능한 말이기도 하다. 가격이 빠질 때는 더 빠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이, 가격이 오를 때는 더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결단과 행동을 막기 때문이다. 사실, 이순신 장군의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는 말도, 결국 엄습하는 공포와 헛된 기대를 극복해야 올바른 의사결정과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버거운 상대와 연애를 하고 있을 때도 이 말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집착하면 할수록 차이게 되는 연애의 모순은, 집착하면 나오는 이상한 행동들이 내가 한심한 인간이라는 시그널을 상대에게 주기 때문이다.

Sunday, March 04, 2012

정의란 무엇인가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데, 남자라는 면에서의 공통점이 많기는 하지만 두 아이가 갖는 기질의 차이점이 확연하다. 소양인인 큰 아이는 우뇌형 인간이고, 태음인인 둘째는 좌뇌형 인간.

오늘 새벽, 두 녀석이 일어나 공룡이 그려진 카드로 하는 매칭게임을 했다. 번갈아 가면서 카드를 뒤집으며 카드를 기억했다가, 같은 카드의 짝을 많이 집어내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궁시렁 거리면 게임을 준비하던 거 같더니 갑자기 작은 녀석이 울며 난리를 친다. 침대에서 일어나 마루에 가서 사태파악을 하려고 하는데, 큰 아이는 작은 애가 먼저 때렸다고 하고, 작은 아이는 큰 애가 먼저 때렸다고 한다. 과연 누가 먼저 때렸는가 진위를 파악하려고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거짓말한 아이는 내일 아침에 귀신이 와서 잡아간다는 말을 하게 됐다. 큰 아이는 끈질기게 "과연 귀신이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파고든다. 할아버지와 엄마가 귀신이 없다고 했다, 귀신이 있는데 왜 보이지 않는가, 아빠는 귀신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진다. 그 와중에 아직 만 5세, 한국나이로 7세인 둘째가 질문을 던진다.

"귀신은 나빠요 좋아요?"
"나쁘지"
"나쁜데 왜 나쁜 아이를 잡아가요?"

흑. 반격. 맞는 말이다. 왜 나쁜 귀신이 나쁜 아이를 잡아가겠는가. 나쁜 귀신은 착한 아이를 잡아가고, 착한 천사는 나쁜 아이를 잡아가겠지. 나쁜 귀신이 나쁜 사람을 응징하면 그건 정의의 실현이지 더 이상 나쁜 귀신이 아닌 거다. 그래서, 나쁜 짓 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나쁜 귀신이 나쁜 놈들을 잡아갈 생각을 안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