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anuary 31, 2012

미국 금리정책의 미래

어제와 그제, 미국 지역 연준 총재들의 발언을 보면 지금 미국 경제의 상황과 향후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암시를 발견할 수 있다. 뉴욕 연준 총재인 빌 더들리는 인플레이션이 더 하락할 가능서이 있으며, 최근의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 회복 속도가 취약하다고 본다. 신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주택 시장의 침체가 여전히 우려스럽다는 것인데, 그래서 그는 주택시장을 부양하는 미시적 정책과 거시 경제를 부양할 통화정책을 사용해야 하는 당위를 역설한다. 그는 버낸키와 같은 입장과 성향을 갖고 있는데, 멀지 않은 시기에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사용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리치먼드 연준총재인 제프리 래커는 경제의 개선이 2014년 후반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도록 보장하지 않을 것이며, 완만한 속도이긴 해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인 찰스 플로서는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는 올해와 내년 GDP성장률이 평균 3.0%를, 올해 말 실업률은 8% 혹은 미만일 것으로 예상하는데, 결국 연준은 2013년 이전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고 본다. 즉, 빠르면 올해 말이나 2013년 초에 단행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1월 FOMC에서도 확인된 것이지만, 많은 연준 멤버들은 정책금리가 2014년까지 낮게 유지되어야 한다고(당위) 생각하면서도, 2014년 말의 정책금리는 낮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른 말로 하면, 지금 상황에서 최적의 정책은 정책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지만, 그런 정책이 결국은 2014년 말 정책금리가 높아져 있게 만드는 결과(예상)를 낳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편, 래커나 플로스의 이런 관점은 시장의 입장에서는 혼란을 줄 수도 있지만, 연준의 입장에서는 정책 변화의 여지를 확보해준다고 볼 수 있다.

Saturday, January 28, 2012

RE: 기업윤리와 사회적 공정성

바로 전에 썼던 글에 많은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아마도, 그만큼 중요하고 민감한 이슈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민감함의 근원에는 재벌에 대한 불신과 정부에 대한 불만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야말로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일본 의류회사인 유니클로 매장이 많이 늘었습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중저가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사장 야나이 다다시는 일본 최고의 부자입니다. 많은 분들이 댓글에서 지적한 논리를 따르자면, 유니클로와 같은 매장들이 늘어날수록 시장에서 옷을 파는 사람들은 저가이면서 고품질인 외국 의류들에 의해 위축될 것입니다. 유니클로는 일본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며, 뉴욕의 가장 비싼 곳에 매장들을 열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자본수준을 자랑합니다. 어쩌면 그들이 한국 의류시장을 독점해서 한국 의류시장을 고사시키고, 그리고 나서 가격을 올려 높은 이윤을 착취해 가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한국 의류업자들의 고용과 생계는 누가 보장할 것인가요. 이 논리가 맞다면, 우리는 유니클로의 한국진출을 막아야 합니다. 적어도 진출은 허용하되 유니클로의 숫자를 적절하게 막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다소 간의 희생을 치루더라도, 영세 의류 상인의 이익을 위해 유니클로의 진출을 봉쇄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면, 그렇다면, 영세 소상인들이 더 많은 아이스크림을 팔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베스킨 라빈스와 하겐 다스를 없애야 할까요? 영세 제과업자들이 더 많은 빵과 도너츠를 팔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던킨 도너츠와 크리스피 크림을 막아야 할까요? 많은 영세 카페들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는 커피 빈과 스타 박스를 폐쇄시켜야 할까요? 물론, 그 기업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동의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들 중 일부도 그런 의견에 동의할 "선의"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산업정책이 이루어지면, 결국 우리에게는 영세한 가게 밖에 남지 않습니다. 경쟁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제품의 질과 서비스는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고, 우리들의 선택은 제한됩니다. 무엇이 공정한 경쟁이냐, 의 판단을 개인에게 맡기거나, 그 산업에 종사하는 자들이 행사하는 정치적 힘에만 맡기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입니다. 결국 정책은 여론과 정치적 힘에 의해서 좌우될테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재벌에 적대적인 이유는 재벌들의 이익을 위해 사회전체의 이익을 희생시키고 있는 정치현실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비록 조폭이 경찰을 압도하고, 정치가 조폭을 비위하는 현실이 있다고 해서, 조폭의 합법적인 사업을,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재하고 막자고 주장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비록, 조폭이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할 정도의 힘을 가지는 과정이 불공정하고 불법했을지라도, 어쨌든 그 사업은 합법적이고, 그 사업이 싸게 질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라면, 사회적인 관점으로도 나무랄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은, 그 조폭이 하는 불법을 감시하고, 제재하며, 징벌하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재벌이 불법상속을 했다고, 정상적인 기업행위를 막을 수는 없고, 기부행위를 막을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그리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조폭이 불법한 일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재벌이 불법상속과 같은 일을 못하게 막는 일입니다.

이번 주 수요일, 호텔 신라는 베이커리/카페 회사인 '아티제'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으로 인식되기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일이 있기 전,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이 여러 분야에 진출하는 현상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아티제'은 전국에 27개 매장에서 241억의 매출을 올렸고, 이것은 호텔 신라 전체 매출의 1.3% 밖에 되지 않습니다. (추측컨대, 이 사업은 호텔 신라의 여러 사업 중에서도 이익률이 높지 않은 편에 속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최근의 나쁜 여론에 본인도 힘을 싣었고, 그런 행동들을 통해서 결국 그들의 사업 포기로 이어졌으니, 지금의 상황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바로 그런 생각이 바로 정상적인 기업행위는 막고, 소비자의 후생은 낮추며, 결국 불법상속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는 기회를 제공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올해 있을 선거들은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단언컨대, 우리가 보게 될 수 많은 정치인들이, 대기업의 불법상속에 대해서 논하기 보다는, '공정한 경쟁'을 내세우며,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대한 제재를 주장할 것입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내며, 정의를 주장하는 정치인, 결단력 있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만들기에 쉬운 방법일 뿐 아니라, 재벌들의 선심을 끌어내기도 딱 좋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에는 늘 조선일보와 같은 보수언론도 앞장 섭니다. 글을 쓰는 사람도 감정적으로 쉽고 논리적으로 단순하며, 트위터도, 페이스 북도, 블로그도 호응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Wednesday, January 25, 2012

기업윤리와 사회적 공정성

떡볶이부터 명품 수입까지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진출하면서, 비난하는 여론이 많다. 비난의 핵심은 대기업이 떡볶이처럼 서민들의 장사까지 가로채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건 기업윤리에도 맞지 않으며 사회적 공정성도 해친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 같다. 하지만, 기업이 어떤 비지니스를 한다고 했을 때 그것을 막는 방법이 제도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비난 뿐이라면, 그건 기업의 횡포라기 보다는 여론의 횡포에 가깝다.

첫째, 대기업이 떡볶이 사업에 진출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우선, 대기업의 떡볶이처럼 표준화되고 진부한 맛도 이기지 못할 정도의 맛이라면 그런 떡볶이집은 열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대기업의 떡볶이가 더 싸고 맛있기 때문이라면, 소비자로서는 그 떡볶이를 환영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둘째, 만약 떡볶이 장사를 대기업이 해서는 안 된다면, 도대체 어떤 장사는 대기업이 하고 어떤 장사는 대기업이 하면 안 되는가? 당연히,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장사는 대기업이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것이고, 그런 자의적인 판단으로 제대로 된 결정이 내려질 리 없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생산성의 향상도 후생의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대기업이 이러저런 사업이 뛰어들다 보면, 결국 대기업이 모든 사업을 독식하고 고용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기업이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모든 사업을 독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본의 한계도 있고, 대기업 조직이 모든 사업이 유리할 리도 없다. 물론,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내세워 이윤을 고려하지 않고 시장을 독점한 후, 경쟁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이윤을 독점할 것이란 걱정을 할 수 있다. 경제학적으로는 독점과 과점은 사회전체의 후생을 떨어뜨린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가 할 일은 공정거래법이 제대로 작동하게 해서 그런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다. 넷째, 어떤 사람들은 대기업이 모든 사업이 뛰어들어서, 우리는 모두 대기업에 고용되고 말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핀란드 사람 전체가 노키아에 고용되는 건 좋은 일인가 안 좋은 일인가?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삼성에 고용되는 일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모두가 삼성에 고용되는 게 나쁜 게 아니라, 삼성의 경영구조나 지배형식이 (노키아처럼) 투명하지 않은 게 문제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출자총액제한제도'처럼 다른 주주의 돈을 마치 자기 돈인양 써가면서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걸 막고, '공정거래법'을 제대로 작동시켜 독과점을 통해 손상될 사회전체의 후생을 보호하는 일이지, 자의적으로 비난을 남발해서 특정 이해집단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 떡볶이가 이윤이 많은 장사라고 생각해서 대규모 투자를 한다면(나는 별로 그 점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 맛을 보고 맛이 있으면 먹고 맛이 없으면 안 먹으면 된다. 그게 기업윤리와 사회적 공정성을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일차적 조건이다. 그리고 나서 주주의 이익과 사회적 전체의 후생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법을 제대로 작동시킬 정권을 뽑고, 언론과 여론을 통해 감시하면 된다.

Tuesday, January 24, 2012

오바마의 개혁, 미국의 미래

"Is Our Economy Healing?"에서 폴 크루그만은 흥미로운 말을 한다. 첫째, 6년 간 침체되어 있던 주택시장이 바닥을 친 신호가 보이고, 그러한 현상은 경제에 여러가지로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둘째, 미국 경제의 문제는 국가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민간 부문의 과다한 레버리지이며 그러한 문제가 "유럽과는 달리" 해소되는 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칼럼을 쓴 크루그만의 의도는 유럽의 재정위기의 본질을 오도하면서 오바마 정부의 재정정책을 공격하는 보수파들을 비판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크루그만 같은 조심스러운 경제학자의 눈에도 미국 경제는 개선되는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작년 말만 해도, 모든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우울한 모습인 것을 감안하면, 몇 달만에 놀라운 반전이다. 작년 11월에, 6개월 후면 사람들이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굉장히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는데, 시장은 사람들이 인정하기 전에 먼저 반영해버리기 때문에, 6개월 후가 되면, 사실상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다. 경제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시장의 타이밍을 정확히 예상하는 것은 역시 훨씬 더 어렵다.

2006년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가 역설적으로 미국의 헤게모니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여러차례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건, 미국의 음모나 전략 때문이 아니라, 미국 자신이 자신의 내부에서 시작된 위기를 개혁을 통해서 기회로 바꿔 놓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추진한 대표적인 개혁은 의료보험개혁(Healthcare reform)과 금융시장개혁("도드-프랭크 월가 개혁 및 소비자보호법"과 "볼커 룰")이다. 1/4이나 되는 미국 시민이 의료보험의 혜택에서 소외되고, 금융이 제조업의 역량에 비해서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것은 미국의 건강하고 지속적인 성장에 장해가 된다. 문제는 그 둘의 개혁이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기득권의 저항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보험회사와 의료업계 그리고 월스트리트의 수 많은 은행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시도한 정치인은 미국 역사에서 흔하지 않았다. 설령, 오바마라고 해도, 이런 위기상황이 아니면, 개혁의 이니셔티브를 행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른 말로 하면, 한국의 재벌개혁은 1997년 위기가 아니면 어려웠다는 얘기다) 보수주의자들의 전방위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의 이러한 개혁은 훗날 미국 역사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며, 올해 대선에서 오바마의 재선을 확신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역사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뽑은 미국의 선택은 옳았다.

성공의 법칙 (2)

인생에서의 "한 방"은 언제 오는 것이 제일 좋을까? 인생에서 그런 것이 어떤 시기에 오는 것이 오는 것이 좋은가, 를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특정 직업을 택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시기에 대한 기대치를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직업의 경우에는 그런 "한 방"을 20대를 전후로 한 시기가 아니면 기대하기 어렵다. 몸이 직업적 자산의 핵심인 운동선수나 예술가가 대표적인 경우다. 나이가 들어서 재능이 꽃피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육체적 완성도가 가장 높을 때 그 "한 방"의 가능성도 높다. 그런데, 굉장히 지적인 직업이면서도 자신의 인생에서의 "한 방"이 비교적 어렸을 때 오는 경우도 있다. 연구에 몰입하거나 크게 개업을 하는 특별한 모험을 하지 않는 이상, 의사와 같은 직업은 의대에 가고, 의사가 되는 순간이 자신의 인생이 마지막 "한 방"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험이 필요가 없는 의사라는 직업의 장점은 인생의 경로가 너무 일찍 확정되어버리는 무료함보다 훨씬 강력하고 압도적이다.

인생의 '한 방'을 평생 시도할 수 있는 직업도 있다. 예를 들어, 교수나 작가는 나이가 들어가고 육체적 절정기가 지나도 본인이 끊임없이 시도한다면 그 '한 방'을 노려볼 수 있다. 노후에 훌륭한 논문이나 작품을 발표한 학자나 작가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외국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사업가는 어떤 의미에서 평생 그런 "한 방"을 노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그런 시도를 하는 그런 세계는 경쟁이 치열하고, "한 방"을 이루는 사람보다는 낙오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런데, 어떤 직업은 그 직업을 택하는 순간, "한 방"이라는 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직업은 많은 경우 보상은 적고, 보람도 적으며, 숙련된 기술도 얻을 수 없고, 게다가 "한 방"의 가능성도 없으니 사람들이 하기를 기피하는 것들이다. 그런 직업을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현상을 보며 젊은이들을 비난하는 기성세대의 말은 주의깊게 들을 필요가 없다. 무식해서 하는 말이거나,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그런 직업은 갖지 않는 게 좋고, 설령 잠깐 일하게 되더라고, 빨리 노력해서 다른 직업으로 옮겨 가는 것이 좋다.

성공의 법칙

"인생은 한 방"이라고 하면, 마치 별 것 없는 인생이 로또에 당첨되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인생의 국면이 전환되는 것이 연상된다. 그 말이 맞다면,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 한방이 올 것을 믿고 기다리는 것이 마치 바람직한 자세요 희망의 정수인 것만 같다. 비교육적이고 몰상식한 가르침이며, 게다가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을 모욕하는 소리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인생은 한 방"이라는 것은 우리가 성공을 정의할 때, 성공의 분명한 속성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 "한 방"없이 성공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 과연 있는가?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더 대왕 같은 역사적 인물에서 그 예를 찾을 것도 없다. 월드컵에서 현란한 골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박지성이나 드라마 한 편으로 한류 스타의 반열에 오른 배용준 그리고 초기의 슬럼프를 영화 한 편으로 날려버린 박찬욱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박지성은 자신의 꿈이었다는 맨체스터 유나이트에서의 활약을 현실로 이루었고, 배용준은 평생 먹고 살 기반을 '겨울연가' 한 편으로 만들었다. 박찬욱은 몇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여력을 '공동경비구역JSA'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복수는 나의 것'의 흥행실패에도 불구하고, '올드보이'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연예계나 스포츠계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조지 소로스를 세기적인 트레이더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92년 9월, 파운드를 방어하려고 하던 영국중앙은행을 반대 포지션으로 굴복시킨 사건이었고, 케네스 로고프를 체스 챔피언 출신의 평범한 경제학자에서 세계적인 경제학자의 반열로 올려 놓은 건 1983년의 논문 한 편이었다.

성공이 갖고 있는 속성상 이러한 가시적인 한 방이 없다면, 진정한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 할 수 없다. 그리고, 일단 이런 성공의 반열에 오르면 여간한 실수와 실패가 있기 전까지는 바닥으로 내려오기도 어렵다. 또 다른 이유는 그런 한 방이 있어야지만, 그것을 계기로 성공 자체가 모멘텀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속성 때문에, 우리는 그 한 방이 치밀하고 격렬한 노력없이 그저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만약 그 순간 공은 반대편으로 넘어가, 그 골을 박지성이 넣지 않았다면? 만약 박찬욱의 영화가 제작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면? 그런 생각들은 마치 그 성공은 노력 보다는 우연, 실력 보다는 행운에 기인한 것인양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만약 우연이나 행운이 도와줬다고 하더라도, 실력이나 노력이 없었더라면, 과연 그 순간 자기 앞으로 온 볼을 골로 연결시킬 수 있었을까? 아니, 과연 동료들이 신뢰하지 않는 선수에게 볼을 패스해주기는 할까?

현명한 사람이라면, "인생은 한 방"이라는 말은 잘 하지 않을 것이다. 오해의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10살 난 아들에게 "인생은 한 방"이란 원리를 이해시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만약 정말 과정은 필요없고 행운과 우연만이 삶의 결정권을 갖는 한 방 만이 인생에서 중요하다면, 그것처럼 정말로 힘 빠지는 일이란 없을 것이다. 행여 그런 식의 오해를 자식이 하게 된다면 참 골치아픈 일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의 묘미는 그 "한 방"이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때까지 열심히 뛰면서 골문을 서성거리는 것 뿐이다.

Wednesday, January 18, 2012

통일의 경제학 (3)

중국정부의 개방개혁 정책이 시작되자, 리덩후이와 천수이볜 같은 대만 지도자들은 대만 기업의 중국 투자를 막으려고 했다. 이념에 근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놓칠 수 없었던 대만기업들은 그런 시도에 격렬히 저항했고, 결국 정부가 기업들의 요구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많은 대만 기업들이 중국으로 옮겨갔다. 결과는 옳았다. 중국은 대만의 자본의 도움을 받았고, 대만의 중국의 싼 노동력을 레버리지 삼아 경쟁력을 회복했다. 이념에 근거한 정치논리가 자본의 역동성에 어떻게 굴복하는지 잘 보여준다.

대만과 달리 한국기업들의 북한 투자는 규모가 작다. 개성공단에 투자한 것은 대부분 중소기업들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의존도는 높은 편이지만, 남한의 개성공단의 경제적 의미는 크지 않다. 남북관계가 경색에 빠지자, 이명박 정부는 그런 점을 이용해 북한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북한은 그러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았고, 결국 피해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한 기업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개성공단을 확장하는 3단계 계획은 노무현 정부시절의 1단계 계획에서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혹자는 왜 이런 남북관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위험한 투자를 하느냐고 말하지만, 그건 개성공단에 들어간 남한 기업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북한 주민에 대한 임금 수준은 한국에 들어와 있는 노동자들에 비해서 너무 낮고, 그 매력은 나머지 위험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개성공단의 초기에는 남한 정부가 제시한 보증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 4년간의 교착상태를 지나, 지금 시점에서 개성공단은 다음 단계에 대한 기대감에 차 있을 것이고, 그러한 기대감은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남북관계의 변화는 어떤 식이든 생길 수 밖에 없다.

지난 90년대 말의 기근사태가 끝난 후, 남한에 진보정부가 들어서면서, 북한으로서는 남한의 자본과 중국의 시장을 이용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 지금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구축된 아시아 역내 경제의 무역규모로 보았을 때, 북한은 지난 10여 년을 잘 활용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치력의 부족(대미 불가침 조약에 대한 집착)과 척박한 대외환경(비우호적인 남한 정부)은 지난 4년을 북한 경제의 공백으로 남겨 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변화된 환경하에서 생긴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이다. 체제의 안정을 추구하는 북한정권의 입장에서는 이명박 정권과 위험도가 높고 편익도 보장할 수 없는 개혁을 추진하는 것 보다는 위험도가 낮고 편익도 적은 수구적인 정책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다가올 남북관계의 변화에 반응할 각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롭다. 남한과 북한, 남한정부와 북한정권, 남한의 중소기업과 대기업, 남한 노동자와 북한 노동자, 이 모두의 이해관계를 만족시키는 대북정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 노동자들은 그 존재 자체가 남한 미숙련 노동자들에게는 재앙이다.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 것인가는 향후 통일비용의 결정적 변수가 될텐데, 남한과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중간에서 수렴하는 방식은 남한 기업과 남한 노동자들로서는 가장 원치 않는 것이나, 일단 물리적인 통일(거주 이전의 자유가 보장되는)이 이루어진다면,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다. 남한의 대기업이 원하는 것은 인적자본 수준이 낮은 북한의 노동력이 아니라, 남한정부가 집행하게될 재정의 편익을 과연 어디까지 누리게 될 것인지 여부일 것이다. 독일의 경우, 건설회사의 호황은 통일 후 5년 동안 계속되었다. 북한은 동독보다 인프라 수준이 훨씬 낮다.

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를 가장 최적으로 조율하는 대북정책은 김대중의 아이디어를 따르는 것이었다. 김대중은 북한의 붕괴로 이루어지는 급격한 통일을 원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남한의 노동자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의미하며, 통일 이후의 북한(주민)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최악은 지금 정부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김정일 체제하에서 북한의 일어버린 4년은 이제 김정은 체제에서 상당한 비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 다음에는 언제나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 사물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처음 6개월이 김정은 체제에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6개월 뒤다.

중국 4분기 GDP

중국의 4분기 GDP가 8.9%y-y로 발표됐다. (컨센서스 8.7%, 3분기 9.1%y-y) 전분기로 보면 8.1%-8.1% 정도로 추정. 2011년 전체로 보면, 9.2%로 2010년의 10.4%보다 둔화됐다. 12월 중국의 산업생산도 발표되었는데, 전년대비 12.8%로 시장 컨센서스(12.3%)보다 좋았다. 중국의 생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정도니까, 작년 GDP 기준으로 보면, 12월 총생산은 산업생산 때문에 0.5pts 정도 둔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서비스나 소비 분야의 성적이 보기 보다 안 좋다면, 올해 1, 2분기 중국 GDP는 나빠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지 않다면 예상 수준일 듯. 추측건대, 중국의 내부 소비 수요는 비교적 안정적인 듯. 중국의 내년 1분기 GDP는 8%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컨센서스. 그 말은 전기비로 보면, 7% 밑으로 갈 것이란 것이다. 좋은 미국 경제지표가 계속 될 것인가 여부와 1분기 중국경기 둔화가 어느 정도일지 여부는 현재 금융시장의 관심.

Monday, January 16, 2012

1월 미국 지표의 중요성

주말 동안 짐 로저스(@AllJimRogers), 폴 크루그만(@NYTimeskrugman), 그리고 빌 그로스(@PIMCO)를 팔로윙했다. 단지 세 명을 팔로윙 했을 뿐인데, 타임라인이 바빠지고 지저분해졌다. 금요일에 S&P가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이 내 예상보다 트윗을 꽤 많이 날렸다. 그들이 날려주는 트윗을 읽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크루그만이 경제학자로서의 관점에서 쓰는 글들과 짐 로저스가 장기 투자자로서는 하는 말은 모두 액면이 아니라 이면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해관계와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짐 로저스가 "나는 유로화의 미래를 어둡게 보지만, 유로에 대해서 사람들이 지나치게 비관적이라 단기적으로는 유로에 롱, 그리고 금은 8년 동안 올랐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정을 짧은 기간 동안 예상한다"고 하면, 이걸로 그대로 받아들여서 돈을 벌 생각을 하면 곤란해진다는 뜻이다.

2011년을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미국 경제에 대해서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적어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하진 않았다. 하지만 여름이 끝날 무렵에는 경기 모멘텀이 바뀌는 것이 확연히 보였고, 많은 사람들이 찬 바람이 불어 오면서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유로존과 유로화의 운명이 도저히 거스릴 수 없이 나쁜 국면으로 갈 것이란 비관론도 커졌다. 재밌는 건 작년 봄만 해도 비관론의 그림자는 짙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찬 바람이 불어보오면서, 사람들이 비관론으로 돌아설 때, 미국의 지표들의 개선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고용지표였고, 소비와 생산 지표도 호조를 보였다. 재밌는 건, 아직 시장에 노골적인 낙관론자는 거의 없다는 것. 내가 최근에 접한 대부분의 글들은 죄다 비관적이다. 유럽의 리세션이 심화될 것이고, 신흥시장의 버블이 꺼질 것이며, 미국 경제도 침체에 갈 것이다, 라는 생각들인 것이다. Stephen Jen은 신흥시장의 버블이 꺼질 것이라고 하고, 짐 로저스는 향후 3년간 주식에 숏이라고까지 말한다. 비관론자들은 최근 미국 지표의 개선이 따뜻한 날씨와 재고 증거 탓으로 생긴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그런데, 이렇게 혼미한 상황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보인다. 우선, 미국 주택시장이 서서히 돌아서고 있다. 지금 가장 싼 자산을 꼽아보자면 미국 주택시장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얼마전(12월 15일) 골드막 삭스는 계량 모형을 통해서 미국 부동산 시장이 10% 정도 더 빠지면 바닥일 것이고, 그것은 2013년 쯤일 것이라는 보고서("US House Price Bottom in Sight")를 냈다. 내 생각엔, 그 보고서의 결론이 좀 비겁하긴 하지만, 주장하고 싶은 바는 미국 부동산은 바닥에 거의 다 왔다는 것이다. 만약, 올해 부터라면 그 보고서는 각광을 받을 것이고, 만약 내년부터라면 그 보고서는 완벽한 선견지명을 보인 셈이니, 꽤 영리한 보고서다.

상대적으로, 세계 여러가지 시장 중에서 미국의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가장 좋아 보이는데, 유럽의 위기가 미국에는 오히려 실보다 득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조금씩 든다. 얼마전 소개한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와 지금의 유럽 위기와의 비교에서 보았듯이, 유럽의 위기가 직접적으로 미국에 미치는 영향은 공포에 짓눌릴 만큼은 아니며, 특히 중앙은행의 정책은 그것을 충분히 상쇄할 만큼 완화적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발표된 독일과 영국의 PMI는 모두 예상을 뛰어 넘었고, 중국의 생산지표(PMI) 마저 예상 보다 좋았다. 독일의 PMI는 변동성이 크기로 유명하고, 중국의 PMI는 1월의 구정 때문에 2월의 생산을 당겨서 한 것 뿐이란 것이 비관론자들의 해석이지만, 올해 상반기 경제가 나쁘고, 하반기 경제가 좀 나을 것이란 전망은 좀 비겁하고 근거가 빈약하다. "당장은 별로지만 나중에 좋아진다'는 그런 식의 전망은 애널리스트와 이코노미스트들이 전망을 이야기할 때, 투자자들이 거부감을 가장 덜 가질 안전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1월과 2월 지표가 나오면서 시장의 생각에 변화가 생길 수 있겠지만, 그 변화가 눈에 보이고 난 다음엔, 늘 그렇듯이, 별로 할 일이 없다.

Thursday, January 12, 2012

@hubris2015

하루에 최소한 하나는 배우는 게 있어야 한다(At least, one lesson a day)고 생각했습니다. 종일 같이 있어도 하나의 가르침도 주지 못하고 배울 게 없는 사람은 가급적 만나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몇 가지씩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 놓았습니다. 좋은 정보도 취사하고 가공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고, 깨달음은 되새기지 않으면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 몇년 분량의 그것들을 옮겨 적으면서, 트위터를 활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험삼아 며칠 사용해 보았습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글이 안 올라가서 30분 동안 고민했는데 글자수 초과였더군요), 결국 유용하다는 결론. 새로 계정을 다시 만들어서,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아셨는지, 벌써 들어오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정말 대단)

다루는 정보의 양이 많은 편이고, 그 중에 의미있는 정보를 골라내서 해석을 가하는 편이라, 금융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트윗은 자신이 있어도, 멘션은 자신이 없네요. 그리고, 파워 트위터이신 estima7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트위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고, 트위터를 만들 생각을 했습니다.

winner vs. loser

2008년 12월 30일, 현대차의 종가는 39500원이었다. 오늘 현대차의 종가는 229,500원. 2009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08년에 비해서, 19%가 증가했다. 2010년은 09년 보다 44%가 늘었고, 올해2011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10년 보다 대략 50% 정도 늘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리만이 망하고, 전세계가 침체의 늪에 빠졌던 것을 생각하면 놀랄만한 성과다. 주가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세 가지 팩터 중에서, 경기의 흐름은 현대차에 비우호적이었지만, 기업의 가치(이익과 배당) 그리고 기업의 모멘텀은 현대차의 편이었다.

2007년 세계의 대부분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역시 세계의 대부분이 간과했던 것은 위기의 순간에 위너와 루저가 적나라하게 갈려진다는 것이다. 위기에 순간에 한 인간이 감추고 있던 본성과 캐릭터 그리고 강점과 약점은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듯이, 기업과 국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4년 간, 지역별, 산업별, 그리고 기업별로 위너와 루저는 명료하게 갈렸다. 유럽은 루저였고 미국은 위너였으며, 금융은 루저였고 제조업은 위너였다. 그렇다면 기업은?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아 남았는가?

대표적인 위너인 애플를 상대했던 많은 기업들이 피를 흘리고 있다. 08년 2월, 38불이었던 노키아의 주가는 지금 5불이 조금 넘는다. 08년 6월 한때, 160불에 달했던 RIM의 주가는 지금 16불이 채 안 된다. 2008년 10월 40만원 수준이었던 삼성전자는 지금 102만원. 애플에 맞서 살아 남은 대단한 기업이다. 한편, 08년 2월 296불이었던 시티은행의 주가는 31불. 07년 10월에 68불이었던 모건스탠리 주가는 지금 17불. 그나마 나은 편이다. 결국 1) (역설적으로 보이는) 미국의 상대적 부상, 2) 금융(특히 뱅킹)의 쇄락, 그리고 3) 몇몇 혁신적인 기업의 성공이 지금 두드러져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경향은 과연 계속 유지될까? 아니면 곧 다른 경향으로 대체될까?

이 경향은 다음 충격이 올 때까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들(예컨데, 여태까지 높은 연봉을 받던 금융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결국 수용해야 하는 현실이다.

Wednesday, January 11, 2012

Stephen Roach, China's Longer-Term Challenges

중국의 미래를 다룬 책들은, 상업적 목적을 위해서 어쩔 수 없겠지만, 대체로 다음 두 가지 결론을 지향한다. 하나는 중국이 지난 30여 년간 놀라운 경제성장을 해왔지만, 곧 성장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며('10년 후의 미래' Outrageous Future, 대니얼 앨트만), 중국이 갖고 있는 지정학적 한계로 중국은 21세기를 주도할 국가가 되지 못한다('100년 후', 조지 프리드만)는 중국의 미래에 다소 비관적인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이 서구가 생각하는 중국의 문제점(기술혁신의 한계, 인구의 한계, 그리고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로 더 성장할 것이다('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마틴 자크)라는 낙관적인 관점이다. 경제학자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성장이 계속 될 것이냐 아닐 것이냐에 섣부른 예단을 하기 어렵다.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일본과 한국이 그랬듯이 중국도 노동의 생산성에만 의존한 성장에는 곧 한계를 경험할 것이고, 다음 단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민주주의가 동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예상이 맞다면, 중국의 총생산은 곧 세계1위로 올라 서겠지만, 1인당 생산(per capita)은 여전히 낮은 상태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마틴 자크는 사실상 중국을 집권하고 있는 공산당의 관점(서구의 민주주의가 곧 경제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그가 말한대로, 서구의 민주주의 제도가 곧 높은 경제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기도 그랬고, 미국 경제가 급격히 발전하던 시기도 그랬으며, 심지어 최근의 한국의 사례에서 보듯 근대적인 경제발전에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결여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 간 중국의 엄청난 경제적 성과는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이루어졌고, 개방을 하면서도 러시아식의 급진적 개방은 지양했다. 중국은 인도와 비교하자면 민주주의 수준은 낮고, 자본개방의 정도도 낮다. 유교적 전통에 바탕을 둔 중국식 정치체제로도 충분히 서구식 민주주의를 대신할 수 있으며, 중국인들 자신들이 그것이 동감하고 동의하고 있다는 마틴 자크의 주장에 대해, 그의 해박한 중국 역사에 대해 다소 감탄했음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을 버리기 어렵다. 과연 지금의 중국인들에게 유교에 대한 의식이 있기기는 한가? 설령 있다고 해도, 유교적 전통이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모건스탠리 Stephen Roach의 글, "China's Long-Term Challenges"를 읽었다. 다소 관념적일 수 있는 논점들을 옆에 치우고,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단기와 장기적인 시점에서의 경제 문제들을 생각해볼 수 있게,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정리한 글이다. 우선, 로치는 지금 현재 중국경제의 비관론자들이 제기하는 이슈들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 이슈는 보통 다음 세가지다.

1) 은행 위기
2) 부동산 버블의 붕괴
3) 인플레이션 급등

그런데, 일부 비관론자들(예컨대, Andy Xie)과 달리, 로치는 이 세가지 문제가 중국의 특이한 수요/공급의 정황을 감안하면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본다. 예를 들어, 부동산 버블은 중국의 높은 도시 주택 수요를 감안하면 버블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얼마전까지 텅 비어있었던 도시 주거공간이 높은 도시화율로 인해서 채워지는 중국 특유의 상황을 그는 주목한다. 그리고, 로치는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진짜 과제는 다음 세 가지라고 주장한다.

1) 노동인구의 감소와 노령화
2) 에너지 부족
3) 금융구조의 현대화 필요성

로치가 이 세가지 이슈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장 이유는 중국이 수출 주도형 경제로 12억 인구를 더 잘 먹여 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은 소비 중심 경제의 모델로 갈 것이고, 가야할 수 밖에 없으며, 또 그러기에 충분한 규모의 시장을 갖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현재의 낮은 소득 수준이 아니라, 중국의 복지 제도가 미흡하기 때문에, 미래를 걱정하는 중국인들로서는 소비보다는 저축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구도 점차 감소할 것(2035년까지 1억 명 정도의 인구가 줄어들 듯 것으로 추산)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로치는 본다. 특히, 4개 은행에 집중된 은행 시스템의 문제(한때 한국에도 만연했던 "too big to fail"의 정서)를 개선하고, 금융규제 때문에 너무 낮은 예금 금리로 소비자들이 겪는 생활의 어려움도 해결해야 한다. 한편, 에너지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절대적인 대외의존도가 높은 문제는 사실 중국이 처한 또 다른 구조적 문제다. 이것들은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를 통해 해결해야 하고, 중국 정부의 문제인식과 해결의지에 따라서는 시장에 맡겨 놓은 것보다 더 효과적인 해결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중국의 미래에 대한 조명은 (설령 딱 떨어지는 결론을 얻지 못하더라도) 여러 저러 각도에서 계속 될텐데, 워낙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Monday, January 09, 2012

최근 미국 지표

최근 나온 미국 지표는 예상대로 고무적인데, 11월 지표와 비교하면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11월 ISM 제조업 지수는 예상보다 높은 52.7이었고, 12월은 예상(53.4) 보다 역시 예상 보다 좋은 53.9였는데, 디테일을 보면 12월이 더 좋다. 우선, 11월 지표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일종의 noise였다고 주장할 수 있을 단서가 있지만, 12월 지표는 내부 카테고리의 디테일(예컨대, 5.18에서 55.1로 좋아진 고용, 56.7에서 57.6으로 개선 된 신규주문)이 다른 지표에서도 거의 같은 내용으로 지지되는 것들이 많았다. 좋은 고용은 지난 금요일 발표된 고용지표에서 확인되었고, 신규주문은 곧 발표될 생산관련 지표들에서 추가적으로 확인될 것이다.

12월 고용지표를 보면, 예상(15.5만)보다 좋은 20만 건의 신규고용이 만들어졌고, 실업률은 8.5%까지 떨어졌다. 최근 고용지표들에서 계절조정이 어려운 항목이 생기면서(예를 들어서 인터넷 쇼핑 트래픽 증가에 의한 배달원의 일시채용) 생긴 계절적 요인에 의한 과장이 있다는 감안해도, 최근 나온 고용지표들은 고무적이다. 4분기 미국의 GDP는 3.5%에 육박할 듯. 그리고 재밌는 건, 유럽 위기에도 불구하고, 12월의 산업지표의 개선이 거의 모든 국가(중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호주, 그리고 인도)에서 일어났다는 점. 작년 3분기 말을 즈음해서 많은 비관론자들이 미국지표에 대해서 우울한 전망을 쏟아 내던 것을 생각하면 좀 우스워진 상황이다.

이런 지표를 놓고 연준 관계자들이 보이는 반응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제임스 블러드(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처럼 몹시 고무적이며, 최근의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낙관론을 유지하면서, QE3가 필요없을 것 같으니, 추가 부양의 비용/편익을 분석해 보면서 기다리자는 입장. 둘째는, 에릭 로젠그렌(보스톤 연준 총재)처럼 지금의 경제지표는 여전히 불안하고, 더 강한 성장을 유도할 다른 방법을 계속 모색하자는 입장으로, MBS를 추가 매입하거나, 주택시장을 회복시키는 재정정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 세번째는, 월리엄 더들리(뉴욕 연준 총재)처럼, 현재의 낮은 실업률 수준에 비해서 인플레이션 수준은 낮고, 추가 부양을 하는 것이 비용보다 편익이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통화부양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 윌리엄 더들리의 생각에 동의.

Sunday, January 08, 2012

이해관계의 경제학

사람은 태어난 이후 많은 관계를 맺고 산다. 내 전화기에 들어있는 사람들의 전화번호는 대략 500개가 넘는다. 하지만, 그 중에서 한 달에 한번이라도 연락을 하는 사람은 20%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맺는 관계는 모두 어느 정도의 이해관계를 담고 있다. 깊게는 부모-자식 관계처럼 한번 맺으면 영원히 떼어내기 불가능한 관계에서부터, 비지니스로 만나는 단순한 거래관계처럼, 더 이상 상업적 이해가 일치하지 않으면 끝나 버리는 관계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세상에 칼로 자르듯 명괘한 이해관계는 그리 많지 않아서, 사람들은 흔히 그 관계에서 오해받고, 상처받으며, 피곤해 한다. 하지만, 그 관계를 깊게 이해하려는 노력은 대개의 경우 충분하지 않다.

많은 사람이 막연히 같은 이해관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깊숙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은 관계가 있다. 이런 경우에 자신의 미성숙한 이해를 탓하지 않고, 관계 자체나 사회 전부를 싸잡아 매도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같은 이름의 관계라고 해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이해 역시 부족하다. 그런 경우 본인도 힘들겠지만,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주위 사람도 피곤해진다. 예를 들어, 부부관계. 낭만적인 로맨스에 대한 환상과 각종 종교와 윤리의 압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부부들의 이해관계는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경우 부부간의 이해관계는 일치하지만, 또 상당 부분 둘 사이의 이해관계는 다르다. 이러한 충돌이 생기는 이유는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아이가 태어나면 대부분 더 심각해진다. 자원의 부족이 노골화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남편의 행복은 곧 부인의 불행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결국 둘 사이의 이해관계의 교집합 못지 않게 대립하는 이해관계의 조율은 부부관계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부모와 자식간의 이해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식간의 이해관계는 자식의 구조(수, 성별, 순서)에 따라서 많이 변화한다. 예컨대, 외동아들을 두고 있는 부모와 세명의 아들을 두고 있는 부모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리 없다. 부모와 자식간의 이해관계는 부모의 재산에 의해서도 변화한다. 부모가 재벌인 경우와 평범한 샐러리맨인 경우 그리고 아주 가난한 부모의 경우의 부모와 자식간의 이해관계는 철저하게 다르다. 예컨대, 부모가 상당한 부자인 경우 자식의 이해는 주로 노력하지 않으면서 부모의 재산을 쓰는 쪽으로 가게 마련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부모가 방치한다면), 자식은 최대한 놀고 먹고 마시며 자신의 의무를 방기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문제는 그런 자식의 행동은 부모의 이해에 반한다는 것이다. 결국 부모는 자식과 대립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외동아들이나 외동딸의 경우, 그 대립과정에서 사용하는 부모의 카드는 잘 먹히지 않는다. 딱히,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식이 여러 명인 경우, 부모의 위협은 현실적으로 잘 작동한다. 이병철의 아들 이건희,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 모두 그런 부모의 위협이 실제의 결단으로 이어진 경우다. 그에 비해서, 아들 하나와 딸 둘을 가진 이건희는 지금도 주머니에 여러 개의 카드를 넣고 만지작 거리고 있는 중이다.

머리로는 쉽게 이해가 가지만, 마음으로 잘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이해관계다. 물론, 딸처럼 생각하겠다는 시어머니나 엄마처럼 생각하겠다는 며느리의 자세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좋은 레토릭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자산이다), 실제로 실현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의 이해관계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자신, 그 다음이 아들의 이해다. 며느리의 이해관계를 그 보다 더 앞세우는 시어머니가 있다면, 인간의 본성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있는 사람이거나, 아주 정치적인 사람이거나, 아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분이다. 아들과 며느리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국면이 되면, 시어머니는 대개 아들의 편을 들 수 밖에 없다. 이런 이해관계의 차이를 이해하면, 며느리인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진다. 대개의 경우 자신은 아들의 이해관계에 충실하고 있다고 시어머니가 있는 앞에서는 행동(그것이 설령 연기이더라도)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매일 와이프를 위해 설겆이와 청소를 맡아서 하며 와이프의 어깨를 맛사지해주는 사랑이 넘치는 남편이라고 해도, 명절날 시댁에서는 못하게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의 디테일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의 관계, 시어머니와 아들들 혹은 딸들 간의 관계, 혹은 그들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상태 등 수 많은 요인에 따라서 그 입장의 디테일은 달라 진다. 따라서, 며느리 개인도 행동의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 여자 입장에서 결혼을 하고 나면 불합리한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특히, 명절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남편 쪽에서 먼저 차례를 지내거나 명절을 보낸 후에 처가집을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이러한 풍습이 극히 남성 중심적이므로 개선해야겠다는 의분을 느낀다면 어떤 선택이 있을 수 있을까? 물론, 합리적인 것은 양가를 번갈아 가면서 명절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이해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흔쾌히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가족이 모여서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남편의 부모의 편익과 여자의 편익만을 고려해서 게임 이론적인 관점에서 내쉬 균형을 찾아보자. 고려해야 하는 경우에 수는 단순하게 다음 네 개 정도일 것이다. 각각의 경우의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은 다음과 같다.

1) 남자의 부모도 강경이고 여자도 강경인 경우: 내쉬 균형은 없음.
2) 남자의 부모는 온경이고 여자도 온경인 경우: 내쉬 균형은 두 가지. (전통적 방식, 번갈아 명절을 보내는 방식)
3) 남자의 부모는 강경이나 여자는 온경인 경우: 내쉬 균형은 전통적 방식.
4) 남자의 부모는 온경이나 여자는 강경인 경우: 내쉬 균형은 번갈아 명절을 보내는 방식

이 간단한 분석이 주는 함의는 뭘까? 첫째, 여자의 입장에서 양가에서 번갈아 명절을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관철하려면 남편 부모의 입장를 사전에 파악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남자의 부모가 초강경인데, 물렁하게 접근하면, 괜히 집안에 문제만 일으킨다는 나쁜 평판만 얻기 쉽다. 남자의 부모가 초강경이라면, (설사 내 주장이 옳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대로 관철될 가능성은 없다. 둘째, 남자의 입장에서는 설령 아내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해도, 부모가 강경하다면, 아내의 주장이 통할 수 없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아내마저 초강경의 입장이라면, 어차피 답은 없다. 즉, 남편은 옳고 그름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양쪽에 끼여서 그의 입장은 곤란해지고, 상황은 피곤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말로 하면, 매사에 강경파인 부모를 둔 남자가 역시 모든 일에 강경파인 여자와 결혼한다며, 그의 인생은 마치 불섬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곰과 결혼한 후, 털이 많다고 불평해 보았자 이미 늦은 일이다. 세째,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자신이 강경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유리하다. 만약, 실제로는 온경이더라도, 겉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게임을 수행하는데 좋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같아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가족관계의 극단은 아마도 형제 관계일 것이다. 진화론에 관련된 책들을 보면, 형제 관계가 사실상 굉장히 치밀한 경쟁관계인 것에 상당히 많은 설명을 할애한다. 그런데, 한편 이해관계가 깊지는 않아도 비교적 일치하는 것이 친구관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특정 기간을 비슷한 수준에서 함께 하는 친구들은 비슷한 이해관계를 갖기 때문에 깊고 편하게 교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자식을 비슷한 이해관계를 갖는 친구들과 맺어주려는 시도는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시도다. 아마도, 가장 이상적인 친구관계는 서로의 결점을 서로의 장점으로 메워줄 수 있는 관계일 것이다. 한편 교회와 같은 단체에서 맺는 인간관계도 비슷한 이해관계(비록 깊진 않아도)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이해관계의 일정부분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계도 있다. 예컨대, 좌우파의 현실 정치인들이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의 배경이 되는 지지집단의 상이하기 때문에 상당히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을 것 같지만, 현실적인 이해관계는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의 최대 관심은 정권의 창출이 아니라, 내 국회의원직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카메라가 비춰진 순간 서로를 적대하지만, 막상 사석에서는 서로 공존을 위해 연대하고 협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심지어 노무현나 시민단체(예컨대 참여연대)와 삼성(같은 재벌기업)간의 관계도 겉으로 보는 적대적인 관계와는 달리 (어떤 경우에는 밖에서 보기에도) 상당히 훈훈한 경우가 많다. 물론 사회에 대한 인식이 성숙해질 수록, 이런 경우 이해관계의 교집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머지 여집합의 차이가 훨씬 중요하며, 그것을 위해서 "정치인은 다 똑같아"라는 식이 낮은 정치의식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물론, 부부나 가족 같은 관계의 이해를 위해서는 그 이해관계의 여집합보다 이해의 교집합이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 특히, 부모처럼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배우자를 선택하거나 같이 일할 직원을 뽑는 걸 예로 들자면, 그 이해의 교집합이 많고 분명한 것이 좋다.

Thursday, January 05, 2012

금융의 난점 혹은 묘미

우리는 상관관계가 인과관계와 다르다는 것을 교육받고 자란다. 예컨데, 주식 가격이 오를 때 채권가격이 빠지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그 둘 사이의 인과관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럴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계량 경제학 모델은 주식과 채권 가격간의 관계를 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모델이 만들어지면, 우리는 둘 사이의 데이타를 수집해서 모델에 적용해볼 수 있다. 아마 과학자들도 어떤 자연현상에 대해서 비슷한 접근을 할 것이다. 문제는 과학에 비해서 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현상은 둘 사이의 관계를 깔끔하게 설명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두 변수에 영향을 주는 다른 변수들이 너무 많고, 금융시장에서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통제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트레이더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인과관계를 따지는 일도 중요하지만, 상관관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의 상관 관계는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만 작동한다.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직관적인 추론을 할 수 있다. 그건 정부의 정책 때문일 수도 있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때문일 수도 있고, 미국 주식이나 채권 가격의 큰 움직 때문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유가의 폭등/락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당장은 그것을 입증하는데 실패하더라도, 그걸 알아차린다면 트레이더는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트레이더들은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찾아 다닌다. 심지어 인과관계는 고사하고, 상관관계조차 옅어 보이지만, 돈을 벌 비법을 발견하기 위해서 연구하고 생각한다. 그런 연구의 결과물 중에 하나가 기술적 분석이다. 과거의 가격 움직임이 미래 가격의 움직임에 단서가 된다는 황당한 생각이 기술적 분석에는 녹아 있다. 과학자가 보기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건 마치 어제까지 눈이 왔으니까 내일도 눈이 온다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기술적 분석가들은 실재로 그런 믿음을 갖는다. 만약 지난 100년 동안 서울에서 10일 연속으로 눈이 온 적이 없다면, 11일 째에는 눈이 오지 않은 것에 베팅할 만하다는 생각말이다.

재밌게도 그리고 다분히 안타깝게도, 이코노미스트들이 경제를 예측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어떤 선행성을 갖는 지표가 반등하면 곧 후행성을 갖는 지표도 반등할 것이라고 믿고, 그걸 모델에 반영한다. 결국 과거 데이터가 없다면 우리는 미래 경제를 예측할 방법이 없다. 많은 천재들(예컨대, 뉴턴)이 금융시장에서 좌절하고 떠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즉, 일관적인 인과관계의 입증을 통해 가격을 예상할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효율적 시장 가설을 믿었던 경제학자(폴 샤무엘슨)가 자신의 신념과는 반대되는 행동(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더웨이의 주식을 사는)을 하는 일도 생긴다. 이런 일은 비단 금융시장에서만 생기는 것도 아니다. 비록 최근 들어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한의학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일은 아직도 요원하다. 기본적으로 데이타가 너무 부족하고, 그 데이타가 과연 한의학이 상정하고 있는 모델에 적합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현대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놈의 효능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침술의 원리나 효능에 대해서 연구하는 일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서울대 물리학과의 소병섭 교수는 북한의 김봉한이란 학자가 연구하고 발표한 "봉한소체"에 대해서 연구중이다. 경락이나 경혈에 대한 해부학적 연구중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얻은 곳은 엉뚱하게도 북한이다. 그런데 북한은 1965년 이후 관련 연구를 중단시켜 버렸다. 아무튼, 연구는 아직도 진행중이고, 침술에 대해서 무엇 하나 과학적으로 화끈하게 검증된 게 없지만, 사람들은 뼈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끊어진 것이 아니면 여전히 침을 맞으러 간다.

얼마전, 작년 11월 헌법재판소는 구당선생이라고 불리는 김남수옹이 뜸치료를 해도 불법이 아니라고 선고했다. 작년 8월의 대법원 판결도 구당선생의 손을 들어줬다. 재밌으면서도 황당한 것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모든 사람들이 뜸치료를 면허없이 할 수 있다, 고 결정한 게 아니란 것이다. 이 결정은 오직 김남수라는 개인을 위한 결정이다. 이런 황당한 결정이 내려진 이유는, (비록 복잡한 라이센스 이슈가 있긴 하지만) 김남수의 뜸으로 병을 고친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법이 면허를 가진 의사에게만 의술을 시행하고 돈을 받게 한 이유는 물론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런 결정은 당연히 "지대(rent)"를 발생시킨다. 그래서 일단 의사가 되기만 하면, 충분한 경제적 지대를 누릴 수 있다. 그런데, 면허가 없는 의사가 면허가 있는 의사보다 병을 잘 고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때문에 병이 치료된 사람은 너무 많기도 할 뿐더러, 그 가운데는 유명하고 돈 많은 사람도 너무 많다면? 물론 의사들에게 의견을 물으면 100% 그런 케이스를 허용하면 안 된다, 고 할 것이다. 딱히 현재 아픈 곳이 없는 사람도 의사의 편을 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 병이 들어 그의 치료를 받거나 받고 있는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내 치료를 막는 것이 날 보호하기 위해서라고?")이고, 그의 치료로 병이 나은 사람들도 역시 (양심상) 환자의 편을 들 것이다. 그래서 실재로 김옹의 치료를 받았었거나 현재 받고 있는 이들은 실력행사를 했고, 김옹에 대한 헌법기관의 판결은 그 결과다. 이 판결이 정치적이라고 비난할 수는 있지만("무허가라도 병만 낫게 해주면 되는 것인가?"), 사실 법의 적용은 현실적으로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천 명이 법을 어겨서 시위하면 감옥에 가지만, 100만명이 법을 어기면서 하는 시위를 법대로 심판할 간 큰 국가 기관은 없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정교하게 입증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장에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은 많은 경제학자들로서는 기분 나쁜 일이지만, 몇몇 경제학자(예컨대 케인즈)들은 그걸 깨닫기도 했다. 금융의 난점이자 매력이다. 사실 인생의 많은 부분은 로켓 사이언스보다는 금융에 가깝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을 좌절시키는 부분일 것이다.

몰입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바하문트라는 블로거 때문이었다. 왠만한 책을 읽는 것보다 그분의 블로거가 더 재밌고 유익했다. 하루 만명 이상이 들어오는 블로그에 광고를 게재한다고 해도, 블로깅으로 벌 수 있는 돈이란 건 그 블로그에 만드는 비용에 비하면 솔직히 별 게 아니다. 그 비용은 결국 "시간"이기 때문이다. 바하문트의 경우에는 그 비용은 본업(변호사)을 감안하면 싸 보이지 않았고,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의 절대치를 감안해도 분명 소중한 시간을 블로그에 할애한 셈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긴 호흡의 글을 쓰는 건 쉽지 않다. 남이 쓴 글을 보고 비판하고 흠집을 잡는 건 쉬워도, 논리의 얼개가 탄탄하고, 정보의 질이 좋은 글을 스스로 만드는 어렵다. 일단 지적인 훈련을 어느 정도 받아야 하고, 글을 써본 경험이 많아야 하며,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본인의 일과 관련된 전문성의 문제이기도 하고, 얼마나 영어로 된 문서에 대한 접근이 쉬운가에 달려 있기도 하다. 워낙 정보의 질에서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생각의 독창성이나 깊이는 흉내내기가 어렵다. 그리고 깊이가 없거나 독창성이 없는 관점은 별로 흥미롭지 않다. 그래서, 내 경우에는 좋은 블로그에 대해서는 돈을 내고라도 볼 용의가 있다. 책 같지 않은 책에도 낸 돈이 얼마인데, 그 정도의 블로그에 무임승차하는 건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하문트의 블로그는 돈을 받는 대신,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 그래서, 돈을 내고 볼 용의가 있는 블로그는 이제 두 개로 줄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진짜 유료화를 한다.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를 아직 다 읽지 못햇는데, 워낙 벌려 놓고 읽는 책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그의 인생의 역정이 워낙 파란만장하다 보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많아서, 가끔은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내가 썼던 다른 글을 찾아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다른 책을 들춰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가 워즈니악과 만나 우정을 나누는 부분에 있어서는, 왜 당대의 최고의 인재가 같은 동네에 살게 되었을까, 과연 그게 우연이기만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 곰곰히 꽤 오래 생각했다. 내 주위에도 보면 그런 일은 꽤 많기 때문이다. 예전같이 고교입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강남처럼 부자 동네도 아닌데, 단지 그 시절에 훌륭한 인재들이 그 동네에 몰려 있었던 사건. 확률적으로 우연이라고 치부하고 그들의 행운이라고 믿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어린 시절의 그들은 분명히 상호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즉, 그들이 따로 성장했다면 지금의 잡스와 워즈니악은 없었을 것이다.

또 하나. 스티브 잡스과 워즈니악은 둘 다 게임을 좋아했다. 잡스가 처음 일한 회사도 게임회사였고, 워즈니악이 잡스가 자신을 돈과 관련해 속였다고 믿는 사건도 그 게임회사의 게임을 업그레드하면서 생긴 일이다. 그런데 왜 누군가는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회사(혹은 다른 IT 기업)를 만들어 큰 돈을 벌고, 누군가는 게임에 빠져 인생을 망치는 것일까? 후자의 자식을 둔 부모는 그게 게임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게임을 규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게임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대표적인 게임회사들의 영업이익률은 40% 이상. PER도 20배다)을 규제하는 건 잘하는 짓이 아니다. 비단 게임 뿐 만이 아니다. 어른들은 어린 학생들이 책을 읽으면 좋아하지만 무슨 책이든 읽는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톨스토이의 소설이 명작이긴 하지만, 그런 책만 24시간 열심히 읽어댄다고 해서 괜찮은 인간이 되는 건 아니다. 어떤 종류의 아이들만이 그런 명작들을 흡수해서 괜찮은 인간이 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꽤 오래 전에 바하문트가 쓴 몰입에 관한 글이 생각났다. 그 글을 읽고 몰입(flow)에 대한 여러 책을 찾아 읽었었다.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블로그가 없어져서 링크는 찾을 수 없다)

"인생의 행복은 행복을 추구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몰입이 없이는 인생의 행복을 깨닫기란 어렵다. 그런데, 대개의 몰입이란 나쁜 것이다. 사람들이 훈련과 노력없이 몰입하는 것은 대개 쉽고 편하고 유익하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도박, 게임, 만화, 무협지, 등 몰입에서 벗어났을 때 몰입전에 비해서 상태가 나빠지는 것들이다. 물론, 수학자나 음악가나 과학자들은 생산적인 몰입에 빠진다. 그들이 작품이나 논문에 몰입하는 이유는 그것이 쾌감과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몰입은 (몇몇 천재를 빼면) 고도의 노력 없이는 빠져들기 어렵다. 그럼 무엇이 나쁜 몰입과 좋은 몰입을 결정하는가? 나쁜 몰입은 뇌가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뇌를 움직일 수 없다. 좋은 몰입은 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역시 뇌를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게임을 하는 것 자체에 재미(라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몰입하고 밤을 새면 아침에 남는 건 피곤 뿐이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게임의 구조를 분석하고, 게임을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를 최대한 생각하면서 게임을 하면, 밤을 샌다는 결과는 비슷할지 몰라도, 몰입에서 깨어났을 때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바하문트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은 나쁜 몰입을 하고, 어떤 사람은 좋은 몰입을 할까? 스티브 잡스와 같은 경우에는 부모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 학교 교육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타고난 자질에 워즈니악 같은 친구가 더해지면서, 그들은 지적으로 교류했던 것 같고, 좋은 몰입의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만약, 워즈니악이 없었다면? 그래도 잡스의 성향이나 인간성으로 보아 충분히 자기 살 길을 개척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지금의 잡스와는 좀 다른 형태였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란 책을 읽기 전부터 가진 생각이지만, 잡스와 같은 인재를 키우겠답시고, 아이를 방임하는 건 그다지 현명한 현명한 생각이 못된다. 일단 대부분의 아이들은 잡스와 같은 전투력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결핍을 잉여로 바꾸겠다는 의지와 다른 사람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장점을 빨아들이는 흡수력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그 아이 옆에 워즈니악이 있을 것이란 보장은 더욱 없다는 것.

Wednesday, January 04, 2012

유가와 에너지 기업

한국이 편입된 MSCI은 10개 섹터로 이루어져 있다. 섹터별로 봤을 때, 한국기업들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industrial로 조선사와 건설사 등 27개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 다음으로는 금융의 19개 기업, consumer discretionary(백화점, 자동차 등)의 12개 기업, materials(화학과 제철 등)의 10개 기업, IT(반도체와 게임 등)의 10개 기업, consumer staples의 4개 기업, 텔레콤의 4개 기업, 그리고, 에너지의 3개 기업, utility의 3개 기업, health care의 2개 기업으로 이루어져있다. 주식 트레이더인 L형의 모형에 의하면, 현재 가장 저평가 되어 있는 섹터는 에너지. 그런데, 의문은 지난 수 개월간 원유는 단기 저점인 70불 대에서 100불로 30% 이상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에너지 주식의 저평가가 심해졌을까?

추정되는 기업의 이익 대비(즉 가치 대비) 가격이 싸진 것은 무엇인가 기분 나쁜 이유가 이면에 있는 경우가 많다. 먼저 경기 침체가 다시 온다면 원자재 가격은 어떻게 될까, 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 Hussein Allidina의 분석에 의하면, 1990년 이후 경기침체(recession)하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덜 빠진 것은 금, 가장 많이 하락한 것은 원유가격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경기침체로 이어질 때, 원유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이란 분명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작년 4분기에는 미국 경기가 생각보다 좋고, 원유 자체의 수급 때문에 원유 가격이 상승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도 중국의 하드랜딩 우려가 있고, 정부의 물가 안정을 위한 원유가 규제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에너지 회사들을 외면했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은 상태에서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 회사들의 주가가 시장을 이기는 경우가 많지만,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유가가 상승하면 에너지 회사들의 주가가 시장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가 상승에는 베팅하고 싶지만, 레버리지를 싫어하는 투자자들이 에너지 기업에 투자했다가, 재미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후자의 경우에 꽤 생긴다. 결론적으로, 시장이 프라이싱하고 있는 위기가 생기지 않을 경우 가장 랠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미 저평가가 반영되어 있는 에너지 주식일 가능성이 높고, 시장이 의미있는 조정을 받는다면, 이미 상당히 저평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기업의 주가 약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동(특히 이란)의 정치적 상황은 또 다른 변수다. 참고로 MSCI에 편입된 한국의 에너지 기업은 GS 홀딩스, S-oil, 그리고 SK 이노베이션.

통계 생각

며칠전에 예전에 메가스터디의 손주은 대표이사가 한 인터뷰 기사를 다시 보게 됐다. 흥미로운 구석이 있었다. 그는 메가스터디의 미래를 좋지 않게 봤는데, 그 이유가 명문대학을 나와도 별 볼일 없는 세상이 곧 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의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명문대학을 가려는 이유는 재벌이 되거나 팔자를 고치려는 게 아니라, 직장을 구하는 데 고생을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년 말 국세청이 공개한 2010년 기준 억대 연봉 근로자는 총 27만 7천명으로 2009년의 19만 6천명 보다 8만 3천명(+42.3%)가 증가했다. 1999년 기준으로 8천만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는 1만 5천명 수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0.3%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비록 99년이 경제위기 직후로 고액 연봉자가 크게 줄었을 것을 감안해도, 억대 연봉자는 꽤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2000년의 한국의 GDP는 600조가 조금 넘는 반면, 한국의 2010년 GDP는 1,100조가 조금 안 된다. 환율을 감안해도, 1인당 GDP는 60% 정도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99년 2월의 KOSPI 지수는 500 수준이었고, 지금은 1880 수준으로 약 4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50 수준이었던 코스피 200지수(상위 200개 기업의 인덱스)는 현재 250 수준으로, 역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가 전체로서는 2배 미만의 소득 증가가 있었지만, 상장기업의 이익은 4배, 특히 우량기업의 경우 5배 이상 이익이 증가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난 10년 동안은 좋은 회사에 다녔을수록 인생은 좀 더 편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손주은의 생각과는 달리, 부자집 자식이 아니라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개인의 관점에서 꽤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었다는 뜻이다.

손주은씨는 인터뷰에서 심지어 자신같은 사람조차도 강남의 1%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왜 손주은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과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하는 점이었다. 국세청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이 5억 이상인 사람은 전국에 각각 6천명이 조금 넘는다. 5억 이상의 임대소득자 역시 4,300명 정도다. 100억 이상의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 2,216명이고, 과세표준인 기준을 좀 넓혀서 60억으로 잡으면 60억 이상의 부동산을 가진 사람은 2,824명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이자 수익률을 5%(좀 높아 보이지만), 배당수익률을 시가 기준으로 1%(역시 너무 높아보이지만)로 잡아도 100억 이상의 현금을 가진 사람은 약 6천명, 시가평가 기준으로 2,000억 이상의 주식을 가진 사람은 약 6천명 정도 되는 셈이다. 지금 손주은의 평가 자산인 2,400억(메가스터디의 시가 총액은 약 7천억, 손주은의 지분은 약 34%)은 그의 생각과는 달리, 강남 1%에 충분히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강남 3구의 인구는 천만명이 조금 넘는 서울의 약 15% 정도고, 강남의 인구가 대략 150 만 명이라고 하면, 강남의 1%라고 해봐야 1만 5천명 수준이다. 서울 강남의 모든 사람이 다른 지역보다 잘 산다고 가정해도, 손주은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2만명 안에 드는 부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주은이 자신을 1%에도 들어가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마도, 최근 메가스터디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 그리고 사회전반적으로 빈익빈부익부 성향이 강해진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은가 싶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대학을 나오지 않고, 윤택한 삶을 유지해 가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지 추측해볼 수 있다. 보험모집이나 방문판매처럼 개인사업자로 2억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자는 보험업으로 203명, 방문판매로 9명 밖에 없다. 2010년 서울에서 소매업으로 신고된 업체가 5,233개, 음식업이 1,645개, 그리고 부동산업이 6,235개다. 좋은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 낮은 기술이나 지식 수준만으로, 본인의 전투력(개인사업자나 자영업자로서)으로 잘먹고 잘 살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2만명 안에 드는 부자 부모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여전히 좋은 대학을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한 후에, 좋은 기업에 취직하는 건, 삶에 대해서 내릴 수 있는 상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근로자 비율에서 2% 남짓한 1억 이상의 연봉자들이 내는 전체 소득세 비중은 40%가 훨씬 넘는다. 사회적으로도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체청 웹사이트

Tuesday, January 03, 2012

2012년에 대한 두 가지 시각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였던 Andy Xie의 "2012:the BRIC bubble burst"을 읽으면서 과연 이 글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가, 하는 낭패감이 들었다. 업계를 너무 떠나 있어서인지 그는 이상한 소리를 너무 많이 한다. 설령 그가 말한 대로 신흥시장의 신용 거품이 붕괴되면서 외환위기가 등장하고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말한 디테일한 이유들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가 BRIC 국가들의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미국의 정치혼란이 재정확대를 못하게 만들 것이고 결과적으로 달러가치 급등할 것이다. 신흥 통화들이 통화가치는 반대로 급락할 것이다. 둘째, 유럽은행들이 그동안 과잉 유동성을 공급해왔다면 이제는 몇 조 유로나 되는 돈을 거둬들일 것이고, 엄청난 유동성을 빨아들일 것이다. 이를 상쇄하려면 유럽중앙은행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데, 독일의 반대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 신흥국에서 유동성이 빨려 나가면서 통화가치가 폭락할 것이다. 세째, 세계 경제의 침체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신흥국가들은 곤란에 처할 것인데, 게다가 중국의 부동산 거품마저 꺼질 것이다.

몇가지 정교한 사실이 섞여있서서 혼란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의 논리는 엉터리다. 첫째, 미국의 달러가치가 급등할 수 있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건 미국의 정치혼란으로 인한 재정지출 감소 때문이 아니라, 유럽 국가들의 부도 가능성이 올라가면서 은행들의 부도 위험이 높아져 보이기 때문에 생기는 안전자산 선호 때문일 것이다. 둘째, 유럽 은행들이 공급한 유동성이 핫 머니의 형태로 인도나 브라질에 들어갔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핫 머니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 유럽발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할 때, 자국 통화를 (97년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무리하게 방어할 멍청한 짓을 할 가능성은 낮다. Andy Xie도 언급한 것 처럼 중국의 경우 자본 통제 상태에 있기 때문에 통화 위기가 생길 가능성은 별로 없다. 세째, 원자재 가격의 급락으로 인해 신흥국가들의 경제가 망가질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원자재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고, 설령 원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하더라도 BRIC 경제 가운데 그것 자체 때문에 곤경에 처할 나라는 브라질과 러시아 정도다.

돌이켜 보자면, 연말까지 QE3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내 전망은 절반만 맞았다. Fed는 자산매입을 장기채권으로 확대했지만 양과 기간을 확대하진 않았다. Andy Xie의 말대로, QE 2.5 수준에 그친 셈이다. 하지만, Andy Xie의 생각과는 달리, 나는 미국의 부동산 시장의 바닥이 거의 끝에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럽 경제의 침체가 미국에 미칠 영향은 공포에 짓눌릴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독일 국민들이 결국은 ECB가 미연준처럼 행동하는 것에 동의하게 될 것이란 생각은 같다. 지금까지 독일을 비롯한 우등생들의 경제는 지난 2년 간의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Andy Xie는 독일이 경기침체를 맞아 어쩔 수 없이 유럽의 문제를 자기 문제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 뿐 아니라, 독일의 입장으로서는 어차피 지원할 것을 적당한 타이밍을 찾고 있는 것 뿐이라고 본다. 자국민을 설득하고, 유럽 국가들의 충분한 감사를 끌어낼 타이밍.

Andy Xie의 글을 읽으면서, 얼마전 읽은 12월 1일자 뉴욕 타임즈의 폴 크루그만 칼럼(Killing the Euro)이 얼마나 간결하고 직관이 넘치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비록, 여기서 길게 설명을 하진 못하지만, 금융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는 것이 좋다.

One lesson a day (2006)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말했다. “어느 시대든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싸움에는 끝이 없다.” 때로는 무엇을 말하느냐 보다 누가 말하느냐가 중요해진다.
(1/5)

모건 스탠리의 Stephen Roach가 말한다. "인위적으로 강한 통화를 추구하는 환율정책은 인위적인 주식 부양정책을 쓰는 것과 같다"
(1/6)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각에 자신을 가져야 한다. 그 시각이 내 논리적 귀결이라면.
(2/7)

장정일. "예쁜 사람이 머리 나쁜 것은 신이 그만큼 공평하다는 것을 증거하는 것이지 쪽팔릴 일도 아니고 사는 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뜻에서 나는 안티미스코리아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엄청 잔인하게 느껴진다. 모든 분야에서 완벽할 수 없기에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서 가장 뛰어난 장점과 특기로 성공하고자 노력한다. 성상품화니 여성 비하니 하는 것은 당사자가 느껴야 절실한 것이지 주위 사람들이 대신 해 줄 수 없다. 학교 성적을 알 수는 없으나, 하려고만 했다면 김희선이나 최지우도 전교 1등을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서 자신이 승부를 내야 할 분야를 잘 알고 있었기에 우등상 같은 건 다른 동료들이 받을 수 있도록 양보했을 것이다."
(2/14)

포항공대 김경태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일단 쌓인 스트레스는 풀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쌓이지 않도록 피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한다.
(3/8)

무라카미 류. "딸이 (사실은 아들도) 바라는 건 좋은 아버지가 아니라 멋진 남자이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아무리 많은 선물을 했어도 딸은 그것을 고마워할지는 모르나 존경하지는 않는다. 딸은 아버지가 남자로서의 매력을 발휘할 때 아버지에게서 프라이드를 발견하는 것이다. 사실은 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들도 아내도 손자도 모두 마찬가지다."
(3/9)

숀 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내가 만나본 미국의 우상 중 나를 실망시키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다"
(3/10)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약속한 장소를 잊으면 건망증이고 약속한 사실을 잊으면 치매다.
(4/24)

폴 오스터의 소설, City of glass를 보면 어린 시절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인간은 다음 두가지에 대한 욕망을 갖지 못한다. 돈과 섹스.
(4/24)

"넌 왜 다빈치 코드의 상영을 반대하니?"
"이 영화는 기독교를 오해할 소지가 있으며..."
"그 영화를 봤니"
"아니"
"........"
(5/18)

Emanuel Derman. "물리학은 데이터의 99%를 설명하는데 3개의 법칙이 필요하지만, 파이낸스는 99개의 법칙으로 3%를 설명한다."
(8/9)

McGovern said that when his daughter was applying to colleges, he once asked Galbraith "as a practical matter" what difference it would make if she attended Harvard rather than Wellesley. Galbraith, according to McGovern, replied: "Well, at Harvard, if you're lucky, you might get Galbraith once a week. At Wellesley, you might get one of my C-minus students three days a week." The story is unfair to Wellesley, which has a good economics department. But if you change "C-minus" to "A-minus," Galbraith had things about right.
- Mankiw-
(9/12)

출근하는 아침, 남자 회사원의 존엄성을 가름하는 것은 바지의 주름이다. 다려지지 않은 쭈글쭈글한 양복 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그"는 아무리 무서운 인상을 하고 있더라도, 사자에게 시달리는 토끼의 이미지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그것이 월요일 아침이고, 그가 지하철 1호선에서 입을 벌리고 자고 있다면 더욱 더 그를 삶의 피곤함에 지쳐 한숨짓는 토끼와 동일시하게 만들고 만다.
(9/25)

지성의 첫번째 단계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별하는 것이다.
(9/28)

"행복이란게 뭔줄아냐? 이렇게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거 그게 행복이라는 거야 "
- 백윤식,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출전을 앞둔 아이들에게-
(10/27)

"하지 말라"는 부모님에 말씀에 "네"하는 어린이는 없다. 아이들은 대안없는 강요에 익숙하지 않다. 어른들도 대안없는 포기는 어려워하지 않는가?
(12/28)

One lesson a day (2005)

"포숙아는 어떻겠소?"
그러자 관중이 말했다.
"안 됩니다. 포숙아는 사람됨이 지나치게 곧고 고집이 세며 일 처리에 있어서 너무 과격한 면이 있습니다. 강직하면 백성들에게 포악할 우려가 있고, 고집이 세면 백성이 마음을 잃게 되며, 과격하면 아랫사람들이 등용되기를 꺼려 할 것입니다. 그는 마음에 두려워하는 바가 없으니 패왕의 보좌역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가 좋겠소?
"습붕이면 좋습니다. 그는 사람됨이 안으로는 굳은 마음을 지녔고 밖으로는 청렴한 생활을 즐거워하며 욕심이 적고 신의가 두텁습니다. 안으로는 마음이 굳건하므로 표준으로 삼을 만하며, 밖으로는 몸가짐이 청렴하므로 큰 일을 맡길 수 있습니다. 또 욕심이 적으므로 백성을 다스릴 수 있고, 신의가 두터우니 이웃 나라들과 친교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패왕을 보필할 사람이 갖춰야 할 조건일 것입니다. 왕께서는 그를 쓰십시오"

환공은 포숙아도 아니고 습붕도 아닌 수조를 썼다.

수조는 누구인가?

수조는 환공이 여색을 좋아하지만 질투심이 강한 것을 알고 스스로 거세하고 내시가 된 자다.
(1/8)

오스트리아와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국기가 비슷하게 생긴 이유는, 오스만 투르크를 빈에서 격퇴한 함스부르크 왕가의 깃발(가로 삼색기)를 본 땄기 때문이다. 유럽의 절대왕자로 떠오른 함스부르크 왕가는 스페인과 네덜란드까지 지배했다.
(1/10)

여성이 과학과 수학에서 원래 능력이 딸린다고 말해서 파문을 부른 하버드 대 총장 서머스는 이런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자식이 부모에게 전화를 거는 횟수는 부모의 재산 전체가 아니라,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의 크기에 정비례한다"
(1/25)

스페인에서는 이혼 후 1년 간 결혼이 금지된다. 그래서 스페인 리그에서 뛰는 호나우도가 치룬 결혼식의 공식이름은 약혼식이었다.
(2/16)

허무하지만 다행스런 일의 예. 아들의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발버둥 치는 그를 얼러 바지를 내리고 기저귀를 열었는데, 그것이 방귀소리인 줄 깨달았을 때.
(2/20)

모든 보이는 마마 보이의 가능성을 갖고 태어난다.
(2/27)

마이클 코어스가 이렇게 말했다. "경박스럽지 않게 섹시하게 보이고 싶다면, 35세처럼 입을 것. 브래드 피트는 40세. 커트 러셀은 53세, 주드 로는 31세. 그런데 그들의 스타일은 모두 35세다. 좀 젊은 남자는 세련되고 교양있게 보이려고 수트를 입는다. 나이 든 남자는 좀 더 젊게 느끼려고 캐쥬얼 복장으로 간다. 이 모든 것이 합쳐지면 세상 남자들은 35세다"
(3/6)

1평방 킬로당 중국의 인구밀도는 132명이다. 일본은 336명이고, 한국은 478명(맙소사!)이며, 인도는 338명이다. 독일이 230명이고 영국이 247명이다.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중국 동안(東岸)의 13개 대도시의 인구밀도가 407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국의 인구밀도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편견이다. 중국은 넓다.
(3/9)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진보란 사회적 소수자 혹은 인간 개개인의 현실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이 맞다면, 기독교인이라면 모두가 진보주의자일 것이다.
(3/31)

유성룡은 리서치하는 인간이었다. 임란중에 그는 징비록을 통해 전략을 세웠고, 기록을 남겼고, 교훈을 세겼다. 리서치하지 않는 전문가는 거짓 전문가다.
(4/7)

"어떻게 사장님과 만나게 되셨나요"하는 이병헌의 질문을 신민아는 "왜 사장님을 만나게 됐냐구요?"라고 돌려준다. "괜한 걸 물어봐서 죄송합니다"라고 이병헌은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어하는대로 듣고,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한다.
(4/7)

예프게니 키신이 천재인 줄 오늘 깨달았다. 키신은 사라지고 베토벤만 남은 온전한 '월광'을 들었다.
(5/9)

"철학의 첫장은 논리적이어야만 하는 세계와 직관적이어야만 하는 세계를 논리적으로 구별하는 것이어야만 한다"고 김용옥 선생이 말했던 것 같다. 그리고 첨언했다. "비논리성에 속박 당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체념이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는 인간 속성에 대한 이해와 그에 대처하는 노력이 이성적 입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20대의 내게 꽤 괜찮은 충고를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5/17)

(김지운) 감독의 가장 ‘달콤한 인생’은 어느 때였나.“백수였을 때다. 그땐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음악 한 곡을 들어도 행복했다.”
(7/20)

강자만이 기다릴 수 있다. 약자는 기다리지 못 한다. 때로는 기다리게 만드는 것이 복수다.
(7/22)

골드만 삭스의 Bill Dudley가 말한다. "The new forecast will be wrong, just like the old one. Still our goal will be to try to be less wrong than others"
(8/10)

깨달은 자는 동요하지 않는다. 감정의 중용은 정태적 균형이 아니라 동태적 균형일 것이다. 그러나, 감정의 균형이 항상 유지되는 자의 삶에는 강한 자기만족이 있을 뿐, 다른 사람에게 주는 즐거움은 없다. 깨달은 자의 삶은 기능적으로 유지될 뿐, 다른 사람을 울리지도 웃기지도 못한다.
(9/4)

성경에 보면 먹을 것에 대한 예수의 태도는 둘로 나뉜다. 지치고 힘들고 오래 기다린 사람들을 위해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예수와 허기진 당신을 유혹하는 사탄에게 인간은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고 질타하는 예수. 성경 뿐만 아니라 어떤 텍스트, 어떤 상황을 이해하는 올바른 방식은 그 맥락의 전후를 따지는 것이다. 인간은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지만, 인간은 빵으로 사는 것이다. 우리는 빵이 없으면 살 수 없이지만, 빵만 가지고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달성할 수 없다. 텍스트 중의 일부만을 잘라서 들이미는 방식의 해석은 성경이 아니라 만화라도, 경계해야 한다.
(10/9)

그래서 유골을 찾기 위해서 대부분의 화석학자들은 뜨겁고 건조한 지역을 찾아다닌다. 그런 곳이라고 특별히 유골이 더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곳에서는 유골을 발견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레드 오션을 피해야 하는 이유.
(11/9)

EBS 딩동댕 유치원에 의하면, 초원의 기린은 서서 자고, 동물원의 기린은 앉아서 잔다. 당신이라면 서서 자는 고단한 자유를 택하겠는가, 앉아서 달콤하게 자지만 담장안에 갖혀 살겠는가?
(11/13)

Monday, January 02, 2012

One lesson a day (2003- 2004)

엄밀한 의미의 공주병과 왕자병이란 '자기만은 예외'라는 인식이다. 무엇으로부터? 상황의 엄격한 적용, 행운과 불운의 랜덤 워크, 그리고 사람들의 이성적인 선택의 결과 따위로부터.
(2003/11/30)

진정한 예술적 재능은 그것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 절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2003/11/30)

평론가인 양 책의 리뷰를 쓰지 마라. 내게 의미있는 것은 그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는가이고, 덧붙이자면, 기억할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 몇가지 뿐이다.
(2004/1/2)

드라마를 쓸 때, 미래를 가진 남자보다 과거를 가진 여자가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 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2004/6/2)

운동의 가장 원초적인 기능은 몸보다 정신을 건강하게 한다는 것이다.
(2004/1/28)

가야할 모임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방법. 그들이 비슷한 성격의 내 모임에 오지 않아도 무방하다면.
(2004/2/23)

술모임의 원칙. 이틀 연속으로 약속을 잡지 않는다. 최초의 유부남이 일어나면 그 다음으로 집에 간다. 탐식을 하지 않는다. 계산을 할 때는 신발끈을 오래 맨다.
(2004/3/9)

두산 그룹 회장이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니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교과서에서 지워야 한다는 말을 했다. 자신의 이기적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존경받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도덕 교과서에서 지워야 하나? 바보.
(2004/3/18)

그는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자신에게 솔직할 때 더 추해질 것이란 점이다. 나는 이제 그를 볼 일이 없다.
(2004/3/27)

S형에 의하면, 살아남는 정치인이 될 수 있는 자질에는 다음 세 가지가 있다. 1) 자기 희생을 통해 공공선을 이루로자 하는 이타적 욕망, 2) 지위를 이용해 부와 명예를 이루고자 하는 이기적 욕망, 3) 전략적 사고를 활용하고자 하는 직업적 욕망.
(2004/3/31)

용기란 최선을 가질 수 없으면 차선을 택하는 것이다. 지혜란 최악을 줄 수 없다면, 차악을 주는 것이다.
(2004/4/25)

놀라운 일이다. 인간의 입에서 나는 악취가 모두 동일하다니.
(2004/5/12)

10만원 짜리 커트를 하고, 1만원 짜리 티셔츠를 입는 것이, 1만원 짜리 커트를 하고 10만원 짜리 티셔츠를 입는 것보다 낫다. 10만원 짜리 커트를 하기 전까지는 그걸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2004/5/22)

헥토르와 같은 인간은 아킬레스와 같은 인간에게 패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인간에게게 이기고 오직 운명에게만 패배한 인간보다는, 한 인간에게만 패배하지만 결국 자신의 운명을 긍정한 사내가 더 인상 깊다.
(2004/5/24)

에게해를 근거로 하던 미케네 문명이 '트로이 목마'로 인해 그리스 문명에 망했다는 것은 문학적 상상력일 뿐이다. 칼 브레건에 의하면, 트로이의 멸망은 지진때문이었다.
(2004/5/24)

무신론과 무종교론을 구별해야 한다. 전자는 입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거부고, 후자는 관습적인 것에 대한 거부다
(2004/6/7)

행복의 첫번째 조건은 행복해지려는 의지다.
(2004/6/7)

너희들은 나를 잊을 수 없다
(2004/6/17)

신의 관점에서 보자면, 가공할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을 괴롭히는 게 제일 재밌을 것이다.
(2004/6/19)

현실이 드라마보다 복잡한 이유는 얼굴이 잘 생겼다고 가난의 문제까지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2004/6/19)

K형에 의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에는 남들 하는 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다.
(2004/6/28)

검찰이 송두율을 석방하는 것보다,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리는 것이 옳다.
(2004/7/14)

만고의 진리를 하나 아는데 그건,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것"이다.
(2004/8/9)

초면에 나누는 대화의 양이 지나치게 많다면 대개 다음 둘 중 하나다. 심리적 공격 혹은 심리적 방어.
(2004/8/17)

인생의 비극은, Bach를 이해하는 기쁨과 고독이 Bach를 이해하지 못하는 누군가를 욕망하면서 그 자세가 망가진다는 데 있다.
(2004/8/22)

2004년 9월 4일 토요일 '정트리오 콘서트'에 온 배우 한혜숙은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저녁에 많이 잤으니.
(2004/9/5)

"얼마나 높아야 지나치게 높은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를 영작하면?- How high is too high is uncertain.
(2004/10/19)

시트콤 '혼자가 아니야'는 여자 친구의 집 화장실에서 화장지가 없어 샤워를 하던 도중 들이닥친 여자친구의 부모에게 두들겨 맞고 쫒겨나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상상력을 다시 부팅하자.
(2004/10/25)

왜 야구 감독들만 선수와 같은 유니폼을 입는 것일까? 배구나 농구 그리고 축구 감독도 어서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서라!, 라고 말하고 싶지만, 참자.
(2004/11/1)

어떤 종교가 어떤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인간인가가 어떤 종교를 선택하게 만든다는 이윤기 선생의 말은 옳다.
(2004/11/14)

폴 크루그만에 의하면, 자본주의 비인간성의 핵심에는 자본주의가 노동을 하나의 상품으로 다룬다는 데 있다.
(2004/11/16)

오페라 가수와 사랑에 빠졌다, 라는 문장에는 연애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2004/11/24, '사랑의 묘약'을 보고)

혼란이 생긴 사람에게 내가 한 충고는 이랬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모르겠거든 너가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물으렴. 만약 누가 똑똑한지 모르겠거든, 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물으렴"
(2004/12/4)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지혜란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것이다. 하느님을 경외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지혜다" 틸리히의 결론과 거의 같다. 가끔 아버지 때문에 놀랄 때가 있다.
(2004/12/26)

태음인

의사 친구와 선후배들이 많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의사들은 한약이라면 질겁을 하고, 침도 뜸도 맞지 않는다. 내 경험에 의하면, 침을 맞고 확연한 효과를 본 적은 없지만, 정말로 고질적으로 잘 낫지 않던 발목이 뜸으로 하루 만에 나은 적이 있다. 당연히 의사들의 대부분은 한의학을 불신하고, 사상의학이나 체질 같은 건 믿지 않는다.

내가 사상체질이란 게 있다고 믿게 된 계기는 술 때문이었다. 대학 시절 나는 꽤 술이 센 편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보쌈에 막걸리를 먹다가, 정말 무슨 마법에 걸린 것처럼 맛이 갔다. 과장하자면, 술과 음식을 잘 먹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전부 다 토해버렸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골똘히 생각해 봤지만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얼마 지나서, 역시 보쌈에 맥주를 먹다가 또 거짓말처럼 다 토해 버렸다. 그 뒤 맥주를 끓여서 돼지고기 샤브샤브를 하면 꽤 맛있다는 말에, 집에서 시도하다가 한 점을 딱 입에 넣고 삼켰는데, 1분도 안 되서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그 뒤로는 돼지 고기는 왠만하면 먹지 않았다. 꼭 먹어야 할 땐 소주에만 먹었다. 처음엔, 돼지고기와 맥주/막걸리는 서로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음식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 둘을 퍼먹고도 멀쩡한 인간들이 내 주변엔 너무 많았다. 그리고 술 마신 지난 20년 여년 동안 소고기에 양주만 먹었는데 탈이 난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중국집에서 빼갈을 마시고 탈이 난 적도 없었다. 우연히라고 보기엔, 분명한 규칙성이 존재했다.

나는 태음인이기 때문에, 태음인에 대해서는 공부와 연구를 꽤 많이 한 편이다. 태음인은 소위 간대폐소(肝大肺小) 체질이다. 폐암환자의 90%가 태음인이란 주장도 있다. 간이 강하니까 왠만큼 술을 잘 마신다. 내가 그렇다. 폐가 좋지 않기 때문에,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역시 내가 그렇다. 담배를 조금 피우다 끊었는데, 그건 내가 독한 넘이어서가 아니라, 더 피면 죽을 거 같아서, 내가 스스로 끊었다. 소화력이 좋기 때문에 식탐이 심하다. 성격적으로도 전형적인 태음인에 가깝다. 꼼꼼하고 신중하다 못해 우유부단해 보인다. 낙천적이고, 차분하며, 수줍음이 많다. 그렇지만, 자존심은 강하다. 태음인에게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이 있는데, 그 중에는 경험적으로 몸이 깨닫고 인지하는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다. 고기 중에는 소고기가 좋고, 돼지 고기가 나쁘다. 닭고기는 소음인 음식이라 중립. 생선은 나 자신이 잘 먹지 않는 편이라 별로 상관없지만, 먹는다면 비늘 없는 생선이 좋다. 대구, 명태, 등푸른 생선(참치 삼치 고등어)이 좋다. 내 경우는 비늘이 있는 흰 생선의 회를 먹거나 (겨자가 있는)스시를 먹으면 속이 차가와지고 설사를 한다. 오징어, 낙지가 맞지 않다. 좋아하지 않는 넘들이라 인생에 큰 지장 없다. 대부분의 조개가 맞지 않다. 이건 좀 문제다. 바지락 칼국수는 어쩐다. 태음인에게 좋은 음식의 압권은 게와 가재다. 소고기, 게, 가재만 먹고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좋다. 태음인들은 돈 많이 벌어야 한다. 밀가루가 체질에 맞지만, 태음인은 체질적으로 소화력이 좋아 비만해지기 쉽다. 빵이나 국수를 마구 먹는 건 조심해야 한다. 율무, 콩, 밀가루, 수수, 고구마, 양파, 잣, 밤, 유제품이 전형적인 태음인 음식이다.

가장 압권은 술. 태음인은 맥주를 마시면 안 된다. 특히 돼지고기에 맥주 먹으면 조금만 컨디션이 나빠도 토하거나 설사를 한다. 막걸리도 좋지 않다. 포도주를 마시면 식도염이나 위염에 걸린다. 한때 포도주에 심취했으나, 다 끊었다. 선물 받으면 양주로 바꾼다. 포도주를 태음인 음식이란 걸 알고 끊은 게 아니라 도저히 후유증 때문에 마실 수가 없었다. 정종이나 일본 사케도 좋지 않다. 소주 두 병 마신 것보다 사케 한병 마신날 다음날 두통과 설사가 심했다. 빼갈 같은 독주는 도수가 높아서 쉽게 취하지만 뒤끝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태음인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그렇다. 태음인이 숙취를 해소한답시고 꿀물 먹으면 더 회복이 늦다. 차라리 설탕물을 따뜻하게 해서, 먹는 게 경험적으로 더 낫다. 설탕(사탕수수)은 태음인 음식이다. 옥수수는 양인(陽人)을 위한 음식이라, 옥수수로 만든 시리얼이나 팝콘 먹으면 좋지 않다. 극장 가더라도 팝콘은 사지 말자.

태음인이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에는 슬프게도 좋아하는 것들도 있다. 신기한 건, 대부분이 좋아하면서도 먹고나면 후회하는 것들이다. 여름의 별미 메밀 국수. 맛이 훌륭해 입은 좋아하지만 먹고 나면 항상 속은 좋지 않다. 메밀은 태음인과 상극이다. 맥주가 좋지 않은데, 감자도 좋지 않으니, 포테이토 칩에 맥주는 아주 나쁜 조합이다. 고기 먹을 때, 상추에 싸먹는 건 태음인이 할 짓이 못 된다. 깻잎은 그래도 소음인 음식이니까 정 먹고 싶으면 깻잎에 양파 무침이나 파무침(역시 소음인 음식)을 먹은 게 좋다. 김치 중에서 배추김치는 양인 음식이니까 그 보다는 무김치가 좋다. 서양 속담에 아침사과가 금이고 저녁사과는 똥이라는데, 언제 먹든 태음인에게는 사과는 다 똥이다. 맥주집에서 가끔 골뱅이 파무침 시켜주면 환장하는데, 골뱅이는 빼고 파와 소면 사리만 먹는 게 좋다. 가슴 아프지만, 골뱅이는 양인들이게 양보해야 한다. 새우도 피해야 한다. 삼선짜장보다는 일반짜장이 낫겠다. 키위, 사과, 포도, 토마토, 딸기, 바나나, 파이애플은 모두 양인 음식이다. 유감스럽게도, 카페에서 파는 과일주스와는 거의 인연이 없다. 수박, 참외, 배는 그나마 태음인 음식이니, 여름에 수박 주스는 좋은 카페에서 먹어도 되겠다. 멍게, 해삼, 굴, 전복, 조개, 낙지는 모두 소양인 음식으로, 포장마차에서 먹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다행이다. 마장마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우리 가족의 체질을 판별해 준 한태영 선생에 의하면, 같은 약물이라도 누구에게는 독이 되고, 누구에게는 약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항암제는 소음인에게 적합하다. 소음체(미각이 발달하고 앞니가 발달하고 엉덩이가 발달)인 쥐를 대상으로 만든 약이기 때문이다. 체질에 맞을 때는 항암제도 결코 힘들지 않다, 는 것이 한태영 선생의 설명이다. 결론은 태음인은 암에 걸리면 항암제가 잘 안 들을지도 모르니, 안 걸리는 게 상책이다. 다행히 다른 체질에 비해서 태음은 암에 잘 걸리는 체질은 아니다. 태음인이 몸이 안 좋다고 인삼을 먹으면 간에 무리가 오고 혈압도 올라간다. 내 경우는 인삼이든 홍삼이든 전혀 먹을 수가 없다. 정관장 홍삼 뜯어서 한 팩만 먹여도, 내 하루를 완전히 망쳐버릴 수가 있다. 녹용은 태음인을 위한 보약이다. 몸에 아주 좋다. 태음인은 관절 활액이 마르기 쉬어 무릎을 비롯한 관절이 아프기 쉽다. 나는 잘 비만해지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태음인의 기본적인 체질은 비만해지기 쉬워 관절이 아프기도 한다. 상어연골과 글루코사민이 좋다. 소염제로는 타이레놀 보다는 애드빌(혹은 부루펜)이 잘 맞는다고 하는데, 이건 딜레마다. 편두통이 올 때 타이레놀만큼 빠른 게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부작용(특히 위염이나 위암)이 올 수 있다고 경고를 받아서, 조심하는 중이다. 요즘 새로 나온 제 3세대 소염제라는 세레브렉스는 어떨지 모르겠다. 태음인은 중풍이나 고혈압이 오기 쉽고, 비만에 취약해서, 항상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특히 어깨를 많이 움직여서 목과 상체의 순환을 도와야 한다. 한태영 선생은 임상적으로 태음인의 여러 질환에 효과를 볼수 있으며, 항암의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 비타민E를 권한다. 비타민 E를 태음인것으로 한정하는 것은 국내에서 시판되는 비타민E 는 주로 밀기울에서 생산되기 되고, 비타민을 추출하는 콩류나 해바라기씨등이 주로 태음인 식품이기 때문이다. 만약 비타민 E의 천연물질의 기원이 olive oil 이나 옥수수 등에서 추출된것이라면 태음인에게 권장하고 않는다. 또 하나. 태음인은 땀을 흘려야 건강한 체질이다. 태음인이 땀이 나지 않으면 상태가 좋지 않다. 가벼운 감기에 걸렸을 때, 가벼운 사우나를 하는 것이 태음인에게는 나쁘지 않다. 그리고, 태음인은 감기에 걸려도 거의 기관지에서부터 시작도한다. 목이 붓고, 기침을 한다.

김명근 선생이 "우리아이 공부비결, 체질에 숨어 있다"이란 책을 썼는데, 요약본을 어떤 잡지에서 봤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사 볼 예정. 문제는 체질감별을 아무 한의사나 할 수 없다는 것인데, 꼭 사상을 하는 분에게 판별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