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08, 2012

담대한 희망, 분명한 전략

이경은이 다음 주 출간 예정인 "대통령은 왜 임기 전에 실패할까"는 아주 좋은 책이다.  아마도 올해 읽은 가장 재미있었던 책 중에 한 권이 될 것 같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출간되기 전에 읽었지만, 이 책은 대선을 앞둔 세 명의 유력 후보나 관련된 정치인들 뿐 아니라, 삶의 지향점을 만들고 싶어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전략적일 수 없다면 철학적일 것"이라는 나의 계속되는 주장이, 정책적 혹은 정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정치인 뿐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에게도 어떤 구체적인 함의를 가지는지 이 책은 여러 사례들을 보여준다.

1860년 링컨은 유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  네 명의 후보들 중에서 링컨은 가장 덜 유명하고, 가장 존재감이 약했으며, 또 가장 못생긴 후보였다.  제일 못난 후보였던 링컨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더 잘나갔던 정적들을 각료로 임명했다.  노예제도를 둘러싸고 두 개의 미국으로 분열되고 전쟁이 임박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국무장관으로 임명된 뉴욕 상원의원 슈어드는 링컨의 전략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링컨을 공공연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링컨의 헌신적인 노력에 통해서 슈어드는 링컨과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링컨을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칭송하게 된다.  전기 작가 굿윈은 링컨이 라이벌과 정적을 각료로 임명하는 정략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왜 가능했던 것인지 설명한다.  그것은 링컨이 초인이거나 성인이어서가 아니라 링컨의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저급한 라이벌 의식이나 열등감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만큼 그는 자신의 정책적인 목표에 집중했던 것이다.  링컨은 자신이 자각한 시대정신을 구현할 정책 목표를 위해서 자신의 인간적인 모멸감 같은 사적인 감정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만큼 자신의 목표에 대한 인식이 강렬해기 때문이다

이경은은 2008년 대통령이 된 오바마의 인선이 링컨의 인선 못지 않게 감동적이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2008년 당시, 가장 주목받는 사건은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에 임명되고 로버트 게이츠가 국방장관에 유임되는 오바마의 내각구성이었다.  오바마는 민주당 경선에서 자신의 최대 정적이었고, 존재감으로 보면 자신보다 어쩌면 더 강렬할 수 있는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다.  게다가 부시 정권에서 국방장관이었던 공화당 사람인 로버트 게이츠를 국방장관으로 연임시켰다.  신선함에 비해서 외교안보 분야에서 경험이 부족한 현실을 적극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이란 정략적 판단을 떨쳐버렸다.  이러한 결정에 회의적인 사람도 있었지만, 이 인사가 갖는 전략적 의미를 부인할 수는 없었다.  측근을 챙겨주거나 코드에 집중한 인사라는 비판은 불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오바마의 이러한 인사는 성공적이었다.  4년 간의 외교안보정책의 안정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책적 목표를 위해서 권한과 권위를 나누겠다는 오바마의 의지는 엉뚱한 곳에서 보답이 왔다.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인 빌 클린턴은 힘들게 이번 재선을 치른 오바마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9월 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인상적인 50분간의 연설을 통해 오바마의 존재감을 끌어올렸고, 첫 번째 토론이후 지지율이 하락하는 오바마를 위해 대중 유세를 마다하지 않았다.  선거전 마지막 주말까지도 오바마와 함께 공동유세에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재선이 확정된 오바마가 제일 먼저 감사전화를 건 자신의 재선을 위해 목소리까지 쉬어버린 클린턴이었다.

전략적 선택을 잘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전략적 사고를 잘 하는 머리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링컨이나 오바마의 모습에서 보듯,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으면 전략의 수립이나 수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당신의 경제학적 분석은 잘 들어맞지 않아요"라는 말을 가끔씩 듣는다.  하지만,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실은 대부분의 인간이 분명한 목표를 갖고 살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문득 든다.   클리어한 인생의 목표가 없는데 어떻게 전략적 선택이 가능한가.  전략이란 구체적인 대안에 대한 선택이고, 전략적 선택이란 그 대안들이 갖고 있는 페이오프에 대한 판단인데.

6 comments: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된다지만 살면서 느끼는건 얼굴은 그 사람의 성격이나 살아온 인생을 어느 정도는 말해주는 것 같다는 겁니다. 아니 짐작했던 것과 맞는 경우가 많더군요...오바다VS롬니 단순히 얼굴만 보고 택하라면 전 오바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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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선생님 오바마가 당선됐으니 다음 책 내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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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연말이면 그해 읽으신 책에 대해 가치 매겨주시곤 했는데 올해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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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오바마의 acceptance speech 중에서
    "In the weeks ahead, I also look forward to sitting down with Governor Romney to talk about where we can work together to move this country forward."
    아마도 롬니와 일을 할 계획인것 같은데요. 그게 언제쯤 될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acceptance speech에는 좀 weird한 내용이라 생각했씁니다. 하지만, 이렇듯 오바마가 거리낌없이 경쟁자들의 도움을 나중에 받을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것은 말씀하신대로 훌륭하고 대부분의 이성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내릴수 없는 결정이라는것 맞다고 생각합니다.

    좀 새어나가는 이야기 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는 많은 지역에서 투표를 하기 위하여 아주 오래 순서가 오기까지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합니다. 제 3세계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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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잙 읽었습니다.

    -doc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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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추천해 주신 이후 구매하고 다른 책을 읽다가 몇 일전에야 읽었습니다.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ㅎㅎ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료하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지금 현재 상황과 겹치니 흥미가 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과 현재 상황을 같이 생각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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