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November 06, 2012

토요일, 생각의 과잉

점심
2주 전쯤 아내가 없던 토요일 저녁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맛있게 먹었던 중국집에 이번 토요일 점심 때 다시 들렸다. 이 집 탕수육이 정말 훌륭했어, 라고 말하면서 시킨 탕수육은 최근 먹어본 것중에서 최악. 튀김은 딱딱하고, 대충 뿌린 소스는 달짝지근, 소스와 튀김은 따로 논다. 도대체 2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나오다 보니 50대 중반의 아저씨가 조리중. 주방장이 아니라고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고, 주방장이라고 하기엔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사장에게 맛이 이상하다고 했더니, "쉬는 주방장 대신 과장님이 요리했어요"라고 말한다. 아마도 저 분도 주방장이 조리하는 탕수육을 옆에서 수없이 많이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과장님은 주방장이 내는 그 맛을 낼 수가 없다. 나라면 그 맛을 배우기 위해서 정말 노력했을텐데. 그러면 언젠가는 내가 직접 맛있는 탕수육 가게를 낼 수 있을텐데. 하다못해, 내 아이들에게 정말 맛있는 탕수육을 해줄 수라도 있을텐데.

오후
아내는 오후에 부재중이고 나는 아이를 축구대회에 대려간다. 아이의 팀은 꼴등인 5등을 했다. 아이는 코치가 팀을 약한 아이들로 짜서 졌다며 짜증을 내고 결국 핸드폰이 든 잠바도 잃어 버렸다. 차에서 안 내리겠다면서 강짜를 놓는 아이를 참고 데리고 올라와 아주 혼을 냈다. "축구라는 게임의 속성은 아무리 내가 잘해도 동료들이 못하면 질 수 있는 것이니 그런 게 싫은면 축구를 하지 말라"고 했다. 남의 입장을 이해하라는 취지지만 유난히 독특한 성질머리를 가진 이 아이는 엎드려 뻗쳐 자세에도 계속 게기다가 겨우 굴복한다. 아빠는 힘이 세긴 하지만 그래도 아빠는 너가 맞는 말을 하면 인정할테니 어디 너의 주장을 해보라고 하지만 아이는 설득력있는 반박을 하기 어렵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나이의 사내 아이는 굴복하고 나면 더 친해진다는 것. 뒷끝이 없다. 그리고 말을 오히려 잘 듣기 시작한다는 것. 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동네 목욕탕에 갔다. 아이의 같은 반 친구이자 축구반 친구인 아이가 있다. "얘 학교에서 어떠니?" 그랬더니 "수업시간에 다른 책 봐요" "선생님이 모라고 안 하셔?" "혼 내시다가 이젠 포기하셨데요. 집 나간 강아지래요" 그 아이는 다른 축구반 친구와 냉탕에서 장난치다가 결국 발을 다친다. 도망간 친구를 화가 나서 쫓다가 문을 확 열었는데 문밑으로 엄지 발가락이 깔렸다. 어른들이 문을 들어 아이의 발을 꺼낸다. 내가 보고 "이거 꼬매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더니 아이는 대성통곡(하지만 자세히 보니 생각보다 깊이가 깊진 않다). 아이들의 웃음과 울음, 천진난만함과 경고망동이 가득한 토요일 오후다. 둘째는 형들의 난리법석을 보더니 겁이 나서 목욕탕 문을 열지 못한다. 마지막 운명의 장난. 아이가 놓고 간 잠바를 누군가 경비실에 맡겨주었다는 사실을 집에 와서 발견한다. 그 분은 엄지 발가락을 다친 바로 그 아이의 엄마.

저녁
저녁까지 이어지는 아내의 부재. 스파게티를 요리하려고 했더니 재료를 찾을 수가 없다. 밥먹으러 나가자고 했더니 아이들이 거부. 결국 피자를 시켜 먹는다. 아이들은 '스타킹'에 집중한다. 아내가 돌아오면서 나는 맛사지를 간다. 돌아온 손선생님은 맛사지가 아니라 치료를 한다. 훌륭한 맛사지사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근육을 잘 풀어주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과 혈을 정확하게 눌러서 풀어주는 것에 더 집중하는 사람. 나는 후자를 선호한다. 손선생님의 손끝은 근육을 풀어주는 것 보다는 혈의 위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강약을 조절해서 누른다.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어려운 일이다. "오늘은 등하고 어깨만 한 시간 했어요"라고 말한다. 이런 능력은 타고 나는 것일까 아니면 노력일까. 몇 십년 째 일하고 있는 사람도 관성에 따라서 일을 하는 사람은 절대로 이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 하지만 문득 든 의문. 열심히 한다고 과연 할 수 있을까? 아마도. 하지만, 껍질을 깨뜨리기 위한 눈물 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사상의학을 하는 많은 한의사들이 중간에 포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사상의학만큼 매력적인 학문도 드물다. 예를 들어 인삼은 분명히 훌륭한 약재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렇지는 않다. 이리노테칸은 대장암 환자에게 잘 듣는 항암제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렇지는 않다. 어떤 환자는 그 항암제를 쓰면 상태가 더 나빠진다. 한 여름 맥주는 시원하고 맛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맞는 술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약을 먹었더니, 어떤 음식을 먹었더니 건강에 좋더라라는 말은 그 사람에게만 해당될 뿐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만약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영험한 약이나 음식이 있다면 세상이 이렇게 복잡하고 논쟁적일 리 없다. 만약 어떤 약과 음식이 특정 사람에게 맞는 이유를 체질이라고 설명하면 아귀가 잘 들어 맞는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어떤 체질인지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한의사들이 사상의학에 몰입하다가 포기한다. 알고 있는 지식은 한정적이지만 변종과 예외가 현상에서는 수없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왠만한 노력으로는 그 예외와 변종을 파악할 수 없다.

역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처음 사주보는 법을 배우는 사람들은 생년월일시로 사주를 세워 점을 보면서 즐거워 하지만, 곧 디테일에 들어가면 혼란에 빠진다. 인간의 삶은 결코 124가지로 정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차트 역시 마찬가지다. 차트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은 이평선의 영험함에 감탄하게 된다. 이평선이 돌파될 때의 강세장의 가능성, 이평선이 수렴될 때 변동성 확대의 가능성에 전율한다. 하지만, 이평선만으로는 절대 돈을 벌 수가 없기 때문에 곧 좌절에 빠진다. 모든 기술적 분석은 후행적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단순한 법칙으로는 설명될 수 없고, 파악될 수 없다. 그것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 많은 예외와 변칙이 존재한다. 결국은 복잡한 현상을 관통하는 직관을 바탕으로 변종과 변이와 이상현상을 통찰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재능은 상당부분 타고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명의, 뛰어난 점술가, 뛰어난 투자자 역시 타고 난다. 타고 나지 않으면서도 그 재주를 가지려면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인간들 뿐이다. 예를 들어서, 트레이더가 타고난 인간의 본성을 극복하려면 바닥까지 내려가보아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돈을 잃고, 직장에서 짤릴 위기쯤은 겪은 후에야 비로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자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런 바닥에서 포기한다.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쓰러졌다 하면 만사 잊고 그냥 쉬고만 싶어. 그게 KO된 자들의 공통점이야"

3 comments:

  1. 4천만의 사람에게는 4천만의 체질이 있겠죠

    그나마 태어나 자란 산과 들의 음식이 체질에 맞을텐데

    요즘 그게 가능한가요

    글로벌지구제국서

    올리브가 좋다면 먹고

    와인이 건강에 좋다면 먹어야죠.

    국산품 애용운동이 촌스러워보이는 시대에 나라밖 나가기 힘든 서민들은 국산 먹기도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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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죄송한데 혹시 다니시는 맛사지 위치랑 번호를 알 수 있을까요? 허리가 안 좋아서 좋다는 데는 다 다녔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혈'을 눌러주는 데는 아니었던 듯 싶어서요.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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