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분석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애플과 잡스는 모두 매력적인 존재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잡스는 버려진 사생아였다. 그는 대학을 중퇴했지만 중퇴한 대학마저 소위 명문대학이 아니었다. 그는 첨단기업인 애플의 CEO였지만 심지어 엔지니어도 아니었다. 그는 가장 비천한 자리에서 나서 자란 셈이지만, 종교지도자처럼 자아도취적이었다. 그는 모든 종교자들이 그렇듯, 믿는자와 믿지 않는 자를 분류했고, 믿지 않는 자를 자기사람으로 받아 들이는 것에 신중했다. 하지만,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구하는 데는 탁월했다. 팀 쿡이 그랬고, 조너던 아이브너가 그랬다. 그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은 종교지도자의 설교능력과 닮았다. 그는 사람들을 감화시켰을 뿐 아니라 선동했다.
잡스를 인간적으로만 접근해서는 그의 실체에 다가서지 못한다. 그는 애플을 창업했을 때도 디자인에 몰입했고, 자아도취적이였으며, 성공을 위해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가 애플에서 쫓겨난 후 재기에 성공해 돌아온 다음의 모습이 초기 애플의 모습과 다른 것은 혁신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효율성을 인식하는 자세다. 그는 돈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었고, 제품의 완결성을 위해서 다른 것을 희생할 수 있다는 애티튜드를 견지했다. 하지만, 후기 애플시대의 그는 결코 지상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모든 의사결정은 미래에 대한 분명한 예측을 전제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에 몰입했지만, 시기상조라고 판단하자 과감하게 아이폰에 먼저 집중했다.
나는 김밥 비지니스와 애플과 삼성전자를 비유한 적이 있다. 그때 주장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두 회사의 성공에는 형태는 달라도 강력한 밸류체인, 효율적인 공급망과 물류망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잡스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잡스는 자신의 후계자로 미련없이 시스템 전문가이자, 공급망과 물류 전문가인 팀 쿡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제품 생산전문가일 뿐'이라는 혹평을 받은 팀 쿡이 CEO가 된 것은 그의 존재로 애플 성공의 본질적인 이유가 설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효율적인 밸류 체인이 애플 성공의 모든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애플 보다 나은 밸류체인을 가진 회사가 있겠지만, 애플보다 위대한 회사는 아니다. 팀 쿡의 머리속에는 잡스는 갖고 있었지만, 자신은 갖지 못한 바로 대중과의 유대감, 대중에게 각인 시키는 제품과 시장 그리고 인간에 대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애티튜드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떠나지 않고 있을 것이다.
잡스에게 열광하는 대중의 심리는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았던 2007년과 안철수에게 열광하는 2012년의 마음과 비슷한 면이 있다. 대중은 자신들의 욕망하는 대상에게 열광한다. '야망의 세월'에서 각인된 유인촌의 이미지는 이명박에게 투사되었다. '무릎팍 도사'가 만들어 준 안철수의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다. 2007년의 사람들은 이명박이 되고 싶었고, 2012년의 사람들은 안철수를 욕망한다. 그들처럼 야먕을 품고, 그들처럼 성공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의 경고 소리는 그래서 잘 들리지 않는다. 잡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성공은 턱없이 위대하면서도 그의 출발점을 고려하면 나 역시, 아니면 내 자식은 왠지 그가 거둔 성공이 가능할 것만 같다는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잡스가 갖고 있는 심오한 이미지 뒤에는 폭넓고 심도있는 정보력과 친분 그리고 기술적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간 스티브 잡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다.
이 책, '인사이드 애플'은 술술 읽힌다. 애플과 잡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있다면,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번역도 훌륭하다. 나는 이 책과 '칭기스칸의 딸들, 제국을 경영하다'와 동시에 읽었는데, 두 책의 내용이 상호교차되면서 재밌게 읽었다. 칭기스칸은 주변 나라를 정복하고 제국을 세우는 데는 재주가 많았지만, 제국을 경영하는데는 자신도 재능도 없었다. 하지만, 아들들은 무능했고 게다가 인간적으로 미덥지도 못했다. 그는 과감하게 제국의 경영을 딸들에게 맡겼다. 중국은 당황하고 이슬람은 황당해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딸들은 스티브 잡스의 팀 쿡이었고, 마크 저커버그의 셰릴 샌드버그였다. 효율성과 혁신의 주제를 놓고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면, 잡스가 맡았던 혁신의 주제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가 이제 팀 쿡에 놓인 고민의 핵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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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MB에대한 경고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죠. 지금 안철수에 대한 경고의 소리는 어떤 것일까요?
ReplyDelete징기스칸이 딸에게 제국의 경영을 맡겼나요? 아들들이 제국을 분할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네요. 징기스칸, 애플... 혹시 삼성은 어떨까 싶은 의문이 드는군요.
아들에게 당연히 제국을 분할했습니다. 아구데이는 몽골 서부, 차가타이는 중앙아시아, 톨루이는 몽골 동부를, 그리고 친아들 여부를 의심받았던 주치의 후손은 러시아를 분할해주었습니다. 다만, 딸들에게도 제국을 분할해주었다는 게 특이하죠. 치체겐은 시베리아, 알라카이는 북중국, 알-알퉁은 위구르, 그리고 예수이 카툰은 탕구트 지역을 다스렸습니다.
Delete밑에 글에 마지막 리플을 달았는데 답장이 없군요 흑흑..
ReplyDelete슈퍼증세나 상속세가 증가하면 재벌이 한국을 떠날까요?
한 두 명 떠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한국에 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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