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제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은 사법부나 행정부에 비해서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진다. 물론 그 강력한 힘은 국민이 직접 선출했다는 정당성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선거와 선거의 텀이 길면 길수록, 그리고 유권자 수에 비해서 국회의원의 수가 적을수록 그들이 대변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이해관계 대신 자신의 이해관계에 충실할 인센티브는 커진다. 한번 당선되기만 하면 훨씬 강하고 견제받기 어려운 권력을 행사하려고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의회는 정부기관을 감사하지만 의회를 감사하는 기관은 없다. 감사하는 기관을 감사하는 기관을 또 만들기는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그 기관을 감사하는 기관을 또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의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때 어떤 사람들은 국회를 없애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겨울이 추우니 코트를 없애자, 라고 말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다. 옷이 얇아서 추운 것이 아니라 겨울이 추운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더 따뜻한 코트를 구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충분히 두껍지 않은 코트가 겨울을 불러왔다고 비난한다. 정서적으로 암울하고 지적으로 척박한 사회에서는 코트를 없애면 겨울이 오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각광을 받기도 한다.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때, 국회의원수를 줄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충분히 그럴듯 하다. 그 주장을 하는 것이 초등학교 2학년 내 아들이라면. 하지만, 그게 정당출신 대선 후보들을 지지율에서 위협하는 무소속의 대선 후보라면 참 딱한 일이다.
나는 국회의원 수는 늘리고, 정당 보조금은 확대하며, 선거의 텀은 더 줄이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능을 극대화하고, 부패의 가능성을 줄이며, 국회의원 개인의 권능은 축소하는 길이다. 그로 인해서 늘어나는 부담은 우리가 정치발전을 위해서 지불해야 할 당연한 비용이다. 그게 싫으면 코트를 벗고 겨울에 벌벌 떨면서 사는 것이 맞다. 만약, 구체적으로 어떤 코트를 얼마 주고 사는 게 추운 겨울을 나는데 좋은지 고민스럽다면,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정치 개혁의 핵심은 정치자금법의 개혁이다. 정치자금법의 개혁(혹은 현실화)없이는 어떤 형태의 검찰 개혁을 해도 큰 의미는 없다.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검사장을 선거로 뽑으면 달라질까? 정치를 시작하는 순간 모두 잠재적 범죄자일텐데. 그렇다고 안철수나 정몽준 같은 부자들에게만 정치를 맡길 순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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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코멘트를 수차례 하고 있는데, 의회의 축소 의사를 밝힌 것은 의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제를 하고 있어 보입니다.
ReplyDelete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쉬워졌기에 개인적으로 동감하고 있는 바고, 그 또한 무소속이기에 가능한 언급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날씨와 코트에 비유하신 부분이 참 와닿습니다...
ReplyDelete권한을 줄이고 책임을 늘리는 방법은 말씀하신대로 숫자를 늘리고 텀을 줄여야하는데..
ReplyDelete국민의 목소리는 전달되지 않죠
딱이네요
ReplyDelete좋네요.
ReplyDelete국회의원 수를 늘이는 것과 선거텀을 줄이는 것 자체는 긍정적 효과가 많아보입니다만 정당보조금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도리어 보조금 줄인 돈으로 국회의원 수를 늘이고 선거를 더 자주하는것이 나을듯.
ReplyDelete지금 같은 정치자금법하에서는 정당 보조금을 줄이면 결국 부패한 돈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Delete정치자금법의 문제가 뭔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렇다면 정치자금법을 고치는게 낫지 않을까요? 국회의원 수를 늘이고 선거텀을 줄이는 것이 "원론적인" 해결책이듯 정당보조금 문제도 "원론적인" 해결책을 찾는다면 정치자금법을 고치는것을 방향으로 잡는게 나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Delete문재인후보 발언에 대해서 실망하셨다고 했는데
ReplyDelete아직도 유효하신가요?
무슨 뜻인가요? 어떤 발언에 실망한 건 실망한 겁니다. 그것과 유효성은 무슨 상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를 지지한다고 해서 모든 면을 지지할 순 없는 거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Delete정당 보조금을 확대한다고 해서 정당들이 부패 자금을 쉽게 거절하리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양손에 돈자루를 쥐고 있을 부작용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겠지요. hubris님의 주장의 의미는 이해하겠는데, 언급하신 요소들이 충족된다고 해서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능의 극대화로 쉽게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워보입니다. 국회의원 수가 늘면, 국회 내에서의 의원 한 개인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줄어든다는 1/n의 논리도 이해가 가지만, 문제는 국회의원을 어떤 방법으로 늘리냐(선거제도, 선거구 재분배의 문제)에 관한 논의없이 쉽게 주장할 내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떤 정당에게 가장 혜택이 돌아갈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겠지요. 국회 내에서는 한 개인으로서의 영향력보다 얼마나 많은 개인이 소속으로하는 정당의 영향력이 더 중요할테니까요. 명쾌한 설명에 언제나 많은 공감을 하고 가지만, 위의 제안은 쉽게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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