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10, 2012

김기덕, 황금사자상을 받다

김기덕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영화감독 김기덕이 한국 사회에서 감독으로 데뷰하고 해외해서 성공하고 다시 한국에서 철저하게 외면받는 지난 15년 동안의 과정을 보면 영화의 예술성이나 그의 철학과는 별개로 김기덕이란 사람의 의지력에 경의를 표할만 하다. 김기덕과 그의 영화는 보수주의자, 진보주의자, 그리고 여성주의자 모두가 싫어할 조건을 골고루 갖췄다. 

보수주의자들은 김기덕이 보여주는 비천하고 남루하며 모순에 찬 현실을 혐오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을 빼면 김기덕의 영화는 오리엔탈리즘에 소구하지 않는다. 그의 첫번째 작품인 '악어'에서 시작된 그의 관점은 일반적인 영화관객이 일상적으로 볼 수 없는 사회의 밑바닥에 가까운 지점에 있다. 임권택이나 박찬욱 혹은 홍상수와는 완전히 다른 지점이다. 그의 영화는 여성주의자들로부터는 혐오에 가까운 반응을 얻었다. 김기덕이 묘사하고 있는 남성 군상은 사회의 계급모순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그들은 계급상의 불가촉천민이고 그런 그들보다 더 하층민은 같은 불가촉천민에 속한 여성뿐이다. 김기덕의 영화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계속 유린당하는데, 김기덕이 묘사하고 있는 세상에서 그러한 폭력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폭력은 늘 강한 쪽에서 약한 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당위'를 부여하서 비난하기 시작하면, 정치적으로 올바를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적 설득력은 사라진다. 하지만, 여성주의자들은 계급모순이 남녀간의 불평등을 훨씬 압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김기덕은 여성주의자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었고 차별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에게도 불편함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계급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김기덕의 영화는 진보주의자들로부터는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을까. 그렇지 않다. 김기덕의 영화는 그들로부터조차도 외면 받았다. 진보주의자들은 반여성주의자의 낙인이 찍히길 원치 않았고, 김기덕이 말하는 세계를 온전히 받아들일 정치적 인센티브가 없었다. 그래서, 김기덕은 결국 모두에게 외면받았다. 

한 해에 베를린 영화제와 베니스 영화제의 감독상을 석권한 전무후무한 영화 예술가가 돈이 없어서 영화를 찍지 못하고, 찍어도 걸지 못하고, 걸어도 외면 받는 상황에 처했다. 이쯤되면 김기덕 영화의 예술세계를 논하기 이전에 그의 삶자체가 분석의 대상이 될만한 가치를 가진다. 과연 누가 그렇게 세상과 맞서 그 정도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살 수 있을까.

6 comments:

  1. 보통 소위 예술영화를 좋아하네 아트하우스 무비가 어쩌고 하는 친구들은 물론 출신성분이 모든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체로 중산층 집안에서 적당히 괜찮은 머리 달고 '적당히' 좋은 학교에 가고 적당히 돈도 버는 친구들이 많을겁니다.

    반대로 돈이 없어서 깡촌에서 자란 사람들에겐 매일 보던 것이라 새로울 것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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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기덕 영화 자체가 본능으로부터 들이대는 지점이 너무 많은데, 이것이 중산층 씨네키들의 교육된 취향으로서는 참기 어려울거라고 봅니다. 유럽은 '유럽'이니까 김기덕에게 장애물이 없는 것이겠지만은...

    어찌되었건 김기덕을 혐오하다못해 증오하는 듯 했던 페미들에게는 안 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듀나만 해도 관심이 없다면서도 궁상맞을 정도로 까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데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없어보여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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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씨네키-씨네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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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김기덕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고 개인적인 성격 등이야 당연히 전혀 모릅니다만,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삶의 궤적을 놓고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제는 영화판에서도 이렇게 바닥에서부터 올라와서 성공한 사람을 보기 드물기 때문이겠죠.

    여성주의자들이 계급적 불평등이 성적 불평들을 우선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야 너무 당연한 거죠. 문제는 그런 불인정이 사회를 진보시키는데 있어서 방해가 된다는 건데, 과연 그들이 그것을 알고 있는지,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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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만 보여주는게 영화란 예술장르의 모든것은 아니죠.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게 대단히 축하받을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김기덕의 영화에 관객이 미어터진다거나 영화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거나 하지도 않을겁니다. 김기덕은 지난세월 세상이 자기 예술세계를 몰라준다고 한탄하지도 않았겠지만, 김기덕의 영화를 즐겨온 소수가 '역시 난 그를 미리부터 높게 평가해왔지' 하고 뿌듯해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예술은 취향이거든요. 김기덕 정도의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또 그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는 영화다' 등의 성공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그는 고객의 취향과 자신의 취향이 반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고집을 꺾지 않고 문제작들을 양산해왔지요. 그 고집에 찬사를 보냅니다. 여전히 제 취향은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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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김기덕 영화는 몇 개 안봤지만, 개인적으로 그분을 조금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제가 아니라 제 가족 중 한 사람이 그분과 인연이 있었는데, 그분의 전화며 이메일을 모두 모아 경찰에 고소해야 하지 않을까를 고민할 정도였어요. 영화와 사람의 스타일이 너무나 맞아떨어져 정말 무서웠지요. 저는 윗분이 쓰신 대로 교육받은 씨네키드의 취향이라 어지간한 예술영화 많이 봤는데도 그 분 영화는 불쾌해서 못 보겠더라구요. 거기다가 그 영화와 사람이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하면 무서워서라도 그분을 외면하고 싶어집니다. hubris 님이 지적하신 그분의 의지력이나, 국제영화제가 찬사를 보내는 천재적인 예술성은 인정하더라도, 아마 평생 그 분 영화는 다시 보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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