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따서 수상대에 오르는 장면은 언제봐도 가슴이 먹먹하다. 금메달과 관련된 세상의 드라마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첫째는 진종오나 기보배처럼 많은 사람이 예상했고, 본인도 기대한 경우. 워낙 월등한 실력이 있는 경우지만, 그래도 역시 그 과정을 보는 데는 꽤 감동이 있다. 가슴을 조이는 일은 적고, 박진감이 넘치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상당히 즐겁다. 둘째는 왕기춘처럼 월등한 실력으로 금메달 후보로 영순위로 꼽혔던 선수지만, 여러가지 불운이 겹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는 경우다. 왕기춘은 이원희를 윗 체급으로 밀어내버렸고, 밀려난 이원희 때문에 김재범이 밀려났고, 다시 밀려난 김재범 때문에 송대남이 밀려났다고 하는데, 정작 왕기춘 본인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물론이고 동메달도 따지 못했다. 압도적인 실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구나, 하는 탄식을 자아낸다. 세째는 박태환처럼 대중의 인기와 기대를 많이 받고 있는 경우다. 수영이란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워낙 특별하다 보니, 박태환 개인의 인기(잘 생겼다!)와 맞물려 굉장한 기대를 자아낸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실격할 뻔 하다가 결국 은메달을 땄는데,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심하게 위축되서 거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보다 박태환은 대단한 실력자구나, 라는 걸 이번에 느꼈다. 네째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만화처럼 등장해 금메달을 따내는 것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보다는 오히려 펜싱의 오심 논란이 더 관심을 받고 있는 희귀한 상황을 보게 되는데, 그만큼 그 판정은 이상했다. 심판은 시계에 따랐을 뿐이고, 문제는 심판이 아니라 시계이니까 판정은 정당하다는 게 조직위의 입장이다. 그런 식이라면, 시계만 조작할 수 있다면, 그래서 내가 이길 때까지 경기를 해서 결국 이기기만 한다면 절대 판정을 바꿀 수 없다. 제대로 된 심판이라면, 시간이 비정성적으로 오래 지나도 시간이 변하히 않고 있다면, 경기를 중단시키고, 시계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점검한 후, 판단할 수 없다면 비디오 판독이라도 했을 것이다.
이전 대회에서는 논란이 될만한 사건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배드민턴의 승부조작 사건이다. 처음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승부조작'이라는 표현 때문에 도박에 베팅을 한 후 일부러 경기를 진 것인가 했더니, 더 나은 대진을 위해서 고의로 승부를 져주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게다가 한쪽(중국)이 지려고 하자, 다른 한쪽(한국)도 져주려고 해서 양쪽을 모두 탈락시켰다.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는 혐의인데, 생각해보면 웃기는 논리다. 제대로 된 운영자라면, 일부러 져야만 유리해지는 그런 식의 대진을 짜서는 안 된다. 잘못된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각자의 전략과 선택을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을까? 질수록 금메달을 딸 수 있다면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사람들은 당연히 지려고 하지 않을까? 더 유리한 적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이겨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져야만 한다면, 그렇게 매카니즘을 짠 운영진을 비난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옳다. 불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진정한 스포츠 맨으로 칭송하는 것은 피상적인 통념으로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태의 책임을 전적으로 선수들에게 지우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하긴, 시계가 잘못되었지, 심판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사람들이니 이런 식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놀랍지는 않다.

Another, yet better-known, example where athletes respond to incentive by rigging the game: sumo wrestling.
ReplyDeletehttp://youtu.be/NKZzGiS5hv0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3579616
ReplyDelete-
Q. 솔직히 이렇게 달려온 인생이 행복하십니까?
나는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라는 것은 근거 없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시작과 끝이 자기 의지로 되지 않는데, 행복이란 인간이 너무나 행복하지 않아 만들어 낸 형이상학적 추론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죠. 즉 ‘행복을 위해 산다’는 말은 본질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말이에요. 저는 대신 ‘몰입의 평화와 성취감이 나를 존재하게 한다’고 믿어요.
-
몇몇 부분은 동의하지 않지만, '몰입의 평화와 그로 나오는 성취감'의 존재의 유무가 한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며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중 하나라는 걸 느끼기에 무릎을 치며 감탄했던 부분입니다.
-
미국 선수지만 전 더글라스 요정님^^ 기사 읽고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인터뷰도 얼마나 귀엽던지요.
ReplyDelete신아람 선수 패배는 정말 아쉽습니다. 그 후에 온갖 잡음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미 그렇게 상해버린 속을 어찌 하겠나... 싶어서 가슴이 아픕니다. 부디 재기할 수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