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01, 2012

후회없는 인생을 위하여

몇 년 전 한 방송국에서 심심풀이로 10대 부터 70대까지의 남녀를 대상으로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을 조사한 모양이다.  이것이 얼마나 솔직한 대답을 이끌어내는 형태의 조사고, 얼마나 큰 표본 집단인지는 모르겠지만, 5*7 매트릭스로 표현된 조사 결과는 상당히 흥미롭다.  그 결과에서 어떤 거창한 함의를 발굴하는 것보다 웃으면서 깨닫는 바가 있다. 


10대부터 50대까지의 남자와 10대부터 40대까지의 여자 모두가 "공부 좀 할 걸"하고 가장 뼈저리게 후회한다.  10대의 후회는 관습적인 반성처럼 느껴지는 반면, 40대와 50대까지도 그 후회가 계속되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학위나 기술이나 지식이 없는 경우 받아야 하는 설움 때문에 느끼는 아픔 때문일 것이다.  "공부는 인생을 개선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것은  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주장은 부자들의 음모이고 부자들은 자기 자식들은 대학원까지 보내고 있다, 라는 트윗을 한 적이 있는데, 거의 모든 국가에서 대졸 임금과 고졸 임금의 차이는 어마어마하고 점점 더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남자에게 "그 여자 잡을 것"은 40까지 남자의 마음 속을 떠나지 않다가, 50대가 되면 남자 순위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대신 돈에 대한 후회가 50대 이후로는 남자의 인생을 채운다.  40대까지 여자가 인생에서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니 이것은 말그대로 '온전한 후회'에 가깝다.  하지만, 50대 이후 돈을 더 벌고 아껴쓸 걸, 하고 후회하고 있다는 건 후회가 아니라 칼로 찌르는 듯한 아픔에 가깝다.   역시 남자는 철이 늦게 든다.

남자는 5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부모에게 효도할 걸"이 등장한다.  남자들은 이 나이가 되면 부모님들이 집중적으로 돌아가시기 때문이라고 추론해 본다.  같은 논리로, 여자들은 60대가 되면 "부모님께 잘할 걸", 이라고 후회한다.  여자들은 60대에 부모님들이 집중적으로 돌아가신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남녀간의 나이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 남녀 불문, 자식에 대한 후회와 달리 부모에 대한 후회는 산발적이며 늦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어쩔 수 없이 비대칭적인 것.

여자들은 60대가 되어도 "이 집에 시집온 것"에 대한 후회를 멈추지 않는다.  즉, 남편이 죽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서 여자들은 이 집에 시집오고 저 남자와 결혼한 것에 대한 후회를 멈춘다.  대신 일단 남편이 죽고 나면, 심정적으로는 약간은 동정을 한다.  바꿔 말하면, 여자에게 남편이란 죽기 전까지는 그렇게 희망적인 존재가 아니다.  자식들이 대학가는 50대에 여자들은 자식들의 실패에 참담함을 많이 느끼는데도 불구하고, (1위- 자식교육 신경쓸 껄), 남자들은 여전히 자기 생각만(1위- 공부 좀 할 껄) 하는 걸 보면, 이런 여자들의 좌절이 전혀 놀랍지 않다.

요약하자면, 첫째, 당신이 50대만 아니라면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책을 들고 공부할 때다.  40대에만 시작해도, 적어도 50대에는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10대부터 50대 남자의 1등 후회- 공부 좀 할 걸) 당신이 여자라면 40대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공부하면 된다.  둘째, 당신이 살아있는 한 돈을 열심히 벌고 저축하지 않으면 죽을 전까지 후회할 것이다.  (20대 이후로 돈 문제는 항상 3등 이내다)  돈에 대한 필요성은 죽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는다.  세째, 혹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  그게 누구든 간에 여자의 경우 결혼을 하면 후회는 평생을 따라니며 (여자는 남편이 죽기 전까지 결혼에 대한 후회가 4등 이내) 남자의 경우는 40대까지 후회한다.  넷째, 10대에는 부모님 시키는 대로 하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 다섯째, 너무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말 것.

8 comments:

  1. 남자들의 부모님은 50대에 집중적으로 돌아가시고 여자들의 부모님은 60대에 집중적으로 돌아가신다는 생각은 틀렸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남자아이의 출산율이 높아지는것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자료상에선 여자는 30대부터 해당 응답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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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 공부 좀 더 할걸...은 대부분 10대에서 20대 초반 중고대학 시절을 후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막상 40대가 되어 무언가 공부를 더 한다고 생각해도 이후의 인생에서 공부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을 수 있는 공부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봐도 10대때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나 20대때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큼의 선명함을 지닌 아이템을 찾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40대로 접어들며 새롭게 시작할 공부거리?를 찾고 있는 와중에 이 글을 본지라 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책 나오면 꼭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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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익명/
    틀렸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딸들이 부모 생각을 좀 더 많이 한다고 볼 수는 있겠죠. 남자아이를 늦게 낳아서라기 보다는 결혼할 때 생기는 남녀간의 나이차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이것도 점점 줄어들겠죠.

    익명/
    맞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해도 그런 후회는 본질적이로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학력이 없어서 돈을 덜 벌고 피해를 보고 있다는 후회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제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후회하기 싫으면 공부를 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누군가 70년 정도 이런 서베이를 관리하면 더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겠죠. 마지막에 말한 것처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가볍게 조크처럼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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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공부는 인생을 개선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주제를 가진 Hubris님의 책 제목을 혹시 알 수 있을까요? 쓰고 계신다는 책이 그 책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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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Hubris 님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조크처럼 읽으라고 하신 말에 동감합니다.

    위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든 생각은, 공부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을 뒤늦게 후회한다는 사람들은 판단력(judgment)이 과연 얼마나 좋은 사람들일까? 만약 별로 판단력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그 사람들이 이제 와서 "공부 열심히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라고 내리는 판단은 과연 정확한 판단일까.. 였습니다. 너무 가혹한 말일지 모르지만,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들에게 실패의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설문조사를 해서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끝내는 것은 좋지만, 그 설문조사 결과를 반면교사 삼는 것은 그리 현명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안 드네요. 굳이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인생의 지표를 세우는데 참고하려면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게 "당신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던것 같냐"라고 묻는게 제대로 된 접근방법이었겠지요.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과연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을 제1의 성공 비결로 꼽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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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우리나라 사람치고 공부를 게을리한다고 볼만한 사람은 많지 않을 듯 싶습니다. 60 - 70 년대 이후 세대라면 말이지요.

    문제는 공부의 편식이라고 봅니다. 시험 잘 볼 수 있는 공부, 돈 많이 벌 수 있는 공부. 이런 공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노는 것과 똑같이 취급되는게 현실입니다.

    이런 공부의 편식이 한국 사회를 병 들게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공부의 범위는 참으로도 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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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공부라기보다는 학력,학벌에 대한 이야기로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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