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ne 06, 2012

말도 사람도 잃지 않는 방법

아버지는 40년이 넘도록 자식들에게 한번도 큰 소리로 화를 내거나 매를 들지 않으셨다.  아버지가 욕하는 모습은 당연히 본 적이 없다.  부모님은 이제 모두 칠순이 넘으셨지만, 그 분들이 20대 젊은 사람에게 반말하는 모습은 요즘도 본 적이 없다.  욕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  삼형제로 치고 받고 자랐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거의 욕이란 걸 쓴 적이 없다.  진짜 화가 나면 몇 마디 던진 적이 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용산의 이름 없는 조그만 사립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올라가서 제일 놀랐던 것은 아이들이 입에서 욕이 떠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다.  고등학교에서 욕을 참 맛깔스럽게 쓰는 친구를 사귀었는데, 참 남자답고 멋진 면이 많은 친구였다.  금융시장에서도 그런 친구를 만나게 됐는데, 괜히 그 친구 생각이 나서 예전엔 자주 만났었다.  역시 재밌고, 남자답고, 자신감이 있는 친구였다.  그들 때문에, 욕을 안 쓰면 좋겠지만 욕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관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골프를 치러가서 캐디를 대하는 것을 보고 사람을 나눌 수 있다.  좋고 나쁘고 상관없이 그냥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캐디에게 반말을 하는 사람, 캐디에게 깍듯하게 존대말을 쓰는 사람,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사람.  나는 캐디에게 깍듯하게 존대말을 쓰는 편이고, 사용한 골프채를 받아주거나 새 채를 건네줄 때는 항상 "고맙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재밌는 것은 매홀 매번 그렇게 말하다 보면, 후반이 되면 캐디가 그린에서 내 볼을 아주 정성스럽게 놓아주는 것이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살짝 타수를 낮추어 스코어지에 적어 준다.  심지어 내기를 하고 있는데, 내가 한 타 덜 쳤다고 우겨 주기도 한다. 그래서, 정확한 스코어를 알려면 미리 "제 건 똑바로 정확하게 적어주세요"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오늘도 분명히 그렇게 말했는데, 경기가 끝나고 나니 역시 4-5타 정도는 적게 적었다.  그런 일이 몇 십번 반복해서 벌어지면, 그런 일이 생기는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임수경 사건.  백요셉이란 특이한 이름의 탈북자가 말하는 정황은 뭔가 이상하다.  글은 순진한 척 기술되고 있지만, 그가 만들어낸 정황은 상당히 교활한 구석이 있다.  임수경의 입장에서는 그의 말투나 태도가 거슬렸을 수 있다.  나의 인간관계의 범주를 보면 그런 사람을 만날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가끔 그런 유형의 사람을 만난다.  그곳은 예비군 훈련장일 수도 있고, 운전 중 도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례하고 예의없는 유형의 인간에게 똑같이 육두문자를 쓰고 근육을 자랑하면 사태는 꼬이고 복잡해지는 법이다.  그걸 알면서도 반말과 육두문자를 쓰는 사람은 그런 앞날의 사태에 대한 이성적 판단이 어렵거나 반말과 육두문자가 일상화되어 있는 사람일 것이다.  둘 중 어느 것이던 상관없이 이제 막 뽑힌 전국구 국회의원이 냉정을 잃고 그런 행동을 보인 것에 환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추상같은 냉정함을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밀입북 같은 건 하지 않았겠지만.  이제 임수경을 제명하자는 의견(의 탈을 쓴 막말)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이제 임수경은 많은 걸 스스로 입증해 내야 한다.    

오늘 또 떠올리는 공자의 한 마디.  "더불어 말한 만한 상대인데도 더불어 말하지 아니하면 그 사람을 잃어버리고, 더불어 말한 만한 상대가 아닌데도 더불어 말하면 그 말을 잃어 버린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을 잃지도 않고, 또한 말도 잃지 아니 한다." (공자, 김용옥 논어한글역주)

4 comments:

  1. 캐디는 아니었지만 핸드폰 판매라는 서비스업을 모국이 아닌 일본에서 처음 한 적이 있는데 제가 잘못하지만 않으면 별 일은 없었는데, 가끔, 특히 노인(남자)분들이 무례하게 굴더라구요. 일본 서비스업 특성상 손님은 왕이고 계약과 별 관계없는 사적인 일을 파고드려하던가, 가슴에 이름표보고 "뭐냐, 너 한국인이냐? 일본과 한국은 친구냐?"라는 말을 들은적도 있었죠. 솔직한 심정 "아니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친구라고 믿고있습니다^^"라고 미소를 지으며 말할 수 밖에 없었덕 적이 있었네요.

    본문과는 관계없는 글이 길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라면 총살로 농담할 사람은 살의를 갖고 있는 사람외엔 없을듯 한데 자신이 순진한 것처럼 어필하는 것이 너무 의심스럽더군요.
    동시에 술에 취해있었을 망정 그러한 욕이 입에서 나온 것은 임수경 의원의 미숙함이 노출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만약에 저라면 그 황당한 농담을 듣고 작게 언론에 내보내던가 문장에 첨가하는 등 공격적인 재료로 썼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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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백요셉씨의 태도가 얄미울 수 있겠고 한국의 보수세력과 친밀한 관계인 것을 문제삼을 수도 있지만 제가 백요셉이라고 해도 한국에 오면 자연스럽게 거의 운명적으로 보수세력과 가까워질겁니다. 솔직히 저는 백요셉이 한 100배 정도 더 이해가 갑니다.

    소위 NL 통일운동하던 양반들의 세계관에서 보면 북한은 나름대로 좋은 곳입니다. 90년대 중반까지도 공공연히 탈북자에 대해 적대적인 사람들이 많았죠. 북체제를 긍정하는 그들로서는 탈북자는 거슬리는 존재에 불과하죠.

    만일 통일이 이뤄진다면 김일성 개새끼, 김정일 개새끼를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할 수 있는 세력이 성장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통일이 어쩌면 새누리당의 잭팟이 될 겁니다.

    한국의 리버럴들이 북에 대한 입장에서 지나치게 끌려다니는 인상을 계속 주게 될 경우 돌아올 손해는 생각보다 큽니다. 어찌되었건 통일은 그 많은 북주민에게도 선거권을 준다는 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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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디시인사이드 주식 갤러리에서 비슷한 글을 본적있어요
    뭐 대부분은 색깔론에 읽고싶지않는 글뿐이었지만 제목이 기존상식을 깨는글이라 클릭해서 읽어봤어요

    거기에서 읽은글을 순화해서 쓰자면

    탈북학생이 조금 이상한 아이였네
    순진한척 비꼬고 끝까지 할말다했네 그리고 페이스북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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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마지막에 쓰신 구절은 저도 정말 좋아하는 것인데 다시 한번 말의 중요성과 무서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말로 먹고 사는 직업인이 된 이상 임수경씬 좀 더 냉철했어야 하지 않나 싶지만 어쨌거나 스타트가 상큼하진 않게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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