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나올 중국 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나빠서 중국 정부가 금리를 인하했던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CPI에서 전망(3.2%)보다 낮은 3%였고, 산업생산은 예상치인 9.8%를 조금 하회한 9.6%였지만 전월의 9.3%보다는 좋아졌다. 이번 주 미국 지표는 산업 생산 말고는 없는데, 다음 주 무디스는 미국 은행들에 대해서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란 소문이 있다. 미국과 제조업의 시대가 오고, 유럽과 은행의 시대는 끝났다, 는 내 일관된 주장은 이런 이벤트로도 확인되지만, 사실 이런 사건은 지엽적이고 진짜 사정은 더 나쁘다.
주말 동안 자영업의 실태에 대해서 리서치를 하다 보니, 미안해서 글을 쓸 수 없을만큼 우울한 내용들 투성이다. 중국의 등장으로 공업인력이 붕괴되고,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대략 600만명, 경제활동인구의 23%가 자영업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영업이 자본금 규모가 적다. 1억 정도의 자본금이라면 사실 자본비용을 거의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 같은데, 그것 조차도 대출로 감당해야할 만큼 자영업자들의 펀더멘탈은 튼튼하지 않다. 당연히 신용이 낮다보니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지 못한다. 취업이 어려운 사람이 자영업을 하지만, 취직시 임금 이상의 소득을 자영업을 통해 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유통업과 음식사업에 진입하고 있는데, 대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을 방법이 없을 뿐 아니라 막는 것이 능사도 아니다.
600조가 조금 넘는 1금융권 가계 대출 중에서 100조가 이러한 영세 자영업자 대출이고, 2금융권으로 가면 더 많을 것이다. 가계는 가난한데, 기업은 돈이 많은 이런 상황은 안타깝고,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지만,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정부 마저도 돈이 없고 강한 기업들이 줄어드는 유럽의 쇠퇴는 가속화될 것이다. 미국 정부의 부채는 달러의 위상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미국 가계에 비하면 기업들의 사정은 정말 좋다. 기업들의 현금 보유상황은 지난 50년 이래로 가장 좋다. S&P500 기업들의 수익도 좋고, 이익 모멘텀도 좋다. 이렇게 대부분의 가계가 위축되고 많은 정부들이 곤란한 상황이기 때문에, 거시적으로 보면 앞이 잘 안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상황은 함의는 굉장히 단순하다. 10년 뒤에 보면,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어 있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져 있을 것이다. 위기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산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들에게는 지금의 변화가 나쁘지 않다.
Bankertrust입니다.
ReplyDelete레이건과 대처의 집권이후 전세계적인 자유화의 확대는 사회의 자원을 기업으로, 금융기관으로 몰아주었고, 빈부확대는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대충 그들의 집권후 1세대인 30년후 발생하였고, 이제는 사회체제의 방향성에 대해 전세계인들이 다시 고민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원글에 쓰신대로 기업들의 수익성과 보유현금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사상 최대인데, 해당 국가의 보통사람들은 점점 살기가 퍽퍽해지는..
우리나라의 자영업문제는 정말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지요. 전통적인 좌파적 해법의 적용이 어렵고,(뿌띠 부리조아인 자영업자를 사회적으로 구제해야 하는 딜레마)
단기간내 뾰족한 방법도 없지요. 저는 우리나라의 진보세력들에 대해 이 문제에 대한 그들의 지혜를 듣고 싶은데, 아직까지 이런 현실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아직도 너무나 갈길이 멀어 보입니다.
10년 후는 더 우울하군요..
ReplyDelete이번 총선의 결과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를 여쭈어보아도 될까요?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ReplyDeletebankertrust/
ReplyDelete야권을 포함한 진보세력이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는데 해법을 찾을 능력이 안 되는 건지, 1차적 관심사에서 밀린 건지 잘 구별이 안 됩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나온 것으로 보면, 문제의식이 별로 안 보입니다. 지지세력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계층에 대해서 합리적 정책이 없으니 지지를 못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냉정하게 말하면 지지를 잃을까봐 두려워서 그런가 수긍이 가기도 하고.
익명/
우울하죠. 디테일을 들으면 더 우울할 겁니다.
익명/
ReplyDelete유로에서 나가는 게 무서우니까요. 당장 자기네 통화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생길지도 무섭고. 나가더라도 이번에는 못할 것으로 보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