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9세와 7세인 두 아들을 데리고 청계산을 갔다. 과연 끝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가는 도중에 길을 잘못 들어 20분을 헤맸다. 막힐까봐 타기 싫었던 경부고속도로를 결국 탔다. 아이들은 매봉까지 잘 걸어 올랐다. 7살 먹은 아이가 힘들어 할 때 잠시 업었다. 아이는 아직 20킬로가 안 되는데 100여 미터를 오르니 삭신이 아파와서, 30킬로 베낭을 지고, 눈 덮힌 산을 오르는 등산가가 대단하단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매봉앞에 서서 나는 아이들에게 놀라고,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더 놀랐다. 내려오는 길은 인파로 터질 듯 했다. 아들을 데리고 등산을 하다니, 아빠로서의 로망인 '아들과 테니스 치기'도 곧 멀지 않아 이룰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아빠로서의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
등산에 돌아와 오후에 동네 목욕탕을 갔다. 처음 가본 그곳은 작고 아담했다. 목욕비는 달랑 6천원. 회사 끝나고 자주 가는 사우나의 절반 값도 안 된다. 씻고 나오려고 하는데, 목욕탕 주인과 직원 한분이 열탕에 있던 할아버지 한 분을 끌어냈다. 5분도 앉아 있기 힘들던 그곳에 20분 가까이 앉아 계시던 분. 온 몸에 마비가 와서 축 늘어졌다. 190은 되어 보이는 건장한 청년이 도와서 목욕탕 바닥에 길게 뉘였다. 이런 경우엔 어째야 하나 다들 당황하는 눈치라, 운전중인 의사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발을 심장보다 높이고, 수건으로 몸을 덮었다. 주인이 119를 불렀는데, 다행히 금방 왔다. "나 김문숩니다"하지 않은 모양이다. 웃을 상황이 아닌데, 여자 팀장이 오시는 바람에, 목욕탕에 있는 남자들은 서둘러 옷을 입고, 할어버지에게도 바지를 입혔다. 팀장님은 들어오지 못하고, 나를 포함한 몇분이 '들것'을 들었다. 스트로크가 온 것 같은데, 정황상 할아버지는 가족이 없는 듯 했다. 목욕탕에서 돌아 오늘 길. 늙음과 병듦과 가난과 가족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배웠다.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데는 몇 년이 걸려도 무너지는 건 찰라라는 것을. 삶은 무엇을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이란 글을 읽었다. 늙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병은 어떤 식으로 올지 알 수 없다. 가난은 노력하면 피할 수 있고, 가족은 함께 했다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저녁을 먹고 걸어 용산 CGV까지 걸어가 '어벤져스'를 보았다. 3D라 집중이 잘 안 됐지만, 다시 한 번 볼만한 영화였고 생각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다. 극장에서 두 번 이상 본 영화는 지금까지 딱 세 편 뿐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의 꿈이 있을 수 있는데, 하나는 아이언 맨이 되는 것이고, 하나는 토니 스타크에서 멈추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후자일 것이고, 내 아들들은 '아직은' 아이언맨을 꿈꾸겠지.
Sunday, April 2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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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면서 글들을 곱씹어보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이런 블로그를 알고 있어서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ReplyDelete인터넷에서 열심히 소비당하다가(?) 지치면 이곳에 와서 지난 글도 다시 보고 그러거든요..
부디 꾸준히 오래오래 블로깅 해주시길..^^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plyDelete푸코의 글이 어떤 책에서 인용된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ReplyDelete익명/
ReplyDelete링크 걸어두었습니다. 찾아보니 푸코의 글이 아닌 것 같군요.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도 인용되어 있는 작자미상의 시인 듯 합니다.
I've Learned by Omer Washington 라고 나오네요.
ReplyDelete"세상에는 두 가지의 꿈이 있을 수 있는데, 하나는 아이언 맨이 되는 것이고, 하나는 토니 스타크에서 멈추는 것이다." 마지막 이 문장이 많은 생각을 불러 오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ReplyDelete아버지와 등산할때부터 아버지와 같이 테니스 치는 날까지 한 13년 정도 걸린 것같네요. 등산은 아버지한테 뒤쳐지는 일없이 아버지 짐까지 같이 지고 갈 수 있는데, 테니스는 노력과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 많아서 그런지 아에 게임이 되질 않습니다 :) 제가 테니스에 관심을 가진 이후 아버지가 새벽, 저녁가릴 것 없이 시간 남을때마다 데려가서 공쳐주셨는데, 아마 아버지랑 가장 오래 시간을 보냈던 그런 한 달이었건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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