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의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에서 인용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가 절판이라고 했더니, 다른 은행에 있는 후배가 사서 보내 주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런 단단하고 촘촘한 내용의 책은 아니지만, 그 중에 인상 깊은 대목이 있다. 박승은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도 공부를 잘했다. 이리공고를 졸업하고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하는데, 결국 진학하지 않고 본인이 원했던 대학교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일년 재수를 하게 된다. 일 년동안 농사를 지어 학비를 모으기 위한 재수다. 결국 1년 뒤에 서울대 상대에 합격한다. 문제는 박승이 4년 동안 학교를 다니게 되면 식구들은 생계유지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몸이 안 좋았고, 동생은 어렸다. 결국 박승은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수업 때만 학교에 올라가 시험을 치르는 생활을 한다.
"나는 등록만 해놓고 내려와 농사를 짓다가 시험 때가 되면 올라가 친구 노트를 빌려 시험을 치는 변칙적인 대학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시 내 여동생은 서울대생은 모두 그렇게 시험 때만 학교에 가는 것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 66,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당시에는 이렇게 어렵게 공부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너무 어려운 경제적 형편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사람이 더 많았다. 박승의 책에도 그런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이 표현된다. 자신보다 더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학업을 포기한 사람들.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담담히 서술하는데, 박승과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꽤 차이가 많다.
사람들은 한국이 경제상황이 어려웠던 시기였기 때문에 대학교육에 대한 보상이 크게 주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는 대학생이 드물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경제학적 논리와 증거들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교육, 즉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에 대한 수익률은 지금이 훨씬 높다. 그 당시 대학생이 드물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생들을 수용할 마땅한 직업은 더 드물었다. 은행이나 정부 그리고 몇몇 기업을 빼면 제대로 된 일자리가 별로 없었다. 지금처럼 사회가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게 되면, 그리고 실재로 그런 생산성이 온 몸으로 느껴질만큼 높다면, 교육 투자에 대한 수익률은 다른 어떤 투자보다도 높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는 프로페셔널 스쿨들이 있는 과목들은 학부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과목 특히 법학, 의학, 그리고 경영학에 대한 수익률은 다른 어떤 과목보다도 높다. 우리의 경우에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Tuesday, March 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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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ubris 님,
ReplyDelete평소에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오늘 글은 제게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아마도 가난하지만 학업에 뜻이 있다라는 부분에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궁금한 점은 요사이 미국언론을 통해 높은 학업수준, 예를 들어 bar exam을 통과하고도 변호사 시장이 너무 포화되어 직장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빈번히 들리곤 하는데 이와 같은 경우가 앞으로 더 심화되지는 않을지, 그렇다면 소위 교육에 대한 투자대비 수익률이 악화되는 경우인데 이러한 경향이 더욱 늘어나지 않을지 궁금합니다.
또한 많은 한국사람들이 해외MBA유학 혹은 기타 프로페셔널 스쿨로 공부를 하러 가지만 막상 한국에 와서는 기대치에 걸맞는(연봉, 업무수준, 규모) 직장을 찾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경우 소위 엘리트라 일컬어지는 인적자산이 국내에 머물지 못하고 해외로 자꾸만 유출되는 현상이 생길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 문단이 좀 함축적이라 저도 비슷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성장기엔 대학생들을 수용할 직업이 계속 생겨났고 성숙/정체기인 지금이야말로 대학생 수용할 마땅한 직업이(특히 빈자리가 생긴다는게) 드물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Delete근데 해외 MBA 출신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많은 경우 애초에 미국(또는 선진국)에서 취업할 생각이 없었거나, 아니면 못했기 때문 아닌지요? 그렇다고 개도국으로 나갈 것 같지는 않기에 MBA 인기가 떨어지면 떨어졌지, 유출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네 답변 감사합니다.
Delete지금은 물론 해외MBA를 취득하고도 한국으로 돌아오는 케이스가 더욱 많지만 지금보다 10년 후 정도면 한국인들도 어느 정도 영어를 지금보다는 잘 할 것 같고 국제적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인도같은 국가처럼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엔지니어링이나 IT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가정 하지만 말입니다. 그 때 가서 인재들이 모두 외국으로 간다면 정말 크나큰 손실이겠지요. 물론 다들 선진국에서 많이 배우고 와서 나중에 대한민국을 발전시킨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위험도는 낮아지겠지만요.
MBA의 경우 졸업생간의 소득편차가 상당히 큽니다. hubris님같이 성공적인 트레이더의 길을 가시는 경우 소득이 상당히 높겠지만 그렇지 않은 MBA 졸업생들도 많은것이 현실이죠. 제 MBA 동기들을 봐도 졸업시점에서 Max와 Min 사이의 연봉이 거의 세배까지 차이가 나더군요. Max급의 경우 ROI는 상당히 높게 나오지만 Min급의 경우 내가 MBA왜 왔나 하는 후회를 하게 되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MBA지원자분들의 경우 내가 Max급까지는 안되어도 평균정도는 되겠지 하는 암묵적인 기대를 하고 오시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냉정한 현실은 졸업생의 적어도 절반은 평균이하의 대우를 받게되고 특히 한국분들의 경우 MBA 전체 클래스에서 대부분 상위절반이 아니라 하위절반에 속하게 됩니다.
ReplyDelete그렇지만 한국분들도 가끔 Hubris님같이 잘풀리는 케이스도 있으니까 (Hubris님이 미국에서 MBA를 하셨는지 아니면 경제학을 하셨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과감히 도전해볼수 있는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MBA가기전에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MBA졸업하고 미국에 취업한후 인생이 완전히 바뀐 케이스니까요.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라... 저도 해외MBA를 준비하고 있는 또 졸업 후 미국취업을 꿈꾸는 3년 반 차 직장인으로서 정말 듣고 싶은 말이네요.
Delete혹시라도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만... 이메일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 메일주소는 coldim82@yahoo.co.kr 입니다.
아 제가 답글을 지금에서야 봤네요. 제 이메일은 fallskyblue @ gmail.com 이예요. 궁금하신점 있으시면 언제든 질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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