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rch 17, 2012

나의 몰입 래서피

어제 아이들이 아빠와 이야기하면서 자고 싶다고 해서 애들을 재우러 들어갔다가 애들보다 더 빨리 잠이 들어 버렸다. 9시 부터 5시까지 잔 셈이다. 새벽에 눈을 떠서 결국 책을 들고 나와서 내 책에 도움이 될만한 책과 자료를 골라 읽고 있다. 영화를 하나 볼까 생각도 했지만, 새벽에 생긴 시간을 그런 식으로 쓰기엔 너무 아깝다. early bird들은 항상 이런 마음을 갖고 있을테니까, 공부를 잘 할 수 밖에 없겠다. (그렇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예쁜 여자들은 절대 만날 수 없다)

책이나 영화를 읽고 줄거리를 요약하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재미가 없다고 한다. 대부분 그렇게 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한번 읽은 책이나 한번 본 영화를 제대로 요약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올드 보이"란 영화를 요약하라고 시키면, 아마도 사람들이 요약한 내용은 모두 제각각일 것이다. 단편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누군가에게 주제를 전달하면서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은 굉장한 지적 능력을 요구한다. 어려운 책이나 잘 만든 영화일수록 더 그렇다. 자신이 자신이 읽거나 본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작업을 하다 보며 깨닫게 된다. 단지 줄거리를 요약하는 일일 뿐인데 말이다. 줄거리를 잘 요약했다면 거의 약간의 생각만 보태도 훌륭한 비평이 된다. 이미 줄거리를 요약하는 일에 나의 정신세계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썼던 "몰입"에 관련된 글과 같은 맥락이다. 만약, 어떻게 몰입을 이끌어내는지 그 방법을 알지 못하겠다면, 매일 매일 자신이 읽고 있는 책, 보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서 줄거리를 적어보는 일부터 시작해보면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사고력이 팽창하고 있다는 느낌이 몇 달만 해도 생길 것이다. 나의 경우엔 매일 아침 오늘 시장의 주제(화두)가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장이 끝난 다음 그게 맞았는지 확인해본다. 정답이란 게 있을 리 없으니 생각을 더 해보는 것이다. 오늘의 시장 줄거리가 무엇을 중심으로 흘러갈지 생각해보는 것 뿐이지만, 큰 도움이 된다. 게임만 하루 종일 했다고 해도, "아 오늘 하루 개판쳤어"라고 하지 말고, 오늘 게임의 줄거리를 적어 본다면, 아주 개판친 것은 아닐 것이다. 자기가 읽고 있는 책, 본 드라마나 영화, 오늘 한 업무, 심지어 오늘 만난 사람들과 있었던 일들의 줄거리를 적으면, 그 임팩트는 몇 배로 커진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나의 경우는 간헐적으로 하던 그 작업을 93년부터는 거의 매일 해 왔다. 요즘처럼 블로그나 트위터가 없기 때문에 넘쳐나는 생각들(즉 무수한 것들의 줄거리)을 노트북과 수첩에 엄청나게 적고 썼다. 그리고 지금은 이 블로그와 트위터가 수첩과 일기 역할을 대신하고 있고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이야긴 또 다른 계정의 공간에 적고 있다. 그래서, 어제의 나보다는 오늘의 내가 조금은 나아졌다, 고 나는 믿고 있다. 나의 두 아들에게도 딱히 뭘 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있고, 학원에 더 가는 대신 지금은 뛰어 놀 때라고 말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이런 작업은 결코 학원이 대신 해줄 수 없다, 고 믿는 것이다. 이 엉청난 나의 영업비밀을 공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가르쳐 준다고 해서, 그대로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루에 30분이면 되는 일이지만, 거의 대부분은 하지 않고 살아 왔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마치 김태희에게 연기비결을 가르쳐 줘도 그대로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미안해요 태희씨)

10 comments:

  1. 오 이거 정말 최고의 영업비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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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ㅎㅎ 김태희에 대한 비유는 가슴아프지만 적절한 비유인 것 같네요. 저의 경우에는 사고의 "모듈화"가 몰입이나 성과의 측면에서 상당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몰입에 성공하게 되면, 비슷한 유형의 주제를 만났을 때 좀더 쉽게 몰입을 하게 되고, 성과도 더 쉽게 낼 수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상반된 개념", "동적 균형", "충돌하는 관료 시스템에서 빠져나가기" 등등 몇가지 모듈이 있는데 앞으로도 하나하나 늘려 나가야 되겠죠.

    태극권을 처음 배울때 호흡과 동작을 작은 것부터 해서 점차 길게 가져 가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태극권의 수련에서 하듯이 "사고의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몰입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즉각적인 반응이 범람하는 요즘시대에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경험을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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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흔히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양념이라는 게 사실은 주방 뒤켠에서 배합한 화학조미료 덩어리라는 걸 이젠 다들 알고 있지 않겠어요. 정말 맛집은 비밀의 레서피라는 게 없죠. 다 오픈합니다. 이런 거 다 알려줘도 되냐고 물으면 '안다고 다 한다나?'라고 하고. 부자되는 법이 뭔지 넘치는 세상인데 여전히 부자가 못되고 있는 이유의 99%는 '실천을 안해서'라고 하잖아요. 아는 것과 실천하는 건 역시 다른 문제입니다. 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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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ㄴ어째 부자 얘기 쓴 걸 고칠 수 없어 찝찝하더라니 원....댓글의 의도를 모르지 않으실 텐데 꼭 이런식으로 반응해야 직성이 풀리시나요. 한 줄 문장으로 위험한 사람이 되고 나니 참 기분 더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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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예쁜 여자들은 절대 만날 수 없다."
    충고 고마왔다. 박목과 맺어진 인연에 네가 일조한 부분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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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러게요. 글이란것이 본인이 받아들이는 대로 본인을 보여주는 길이기도 한데...
    저는 실천에 대한 강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윗분과 같이 생각하는 분도 있을 수 있으니 그냥 그렇다고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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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네번째 익명/
    실천을 한다고 해서 누구나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님의 말씀은 옳습니다. 하지만, 세번째 익명님 말의 취지는 부자가 되는 법은 이미 많은 사람이 공개했고, 아마도 그 비법의 대부분은 노력과 실천을 하라는 의미일 것이며, 부자가 된다는 것을 보장할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실천을 하기 전보다는 부자가 되는 목표(혹은 더 나은 인간이 되려는 목표)에 한 발 다가섰을 것이란 의미였을 겁니다. 그런데, 개인적 실천의 의미를 생각해보려는 세번째 익명님에게 느닷없이 노력한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없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뻔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은 참 뜬끔없을 뿐 아니라, 무례합니다.

    몇번 말한 바 있지만, 무례한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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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네번째 익명입니다.
    저는 '부자가 못되고 있는 이유의 99%는 '실천을 안해서'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 위험하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그것은 저의 판단입니다.그리고 저는 노력과 실천을 한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목표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견해 차이이지 '예의'와 '무례함'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무례'의 판단 기준은 블로그 주인분에게 있겠지요.
    그러나 제가 반말을 한 것도 아니고, 비아냥거리거나 인신공격을 한 것도 아니었기에
    제 댓글이 삭제될 만큼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로서는'기분 더럽다' 식의 감정적인 어휘가 더 예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네, 알고 있습니다. 이곳은 hubris님의 공간이지요.
    다만 저로서는 조금 당혹스럽게 느껴진다는 점만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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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켜보던 익명으로서 네번째 익명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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