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녁, D자산운용사의 대표님과 두 분의 주식 펀드 매니저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이자율 트레이더나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사는 거시 지표나 금리 수준이나 스프레드에 함몰되어 있는 반면, 주식 매니저들은 확실히 발랄한 사고를 많이 한다. 그 날 저녁 통일이슈부터 시작해서 소녀시대까지 삼라만상에 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많이 나눴다.
그날 나왔던 이야기중에 하나는 여의도 애널리스트들이 왜 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였다. 애널리스트들이 잘 맞추지 못한다고 늘상 비난하면서도 그들의 전망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맞든 틀리든 그들의 논리를 듣는 과정에서 내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틀리는 애널리스트보다 더 나쁜 건, 결과는 맞아도 추론과 논리의 결과가 엉망인 애널리스트다. 물론, 시장의 방향은 오르지 않으면 내리는 것 뿐이지만, 그 50%의 결과를 맞추는 건 매우 어렵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기 때문이고, 동전의 양면과 비슷해도 내부를 들여다 보면 수 많은 등락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자산 가격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재밌는 건 다음해의 시장 전망을 하는 애널리스트의 행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연말에 전망자료를 써야 할 때, 주가가 열심히 오르고 있다면, 내년도 상반기는 주가가 일단 오를 것이라고 전망을 하게 된다. 만약 다른 여건도 좋은 상황이었다면, "내년도 주가는 연중 아주 좋다"는 전망이 나오게 되고, 다른 여건이 썩 좋지 않다면, "내년도 주가는 상고하저"라는 전망들이 쏟아지게 된다. 작년 말 2012년 전망을 해야 할 때는 주가는 하락하고, 그리스 이슈는 매일 시장을 괴롭히며, 미국 경제 회복은 가시화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내년도 주가는 상반기에 빠진 후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작년 말과 올해 1월에 주가가 엄청나게 랠리를 하면서, 그런 전망은 무색해졌다. (하지만, 어차피 대부분의 애널리스트가 이런 전망을 하는 마당에 다른 전망을 고심해서 해야할 인센티브도 별로 없다. 틀렸을 때의 위험은 큰 반면, 맞췄을 때의 편익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워런 버핏은 "가격이 빠질 때 살 수 있고, 가격이 오르고 있을 때 팔 수 있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당연한 말이면서 실행하기 불가능한 말이기도 하다. 가격이 빠질 때는 더 빠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이, 가격이 오를 때는 더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결단과 행동을 막기 때문이다. 사실, 이순신 장군의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는 말도, 결국 엄습하는 공포와 헛된 기대를 극복해야 올바른 의사결정과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버거운 상대와 연애를 하고 있을 때도 이 말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집착하면 할수록 차이게 되는 연애의 모순은, 집착하면 나오는 이상한 행동들이 내가 한심한 인간이라는 시그널을 상대에게 주기 때문이다.
Sunday, March 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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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즉사 사즉생이라는 말의 함의가 이다지도 깊은 것이었군요. 특히 '집착하면 할수록 차이게 되는 연애의 모순'은 정말 깊이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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