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문제로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거란 주장이 있지만, 실재로 가계의 지출을 압박하는 건 부채의 이자가 아니라 세금이란 것이다."란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군요. 하지만, 이 문장의 경제적 함의는 "그러니까 세금(과 연금)을 낮추자"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높아진 가계 부채 규모에도 불구하고, 7% 정도인 한국의 소득증가율보다 높은 것은 세금(과 연금)처럼 수령해보지 못하고 떼어가는 조세성 지출이지, 주택관련 지출이 아니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증가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동안,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 지난 수 년간 이루어졌듯이, 향후 수 년간 가능하다면, 가계부채 문제의 소프트 랜딩이 가능할 수 있다, 것이 이 글의 첫번째 정책적 함의입니다.
댓글중에서 Indiz님이 "제아무리 몇 년간 증가율이 높았다 해서 세금-연금 납부가 생활에 가장 큰 압박이라고 느끼는 직장인이 과연 대한민국에 몇이나 있을까요?"라고 지적해주셨는데, 직장인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통계자료의 분석이 의미가 있는 거겠죠.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정책 금리를 인상했다고 가정합니다. 과연 정책 금리인상 때문에 본인이 소비 지출을 줄인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대부분의 직장인은 한국은행이 어떤 통화정책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소비지출은 통화정책경로(즉, 신용경로를) 통해서 감소합니다. 환율이 하락한다고 자신의 소비지출을 늘리는(정확히 말하면 실질소득의 증가로 소비지출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하지만, 환율이 하락하면 소비지출은 늘어납니다. (물론 한국의 경우는 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질성장률이 하락합니다. 10% 환율이 절상되면 대개 0.4% 정도 실질성장률이 하락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체감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몇 년간의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에 비해서) 높으면 세금-연금 납부는 생활의 압박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저는 세금과 연금 지출을 뺀 가처분 소득으로 봐도 정책적 함의는 거의 같았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가처분 소득이 아니 조세전소득지출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세금이 많다는 우파의 주장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현상을 정확히 보는 것이 정책적 함의의 발견을 위해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수 년간 가계부채가 급증한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이자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125bp 인상한 지난 2년 여 동안 시장 수익률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기간 동안 10년 장기금리의 하락폭은 100bp가 훨씬 넘었습니다. 3년 국고채 수익률도 60bp에 달합니다. 정책금리와 연동해 움직이는 1년 통안채 혹은 그 보다 더 짧은 3개월 CD 금리의 상승폭은 정책금리의 인상 정도에 비하면 매우 미미합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긴축에도 불구하고, 변동금리로 대출을 한 가계의 이자부담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1억 정도의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은 경우에도, 이자 부담은 월 3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즉, 담보대출 증가 속도에 비해서 이자 부담 증가 속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가? 저는 연준이 금리를 0%까지 인하하고, 양적완화를 하면서 공급한 유동성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시장에 유입되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난 5년 동안 한국 채권시장에 유입된 해외자금은 이제 전체 한국 채권시장의 17%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3% 남짓하던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에만 생긴 게 아닙니다. 거의 모든 신흥시장에는 비슷한 형태의 유동성 유입이 발생했습니다. 만약 이 자금이 빠져 나가면, 저는 한국은행이 설령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시장 수익률의 상승은 막을 수 없을 것이고,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전에도 말한 바 있는데, 저는 무례한 댓글이나 욕설이 들어간 글은 그냥 지워버립니다. 무례한 댓글은 일반적으로 무식하기까지 하기 때문에(사실 무식하지 않으면서 무례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무례하면서 무식한 인간의 글을 보는 건 시간적 감정적 낭비이니까요. 글이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좋은 블로그를 찾아가고, 욕을 하고 싶으면 본인 속으로 중얼거리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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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몇몇 무례한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고 떠나는 일 없었으면 합니다.
ReplyDelete선생님의 글을 보는 대부분의 분들은 의견의
ReplyDelete개진으로 보며 여러 긍정적인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로 여기리라 생각합니다.
몇몇 찌질이들 글은 무시하세요. 되먹지 않은
인간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원을 어떻게든
연결하려는 가상한 노력으로 보입니다.
IB가 가계지출 분석하는 이유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생활인으로서는 체감하지 못해도 경제전체적으로는 큰 변화일 수 있겠다, 특히 (채권)트레이더들에게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네요.
ReplyDelete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GS리포트나 그 비슷한 것들이 정치권에서 증세저항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게 꼭 나쁜 건 아니겠지만요.
(말 나온김에, 요새 말 많은 부자증세안을 정치권이 아닌 IB나 국채투자자입장에서 어떻게 보고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제아무리 몇 년간 증가율이 높았다 해서 세금-연금 납부가 생활에 가장 큰 압박이라고 느끼는 직장인이 과연 대한민국에 몇이나 있을까요?"라는 주장은,
ReplyDelete간접세로 속속들이 녹아있는 정부의 꼼수를 전혀 모르고 있는 짧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Hubris 님이 이 글의 첫번째 정책적 함의라고 하신 부분의 논리가 선뜻 수긍이 안 가네요. 즉 지난 몇년간 소득증가율보다 빠르게 증가한 (준)조세지출이 가계의 지출을 압박했다는 논리 말입니다.
ReplyDelete우선 (준)조세지출의 증가율도 중요하지만, 명목상 담세율 자체도 중요하지 않나요? 예를 들어 0.01%가 0.05%로 500% 늘어났다고 해서 그게 무슨 가계에 큰 지출압박으로 이어지겠습니까? 이건 반대를 위한 반대 차원이 아니라, Hubris 님도 아시겠지만 실제로 근로소득자 대부분은 각종 공제를 받고 나면 근로소득세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누진적 성격을 갖는 가계의 담세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하게 (준)조세지출이 증가한 것이 가계 소비에 가장 큰 압박요인이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두번째는 (준)조세지출로 낸 돈이 어디에 쓰여지나요? 그 중 일부는 복지지출이나 사회안전망이 되어 국민의 혜택으로 돌아오지 않나요? 즉, 세금낸 돈이 보육시설 만드는데 쓰여지면 가계에서 그만큼 자기 돈 들여 보육비 안내도 되고, 건강보험료를 더 냈는데 보장성이 좋아져서 자기돈 안 내도 됩니다. (준)조세지출은 가계지출의 압박 요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계지출에 대한 압박을 중화시키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최근 몇년간 (준)조세지출이 증가한 것이 실제 가계 지출의 압박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여왔는지는 말씀하신 것처럼 이론적으로, 그리고 선험적으로 간단히 결론이 나오는 이슈가 결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당연히 모델을 만들고 실제 수치를 넣어 통계를 돌려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다른 confounding factors 들 때문에 실제로 계량적으로 측정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별론)
정책금리인상을 예를 드셨는데, 맞습니다, 정책금리인상을 하면 가계 소비에 영향이 온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간명하고 실증적으로도 입증이 잘 되죠. 이 (준)조세지출의 영향도 마찬가지로 이론만으로 충분히 설명이 되는건가요?
제 바로 윗글에 덧붙이자면, 예를 들어 지난 몇년간 증가한 (준)조세가 고소득층에 집중이 되었다면 어차피 한계소비성향이 낮은 사람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것에 불과하므로 가계의 지출에 압박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는 순전히 이론적인 반론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ReplyDelete즉, 이론적, 선험적으로만 도출하신 정책적 함의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Anonymous// 달을 보라고 하는데, 손가락을 보고 뭐라고 이야기하시네요.
ReplyDelete1. 소득공제를 이야기하시는데 월급에서 떼어가는 직접세만 세금입니까? 간접세가 더 많은 압박을 줍니다.
2. 세금이 무조건 돌아오니 많이 떼어가도 상관없다? 유류에 붙는 세금 무작정 높아도 유류 사용량과는 아무 관계가 없겠군요?(물론 실제적인 계량 모델은 없습니다만, 관계없다고 하는 Anonymous님의 의견도 잘못된 것 같습니다.)
3. CAGR의 개념은 연평균증가율이 높다는 개념이므로, 절대량이 아니라, 가계부채(주택)의 부담이 가계에 증가하는 속도보다 세금과 연금의 부담이 가계에 증가하는 속도가 더 크다는 의미입니다.
4. hubris님의 함의는 "향후 수년간의 집값의 안정화 및 가계부채 소프트랜딩이 정말 중요한 것"인데, "조세가 가계부채에 압박이다"라는 견해는 Anonymous님께서 잘못 파악하신 것 아닌지요?
"조세가 가계부채에 압박이다" -->
ReplyDelete"조세가 가계지출에 압박을 준다"
1. 위 기간동안 간접세도 마찬가지로 늘었습니까?
ReplyDelete2. 제 의견은 "관계없다"가 아니라 측정해보기 전에는 어느 정도인지 "알수 없다"입니다. 유류세 높이면 기름 소비 주는 것은 당연하죠. 그런데 지난 수년간 늘어난 세금이 어떤 종류의 세금이었나요? 위 1.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답을 모르고 님도 답을 모르는 주장을 하고 계십니다.
3. 증가하는 속도가 제일 높았다는 것을 제가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게 실제로 가계지출에 대한 "가장 큰" 압박으로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4. "향후 수년간의 집값의 안정화 및 가계부채 소프트랜딩이 정말 중요한 것"은 당연한 명제입니다만, Hubris 님의 첫번째 포스트를 다시 보시면 "가계대출이 1000조에 달하고, 가계부채문제로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거란 주장이 있지만, 실재로 가계의 지출을 압박하는 건 부채의 이자가 아니라 세금" 이라고 나옵니다.
말씀하신 바에 따르면
ReplyDelete소득공제로 실제로 내는 세금(직접세)는 거의 없는데, Tax & Pensions 어디서 늘었겠습니까?
실제 근로소득세율은 2009년부터 8%-> 6%로 인하되었습니다.
어디서 늘었을지 알고 싶어지네요. 고소득층이 늘어났으니 소득세가 늘었을수 있고, 지방세이지만 재산세도 늘었을테고, 간접세도 분명히 늘었을 것 같고..
ReplyDelete연금 적립도 늘었을테고..
'유류세 높이면 기름 소비 주는 것은 당연하죠'라고 이야기 하셨고,
ReplyDelete소득세, 재산세 증가는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을 봤을 때 큰 의미 없으며. 세금 중 간접세 비율이 51%인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가계 Tax가 실제로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결국 '조세(간접세포함) 증가가 가계 지출에 영향을 끼친다'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이야기가 겉도는 것 같은데,
저는 님께서 손가락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뭔가 견해가 잘못된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으며, hubris님은 여전히 달을 보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Indiz + others/ 뜻밖에도 바로 얼마전에 제 친구가 현 정부를 격렬히 비난하며, "소득은 안들고, 세금만 늘었다." 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더군요. 참고로 그 친구는 직접세의 최고구간에 해당하는 소득을 버는 사람이었습니다.
ReplyDelete현정부 들어서 직접세의 세율 증가가 없었다는 것을 잘 아는 저로서는 아이러니하게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체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소득세 구간은 인플레로 조정되지 않습니다. 실질 임금이 정체되더라도 명목 임금의 증가는 누진적 세금 증가로 이어집니다. 최근 몇 년간 실질 임금 증가가 더뎠다는 것을 고려하면, 직접세율이 증가했다는 체감이 그다지 틀린것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소득의 2.8x%인 건강보험료는 명목상 단일 세율이지만 보험금 부담자가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보험료 증가와는 무관하게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근로소득자에게는 누진과세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역시나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경우에는 소득중 차지하는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됩니다.
한국 사회의 조세 부담이 급증하게 된 것은 노령화 내지는 베이비붐 세대의 노동력이 정점을 지난 인구 구성적 변화가 크다고 봅니다. 지난 정부부터 복지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건 자연스런 순환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늘어난 조세부담으로 노령화에 대비하지 못하고 '남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엉뚱한데 소모하는게 큰 문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