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05, 2012

금융의 난점 혹은 묘미

우리는 상관관계가 인과관계와 다르다는 것을 교육받고 자란다. 예컨데, 주식 가격이 오를 때 채권가격이 빠지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그 둘 사이의 인과관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럴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계량 경제학 모델은 주식과 채권 가격간의 관계를 구성할 수 있게 해준다. 모델이 만들어지면, 우리는 둘 사이의 데이타를 수집해서 모델에 적용해볼 수 있다. 아마 과학자들도 어떤 자연현상에 대해서 비슷한 접근을 할 것이다. 문제는 과학에 비해서 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현상은 둘 사이의 관계를 깔끔하게 설명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두 변수에 영향을 주는 다른 변수들이 너무 많고, 금융시장에서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통제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트레이더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인과관계를 따지는 일도 중요하지만, 상관관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주식과 채권의 상관 관계는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만 작동한다.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직관적인 추론을 할 수 있다. 그건 정부의 정책 때문일 수도 있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때문일 수도 있고, 미국 주식이나 채권 가격의 큰 움직 때문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유가의 폭등/락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당장은 그것을 입증하는데 실패하더라도, 그걸 알아차린다면 트레이더는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트레이더들은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찾아 다닌다. 심지어 인과관계는 고사하고, 상관관계조차 옅어 보이지만, 돈을 벌 비법을 발견하기 위해서 연구하고 생각한다. 그런 연구의 결과물 중에 하나가 기술적 분석이다. 과거의 가격 움직임이 미래 가격의 움직임에 단서가 된다는 황당한 생각이 기술적 분석에는 녹아 있다. 과학자가 보기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건 마치 어제까지 눈이 왔으니까 내일도 눈이 온다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기술적 분석가들은 실재로 그런 믿음을 갖는다. 만약 지난 100년 동안 서울에서 10일 연속으로 눈이 온 적이 없다면, 11일 째에는 눈이 오지 않은 것에 베팅할 만하다는 생각말이다.

재밌게도 그리고 다분히 안타깝게도, 이코노미스트들이 경제를 예측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어떤 선행성을 갖는 지표가 반등하면 곧 후행성을 갖는 지표도 반등할 것이라고 믿고, 그걸 모델에 반영한다. 결국 과거 데이터가 없다면 우리는 미래 경제를 예측할 방법이 없다. 많은 천재들(예컨대, 뉴턴)이 금융시장에서 좌절하고 떠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즉, 일관적인 인과관계의 입증을 통해 가격을 예상할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효율적 시장 가설을 믿었던 경제학자(폴 샤무엘슨)가 자신의 신념과는 반대되는 행동(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더웨이의 주식을 사는)을 하는 일도 생긴다. 이런 일은 비단 금융시장에서만 생기는 것도 아니다. 비록 최근 들어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한의학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일은 아직도 요원하다. 기본적으로 데이타가 너무 부족하고, 그 데이타가 과연 한의학이 상정하고 있는 모델에 적합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현대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놈의 효능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침술의 원리나 효능에 대해서 연구하는 일이 벌어진다.

예를 들어, 서울대 물리학과의 소병섭 교수는 북한의 김봉한이란 학자가 연구하고 발표한 "봉한소체"에 대해서 연구중이다. 경락이나 경혈에 대한 해부학적 연구중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얻은 곳은 엉뚱하게도 북한이다. 그런데 북한은 1965년 이후 관련 연구를 중단시켜 버렸다. 아무튼, 연구는 아직도 진행중이고, 침술에 대해서 무엇 하나 과학적으로 화끈하게 검증된 게 없지만, 사람들은 뼈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끊어진 것이 아니면 여전히 침을 맞으러 간다.

얼마전, 작년 11월 헌법재판소는 구당선생이라고 불리는 김남수옹이 뜸치료를 해도 불법이 아니라고 선고했다. 작년 8월의 대법원 판결도 구당선생의 손을 들어줬다. 재밌으면서도 황당한 것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모든 사람들이 뜸치료를 면허없이 할 수 있다, 고 결정한 게 아니란 것이다. 이 결정은 오직 김남수라는 개인을 위한 결정이다. 이런 황당한 결정이 내려진 이유는, (비록 복잡한 라이센스 이슈가 있긴 하지만) 김남수의 뜸으로 병을 고친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법이 면허를 가진 의사에게만 의술을 시행하고 돈을 받게 한 이유는 물론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런 결정은 당연히 "지대(rent)"를 발생시킨다. 그래서 일단 의사가 되기만 하면, 충분한 경제적 지대를 누릴 수 있다. 그런데, 면허가 없는 의사가 면허가 있는 의사보다 병을 잘 고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때문에 병이 치료된 사람은 너무 많기도 할 뿐더러, 그 가운데는 유명하고 돈 많은 사람도 너무 많다면? 물론 의사들에게 의견을 물으면 100% 그런 케이스를 허용하면 안 된다, 고 할 것이다. 딱히 현재 아픈 곳이 없는 사람도 의사의 편을 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 병이 들어 그의 치료를 받거나 받고 있는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내 치료를 막는 것이 날 보호하기 위해서라고?")이고, 그의 치료로 병이 나은 사람들도 역시 (양심상) 환자의 편을 들 것이다. 그래서 실재로 김옹의 치료를 받았었거나 현재 받고 있는 이들은 실력행사를 했고, 김옹에 대한 헌법기관의 판결은 그 결과다. 이 판결이 정치적이라고 비난할 수는 있지만("무허가라도 병만 낫게 해주면 되는 것인가?"), 사실 법의 적용은 현실적으로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천 명이 법을 어겨서 시위하면 감옥에 가지만, 100만명이 법을 어기면서 하는 시위를 법대로 심판할 간 큰 국가 기관은 없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정교하게 입증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장에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은 많은 경제학자들로서는 기분 나쁜 일이지만, 몇몇 경제학자(예컨대 케인즈)들은 그걸 깨닫기도 했다. 금융의 난점이자 매력이다. 사실 인생의 많은 부분은 로켓 사이언스보다는 금융에 가깝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을 좌절시키는 부분일 것이다.

13 comments:

  1. 큰 오해를 하고 계시는군요

    한의학이 효능은 있지만 '과학적'으로 설명이
    힘들어서 부정되는것이 아닙니다

    한의학이 '효능'이있다는 증거자체가 부족합니다

    현대의학의 많은 치료도 과학적으로 기전을
    다밝히지못하고 어설픈 짐작만 하고있는
    것들이 많이있습니다 그런데도 효과가
    있긴하다는 것이 증명되면 일단 받아들여지는
    경우가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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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혹시라도 현대의학자들이 한의학에 대해
    '효과가있긴 있는데 도무지 설명할 방법이 없네..
    우리가 설명할수 없는 것이니 묻어두고싶다'
    이런식의 생각을 한다고 보심 대단히 곤란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실제 적용에서
    수익을내지못하는 시스템을 계속적으로 주장하는
    시스테머를볼때의 심정과 더 비슷합니다

    아니면 시스템 판매자가 실제 검증 결과는
    밝히지않고 시스템의 원리만 강조하며
    모델을 판매하는 것과도 비슷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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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리고 구당...에 대해서도 그러실
    의무는 전혀없지만 이왕 글까지
    쓰셨으니 좀더 자세히 알아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의견에 반대되어서 언짢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hubris님의 애독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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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 덧붙여 당연히 아시겠지만 제가
    한의학이 연구가치가 없다거나
    한의학의 모든것이 효과가없을거라고
    하는건아닙니다
    머리아플때 민간요법이던 버드나무우린물에
    아스피린성분들어있는식으로 이런저런 효과
    있는것들이 있겠지요

    제 말씀이해하시리라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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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익명/
    저도 아프면 한의원 대신 병원을 갑니다. 다만, 어떤 면에서의 한의학의 아이디어는 유용한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이해관계자로서는 중요할 지 몰라도 제 입장에서는 뭐 별로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구당사건은 복잡한 면허 이슈가 걸려 있긴 하지만, 구당이 아니었다면 저런 식으로 구당의 손을 들어줄 사안은 아니었습니다.

    트래픽이 늘어나니 이런 민감한 글을 쓰는 걸 조심해야 하는 걸까, 생각 중입니다.

    그리고, 의견에 반대되어서 기분이 나쁜 일은 전혀 없습니다. 댓글에서는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가 중요할 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전 정명훈 서울 시향 공연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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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개개인이 스스로에게 유일무이한 사례이기 때문인지
    건강 연애 진학 취업 결혼 등에 있어서는 특히 문제를 통계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기 힘든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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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현실의 금융 트레이더들은 거창한 인과관계 분석이나 미래예측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설령 있다 해도 장기적으로는 zero-sum일 것 같습니다. 트레이딩 수익은 대부분 market making이나 high-frequency trading, insider trading 에서 나는 것 같습니다.

    증권회사는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미래예측을 남들보다 잘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금융서비스 라이센스를 이용해 영업을 할 수 있으니 돈을 벌고, 종합병원은 병을 특별히 잘 고쳐서가 아니라 진료서비스 그 자체로 돈을 버는 것 아닌가 합니다.

    병원과 증권사의 공통점이 또 있다면, "일반인은 멀리하면 멀리할 수록 좋다"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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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인생이 로켓 사이언스보다는 금융에 가깝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자연 법칙이 가지는 욕망(예를 들면 중력)은 대개의 경우에 일정하지만 금융은 사람의 욕망이 얽혀있는 시스템이고 사람의 욕망은 시시때때로 변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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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이 글을 밤에 읽으니,유머 코드가 굉장히 많군요.

    경제학부 수업(아마 계량경제였나?)에서 교수님이 경제학에 관련된 유머 이야기 듣는 것 같아서 미소지으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재밌게도 그리고 다분히 안타깝게도, 이코노미스트들이 경제를 예측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부분 재미있어요.

    근데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핀잔듣기 일수라... MC 약자를
    marginal cost라고 농담하셨던 교수님 생각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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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첫번째 익명/ 한의학에 효능이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기 보다는 한의학의 효능이 어떤 경우에는 잘 나타나고 어떤 경우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데 이것이 서양의학(마음에 드는 표현은 아닙니다만 다른 표현이 생각이 안 나네요)에 비해서 한의사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좌우되는 부분이 크다고 봅니다. 때로는 환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구요. 이런 점이 의사들에게 공격을 받기 쉬운 부분이고 한의학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겠죠.

    indiz/ 가끔 비슷한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각이긴 하지만요.

    Hubris/ 요즘 글이 자주 올라와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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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indiz/
    두 번째 문단은 잘 지적해주셨네요. 그게 라이센스 비지니스의 핵심이죠.

    첫번째 문단에서 언급하신 몇몇 트레이딩 스타일은 시장의 주류가 아닙니다. 일종의 노이즈같은 존재죠. 아마도 블랙 박스 트레이딩같은 퀀트 트레이딩을 말씀하시려고 하는 것 같은데, 우리 나라에서도 300억만 넘어가도, 의미있는 퀀트모델을 끌고 가기가 어려워지거든요. 그리고, 언급하신 high frequency trading은 거래 비용이 있어서 구조적으로 보면 엄청난 negative sum에 가까워서, 성공하는 곳보다는 망하는 곳이 더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market making을 할 수 있는 큰 회사들이 고객 플로우로 돈을 버는 건 맞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엔 이자율 헷지 펀드 비지니스는 이미 맛이 가서, 그걸로 돈을 벌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주식 시장에는 마켓 메이킹이란 게 거의 없고, ELW 시장에서는 있지만 그것도 역시 힘든 비지니스가 됐죠. 돈 벌었던 회사 이야기 못 들었어요. 요새 미국도 국채 마켓 메이킹 마저도 없애 버릴까 고민하는 회사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결론은 첫번째 문단은 맞는 말과 약간 이상한 표현이 혼재되어 있긴 한데, 시장의 주류는 역시 분석이 선행되지 않으면 돈을 벌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는, 정말 큰 기관들은 분석을 하지 않으면(분석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 큰 돈을 주진 않거든요. 결국 그런 저런 외양을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부자들은 증권사(은행)과 병원과 친합니다. 자주 가요. 요새 한국 증권사 지점중에 애널리스트라면 한번 쯤 가고 싶어하는 곳이 있는데(보통 좀 유명하다 싶은 애널리스트들은 증권사 지점 가서 얘기 좀 해달라고 하면 기겁을 합니다) 삼성증권 신라호텔 지점입니다. 이유는 모 짐작하시는 대로 입니다. 고객의 수는 적은데 자산은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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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blue303/
    생각 날 때는 많이 쓰고, 생각이 없으면 안 쓰고. 제가 주인인 블로그니까 가능한 장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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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인과관계/상관관계에 관한 말씀하시니 예전에 제 블로그에 퍼놨던 것 하나가 생각납니다... :)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d/de/PiratesVsTemp%28en%29.s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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