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인생은 한 방"이라는 것은 우리가 성공을 정의할 때, 성공의 분명한 속성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 "한 방"없이 성공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 과연 있는가?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더 대왕 같은 역사적 인물에서 그 예를 찾을 것도 없다. 월드컵에서 현란한 골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박지성이나 드라마 한 편으로 한류 스타의 반열에 오른 배용준 그리고 초기의 슬럼프를 영화 한 편으로 날려버린 박찬욱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박지성은 자신의 꿈이었다는 맨체스터 유나이트에서의 활약을 현실로 이루었고, 배용준은 평생 먹고 살 기반을 '겨울연가' 한 편으로 만들었다. 박찬욱은 몇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여력을 '공동경비구역JSA'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복수는 나의 것'의 흥행실패에도 불구하고, '올드보이'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연예계나 스포츠계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조지 소로스를 세기적인 트레이더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92년 9월, 파운드를 방어하려고 하던 영국중앙은행을 반대 포지션으로 굴복시킨 사건이었고, 케네스 로고프를 체스 챔피언 출신의 평범한 경제학자에서 세계적인 경제학자의 반열로 올려 놓은 건 1983년의 논문 한 편이었다.
성공이 갖고 있는 속성상 이러한 가시적인 한 방이 없다면, 진정한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 할 수 없다. 그리고, 일단 이런 성공의 반열에 오르면 여간한 실수와 실패가 있기 전까지는 바닥으로 내려오기도 어렵다. 또 다른 이유는 그런 한 방이 있어야지만, 그것을 계기로 성공 자체가 모멘텀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속성 때문에, 우리는 그 한 방이 치밀하고 격렬한 노력없이 그저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만약 그 순간 공은 반대편으로 넘어가, 그 골을 박지성이 넣지 않았다면? 만약 박찬욱의 영화가 제작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면? 그런 생각들은 마치 그 성공은 노력 보다는 우연, 실력 보다는 행운에 기인한 것인양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만약 우연이나 행운이 도와줬다고 하더라도, 실력이나 노력이 없었더라면, 과연 그 순간 자기 앞으로 온 볼을 골로 연결시킬 수 있었을까? 아니, 과연 동료들이 신뢰하지 않는 선수에게 볼을 패스해주기는 할까?현명한 사람이라면, "인생은 한 방"이라는 말은 잘 하지 않을 것이다. 오해의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10살 난 아들에게 "인생은 한 방"이란 원리를 이해시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만약 정말 과정은 필요없고 행운과 우연만이 삶의 결정권을 갖는 한 방 만이 인생에서 중요하다면, 그것처럼 정말로 힘 빠지는 일이란 없을 것이다. 행여 그런 식의 오해를 자식이 하게 된다면 참 골치아픈 일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의 묘미는 그 "한 방"이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때까지 열심히 뛰면서 골문을 서성거리는 것 뿐이다.
'행운은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라는 말씀이시군요. 잘 읽고 갑니다.
ReplyDelete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 페북에 소중히 담아두겠습니다.
ReplyDelete"한 방이 왔을 때 잘 날릴 수 있는 사람은 묵묵히 노력해 오고 준비해 온 사람이다."
ReplyDelete"한 방의 기회가 왔는데, 내가 준비가 덜 되어서 못 친다면 얼마나 비통할 것인가."
요즘 많이 생각하던 주제인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ReplyDelete에브라가 검은 장갑을 끼고 박지성의 목을 강하게 조르고 있는 사진을 일부러 택하신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
ReplyDelete제가 검도를 배웠을 때 사범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나네요.
ReplyDelete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때 한 번 더 휘두르는 칼이 시합에서 나오는 칼이다.
한동안 잊고 있던 깨달음인데 휴브리스님의 글로 다시 되세기게 됩니다.
익명/
ReplyDelete사진을 보다 보니, 박지성의 표정이 감동적인데, 에브라의 포즈와 보니 왠지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서.ㅎㅎㅎ
마지막 익명/
좋은 말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