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27, 2011

승자와 패자

박근혜/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박근혜는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 중에 한 사람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박근혜의 위기가 아니라 박근혜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한나라당의 이니셔티브는 완전히 박근혜로 넘어갈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맞붙은 FC 서울이 5:3으로 졌다. 그 3골은 전부 박근혜가 넣었다. 그럼 그 경기의 패배로 박근혜의 3골은 빛이 바랬을까? 박근혜는 애초부터 나경원의 당선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여자인 나경원 서울시장의 존재는 대통령을 노리는 자신에게도 분명한 부담이다. 박근혜의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는 애초부터 질 것이란 패배감이 만연했던 경기에 박빙의 흥미진진함을 던져 준 후 아슬아슬하게 지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정확히 박근혜의 의도에 부합한다. 게다가 박근혜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나경원, 오세훈, 이명박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급이 다른 정치인이란 걸 확인시켰다. 지금부터 1년 동안 박근혜가 해야할 일은 이명박과 정확하고 분명한 전선(戰線)을 긋는 것이다. 박근혜에게 호감을 갖고 있거나, 반감이 적은 사람들중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이명박에게 적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명박을 심판하고 싶다는 욕구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다. 지금부터 박근혜에게 필요한 것은 이명박과의 긴장관계이며 필요하다면 강력한 전선을 형성하는 것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당선되면 이명박은 사법처분하겠다는 암묵적 시그널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무기일 수 있다.

민주당/ 정당정치의 기능이 퇴색되었다는 언론들의 호들갑과 달리,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다. 이번 선거는 어차피 큰 표차이로 이길 수 밖에 없는 선거였고, 그런 의미에서, 나라면 절대 박원순과 같은 시민운동가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보다 안전한 길을 걸었고 결과는 나쁘지 않다. 민주당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박원순은 절대 당선될 수 없었다. 제 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민주당의 정치력은 안타깝다. 하지만, 이번 선거로 민주당은 보폭과 입지를 확연히 넓혔다. 민주당은 내년도 총선에서 충분히 지금까지 지리멸렬했던 이미지를 벗고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다. 지금 민주당의 능력을 회의하는 사람은 내년도 총선 이후에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얼마나 멋진 경기를 할 수 있는가 여부인데, 다른 말로 하면, 총선이야말로 민주당이 내년도 대선에서 박근혜를 이길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손학규/ 손학규 역시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세간의 분석과는 달리, 성공을 거두었다. 손학규의 문제는 너무 생각이 많고 우유부단한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너무 생각이 많아서 여자에게 대시도 하지 못하는 남자, 처럼 그는 보인다. 아무리 얼굴이 멀끔하고 경력이 화려해도 우유부단한 (것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여자들은 유혹되지 않는다. 그런 남자도 여자와 차를 마실 수 있고, 밥을 먹을 수도 있으며, 심지어 결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 여자들은 그런 남자에게 유혹되지 않는다. 손학규의 진짜 문제는 생각이 너무 많아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자신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는 자신 스스로가 생각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고, 고칠 수도 있다. 그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듯 하다. 물론 자기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서, 현재 손학규의 캐릭터로는 대중을 유혹할 길이 없다. 사랑은 설득하는 게 아니라 매혹시키는 것이다. 불공평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그리고, 박근혜와 달리, 손학규에게는 손학규의 이해관계를 위해 몸을 던질 측근이 부족하다. 그는 대중을 유혹하기 전에 자신의 측근부터 유혹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자기 과에서 인기없는 남자가 다른 학교에서 인기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이제는 승부를 걸어야할 때다.

안철수/ 얼핏 보면, 이번 서울시장 재선거라는 드라마는 안철수가 주연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중의 나경원과 박원순에 대한 감정을 보면, 안철수의 미래가 보인다. 박원순과 한명숙과 나경원은 결국 같은 그룹에 넣을 수 있다. 그들은 비교적 깔끔하고, 도덕적이며, 그다지 흠잡힐 곳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막상 (어느 정도는 사실을 포함하는) 네가티브와 (전혀 근거가 없는) 흑색 공세가 계속되자 그들의 이미지는 상처 받았다. 여자들은 말로는 도덕적인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실재로는 카사노바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연애와 유혹이라는 공간에서 위선보다는 위악이 힘이 훨씬 세다. 듣기 거북하겠지만, 이명박이 속한 곳은 존 F. 케네디나 빌 클린턴이 있는 곳과 같다. 이명박이 "사실은 20년간 만난 정부(情婦)가 있었다"라고 고백한다고 해도, 대중이 지지했던 그의 정체성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이 도덕적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포지셔닝하고 있는 공간은 이명박이 속한 곳이 아니라, 반대 방향이다. 그가 '무릎팍 도사'에서 말한 것처럼 "단란하게 술 마시는 곳"이 진짜 단란주점이라고 믿고 있는지 아닌지 여부는 별 의미가 없다. "알고 보니 그도 여자가 있다더라" 혹은 "알고 보니 그도 부패했다더라"라는 루머와 마타도어에 그가 취약하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정치인을 혐오하는 이유는 정치인이 갖고 있는 더러운 속성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인이 아닌 사람이 정치를 하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하지만, 대중의 속셈은 유능하면서 깨끗하면 좋겠다는 것이지, 무능하고 따분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대중의 원하는 그런 정치인은 환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유능하고 매력있는 것이 따분하고 깨끗한 것보다 좋다. 정치인들은 일종의 면죄부를 받고 출발한다. 안철수에게는 면죄부가 없다. 안철수가 머리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당을 만들거나, 본인이 대통령 후보가 되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그런 야망은 지금의 환상적인 지지율과는 달리 현실성이 없다. 정치적이 역할을 하고 싶다면 결국 야당의 이름 아래서 할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경원/ 나경원은 이명박이나 오세훈과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품격을 박근혜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걷어 차 버렸다. 나경원이 사용했던 전략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선거의 승리는 상대후보를 논쟁에서 제압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그 싸움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서 얻는 것이다. 나경원이 내밷는 말을 들으면서 통쾌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나경원을 찍을 골수 보수들이다. 하지만, 많은 중간세계 사람들은 그녀의 그런 말투를 보면서 환멸을 느꼈다. 40억이 넘는 그녀의 재산, 그녀가 받는다는 고급 피부마사지,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갖고 있다는 사학재단의 이미지가 그녀의 오만한 표정과 어투와 맞물려서, 그녀는 된장녀 정치인의 이미지로 강렬하게 남았다. 나라면 당선 가능성이 낮은 2년 짜리 임기의 선거에 그런 식으로 정치적 자산을 훼손하진 않을 것이다.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안철수와 아름다운 승부를 펼치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아쉽지만 박원순씨와 멋진 승부를 기대한다"고 코멘트 했을 것이다. 박원순의 학력조작은 막후에서 문제를 제기했겠만 오히려 본인은 시대의 아픔을 이해하는 논평을 냄으로서 감동을 줬을 것이다. 아파트 월세에 대한 문제 제기는 했겠지만, 시민운동가조차로 자유로울 수 없는 강남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드러내며 교육이나 도시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표현했을 것이다. 병역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했겠지만, 역시 그런 식으로는 아니었을 것이다. 박근혜라면 나경원처럼 하지 않았을 것이나,나경원이 박근혜처럼 할 수 없는 이유는 첫째, 그녀의 사람 됨됨이가 박근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나경원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내�았을 뿐이고, 그건 가장 낮은 급의 정치인들이나 하는 짓이다. 둘째, 나경원의 주변은 나경원의 이해관계를 위해서 싸워주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이해관계, 기껏해야 한나라당의 이해관계를 위해 싸웠을 뿐이다. 하지만, 나경원이 획득한 그 자리 (강남의 된장녀 정치인)도 그다지 나쁜 것은 아니다. 본인이 만족하기만 한다면.

이명박/ 이번 선거에서 그는 민주당의 엑스-맨 역할을 확실히 했다. 노후를 준비하기 전에, 더 중요한 걸 조심해야 할 듯한데, 단순히 머리가 나쁘다는 해석만으로는 이번 사태가 쉽게 해석되지 않는다.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오세훈/ 머리가 나쁘다. 똑똑한 친구가 주위에 없다. 있어도 친구의 말을 듣지 않는다. 정치적 재기는 불가능하다. 공천을 받기만 한다면 국회의원은 할 수 있겠지만.

문재인/ 노무현과 박근혜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이기려고 하지 않았다. 노무현은 자잘한 승부에서 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캐릭터와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그게 의도된 것이었든 아니든, 그러한 그의 승부사 기질은 패배 속에서 매력을 더했다. 사람들은 패배하는 노무현 속에서 승리의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박근혜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누군가를 논쟁에서 제압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녀는 말로 중언부언하지 않고,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그녀의 캐릭터를 인식시켰다. 위기 순간에서 한나라당 사람들은 박근혜를 쳐다 보았고, 그녀는 그 눈빛에 맞는 위엄과 행동을 보였다. 심지어 한나라당 밖에 있는 중간세계의 사람들도 그런 기대를 걸어보고 싶어하게 만들 만큼 그녀가 쌓아올린 이미지는 강력하다. 안철수의 박원순 지지선언 때, 나경원은 "협찬 정치"로 비난했지만, 박근혜는 함구했다. 그런 모습이 나경원과 박근혜 사이에 놓인 간극이다. 유시민은 논쟁에서 이기지만, 진짜 승부에서는 진다. 사람들이 논쟁에서, 경쟁에서, 혹은 전투에서 이긴 사람에게만 매혹된다면 이땅의 수컷은 모두 조폭이나 경찰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삶의 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논쟁에서 이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논쟁에서 나오는 그 사람의 태도에 매혹된다. 문재인이 갖고 있는 캐릭터는 유시민보다는 박근혜에 가깝다. 그는 그런 이미지를 상당히 잘 구축했다. 게다가 그는 경상도 출신이고, 현역 특전사 출신이고 변호사였다. 그가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이명박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에게 권력의지가 있다면, 민주당의 유일한 대안으로 올라설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엔 먼저 손학규를 넘어서야 한다. 쉽진 않겠지만 박근혜보다 어렵진 않다. 문재인 또한 이번 선거의 승자다.

Wednesday, October 26, 2011

박원순 시장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압도적이다. 금융시장에는 나경원 지지자들이 많았다. 그들이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관계에 충실한 걸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10%가량 차이 나는 선거결과를 예상하는 것과 자신의 오호를 구별하지 못하는 건 좀 답답한 일이다.

아침에 100만원까지 걸 생각이 있다 했는데 아무도 걸지 않았다. 5만원에 만족.

나의 iPhone에서 보냄

Tuesday, October 25, 2011

정치헌금 10만원

"후원하세요"
"몰 후원해?"
"이정희 의원"
"ㅎㅎㅎ"
"돈 없어"
"세액 공제에요"
"일단 내야하잖아"
"너무 하시네"
"전 감수성 있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맞는 말이야.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 나쁜 짓을 했다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전 20만원 했음"
"헉"
"너무 공짜로 먹는 거 같아서"
"10만원까지 공제 아녀?"
"어차피 세금 맥스로 때려 맞으니, 6만원 한 셈이죠"
"홈피 들어가 보니, 나경원보다 10배쯤 예뻐 보이네"
"ㅎㅎㅎ"
"10만원 냈다"

그의 말이 곧 그 사람 자신이다

사람들의 대부분은 말을 할 때 별 생각없이 내밷는다.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그게 편하고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말을 밷는 결과는 결국 자신의 본질 이상의 직업은 얻지 못하고, 자신의 본질 이상의 이성은 사귀지 못하며, 자기 본질 이상의 성취는 하지 못한다. 예컨데, 어떤 이성을 만나서 그(녀)를 유혹하고 싶다면, 적어도 약간의 생각이 필요하다. 하나마나한 말은 하지 말아야 하고, 얄팍한 속을 드러내는 말은 할 필요가 없으며, 신비감을 없애고 지성의 바닥을 드러내는 그런 말투는 고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채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거든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는 편이 좋다.

내가 나경원이라면 2년 남은 서울시장에 당선되기 위해서 지금의 선거전략을 펴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나경원이 사용하는 전략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선거의 승리는 상대후보를 논쟁에서 제압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그 싸움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아서 얻는 것이다. 나경원이 내밷는 말을 들으면서 통쾌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나경원을 찍을 골수 보수들이다. 하지만, 많은 중간세계 사람들은 그녀의 그런 말투를 보면서 환멸을 느낀다. 40억이 넘는 그녀의 재산, 그녀가 받는다는 고급 피부마사지,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갖고 있다는 사학재단의 이미지와 맞물려서, 그런 그녀의 말투에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은 그녀의 계급에 압도된 무기력한 사람 아니면 그녀의 계급을 뛰어넘는 부자들 뿐이다.

나라면 당선 가능성도 높지 않은 2년 짜리 임기 선거에 그런 식으로 정치적 자산을 걸진 않을 것이다. 차라리, 되면 드라마, 되지 않아도 좋은 이미지를 만들수 있는 전략을 사용했을 것이다.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안철수와 아름다운 승부를 펼치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아쉽지만 박원순씨와 멋진 승부를 기대한다"고 코멘트 했을 것이다. 박원순의 학력조작은 막후에서 문제를 제기했겠만 오히려 본인은 시대의 아픔을 이해하는 논평을 냄으로서 감동을 줬을 것이다. 아파트 월세에 대한 문제 제기는 했겠지만, 시민운동가조차로 자유로울 수 없는 강남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드러내며 교육이나 도시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표현했을 것이다. 병역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했겠지만, 역시 그런 식으로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경원은 이명박이나 오세훈과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모두 걷어 차 버렸다.

박근혜라면 나경원처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경원이 박근혜처럼 할 수 없는 이유는 첫째, 그녀의 사람 됨됨이가 박근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나경원이 하고 싶은 말을 내밷으면 지금의 꼴이 된다. 둘째, 나경원의 주변은 나경원의 이해관계를 위해서 싸워주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지 않다. 그들은 자신의 이해관계, 기껏해야 한나라당의 이해관계를 위해 싸운다.

셀즈 헤드분과 내일 선거결과를 두고 어제 5만원 내기를 했다. 아침에 피트니스 센터에서 만났더니, 이미 다른 분과 내기에서 박원순에게 걸었다고 한다.

"기분이 찜찜해서 full hedge 했어."

나는 헷지 않는다.

Monday, October 24, 2011

절제와 인내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하는 건 잘 참지만 하기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는 걸 못 참는 사람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도 꽤 잘 참는 사람들이다. 妻의 분석에 의하면 전자는 절제에 능한 사람이고, 후자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들이다. 절제란 정도에 넘지 않도록 알맞게 조절하는 것이고, 스스로 알아서 실천해야 한다. 인내는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인데, 외부의 억압이나 강요 혹은 고통을 잘 견뎌내는 것이다.

절제가 인내 보다 쉬운 사람은 자존심이 강하고, 복종과 권위를 싫어한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논리적이고 온순하지만, 권위적이지 않은 대신 권위를 강요받는 걸 싫어한다. 이런 사람이 교회나 성당에 다니면 대개 예배나 미사 시간에 혼자 딴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 중에서는 뚱뚱한 사람이 거의 없다. 먹어서 찌는 건 강요로 생기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먹는 행위에 능동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어쨌든 살은 찌지 않는다. 따라서, 뚱뚱한 사람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의외로 인내심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분명히 없는 것은 절제다. 그들이 살을 빼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 들어가야 한다. 그건 절제를 "강요"받는 것인데, 그건 곧 그들이 잘하는 것, 즉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다.

대화

1.
어제 운전하고 오는 도중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비싼 건, 조금 있을 것일까 아니면 소중한 것일까?"

6살인 작은 아이는 "소중한 것이요"라고 말한다. 8살인 큰 아이는 "조금 있는 것이요"라고 말한다.

많이 있는데 소중한 것은 뭐가 있을까, 라고 묻는다. 큰 아이가 공기라고 대답한다. 조금 있는데 소중하지 않는 것은 뭐가 있을까, 라고 묻는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나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과연 그런 게 있을까? 분명히 있을텐데 생각나지 않는다.

2.
어제 밤 아이들을 재우러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아냐고 물었다. 작은 아이는 모른다고 하고, 큰 아이는 안다고 한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했는데, 토끼가 자다가 시합에 졌다는 것. 아빠가 2탄을 이야기해주겠다고 하자, 아이들은 좋아라 한다.

거북이가 토끼를 약을 올린다. 토끼는 발끈해서 거북이의 말대로 달리기 시합을 바다에서 하기로 한다. 처음에는 토끼가 그럭저럭 앞서 나간다. 거북이가 일부러 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 깊어지자 거북이는 드디어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뒤쳐진 토끼는 보이지도 않는다. 거북이는 토끼가 걱정이 되서 되돌아간다. 토끼는 허우적 거리고, 저 멀리서 죠스(요새 큰 아이가 죠스에 관심이 많다)가 오고 있다. 거북이가 토끼에게 말한다.

"너가 졌다는 걸 인정하면 내가 널 도와줄께. 난 친구가 상어에게 잡아 먹히는 걸 원치 않아"

토끼가 고개를 끄덕인다. 거북이는 토끼를 등에 태우고 헤엄을 치기 시작한다. 나는 아이들이 무작정 토끼를 도와주는 걸 원하진 않았나 보다. 세상에는 도와준 거북이등을 밟고 넘어서서 자기가 이겼노라고 외치는 토끼들도 가끔 있다.

3.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원에 들려 낙엽을 주을까 했더니 공원에 차를 댈 공간이 없다. 집 근처 가로수에 달려 있는 은행잎을 딸까 했더니, 큰 아이가 싫다고 소리를 꽥 지른다.

"저 낙엽들은 이쁘지가 않다구요!"

그냥 싫다는 정도가 아니라, 목소리가 울먹거리를 정도다. 역시 은행나무의 색깔 보다는 단풍 나무의 빨간 잎이 더 아름다운가보다.

4.
본가에 있는 감나무에 감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아이들이 감따기에 열광하는 걸 보신 아버지가 혹시 애들이 다칠까봐 베란다에서 손에 닿을만한 감들은 다 따버리신다. 아이들이 감을 따더니, 그 다음에 차를 닦겠다고 한다. 물장난을 하고 싶어 하는구나 싶어서, 호스를 건네주고 걸레를 하나씩 나눠 주었다. 물을 뿌리더니 걸레로 차를 닦기 시작하는데, 차가 꽤 깨끗해지고 반짝거린다. 차 안도 청소해보지 그러냐, 고 했더니, 차 안 청소는 아빠가 하라고 한다. 차안에서 나온 쓰레기가 한 무더기다. 자기 전에 오늘한 일 중에 뭐가 재밌었냐고 묻는다.

"차 청소요"

좋은 징조다.

Thursday, October 20, 2011

왜 우리는 시장에게 유혹당하는가?

시장은 지성적이다/ 시장의 지성은 완벽하지 않다. 누구나 시장보다 잠시는 똑똑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보다 계속적으로 똑똑할 수는 없다.

시장은 변덕스럽다/ 그는 절대 참여자 한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시장과 한번 잘 수는 있어도 영혼을 정복할 수는 없다.

시장은 도망가는 법이 없다/ 시장은 시간을 두고 기다릴 줄 안다. 시장은 도망하지 않고 항상 상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시장은 열정적이면서도 냉정하다/ 사람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시장에 끌리는 이유는 거절당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대담하다/ 기회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하면 상대가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달려들어 영혼을 빼앗아 버린다.

시장은 만족을 주지 않는다/ 만족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지배하는 것은 시장 자신이다.

시장은 모순된 속성을 갖고 있다/ 남성적이면서 여성적이고, 뻔뻔하면서 매력적이고, 교묘하면서도 노골적이다.

시장은 지루한 수다를 늘어놓지 않는다/ 지루한 수다를 늘어놓는 사람은 이기적이다. 시장은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시장은 모험을 좋아하며 비현실적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지겹도록 진부하다. 시장은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장은 카리스마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의 인간은 우유부단하고 타협적이다. 시장은 다른 것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과격하다는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장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다/ 방향은 중요하지 않다. 시장은 분명한 계획과 목적이 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시장은 느긋하고 침착하며 의연하다/ 시장은 시간을 두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보여준다. 불안해 하지 않는다. 가격의 움직임은 종교의식과도 같다. 시장은 어려운 순간에 느긋함으로 자신의 매력을 발산한다.

시장은 질투하지 않는다/ 시장은 성공한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다. 시장은 감정적으로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다. 시장은 질투심을 유발할 뿐이다.

Wednesday, October 19, 2011

EFSF의 보증구조

전체의 32%가 3년간 돈을 열심히 빌려야 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미국의 9월 자동차 판매

며칠전에 미국의 9월 자동차 데이터를 보다가 두 가지 생각을 했었다.
1. 미국은 리세션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2. 현대차가 꽤 대단하구나.

9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전년 보다 10.8% 올랐다. 131만대가 팔렸다. 일본 지진 이후 130만대 이후가 팔린 것은 처음이다. 전월보다도 8.1%가 더 팔렸다. 미국에서 자동차는 필수품이라 아무리 소득 개선이 없고 고용시장이 나빠도 몇년씩 계속 나쁘긴 어렵다. 그런데, 2009년 말 이후, 소매판매와 자동차 판매간의 괴리가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소매판매가 떨어지거나 자동차 판매가 올라가는 쪽으로 수렴될텐데, 후자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토요타와 혼다는 여전히 재고가 많지 않고, 미국의 트럭 수요는 꽤 견고하다. 일제차의 미국 점유율은 38.1%에서 34%까지 떨어졌는데 그나마 6월의 33%보다는 올라온 것이다. 현대차의 판매가 9월에 다소 부진해보이는 이유는 재고가 달렸기 때문이다. 재고가 부족해 차를 못 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치의 미국 판매량은 어느 수준일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감이 없을텐데, 토요타보다는 조금 적고, (토요타는 9월에 12만대 정도를 팔았다) 혼다(8만9천)나 니산(9만2천)과 비슷한 수준(8만 7천)이다. 현대보다는 기아의 성장이 빠르다. 소나타가 1만8천대로 가장 많이 팔리는데, 제네시스도 3천대나 팔린다. 에쿠스도 292대 팔았다. 재밌는 건 미국에서 소울이 9월에 6,191대나 팔렸다는 것. 니산의 무라노보다 많이 팔렸고, 맥시마와 비슷한 수준이다.

Thursday, October 13, 2011

10월 13일, 목요일

주식시장/ 보고 있는 종목들이 지난 3일 동안 20%가까이 올랐다. 그 회사들의 주식은 지난 2달동안 절반 이상 시가총액이 날라갔었다. 하지만,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나빠진 것은 아니었다. 부채가 전혀 없는 회사도 있었다. 만약 거기서 주가가 반토막이 더나면 회사를 인수해서 배당만해도 주가보다는 높을 것이다. 이런 회사가 최근 많아졌었다. 최근 주가하락이 스몰캡 진영의 수출 위주 기업에 집중된 탓이다.

나경원/ 3년 쯤 전 여의도의 한 와인 바에서 본 적이 있다. 체구는 자그마했고, 얼굴은 예뻤다. 딱히 지적인 느낌은 없었다. 얼굴이 예쁘다는 것은 여자로서의 굉장한 프리미엄이다. 하지만, 그녀의 결점은 목소리에 있다. 해석의 여지를 닫아버리는 음색이고, 그녀의 말투는 건방지고 교만해 보인다. 그녀가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노무현과 관련된 발언을 할 때는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저 여자는 지금 자기가 말로 무슨 잘못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구나, 라고 느꼈다. 말로 지은 죄는 행동으로 지은 죄보다 더 크다, 고 많은 종교는 가르친다.

민주당/ 나는 민주당이 제대로 된 후보를 내기를 바랬다. 시민후보에게 바라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정치제도가 잘 기능한다면, 진보와 보수는 중간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한국 정치의 미래가 제대로된 중도좌파 정당을 만들어내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박원순이든 진중권이든 김규항이든 결국 민주당의 프레임 웍에 들어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거부하는 그들을 존중하지만, 별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민주당이 박원순 단일후보로 동의해주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박원순은 좋은 사람이지만 민주당의 이해관계와 부합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명박에 대한 원한이 깊다는 것이겠지만, 내가 손학규라면 그런 전략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 나경원은 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박근혜가 나와도 한나라당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한나라당은 지금 조선일보가 우기는 것보다 큰 표차이로 질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오세훈이 한명숙을 아슬아슬하게 이긴 이후, 2년 동안 서울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해 보기 바란다.

박원순 서울시장/ 광화문 광장에 들어선 전 괴상한 세종대왕 동상을 빨리 치워주었으면 좋겠다.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가 왜 사람들에게 그렇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다음 두 가지로 가능하다. 첫번째는 일반적인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가 어떻게 태어나서 자랐으며 무엇을 성취했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가 갖고 있는 카리스마와 자신감. 그리고 그가 대중에게 보여주지 않은 그의 삶의 여백, 그래서 증폭되는 다양한 해석. 그리고 그가 가진 종교성. 그리고 외모에서 풍기는 상처받은 남자로서의 매력. 그리고 그의 낭랑한 목소리가 가지는 명료함. 두번째는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사람들을 이해함으로서 그를 이해하는 것이다. 왜 빌 게이츠가 아닌 스티브 잡스에게 사람들은 열광할 수 밖에 없는가. 그건 인간들이 가진 속성 때문이다. 사람들은 명료하게 어딘가를 가리키는 사람을 따른다. 그곳이 맞는지 혹은 옳은 길인지 여부는 상관없다. 사람들은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에게 끌린다. 대개의 인간들에게는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이 있으면 좋겠지만, 성과가 수반된다면 겸손함 따위는 없어도 상관없다. 그런 남자에게 환장하는 건 드라마속 여주인공들만은 아니다.

Tuesday, October 11, 2011

My thoughts on current markets

1) 지금의 주식반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더 오를 것 같다.
2) 중국의 하드랜딩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 부동산의 붕괴는 연준이 금리를 올려야 시작될 것이다.
3) 물가 압력이 숫자상으로 고점을 치고 빠지는 중. 그게 채권시장에 호재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단순하고 맹목적이다.
4) 싼 주식이 많아 보인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시가총액보다도 많은 기업들이 많이 보인다.

Friday, October 07, 2011

나는 사오정인가 아니면 노화중인가

1.
런던에서 세일즈가 잠깐 서울을 방문했다. 내 앞자리에 하루 동안 자리를 정하고 앉았다. 그 앞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그가 혼자서 중얼거린다.

"종목이 너무 늦었어요"

옆에 계신 분에게 저 영국인이 한국말을 했다고 했더니 믿지 못하는 눈치.

2.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뒤에서 여자 세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성관계가 안 좋았어요"

(흑, 무슨 저런 대화를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단 말인가. 그리고 잠시 정적. 그 동안 나는 앞면에 비친 그들의 얼굴을 확인한다)

"하반기에는 좋아지겠죠"

3.
시크릿이란 걸그룹이 있다길래, 물었다.

"걔네가 유명한 얘들이야?"
"꽤 알려져있지"
"걔네가 무른 노래가 모야"
"나도 몰라"
"유명한 애들이라면서 노래도 몰라?"
"마돈나,라고"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비슷한 해프닝들. 나는 사오정으로 진화하고 있는가, 아니면 노화로 인해 퇴행하고 있는가.

Thursday, October 06, 2011

정치적 비효율성은 어떻게 문제를 악화시키는가?

5월부터 몇 주 동안 이 블로그에 열심히 미국 지표 분석을 열심히 업데이트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묘한 시기였다. 미국 지표가 나빠진다는 냄새가 조금씩 풍겨왔지만 아무도 그런 이야길 하지 않았다. 주택지표에서 시작해서 제조업지표까지 나빠지는데 2달 정도가 걸렸다. 그리고 7월에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 경제가 더블 딥에 빠질 것이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냉정하게 미국 지표를 들여다 보면, 미국 경제는 더블 딥으로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블 딥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건, 유럽이 위기가 금융부문의 붕괴로 이어지고, 그것이 실물 경제의 위기로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지표만 놓고 보면 미국의 더블 딥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근 며칠 동안 나온 지표들은 그걸 암시하고 있다.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보았던 것은 최근의 ISM 제조업 지수와 자동차 판매 지표였다. 재밌는 건 이제와서 미국 경제의 더블 딥, 특히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제법 늘었다. 신문지상에서 보는 그분들의 수준과 성향을 보았을 때, 뒷북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 시장이 어려운 이유는 시장의 재료가 다분히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지표보다 뉴스에 집중해야 하는 시장은 건강하지 않다. 그래서 올해 트레이더들은 가격의 움직임에 더 몰입해야 했다. 지금 시점에서 향후 유럽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정치적 분석이 중요해졌다. 그리스 위기가 터졌을 때, 사람들이 물었다.

"그리스를 부도 내면 안 되나?"
"그리스 입장에서는 그게 좋겠죠"
"근데 왜?"
"부도는 아무나 내나요. 러시아 정도는 되야죠. 우리나라도 97년 맘대로 디폴트 못했습니다."

유럽 연합이 탄생하면서 통화가치의 경쟁력에 힘입어 독일은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즐겼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내핍이라고는 모르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나라를 도와주려니 근검절약하는 독일 국민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게 당연하다. 게다가 24개의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와중에 그 나라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리스에서 처음 문제가 생겼을 때, 많은 나라들이 문제를 방치했다. 문제의 심각성도 몰랐고, 어느 정도 알았다고 해도, 효율적인 의사결정과는 어차피 거리가 먼 시스템이었다. 결국 시간은 흘러갔고, 2007년 경제위기 전에는 재정 흑자국이었던 많은 나라들이 위기에서 경제를 구하기 위해 재정을 사용하다가 위기를 맞게 되었다. 역시나, 문제의 인식도 사태의 대처도 느렸다. 그러는 사이에 문제는 더욱 커졌다. 결국 지금은 어차피 그리스에게 어떤 식의 경제회복을 가정하더라도 재정 건정성 회복은 불가능하니 그리스를 불가피하게 디폴트 시키고 유로 존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스를 돕는 건 사람들이 원치않으니 차라리 은행을 돕자는 말이고, 그리스는 우리 가족이 아니지만, 자국의 은행은 우리 가족이라는 논리다. 그리스를 도와주면 시간과 돈을 절약했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그리스가 부도가 날 때 딱히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게 정치가 작동하는 방식이고, 이런 방식은 너무 구조적이라 극복하기 어렵다.

최근 진행상황을 보면, EFSF 증액으로 그리스를 도와주는 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7월에 결정된 EFSF 증액은 2주 전부터 각 나라 의회에서 통과되는 중인데 아직 네덜란드를 비롯한 몇 나라에서는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 너무 액수가 작다는 의견도 있지만, 추가 증액보다는 EFSF를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방안과 심지어 구조화 채권까지 매입해서 같은 금액이지만 정책의 효과를 늘리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은행 구하기" 대책은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최근 나오는 게 그래서 은행의 증자(recapitalization) 이슈다. 지금 은행에 돈을 넣을 사람은 각 정부와 EFSF 밖에 없는데, 증자 규모는 500억 유로에서 1500억 유로 정도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자본금 투입은 바젤 3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주 형태의 투자가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 3년 동안 바젤3가 규정한 7-8%의 Tier1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정부가 투입한 돈은 보통주로 전환된다.

이런 상황을 놓고, 그러니까 정치가 문제야, 라고 말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한 표를 행사하게 되어 있는 민주주의 제도가 너무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여기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건이 전개될 것인가를 예상하는 것이 훨씬 힘들지만 보람있는 일이다.

그의 죽음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56세의 아직 젊은 나이다. 요절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아까운 죽음이다. 그는 태어나자 마자 부모에게 버려졌다. 블루 칼러 부부에게 입양되었고, 대학은 도중에 그만 뒀다. 자신이 개발한 퍼스널 컴퓨터로 세상을 바꿨지만, 실재 경쟁에서는 마이크로 소프트에 졌다. 90년대까도 그의 실패담은 경영대학원의 좋은 케이스 스타디였다. 그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도 버려졌다가,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21세의 처음 10년은 온전히 잡스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잡스가 만든 물건 뿐 아니라 잡스의 모든 것에 매료되었다. 그의 삶에는 스토리가 있었고, 그 스토리에는 감동이 있었다. 그 감동의 본질은 역경을 이겨내는 인간의 정신력이며, 그 정신력의 바탕이 되는 것은 그의 철학이다. 그의 철학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그가 남긴 졸업사에서 명료하게 표현되었다. 언제 들어도 그 연설에는 울림이 있다. 8월 24일까지 그가 애플의 CEO로 일했으니까, 사임한지 두 달도 안 되서 죽은 셈이다. 그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오늘 아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가는 4% 상승해서 출발했다. 비정한 시장인 것 같지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아무리 작아 보여도 모든 사건은 다른 사물에 영향을 준다. 시장의 그런 반응은 오히려 그가 어떤 존재였는지 잘 보여준다. 그는 "천국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천국에 가기 위해서 죽으려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우리도 결국은 그와 마찬가지로 죽을 것이다. 삶보다 죽음을 강조하는 종교는 대개 사이비 종교다. 모든 종교는 인간은 결국 죽으니까 그 동안 잘 살아보자고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잘 사는 것일까. 그 대답은 결국 각자의 몫이다.

2005년 스탠포드 졸업사

Tuesday, October 04, 2011

탐욕이 공포보다 강하다

다음 두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 왜 약세장이 막판에는 더 가열찬 매도가 오는가? 왜 약세장에 끝에는 용감한 롱이 출현하는가?

황동혁, 도가니

보는 내내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왜 이 영화가 흥행되고 있을까. 과연 이 영화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은유로 대중에게 읽히고 있는 것일까. 또 하나는 이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개신교의 이미지. 개신교도라면 불편할 수도 있는 설정이었는데, 그게 영화의 맥락과 아주 잘 어울렸다. 과연 교장과 행정실장이 개신교도가 아니라, 천주교도나 불교도였더라도 그렇게 잘 어울렸을까? 대답은 당연히 노. 그들이 개신교도라는 팩트 자체로 이미 그들은 위선과 거짓의 보편성을 충분히 확보해 버렸다. 인상적인 것은 얼마전 사망했다는 교장이 실재로도 개신교도였다는 것이고.

수확

사람들이 부러워했던 조개들. 떠나올 때 사람들에게 조개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왔다. 절반은 부모님 갖다 드리고, 절반은 칼국수에 넣어 먹었다. 다음에 갈 때 조개를 미리 사서 바닷가에 풀어놓고 잡았다고 외치면 아이가 몹시 기뻐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2만원어치만 사서 풀어도 지난번 낚시때의 굴욕을 몇 배로 만회할 수 있을 듯.

낚시의 굴욕

조개잡이

갯벌에 대한 각종 과학적 정보를 습득한 큰 아들 때문에 갯벌체험을 목표로 떠난 1박 2일 여행. 왕복 10시간 운전해서 얻은 수확물은 약 2만원어치 조개 한 바가지. 조개를 잡는 다양한 이설들에도 불구하고, 가장 성공적인 방법은 물이 빠져나갈 때 물이 찰랑찰랑한 수위의 모래 바닥에서 줍는 것이다. 조개가 모래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조개를 캐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래 바닥을 파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힘들고 어렵다. 물이 맑아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아마도 일반적으로 통용되기는 어려워 보이니, 어제만 특별히 가능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