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y 30, 2011

5월 26일(목) 미국지표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1분기 미국의 GDP 잠정치가 예비치 1.8% 보다는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고 때문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잠정치는 예비치와 같았다. 재고 숫자는 늘었지만, 늘어난 재고 효과를 민간소비 쪽의 하향조정(saar 2.7%에서 2.2%로)으로 상쇄했다. 미국의 경제구조는 소비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미국경제 특히 GDP의 움직임이 최종 소비와 궤를 함께 하는데, 최종소비는 계절조정 후 연율로 0.8%에서 0.6%으로 하향 조정되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가계의 소득을 잠식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싶다. 2분기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도이치 3.2%, 모건 스탠리 2.8%, 골드만 삭스 3%.

5월 24일까지의 주간 실업청구건수는 424K 증가해서 전주보다 10K가 늘었다 남부의 나빴던 날씨 관계로 나빠진 부분이 있어 보이고, 5월의 비농업고용 전망치는 대부분의 하우스들이 20만건 내외를 예상한다. 모건 스탠리 175K, 골드만 삭스 225K.

캔자스 연준의 제조업지수는 ISM 제조업지수와 구성 카테고리가 비슷하다. ISM 제조업 지수가 0-100 사이를 움직이기 때문에 기준이 50인 반면 캔자스 연준의 제조업 지수는 -100-+100이 스케일이다. 4월 14였던 지수는 1로 하락했다. 생산이 17에서 -2로, 주문이 11에서 -15로 하락했고, 고용도 17에서 9로 하락했다. 최근 나온 4개의 지역 제조업 지수가 모두 부진했기 때문에 ISM 제조업 지수가 부진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최근 4달 동안 60위에 있었던 ISM 제조업 지수는 60아래로 내려갈 것이 거의 확실하다. 6월 1일 예정된 ISM 지수는 2-4 포인트 정도의 감소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장 예상치는 현재 57.6 (4월 수치는 60.4였음)

Sunday, May 29, 2011

운명을 극복하는 캐릭터

일반적으로 결혼이 남자에게 유리한가 아니면 여자에게 유리한가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만약 어떤 사회가 결혼의 조건에서 여자의 경우 외모를 결정적으로 중시하고, 남자의 경우 돈을 결정적으로 중시하는 성향이 있다면, 외모보다 다른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뛰어난 여자에게 결혼은 우울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외모보다 다른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여자는 자신의 역량 보다 찌질한 남자와 결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자체를 위해서 자신보다 찌질한 (지적/사회적) 역량을 가진 남자와 사는 건 아무리 이리저리 생각해도 기분 좋은 일은 못된다.

모든 능력이 뛰어난데 단지 외모를 이유로 결혼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여자가 이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꽤 많다. 숫자상으로 보자면 그럴 수 밖에 없고, 심각한 구조적 문제다. 물론, 나는 결혼 따위에는 관심없어, 라고 말하기는 쉬운 일이지만, 세상 대부분의 사람이 하는 결혼을 못한다는 사실은 때때로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 내 주변에서도 미국의 최고 학부에서 박사를 받고, 교수까지 됐지만, 그리고 결혼한 친구들을 딱히 부러워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보다 못한 인간들도 다 하는 결혼이란 걸 본인이 못했다는 그 사실 하나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다.

여런 다른 조건중에서 여성의 외모에 너무 큰 가중치를 두는 사회 분위기는 쉽게 바뀌기 어렵고, 외모 보다 다른 곳에 큰 가중치를 두는 신중하고 진중한 성격의 남자는 결혼은 대체로 빨리 해버리는 역설적인 경향이 있다. 그런 환경에서 이리저리 불평을 해보았자, 사실 자신에게 득이 될 것은 별로 없다. 이럴 때 내가 여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성형은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운명개척의 방법중에 하나다.

태어나면서 부터 예쁜 여자와 성형으로 예쁜 여자나 예쁜 것은 다 마찬가지다. 성형미인은 자연미인에 비해서 인위적이니까 덜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것은 웃긴 이야기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일수록 제대로 된 성형미인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 시대의 미인들(예컨대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이미 죄다 성형미인이다. 어쩌면, 공정함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미인의 존재처럼 인간을 좌절시키는 건 없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외모가 결정되고, 어떤 경우에도 그것이 역전되지 않는다면, 그러면서도 외모에 대한 지극한 선호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굉장히 공포스러운 일이다. 어떤 노력으로도 내 처지를 타개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간은 성형이라는 수단을 통해 아름답지 않은 상태에서 아름다운 상태로 전진할 수 있다. 지극히, 인간적이고 문명적인 역사의 진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누구나 성형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성형이 갖고 있는 위험(risk)와 불확실성(uncertainty)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다르게 정의하지만, 쉽게 말하자면, 우리는 성형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100%로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이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이기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다. 연예인들이 성형에 비교적 적극적인 이유는 성형을 해서 예뻐진 사람을 훨씬 많이 만나기 때문에, 공포감은 줄이고 기대감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기대감은 성형이 주는 단순비용의 부담을 대개의 경우 뛰어넘고 극복한다.

옥주현은 성형을 통해서 이전보다 많이 예뻐진 여자다. 게다가, 그녀는 꾸준한 운동과 다이어트를 통해 몸짱으로 거듭나서 요가사업도 하고, 다이어트 비디오도 냈으며, 각종 음료수에 모델로 출연까지 했다. 그런 강력한 의지를 가진 여성이 엄청난 수의 안티들을 갖고 있다. 논리적으로 보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그녀의 불굴의 의지는 많은 사람들의 벤치마크가 될 법도 한데, 그녀는 많은 안티들을 몰고 다닌다. 아마도, 대중들은 그녀가 원래부터 아름다웠고, 원래부터 날씬한 듯 처신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배신감을 넘어서는 분노를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에서 나는 원래는 안 예뻤지만 성형으로 예뻐진 것이라고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그럴 바에야 왜 성형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배신감을 느끼는 대중의 모습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원래 가난한 집 아들이 공부를 잘하면, 부자집 아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서러운 일이 많고, 공부를 못했던 아이가 갑자기 잘하게 되면 온갖 시기와 질투를 받게 마련인 법이다.

운명을 극복하고 개척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옥주현은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성형을 통해 예뻐진 것에 그치지 않고, 옥주현은 운동과 절제로 타고난 것에 비해 좋은 몸매까지 갖췄고, 아이돌 그룹을 떠나 뮤지컬 업계에서도 성공했다. 단순히 타고난 노래실력만으로는 성공하기 만만치 않은 세계에서 말이다. 진심으로 옥주현을 성원한다.

Saturday, May 28, 2011

무서운 문장

아무리 좋아도 난 못 먹을 세 가지. 임신부, 어린이, 노약자.

Friday, May 27, 2011

마이자우후위(麥兆輝), 관운장

장예모우의 '영웅' 이후, 중국 영화의 추세는 재미있는(?) 방향으로 흐른다. 중국 전통의 유구함을 굉장히 세련된 방식으로 과시하며, 스토리에도 깊이를 담고, 무엇보다도 중국의 현체제의 철학을 연상시키는 갈등구조가 등장한다. '영웅'을 보고 난 후에, 나는 그 영화를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 보다도 그 영화 자체의 논리에 설득되었다. 진시황의 암살을 막는 양조위가 옳았다고 생각하고, 양조위에 설득당해 결국 암살을 포기하는 이연결의 결정이 가슴 아팠지만, 동의했다.

관운장 역시 스토리는 다른 고사에서 빌려왔지만, 결국은 '영웅'과 거의 같은 이야기다. 진시황은 조조를 연기하고, 견자단은 이연걸을 연기할 뿐이다. 그리고, '영웅'의 양조위 이상으로 '관운장'의 조조의 논리에는 강력한 설득력이 있다.

지난 달에 금통위원 중 한 분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다. 그 분이 들려준, 중국 중앙은행 부총재가 이야기했다는 중국의 당지도부가 고민한다는 두 가지 문제와 그 문제에 대한 당지도부의 의지는, 이 영화에서 조조가 열변을 토하는 장면에서 오버랩되어 떠 올랐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어쩌면, 나는 중국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강형철, 써니

웃음과 유머가 많으면서도, 아무도 이상한 방식으로 죽지 않고, 불행을 겪긴 해도 행복도 함께 하며, 매너리즘하고는 거리가 면 영화를 만들면서도 흥행에서 실패하는 건, 참 어려울 것이다. 물론 어떤 감독은 "나는 그런 흥행공식 쯤은 잘 알고 있지만, 다음 작품은 좀 달라야 해"라고 말하겠지만, 일등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해서 실재로 일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장면은 분명히 어디선가 본 것 같고(예컨대 재수생 남자가 헤드폰을 씌어주는 장면), 또 어떤 장면은 다른 영화(예컨대 말죽거리 잔혹사)를 연상시키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3개월 동안 출장가는 유호정의 남편이 바람을 피지도 않고, 이경영이 유호정을 알아보고 이상한 대사를 치지도 않았으며, 마지막 장면에서 어른이 된 민효린의 모습은 단 몇초만 나왔지만 미소짓는 얼굴에 광채가 떠있는 기분이어서 압도되었다.

비호감이었던 민효린은 불에 탄 각목을 휘두를 때 즈음 급호감으로 돌면했고, 강소라가 발차기 하는 모습을 보니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도 능히 자동차 2개 정도는 뛰어 넘고, 남자들 10명 쯤은 때려 눕힐 내공이다. 꽤 웃겼던 대사가 많았던 듯 한데, 기억나는 건,

"니가 전라도라는 이유로 나를 싫어하는 것은 부조리한 일이야"

코스모폴리탄

내가 다니는 미장원은 커트비가 비싼 편이다. 5만원. 그래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잘 해준다. 어떻게 깎아달라고 말해본 적 없고, 미용사 본인도 그런 말 듣는 거 자존심 상해한다. 미용사는 단 한명 뿐이고, 시다는 한명도 없다. 그러니까, 원장까지 딱 2명이 일하는 미장원이다. 그 미장원의 장점은, 잡지를 맘대로 가져 가게 해준다는 것이다. 레몬 트리에서 코스모폴리탄을 거쳐 맨스 헬스와 에스콰이어까지. 가끔 집에서 그 잡지들을 읽을 때가 있는데, 가장 압도적으로 흥미진진한 잡지는 역시 코스모폴리탄이다. 유치한 면이 있지만 솔직하고, 적나라하면서도 진정성이 있으며, 죄다 꾸며낸 것 같으면서도 진짜 같은 기분이 든다.

얼마 전에 농담삼아, 우리나라 최고의 잡지는 코스모폴리탄이야, 했는데, 그 이야기가 돌고 돌아서, 지인이 정기구독을 신청해주었다. 택배가 왔다고 해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려갔더니, 카메론 디아즈가 웃고 있는 노란색 바탕의 6월호가 배달되었다. 옆자리 동료가 어제 점심 시간에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길래, 남자가 사무실에서 여성잡지를 읽다가 성희롱으로 소송당하는 사태를 경고해주었다. 오늘 아침 집 화장실에서 잠깐 읽었는데, "나의 EX가 해주지 않았던 50가지"란 기사가 있었다. 맙소사, 역시 대단한 잡지다.

Thursday, May 26, 2011

5월 26일(수) 미국 지표- 4월 내구재

미국의 GDP를 예상해보는 단서가 되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내 경우에는 내구재 주문을 제일 중요하게 본다. 대부분이 지금 현재의 경제상태를 보여주는 데 반해서, 내구재 주문은 미래의 그림을 그려보는 좋은 실마리를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구재 중에서도 기계설비 주문이 늘어나면, 몇 달 뒤에 생산이 늘어난다. 기계가 있어야 생산이 있을 것 아닌가 . 반대로, 기계 주문이 감소하면, 머지않아 생산이 감소하고 고용시장이 나빠질 것이란 단서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내구재란 뭘까? 일반적으로 내구재란 자동차, 컴퓨터, 항공기, 통신장비처럼 3년 정도의 수명을 가진 상품을 말한다. 기업이 지출하는 것의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기업의 자본지출을 예상하는 좋은 수단이다. 지표의 성격상 내구재가 나빠지데, 공장주문이 좋기는 어렵다. 다만, 내구재 주문에서 방산재와 항공기는 워낙 변동성이 크기 이것들을 제외하고 보기도 한다. 그래야 기업의 실질 수요가 어떤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 빼도, 내구재 주문은 워낙 변동성이 심하고, 익월에 조정이 심해서 해석이 어려운 지표다. 신규주문이 미래의 제조업의 변화를 예고하는 선행지표라면, 출하는 경기동행지수며 변동성이 적으며 (주문을 받아도 실재 생산해서 출하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GDP 산출시에 이용된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주문과 출하가 분기의 첫 번째 달에는 둔화되는 특징이 있고, 전월의 수정이 심해서 해석이 어렵다.

4월 내구재 주문은 전월 대비 -3.6% 하락했다. 예상치는 -2.5%였다. 3월에는 4.4% 오른 것으로 수정되었다. 전년동월 비로는 3월의 +14.1%에 비해서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의 +12%, 1월의 9.4%, 2월의 7.9%, 3월의 14.1%. 좋지 않다. 운송제외 주문의 경우로 봐도 16.1%(+2.6% m-m), 13.3%(-2.2% m-m), 9.9%(-0.6% m-m), 8.2%(2.5% m-m), 그리고 4월 6.7%(-1.5%)로 계속 나빠지고 있다. 좋은 소식이라면 일단 예상치에 비해서 그리 나쁘지 않고, 전월 숫자가 상향 조정되었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둔화가 거의 전 카테고리에서 골고루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자장비(-4.9% m-m), 기계류(-3.4%) 그리고 자동차 부품 주문이 좋지 않았다. 일본 지진 여파로 부품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충격은 생산과 내구재 주문에서 골고루 관찰되고 있다. 분기 첫달이 안 좋은 특성을 감안하면, 4월 지표보다 5월 지표가 더 주목을 받을 텐데, 5월 지표가 안 좋으면 향후 미국지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근의 지표 추세로 봤을 때 기업의 자본지출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Wednesday, May 25, 2011

5월 24일(화) 미국지표

5월 리치몬드 연준 제조업 지수가 4월 10에서 5월에는 -6으로 하락했다. 지난 주 나빴던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와 비슷한 분위기인데, 문제는 각 카테고리들이 전반적으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주문(10에서 -15로)과 출하(6에서 -13으로)에서 큰 폭의 지수 하락이 있었다. 유일하게 나쁘지 않았던 것은 고용으로, 전월과 같은 14를 기록했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6개월 내 경영환경에 대해서 묻는 전망치가 높은 것에 주목해서 경기순환적인 부진이 시작되었다기 보다는 일시적인 soft patch로 본다. 비관적인 사람들은 2년간의 제조업, 생산의 호황이 피크를 치는 신호라고 본다. 리치몬드 제조업 보고서의 서비스 관련된 숫자들은 제조업만큼 나빠진 않지만, 개선은 확실히 둔화되었다.

4월 신규주택 판매는 4월에 323K건으로 전월보다 7.2%가 개선되었다. 전월 대비 개선된 형태는 미국의 전영역에 골고루지만, 여전히 판매는 잘 안되다고 해석해야 한다. 4월은 매년 주택판매가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3월에 비해 개선된 것이 좋은 뉴스라고 환호하긴 어렵다. 오히려, 전년보다 -19.4%나 판매가 하락한 것은 아주 나쁜 신호다. 문제는 주택판매가 전년동월 비로 지난 2월 이후, 20%에 가까운 하락세(2월 -19.2%, 3월 -21.8%, 4월 -19.4%)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월 비로는 1월과 2월에 -6.3%와 -10.2%를 기록한 이후, 3월과 4월에 +8.3%와 +7.3%로 개선되었지만, 실속은 나빠졌다고 본다.

최근의 금리하락으로 30년 모기지 금리는 2월 10일 경, 5.05%를 친 후 현재 4.61%까지 떨어졌다. 재미있는 점은 신규주택 가격이 기존주택에 비해서 너무 높다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주택업자들이 주택시장에서 경쟁하기가 만만치 않다. 기존주택이 워낙 판매소진이 느려서 생기는 현상이다. 신규주택가격의 중간값은 4월에만 1.6%가 올랐고,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6%가 오른 21만 700불이다. 기존주택의 가격의 중간값이 16만 3200불인 것에 비하면, 34%나 높다. 보통 15% 정도의 가격차를 보인 것에 비하면 너무 높다.

빌 그로스 코멘트 on 미국 금리

Just Tweeted from PIMCO:

Gross: End of QE2 may or may not lead to higher yields, but what is clear is that a 1.79% 5 yr offers a negative real yield after inflation.

미국채 포지션을 거의 다 없앴다던 핌코의 빌 그로스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두 가지가 놀라운데, 첫째, 빌 그로스도 트위터를 한다는 것. 둘째. 실질금리가 네가티브 영역인 5년 국채의 실질금리가 국채 매도의 이유가 논거가 될 수 없다는 걸 빌 그로스가 모르진 않았을 텐데 왜 굳이 이런 멘트를 날렸을까?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 10년 금리가 2년 금리 보다 낮은 건 용납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꽤 자주 일어난다. 금리가 도무지 오를 것 같지 않다면, 2년 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가진 10년 채권을 사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없다.

Tuesday, May 24, 2011

별일이 없으면 원유는 오른다. 그런데 없을까?


최근 유가의 하락은 세계경제가 부진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서 출발했다. 비슷한 시기에 주가는 조정을 받고 있고, 채권을 랠리를 하고 있다. 다른 요인이 있고, 시기가 약간 다르긴 해도, 큰 맥락에서는 그게 제일 컸다. 골드만의 4월 23일자 보고서,"After the correcion, a more bullish trajectory for oil prices"은 2012년까지 유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전망의 r가정은 물론 골드만 삭스가 전망하고 있는 올해 2분기 이후의 비교적 건강한 미국 경제의 회복이다.

원유 시장의 공급 면을 보면, 비 OPEC 국가에서의 원유공급은 늘어났다. 그 동안 세계 경제가 반등했기 때문이다. 만약, 세상이 더 많은 원유를 필요로 하면, 이제는 OPEC 국가들이 재고를 방출하고 생산능력을 늘려야 한다. 비 OPEC 국가들은 이미 과잉생산 상태이기 때문이다. 골드만 삭스는 OPEC 국가들의 생산능력을 소진하는 건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본다.

최근 리비아와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사태는 원유 시장에 공급충격에 의한 가격 상승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을 줬고, 가격은 상승했다. 최근의 원유가격 하락은 원유가격을 지정학적 위험이 있기 전 레벨로 돌려놓았다. 비록, 성장환경이 지정학적 불안이 시작되기 전보다는 훨씬 나빠진 상황이고, 추가적으로 나빠질 다운 사이드 쪽 위험이 더 높지만, 다음 18개월 동안 원유가격은 의미 있게 상승할 것이다.

리비아 쪽 원유생산 능력이 손실을 입고, 비 OPEC쪽 생산이 실망스러운 상황이 되면서, 원유 시장의 생산 상황은 2012년까지 좋지 않다. 리비아의 생산차질은 2012년까지 OPEC 국가들의 잉여 생산능력을 거의 상쇄시킬 것이다. 결론. 3개월 타겟은 115불. 6개월 타겟은 130불. 12개월 타겟은 130불이다. 만약 세계 경제의 회복이 예상보다 훨씬 느려도 이러한 전망은 유효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핵심은 특별히 경기가 나빠지지 않는 한, 원유수급의 구조는 가격이 오르는 쪽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진정하자

블로그를 쓰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로그인 상태에서 댓글을 클릭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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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요상한 메세지가 뜬다. 그러면 댓글을 볼 수도 없고, 댓글에 대답은 더더욱 안 된다. 웃기는 건 로그 오프 상태에서 댓글에 답을 달고 작성버튼을 누르면 로그 인을 요구하는데 로그 인을 하면 쓴 글이 날아간다. 구글에 저 메세지를 넣어보니 상당히 고통스러운 오류인 듯, 하소연은 하는데 해결했다는 글은 안 보인다. 여러 컴퓨터에서 로그 인을 하면 구글이 헤깔려서 그렇다는데 진실은 누가 알런지. 네이버나 다음처럼 모든 신상을 신고하는 게 싫어서 온 블로그인데,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적극적으로 지려는 자세가 없다. 주인도 익명으로 댓글 달면 대충 해결(?)은 된다. 아침에 30분을 이 문제로 신경썼더니, 짜증분출.

Monday, May 23, 2011

GS, Global Housing Market are Local Again


1998년부터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기 직전인 2008년까지 전세계 부동산 시장은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거의 모든 나라의 채권 이자율이 하락했고, 많은 OECD 국가들의 건설경기는 호황을 보였다. 주택 가격 상승이 멈추면서 위기가 시작됐고, 그 위기는 집값을 더 떨어뜨리고, 금융시장의 위기을 가져왔다.

지난 3년 동안 전세계의 집값은 상관관계가 없어졌다. 골드만 삭스는 이를 가르켜 주택시장이 다시 로칼라이즈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미국 집값은 하락했지만, 어떤 지역은 안정되고, 어떤 지역은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 지난 2000년대에 약 90% 이상 설명해주던 글로벌 요인들은 지난 3년 동안, OECD 국가들의 부동산 시장을 50-60% 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빠르고 지속적인 가격 하락을 보이는 국가들- 아일랜드,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그리고 네덜란드.

최근들어 하락폭이 완만해진 국가들- 미국과 유럽 대부분의 OECD 국가, 덴마크와 한국. 미국의 경우는 2009년 1분기까지 35%가 하락했으나, 2010년 말까지는 4%가 하락. 문제는 2010년 4분기 이후, 주택가격이 다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

정점을 치고 하락했다가 빠르게 가격이 반등하는 국가들-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들. 캐나다, 노르웨이 그리고 호주. 2009년까지 7.5%에서 10% 정도 하락했지만, 그 뒤 두 자리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는 국가들. 캐나다와 호주는 17%, 노르웨이는 14% 가량 올랐다. 영국과 뉴질랜드, 프랑스와 독일도 이 군에 속한다.

조정없이 올라가는 나라들- 스위와 벨기에.

골드만 삭스는 경기순환적인 경기회복이 부동산 시장을 지탱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나라마다의 차별화된 모습이 지속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이 글을 본 나의 예감은 그다지 좋지 않다. 미국의 주택가격이 다시 급락하는 모습, 그리고 원자재 수출 국가들의 주택가격만 의미있게 반등하는 모습이 그렇다. 중국과 한국의 경우, 자국의 금리인상과 자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시기적으로 겹치지 않는다. 경험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은 진정한 악재였다.

패닉

주가가 50포인트가 넘게 하락했다. 환율도 15원이 넘게 올랐다.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은 아직 한국에 비해서 약하고 적다. 미국채권 금리는 래인지 하단에 서 있다. 최근의 가격 움직임이 보여주는 건 리스크를 줄이라는 것, 안전 자산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움직임을 크게 놓치진 않았다. 이번 장을 잘 대응하지 않으면 하반기 내내 고전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블로그가 최근 들어 뭔가 이상한 듯. 댓글을 달려고 했더니 이상한 메세지가 뜬다. 그래도, 네이버나 다음 블로그로 갈 생각은 전혀 없는데.

Saturday, May 21, 2011

리서치는 모든 것의 기본

"신촌 여관방 잡아서 5공 청문회 준비할 때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보좌진이 준비해놓은 방대한 자료를 큰 전지 한장에 도표로 담아냈고, 이것을 다시 A4용지 2장으로 간략하게 정리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상고 나오고도 사법고시 된 데는 바로 저런 머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지도자라면 연설문도 직접 써야 한다고 했다. 그것도 아주 쉽게.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 바로 그분이었다."
- 이광재, 조선일보 인터뷰-

머리가 좋고 직관인 좋은 사람들은 사물을 이런 식으로 잘 정리한다. 사안의 논점은 대부분 한 문단으로 정리가 가능한 것이다.

스마트한 사람은 두 부류가 있는데, 첫번째 부류는 결론은 미리 내지 않고, 관련된 자료와 데이타를 다 섭렵한 다음에 귀납적인 결론을 찾는 사람이다. 성격이 아주 꼼꼼하고, 논리적이며, 완벽주의자들이 이런 식의 사고를 한다. 좋은 애널리스트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 두번째 부류는 직관적으로 일단 결론을 내려 놓은 상태에서, 관련된 자료와 데이타를 읽으면서 그 결론을 검증해간다. 좋은 트레이더의 대부분은 이런 부류인 것 같은데, 물론 자신의 결론과 맞지 않는 증거들이 발견되면 순식간에 결론을 뒤집는 유연함을 갖고 있고, 특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거든, 상황을 유보할 줄 아는 담대함도 갖고 있다.

10년 넘게 금융시장에 있으면서, 사실관계(fact finding)의 확인이 모든 의사결정의 기본이라는 첫번째 멘토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륜이 쌓일수록 게을러지기 때문이다. 데이터도 뜯어보지 않게되고, 뉴스만 보고 판단을 내리는 일이 많아진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트레이딩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손실과 맞닥치게 되고, 이런 식으로 일하는 건 중학교만 나와도 누구나 할 수 있다, 는 자괴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높은 학력수준보다 동물적 감각이 더 중요한 것이 트레이딩 본질의 일부이긴 하지만, 결국 큰 포지션으로 큰 돈을 버려면, 리서치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건 단지 트레이딩 뿐 아니라 모든 사물의 이치를 파악하는 본질이기도 하다.

Friday, May 20, 2011

5월 19일(목) 미국 지표 해설

1.
어제 나온 5월 9일-14일 동안의 주간 실업청구 건수는 예상보다 많이 좋은 편이었다. 29K가 떨어진, 40만9천건. 4월 30일까지 478K로 74K나 올랐었는데, 지난 2 주 동안은 69K나 감소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미시시피강 범람으로 청구건수가 늘어날 시기였는데, 노동부는 이 주간에 의미 있는 청구는 별로 없었다고 언급했다. 지역적으로 보면 알라바마의 청구건수가 늘었는데, 날씨 영향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지난 2 주간 오른 숫자의 대부분은 뉴욕 주에서 설명되는데, 학교들의 봄방학 영향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다른 지표에 비해서 고용사정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게 결론. 참고로 모든 주는 연방법에 의해서 실업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최대 26주까지 실업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상황에 따라 13주가 추가된다. 각 주정부가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 7일 동안 접수한 숫자를 노동부로 보내면, 노동부는 다음 월요일에 숫자를 공개한다. 보통 40만 건 이상이면 경기침체 기간으로 보고, 37만 5천건 보다 낮으면 회복국면, 32만 5천건 보다 낮으면 호황으로 본다. 4주 이동 평균으로 보면, 4월 초에 40만 건 이하로 내려왔다가 현재는 43만9천건 수준이다.

2.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는 4월 18.5에서 5월에는 3.9로 급감했다. 두 달 연이은 큰 폭 하락이다. 지수 내의 고용지수는 상대적으로 견조했지만, 신규주문이 급감했고(18.8에서 5.4로), 출하도 안 좋았고 (29.1에서 6.5로), 재고지수도 하락 폭(1.7에서 -5.4로) 낙폭이 컸다. 최근 나온 지역 제조업 지수를 감안하면, 5월 ISM 제조업 지수는 2 포인트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달 ISM 제조업 지수는 60.4였다 높은 숫자다. 원자재와 원유가격의 상승이 생산활동을 위축시키는 영향도 있을 것이고, 일본으로부터의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자동차 생산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재고조정으로 인한 생산 증가는 이미 끝난 것 같고.

3.
기존주택 판매는 4월에 -0.8%m-m, -12.9 y-y로 발표됐다. 연율로 환산해서 505만 채 정도다. 잠정 주택판매가 3월에 5.1%나 올랐기 때문에 기존주택 판매가 좋을 것이라고 봤던 이들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기존주택판매가 개선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 기존주택판매는 전체 주택판매의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나머지는 20%는 신규주택판매) 하지만, 판매는 매수자와 매도자간의 교환을 의미할 뿐 생산활동을 수반하는 게 아니어서 GDP에 감안되지 않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다만, 경제활동을 설명하는 중요한 지표임은 분명. 집을 팔아서 생긴 돈은 대부분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존주택판매는 계약의 완료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시차가 있어서 잠정주택판매라는 보조 지표를 같이 본다. 이 지표는 판매에 대한 잠정적인 합의는 됐지만 계약은 안 된 계약을 집계하는 것이다. 두 지표간의 시차는 짧게는 한달 길게는 석 달 정도다. 이 지표에서 중요한 것은 기존주택 재고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미국도 4월에는 주택거래가 많이 되는데, 판매대상주택은 계절조정이 안 되기 때문에 4월에 이 숫자가 하락한 것(-3.9% y-y)은 이례적이다. 다행히 판매가격의 중간값은 전월 대비 2.4% 올랐는데, 전년동월 비로는 5% 감소했다. 전월 대비 오른 것은 8달 동안 계속 하락하다가 처음으로 오른 것이다.

4.
선행지수는 4월에 0.3% m-m 하락했다. 전년동월 비로는 5% 상승. 전월동월비로는 작년 11월 6%를 기록한 이후, 매월 하락하고 있다. 작년 여름 이후 지수 자체는 굉장히 강한 편인데, 그런 추세를 감안해서 6개월 평균으로 보면, 아직도 7.2로 높은 편이다. 강한 추세의 여진이 남아있는데, 추세자체는 약해지고 있는 걸 의미한다. 4월 수치가 안 좋아진 이유는 주간 실업청구건수의 상승, 주택 허가건수 감소가 컸다. 참고로 선행지수는 10개의 구성요소로 되어 있고, 경기의 변동을 3-9개월의 시차를 두고 미리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고안되었다. 7개의 비금융요소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건 미시간대학의 소비자 신뢰지수이고, 3개의 금융요소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M2이다. 하지만 10개 요 소중에 가장 예측력이 뛰어난 것은 연준의 정책금리와 10년 국채금리의 스프레드다. 물론 10년 금리가 하락해서 스프레드가 좁아지면 경기선행지수가 나빠진다.

Thursday, May 19, 2011

외양의 심리학

존 내버로의 '행동의 심리학'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옷은 입는 사람의 기분과 성격을 반영한다. 어떤 사람은 차분하게, 또 어떤 사람은 현란하거나 험악하게 입는다. 다른 사람을 매혹하기 위해, 근육이나 몸매가 얼마나 멋진지 자랑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적, 직업적으로 어디에 속할지 알리기 위해 옷과 장신구를 이용한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외출할 때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토니야 레이맨의 '몸짓의 심리학'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날 상대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옷을 입어라."

어떤 사람들은 쿨하게 말한다. "나는 그냥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어" 그런데, 비언어행동심리학자들은 "그냥"이란 말을 믿지 않는다. 누군가의 외양은 누군가가 최선을 다해서 준비한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자 하는 자신의 기분과 성격과 계급이라는 것이다. 선이나 소개팅에 나가는 사람, 술집에 출근하는 여성, 회의에 참석하는 남자,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옷차림에 어떤 전형성을 가지고 있다.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혹은 고객 혹은 자신을 보아줄 사람이 좋아할 것처럼 옷을 입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생각은 24시간 작동하고 (즉, 긴장하고) 있어야 맞다. 결혼 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특히 그렇다. 예민한 사람들은 상대의 옷차림이나 태도만 가지고도 그 사람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어낸다. 명품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벽에 아무렇게나 기대어 앉은 여성을 보는 예민한 사람은 "저 옷은 짝퉁이겠군"이라고 생각한다. 머리를 빡빡 깎고 약간 수염을 기른 남자는 자신감이 넘쳐 보이고, 타이트한 티셔츠를 입고 세심한 근육을 보여주는 남자는 성적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머리카락을 이마 위로 넘겨 묶고 타이트한 제복을 입는 스튜디어스들은 상대방이 스튜어디스인지 멀리서도 서로를 알아본다고 한다. 몸에 밴 자신감과 당당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손담비나 손예진이 해도 안 어울릴 것 같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카페에 앉아 있는 여성들이 있는데 아마도 본인 나름대로는 어떤 사인을 보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바쁘고, 피곤하며, 돈이 없고, 시간도 없고, 계급도 낮다는 신호.

상대방이 전달해주는 정보를 갖고 상대방에 관한 어떤 판단을 내리고 편견을 형성하는 데는 약 3초 정도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어제 밤, 논어를 읽다 보니, 공자도 인간의 외모가 주는 편견에서 자유로워지는데 평생이 걸린 듯 하다. 그러니, 공자 같은 성인을 만날 생각을 하지 말고, 자신의 외모에 어느 정도 신경을 쓰는 게 효율적일 듯 하다. 연예인이라면 베스트 드레서를 노릴 일이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이 보였으면 하는 사람처럼 입으면 된다.

연준의 3단계 출구전략

어제 연준이 4월 FOMC 의사록을 공개했다. 여기서 알려진 연준의 3단계 출구전략

1. 만기된 agency와 MBS 채권의 원금을 재투자하지 않는다. 양적완화가 6월에 끝난다면, 8월이나 9월에 재투자 중단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2. 매입된 국채 중 만기된 채권을 롤 오버(재투자)하지 않는 것을 agency & MBS의 롤오버 중단과 거의 동시에 시작한다.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1이 마감된 후에야 2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 점에 예상외라는 반응. 일반적인 절차는 연준이 입찰에서 만기된 채권을 전부 롤 오버해서 재무성의 현금흐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 예를 들어, 연준이 62억불의 국채를 들고 있는데, 4월말로 만기가 되었고, 4월 말로, 2년 짜리 입찰에서 22억불을 롤 오버하고, 5년 입찰에 22억 불을 롤 오버하고, 7년 입찰에서 18억불을 롤 오버했다. 재무성이 시장에서 입찰에서 매도한 물량은 각각 350억불, 350억불, 그리고 290억불이지만, 연준이 몫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연준과 재무부 사이에는 돈이 오갈 일이 없다. 만기된 만큼 롤 오버를 했으니까. 만약, 연준이 롤링을 중단한다면, 재무부의 입찰 물량은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 법적으로 연준이 재무부로부터 국채를 직접 매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만기된 것을 네팅해서 롤링 할 뿐이지. 따라서, 연준이 현재 갖고 있는 1620억불이 국채는 2012년에 만기가 되는데, 재무부는 이 만큼 발행 물량을 늘려야 한다.

3. 금리인상 이후에 만기가 오지 않은 채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한다. MBS나 agency 채권을 매각하는 게 정책 정상화 과정의 하나로서 인식되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은 미리 예정되고 알려진 절차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많은 멤버들이 매각의 속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FOMC 멤버의 대다수는 자산 매각이 금리인상 후에 시작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지만, 몇몇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몇몇은 오히려 전에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산 매각과 금리인상은 경제에는 거의 비슷한 영향을 줄 텐데, 연준은 6000억불의 양적완화(QE2)가 약 75bp의 금리인하와 비슷한 효과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몇몇은 연준이 자산매각은 늦추고(5년 안에 서서히 재무제표를 정상화한다), 금리인상을 빠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경기후퇴에 금리인하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길 원하는 것이다. 이르면서도 빠른 자산 매각을 선호하는 멤버들은 2년 안에 MBS를 거의 다 줄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혹시라도 모를 인플레이션의 싹을 가능한 빨리 없애버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Wednesday, May 18, 2011

주식시장의 조정은 올까

최근의 미국지표 중에는 기대를 상회한 것은 별로 없다. 2주 전 주간실업청구건수가 예상보다 34K 건 많이 나온 이후(고용시장이 안 좋단 뜻이다), 4월 비농업고용은 예상을 상회했고(이건 고용시장이 나쁘단 뜻이다), 그 이후에 나온 지표는 딱히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예상을 조금씩 하회했다. 최근 나온 지표는 물가, 제조업, 와 주택지표인데, 물가 압력(core CPI 0.19% m-m, 1.3% y-y) 이 적은 건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 NY Fed's manufacturing index가 5월에는 4월 보다 9.8포인트나 하락한 11.9. 하지만 신규주문은 5.1 포인트 하락한 17.2로 여전히 좋은 상태. 고용은 1.6 포인트 상승해서 7년 래 최고 수준. 이 지표로 추론해보면, ISM 제조업 지수의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며, 7년래 최고수준을 유지할 듯

** 주택지표는 좀 우울. NAHB index는 계속해서 호전의 사인이 안 보이는 상황. 신규주택재고는 수 십 년이래 최저수준이지만, 기존 주택재고는 버블직전의 평균보다는 아직 높은 수준. 신규주택 착공과 허가는 시장 예상 수준보다 부진. 4월 신규주택 착공은 허가는 -10.6% m-m, -23.9% y-y, 착공은 -4% m-m, -12.8% y-y를 기록. 대부분의 부진이 남부에서 설명되어 남부의 호우와 홍수 때문인 듯. 기존주택의 재고가 많아, 신규주택을 늘릴 상황이 아님을 보여줌.

***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flat 전년동월대비 5%. 2월과 3월 지표는 -0.3%와 +0.7%로 하향 조정 (전년동월비로는 5.2%와 6.3%) 제조업 생산이 -0.$ m-m +4.7% y-y. 일본으로부터의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생산이 -8.9% m-m를 기록한 여파. 자동차를 뺀 제조업 산출물은 0.2% (vs. +0.4%), 하이 테크 생산은 2.3% (vs. 1.3%). 상대적으로 자동차 생산에 민감한 시카고 PMI는 자동차 생산 부진의 영향을 받아 좀 나빠질 듯.

지금까지 나온 지표만 놓고,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다시 빠질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경제가 작년 4분기까지 보였던 가열찬 반등을 1분기에 보이는 데 실패하고, 향후 회복추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 이후의 회복과정에서 'soft patch'나 'jobless recovery' 논란이 매번 주목을 받는 이유는 경기회복의 초반에는 재고조정에 의해서 강력한 회복이 일어나지만, 그 이후에는 회복의 연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고용시장 회복이 더딘 상태에서, 제조업과 생산 부문의 호조로 인한 회복이 경제를 견인해 온 경우에는 과연 이 다음 사이클에서 무엇이 회복을 견인할 것인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의구심이 주식시장에 대한 조정, 원유/상품 시장에 대한 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의구심이 한 분기 정도 진행되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큰 그림 혹은 긴 안목으로 보자면, 이러한 논란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게 나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유동성을 줄이는 정책을 연장시키게 되고, 0% 금리 정책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자산 가격을 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정이 얼마만큼 진행될 것이며, 반등은 얼마나 강할 것인가 하는 부분일 것이다.

미국채 선물 10년

10년 미국채 선물이 어젯밤 123-05까지 거래됐다. 금리로는 3.10%에 해당한다. 기술적 분석을 하는 사람들은 123-15까지는 적어도 가지 않을까 본다. 지난 두 달 동안 숏 포지션을 가진 사람들은 죄다 다쳐서 시장에 숏은 outright이든 option 포지션이든 많아 보이진 않는다. 그렇다면 숏의 귀환이 곧 이루어질까? 문제는 기술적 지표는 그다지 숏에 우호적이지 않고, 최근의 거시 지표도 당분간 숏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숏 재료가 출현할 때까지 롱에 편승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채널의 레벨은 122-19와 123-18에 있고, 이 레벨은 지지강도가 꽤 크다. 단 하나, 맘에 걸리는 건, 2달 간의 쉼 없는 상승으로 꽤 이격이 넓어졌다는 것.

Tuesday, May 17, 2011

원유에 대한 짧은 생각

원유는 독특한 상품이다. 가격이 올라도 수요를 줄이기 어렵다. 이런 제품을 가르켜 경제학에서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적다, 라고 표현한다. 경제학원론을 배우면 나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낮은 수요의 가격 탄력성 때문에, 석유가격이 폭등하면 매우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높은 석유가격에 적응해서 산업이나 개인이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금방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유의 또 다른 특징은 공급을 금방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로운 유전을 개발하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높은 가격은 비싼 유전개발의 인센티브를 준다. 원유가 다른 상품과 다른 또 다른 면은 저장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면, 원유 판매상은 원유를 팔고 싶지 않을 것이다. 원유는 다른 상품(예를 들어, 옥수수)과는 달리 얼마든지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오를 것 같다면, 채굴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따라서, 미래의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되면 원유 판매자들은 공급을 줄인다. 가격은 폭등한다. 폭등한 가격에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많지 않다. 그저 고통스러울 뿐이다. 만약, 미래의 원유 수요가 줄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되면 원유 공급업자들은 공급을 늘린다. 이 과정에 투기적 수요가 더해지면 원유의 가격은 급등락을 반복한다. 리비아 사태, 빈 라덴의 죽음, 그리고 미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이 불거진 최근 원유시장의 변동성은 기가 찰 정도다.

원유가가 50달러였을 때 미국의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정도다. 140불이 되면 7.5%로 늘어난다. 미국의 원유소비량의 약 50%는 수입을 통해 이루어지니까, 미국의 무역적자도 늘어나게 된다. 원유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일종의 소비에 세금을 부과한 것과 비슷하다. 소득이 줄어들 게 되서 소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미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는 달리 자동차와 관련된 원유 사용의 비효율이 굉장히 큰 나라다. 미국정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 개발에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중에는 원유가격이 조금이라도 덜 오르게 하기 위해서 시장의 기대를 조정하는 면도 있지 않을까 싶다. 변화나 혁신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원유가 고갈되고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기대를 막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의 유류세를 인상하고 대신 개인소득세는 낮추는 게 좋다는 데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야기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향후 유가의 상승이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을 앞당길까? 우선적으로 미개발된 유전의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고, 그것마저도 한계에 다다르면 분명히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원에 대한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게 실패하면, 인류 전체의 후생 수준은 전반적으로 추락할 것이란 예상이 실현될 것이고.

Monday, May 16, 2011

이런 저런

1.
블로그에 쓴 글이 두개가 삭제되었다. 문제는 난 삭제한 기억이 없다는 것. 어리 둥절 하다가, 다른 곳에 써 놓은 글이 있어서 다시 올렸다. 오늘 깨달은 사실인데, 그 다음 글에 유가에 관해 bankertrust님이 써놓은 댓글이 없어졌다. 내가 그 댓글에 답글을 달았던 것 같은데, 그것 역시 없어졌다. 누군가 내 블로그를 해킹하는 것일까?

2.
최태원 회장은 선물 투자로 천억을 까먹었다고 한다. 선물 투자로 손실을 본 누군가는 풋 옵션을 산 후, 허접한 사제 폭탄을 터트려 수익을 올리려다가 붙잡혔다.

한심하다고 비웃고 넘어가면 될 일이지만, 파생상품 투자가 뭔지 아는 사람들은 남 이야기 같지 않아서 마음이 서늘할 것이다.

3.
금요일 오후, 이번 달에 번 돈을 홀라당 다 날리고, 그날 저녁 술을 마셨다. 잠시 들렸다 온다는 생각으로 현대 아산병원에 문상을 갔다가 친구 부부를 만나는 바람에 예정보다 훨씬 늦게 일어섰다. 그 날 침대에 누으면서도, 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후유증이 주말내내 떠나지 않더니 결국 일요일 오전에 몸살,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혼식은 안 가고, 상가집은 간다는 내 인생의 원칙이 흔들리는 순간.

4.
골드만 삭스 Jim Oneil의 글을 읽었는데, 참 별 내용이 없다. 괜찮은 글을 쓰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렵다.

Saturday, May 14, 2011

질적 차이

왠만하면 시작한 영화를 보지 못하는 법이 없는데, 영화 '마더'와 '비스티 보이즈'는 도저히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마더'를 보다 그만 둔 이유는 좀 복잡하지만, '비스티 보이즈'의 경우는 단순하다.

아마도 룸살롱 선수인 윤진서와 호스트 빠 선수인 윤계상은 서로 사랑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그들이 처한 질퍽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 진정성으로 인해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라는 것은 모두 어느 정도는 자기중심적인 가운데 진심을 추구하는 데 그 복잡함과 묘미와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진정성에도 제각각의 수준과 질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윤진서와 윤계상의 사랑에 결여되어 있는 건 진정성이 아니라 인간으로, 그리고 삶으로서 격조였다. 나이트에서 원 나잇 스탠딩을 노리는 남자나 여자에게도 진정성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 진정성의 수준이 거기까지라는 것이다.

인간이 달성할 수 있는 성취,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행복에도 수준이나 격조라는 게 있을까? 김연아의 동계 올림픽 우승과 김대리의 과장 승진을 동일한 성취로 읽어줄 수는 없는 것일까? 김대중의 노벨상 수상과 호스트 빠 선수인 하정우가 뚱보 아줌마에게 친 공사가 성공해서 느끼는 기쁨은 같은 행복으로 인정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와 어차피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인생과 시간의 무게가 많이 다를 것.

기억의 윤색

1.
박칼린이 심사위원으로 나온 김태원 멘토팀의 파이널 예선. 박칼린의 카리스마가 작열했다고 말하는 이태권, 양정모와 손진영. 그런데, 그녀가 누군지 모르는 백청강이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이쁘던데요"

2.
얼마전, 새로 시작한 '나는 가수다'를 틀어놓고 있었는데, '너를 위해'를 부르던 임재범이 참 아슬아슬했다. 음정도 안 맞고 호흡도 짧고. 이은미가 들으면 구박 좀 하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그는 임재범이다. 어찌 되었건 감동을 좀 받기는 했다. 그 순간, 부엌에 있던 처가 말한다.

"도대체 누가 저렇게 노래를 못해?

3.
우리는 기억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대를 내려온 가수, 강단을 내려온 목사, 브라운관에서 튀어나온 배우를 그 기억을 배제한 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벌 회장을 만난 사람들은 다 그의 몸에 밴 자신감과 카리스마에 눌린다. 비언어행동심리학은 그걸 이해하는 데 조금 도움을 주긴 한다. 그런데, 역시 바탕 없이 자신감과 카리스마만 가질 수는 없다. 아무리 연기를 하려고 해도 본인이 믿지 않기 때문이다.

Thursday, May 12, 2011

우중남산

남산은 이 시즌이 제일 아름답다. 비가 왔다. 이렇게 살짝 내리는 비 속에서 아이들이 우산을 계속 쓰게 만들기는 어렵다. 3킬로를 걸었다. 아이들은 달렸다.

Wednesday, May 11, 2011

연준이 멍때리는 동안

골드만 삭스의 5월 6일자 'US Economics Analyst'의 메시지는 심플하다. 2011년과 2012년 GDP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데, 최근 경제지표의 부진, 에너지 시장의 높은 변동성, 그리고 2012년 초의 재정지출 감소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core PCE를 2011년과 12년 1%에서 1.3%로 상향 조정하는데, 상향조정의 주된 이유는 집세의 상승 압력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 수정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정책에 대한 골드만의 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 것도 없다.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은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골드만 삭스는 2013년 초까지 연준이 금리를 0%에서 동결할 것이라고 본다. 2013년까지 물가 압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은 얼마 전 크루그만의 칼럼과도 거의 같은 결론이다. 골드만 삭스의 전망에 의하면, 2001년 성장률은 1분기 1.8%, 2분기 3.5%, 3분기 3.3%, 4분기 3.3%다. 2012년 역시 1분기부터 4분기까지의 성장률은 3-3.5% 범위 내에 있다. 2013년 초까지 연준의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란 예상은 우선, 물가압력이 core CPI가 1.5% 이하로 매우 낮고, 실업률이 연준이 원하는 5-6% 레벨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핌코가 미국의 정부 부채 때문에 국채를 모두 판다고 오버하는 동안, 골드만 삭스는 국채를 샀다는 기사가 있었다. 작년 10월에 버핏도 미국채는 버블이라고 얘기했지만, 미국채는 그 뒤로 조금 올랐다가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다. 미국의 2년 금리는 역시 연준의 움직여야 오르고, 10년 금리는 주가가 폭락하거나 경제지표가 예상을 뛰어 넘지 않음 빠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지난 5월 1일 미국이 빈 라덴을 사살한 이후 미국 금융시장의 반응은 유가가 급락한 후 반등, 주식도 급락 한 후 반등, 그리고 미국채 선물은 4월 11일 상승반전 한 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다. 이 움직임이 무엇을 의미할까. 짐 로저스가 말하는 대부분의 것에 동의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은 세상의 큰 그림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감히 따라 할 수 없고, 기관투자자들조차 거래 비용과 변동성이 커서 흉내내기 어렵다. 이런 종류의 글을 읽고 심사숙고해야하는 것은 아마도 경영자들일 것 같다.

Monday, May 09, 2011

존 내버로, 행동의 심리학

존 내버로는 profiler로 FBI에서 평생 일했던 사람이다. 원래 쿠바 출신이었던 그는 미국에 왔을 때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비언어행동심리학에 눈을 떴다.

"친구든 선생님이든 나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교실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 눈썹이 올라가거나 아치 모양이 됐다. 반면 나에게 별로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은 내가 나타났을 때 살짝 곁눈질을 했다. 이것은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행동이었다."

이 책은 주말에 같이 산 Tonya Reiman의 또 다른 책 '몸짓의 심리학'(The Yes Factor)과 비슷한 류의 책이다. 사실, 비언어행동심리학이 가르쳐 주는 것의 대부분은 우리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 사실들이다. 다만, 그 본능을 믿지 못하는 우리의 편견이 문제일 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

"사람은 말할 때 자기 감정을 강조하기 위해서 눈썹, 머리, 손, 팔, 몸통, 다리, 발 같은 몸의 다양한 부분을 강조한다. 강조를 관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강조는 자신이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지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변연계 뇌의 지지를 받는다. 반면 변연계 뇌가 그 말을 지지하지 않을 때는 덜 강조하거나 전혀 강조하지 않는다. 내 경험은 물론 다른 사람의 경험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거짓말쟁이는 강조하지 않는다. 나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주먹으로 탁자를 치면서, "나는 그것을 하지 않았어요"라고 확언하는 것을 한번도 본 적 없다. 내가 본 거짓진술은 대개 가벼운 행동과 함께 아주 약하고 어세가 강하지 않았다. 속이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몰입과 자신감이 부족하다."

에미미 추아, 타이거 마더

54.
"소중하고 값진 것들은 모두 얻기 어려워! 엄마가 예일대에서 일자리를 얻기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니?"
가믈란 음악이 매력적인 이유는 매우 단순하고 비체계적이며 반복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드뷔시의 명곡들은 복잡성과 야망, 정교함, 디자인, 의식적인 조화의 탐구를 반영한다. 물론, 가믈란 음악은 드뷔시의 일부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두 음악의 차이는 제 나름대로 매력을 지닌 대나무 오두막과 베르사유궁전의 차이와 비슷하다.

67.
중국인 부모는 서양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할 수 있다. 중국인 엄마는 딸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어이, 돼지야, 제발 살 좀 빼" 반면 서양인 부모는 민감한 문제는 건드리지 못하고, 결국 아이들이 식이 장애나 부정적인 자아상 때문에 심리 치료를 받는 상태가 벌어진다.

68.
중국인 부모와 서양인 부모는 마음가짐에서 크게 세 가지가 다르다.
첫째, 서양인 부모는 자식의 자존심이 다칠 것을 지나치게 걱정한다. 아이가 뭔가에 실패했을 때 풀이 죽을까 봐 우려하기 때문에 시험이나 대회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올려도 잘했다는 말로 계속 아이를 안심시키려 한다. 말하지만 그들은 자식의 심리상태에 너무 신경을 쓴다. 중국인 부모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나약함이 아니라 강인함을 당연시 하기 때문에 태도 자체가 다르다.

69.
둘째, 중국인 부모는 자식이 부모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믿는다. 근거가 다소 불문명하긴 하지만, 아마도 유교의 효 사상과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많은 일을 한다는 사실이 복잡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듯 하다. 어쨌든 중국 아이들은 평생 부모에게 순종하고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어서 부모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반면 대부분의 서양인들에게는 자식이 부모에게 영원히 빚을 졌다는 시각이 없는 것 같다. 사실 제드는 정반대되는 견해를 밝혔다. 한번은 그가 내게 말했다.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어. 태어나는 것도 선택할 수 없고. 아이에게 생명을 부여한 것은 부모이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부양하는 건 당연한 의무야. 아이는 부모에게 빚진 게 아무것도 없어. 그들이 의무를 다해야할 대상은 그들의 자식일 뿐이야"
그 말은 내게 서양인 부모는 너무 억울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말로 들렸다.

70.
세째, 중국인 부모는 아이게 무엇이 최선인지는 자신들이 잘 안다고 믿기 때문에 아이의 모든 욕구와 선호 사항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한다. 중국인 가정의 딸들이 고등학교 때 남자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것도, 중국인 가정의 아이들이 캠프에 가서 잠을 자는 일이 없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120.
하지만 그런 것은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제드의 아머니였으니까. 중국인에게 부모란 타협의 여지가 없는 대상이다. 부모는 그저 부모이며, 자식은 부모에게 모든 걸을 (별로 가진 것이 없다고 해도) 빚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그것이 자신의 삶을 파괴한다고 해도) 해야 한다.

123.
행복은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다. 중국식 양육법은 행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자. 내 주변의 무너진 서양인 가정을 볼 때마다 서양식 양육법이 행복도 면에서 더 낫다고 주장하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놀랍게도 나는 나이가 지긋한 서양인 부모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서글프게 하는 말을 너무나 많이 들었다.
"부모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해요. 부모가 무슨 짓을 해도 자식들은 크고 나면 부모를 싫어하거든"
반면 내가 만난 동양계 가정의 아이들 중에는, 부모는 강압적이고 엄격하며 잔인하도록 요구 사항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부모에게 기꺼이 헌신하며 전혀 비통해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크게 고마워하는 아이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유가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세뇌된 것일 수도 있고, 스톡홀름 증후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서양인 가정의 아이들은 중국인 가정의 아이들보다 결코 행복하지 않다.

176.
상대방은 항상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뻔하다는 투로 덧붙인다.
"당신은 이 모든 걸 누굴 위해 하는 거죠? 당신 딸들을 위해서? 아니면 당신 자신을 위해?"
나는 그것이 매우 서구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다.
단언하건대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순전히 딸들을 위해서라고 100퍼센트 확신한다. 소피아와 룰루와 함꼐 하는 일들은 대부분 내게는 우울하고 지치고 재미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아이가 하지 않으려는 일을 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요리조리 꾀를 부리는 아이에게 고된 일을 시키는 것도, 지레 겁먹고 하지 않으려는 아이에게 (부모 역시 겁나는데) 할 수 있다고 설극하는 것도 어렵다.

256.
하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뭔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을 잘하게 되는 건 아니라고. 노력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도 엉망으로 하기 일쑤다.

에이미 추아, 타이거 마더

어제 예술의 전당에서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수원 시향과 협연한 세 개의 협주곡을 들었다. 이 러시아 피아니스트는 여러가지 면에서 한국인들과 잘 맞는다. 러시아인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즉흥적이고, 다혈질이며, 열정적인데, 베레조프스키의 연주 스타일은 아무리 부드러운 타건을 보여줄 때에도 힘이 바탕이 된다. 다른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가 "너무 간질간질해서 좀 더 뚫고 가줬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한다면, 베레조프스키는 "조금만 강도를 낮춰도 될텐데"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요즘의 내 심리상태는 베레조프스키의 연주 스타일이 딱 맞고, 매우 좋았다. 특히 리스트와 라흐마니노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영혼을 공중부양시키고 라흐마니노프의 마지막 악장에서는 내 온갖 감정이 뒤엉키다 못해 무념무상의 경지에 들어갔다. 그리고 3년만에 처음으로 기립박수를 쳤다. 하루에 피아노 협주곡 3개에 앵콜 4곡이라니.

키신이나 안츠네츠 혹은 베레조프스키 수준의 음악가가 되는 것은 15세가 되기 전 (혹은 그 이전)에 결정난다. 다른 말로 하면, 본인이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선택권을 발휘해서 음악을 시작할 때 즈음이면 이미 늦다는 말이다. "그러면 뭐 어때, 그냥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면 그만이잖아?"라고 하면 그렇게 살면 된다. 하지만 인생의 비극은 이미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나서, 본인에게 음악적 재능도 있고 하고자 하는 욕망도 있지만,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다. 그때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되잖아, 라고 말하는 건 "인생은 원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즐거운 법"이라는 원칙에 비춰 보면 맞는 말이지만, 남자 나이 23살이 되어서 군대에 다녀온 후에 야구를 시작해서 메이저 리그를 가거나, 피아노를 시작해서 쇼팽 콩쿨에서 입상하거나, 수학 공부를 시작해서 MIT 수학과에 박사과정에 입학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상에 무엇인가 그럴 듯한 업적을 쌓는 예술가나 학자들은 이미 20살 무렵에 대가가 될 준비를 다 끝내 놓는다. 유감스럽지만 그게 분명한 사실이고 현실이다. 늙어서 정신을 차리면 많은 경우 이미 늦다. 물론 자율적으로 선택권을 행사하는 나이가 되면 열심히 하기는 한다. 하지만, 먹고 살 지경은 될지 몰라도, 대가가 되긴 이미 글렀다.

줄리어드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지금은 미국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국민학교 동창인 친구 K는 피아니스트다. 국민학교 시절에 시험을 보면 월말고사 대부분을 만점을 맞았을만큼 총명한 아이여서 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았더라도 다른 방면에서 성공했을 것이라고 친구들은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그 친구 때문에 내 국민학교 동창 중에는 안츠네츠와 저녁 먹고, 키신과 차 마시고 사진 찍은 친구들이 있다. 나는 페이스 북을 하진 않지만, 그 친구 덕분에 내 텅빈 페이스 북을 열면 알만한 클래식 음악가들이 제법 보인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내가 골목에서 야구하고 축구할 때 그녀는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예일대에서 박사를 마치고 칼텍을 거쳐 지금은 서울대 교수로 있는 친구 K. 국민학교 동창이자 고등학교 시절 짝이며 수학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여행을 갔는데, 아이들이 춤추고 담배 피고 술 마시고 놀고 있을 때, 이 친구는 백지 하나 꺼내 놓고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다. 그 당시 이미, 문제집이나 참고서가 필요 없었던 레벨이었던 건 둘째치고, 그에게는 수학문제를 푸는 게 담배피고 술 마시고 쓸데 없는 소리 하는 것 보다 재밌었던 것같다. 지금은 경제학과 교수로 있는 선배 S형. 내가 친형보다 더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S형이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에 있을 때,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점심을 사 주던 S형이 말했던 게 몇가지 기억나는데, 1) 너는 내가 점심을 함께 하는 최초의 방문객이다, 2) 빤스를 빨 시간이 없어서 이틀 입고 버리고 있다, 3) 여기에 오기 전에는 경제학이 여자 친구 만나는 것 다음으로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데이트 하는 것 보다 더 재밌는 것 같다.

주말 동안 에이미 추아의 타이거 마더를 읽었다. 에이미 추아의 책이 출판될 즈음에 그녀는 월 스트리트 저널에 왜 중국 엄마들이 우월한가?"란 글을 썼다. 그녀의 책을 읽지 않고, 그녀의 글을 읽은 사람들의 대부분의 반응은 재수없고, 독선적이며,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녀는 자신의 딸들에게 절대로 못하게 금지했던 것들의 목록이 다음과 같다고 했다.

• attend a sleepover (친구집 가서 자고 오기)
• have a playdate (친구집에 교대로 가서 놀기)
• be in a school play (학교 연극 참여)
• complain about not being in a school play (학교 연극을 못하는 걸 불평하기)
• watch TV or play computer games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
• choose their own extracurricular activities (방과후 활동을 직접 고르기)
• get any grade less than an A (A 이하의 점수 받기)
• not be the No. 1 student in every subject except gym and drama (체육과 드라마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에서 일등 못하는 것)
• play any instrument other than the piano or violin (피아노나 바이올린 이외의 악기 연주)
• not play the piano or violin.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않는 것)

내가 그녀의 책을 읽기 전, 칼럼만 읽고 한 생각은 이랬다. "그녀의 양육방법(지나친 자유는 아이에게는 벌에 가깝고 "비교"는 아이에게 자극제가 되며 부모의 기대치가 높아야 아이의 성과가 좋아진다는 식)은 어떤 아이들에게는 성공할 것이고, 어떤 아이들에게는 실패할 것이다. 그녀의 철학대로 성공하는 쪽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을 것이고, 둘째보다는 장남/장녀에게 적합할 것이다." 그녀의 책을 읽어보니, 그녀는 내가 예상한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한다." 첫째 딸은 그녀의 교육법을 비교적 잘 따라와줬고, 둘째는 성공하긴 했지만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했다. 그녀의 교육철학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그녀의 둘째 딸의 기질(내 방침을 따르지 않으려면 나가라, 는 위협에 둘째 딸은 나가겠다, 고 오히려 엄마를 위협한다)이 그녀의 방침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지 않는 존재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꼭 해야 할 일은 부모가 정해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일 경우보다는 자신들이 잘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은데, 문제는 아이들은 혼자서는 노력해야 하지 않는다. 엄마가 아이들이 노력하게 도와주고,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주변의 칭찬을 받고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재미없던 공부들도 재미가 있어진다. 이러한 그녀의 주장은 별로 모순이 없다. 구구 절절히 맞는 말이다. 내 경우도 그렇고, 위에 언급한 내 친구들의 경우도 죄다 그렇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기가 몹시 어렵다는 것이다. 대개의 인간은 미래의 효용보다는 당장의 쾌락에 더 몰입한다. 어린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마찬가지다. 내일이 시험인데 공부를 않고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건 비단 아이들만 하는 짓이 아니다. 하물며, 아이들에게 당장 재밌는 것 대신에 미래에 더 유익한 것을 하라고 설득하기는 몹시 어렵다.

30대 이상의 어른 중에서 10대에 더 담배피고 술마시고 게임하고 TV 볼 껄 못해봤다고 후회한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직 한 사람도 보지 못한 것 같다) 대중가요를 들을 시간에 피아노 정도는 배워놓을 껄 후회하는 사람은 본 적이 있다. 게임할 시간에 영어 공부를 좀 제대로 해 놓을 껄 하고 후회하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 내 경우를 보자면, 어린 시절에 배워 놓아서 흐믓해 했던 것은 수영 뿐이다. 나머지 산만하게 했던 놀이들은 그 뒤로 해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딱히 추억이나 향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른 시절에 조금 하다가 포기해서 후회하는 것은 피아노다. 나이 들어서라도 배웠으니 후회는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테니스다. 나이 들어 시도는 해보았으나 이건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완전히 체념했던 것은 바이올린과 수학이다. 나이가 들어서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왜 그렇게 쓸데 없는 소설들을 많이 읽고 쓰잘데 없는 영화를 많이 보았을까 하는 것이다. 무협지와 무협영화들은 안 보는 편이 좋았지만, 그 시간이 딱히 무얼 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들을 그런 식으로 아깝게 써버렸다, 는 자괴감은 지금도 있다. 하지만 나의 10대에는 배워두면 평생을 두고 즐거울 그런 것들에 집중하고 몰입하지 못했다. 부모님들은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갈 자신이 없었고, 나는 자율을 감당할 능력과 의지가 없었다. 부모님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좋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에 대한 반작용과 반발심으로 내게 자유를 주길 원했다. 나는 학교에 남아 숨어서 몰래 이상한 책들을 읽고 우쭐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대학에 떨어지고 종로학원에서 자유를 얻자, 내가 낭비하는 시간은 극단으로 많아졌다. 재수시절 나는 학력고사를 일주일 앞두고도 학원근처 국제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때문에, 에이미 추아는 아주 극단적인 논리-"중국식 교육방법이 미국식 교육방법보다 낫다"-를 전개했던 듯 보이고, 이런 주장은 보나 마나 많은 반발을 일으킨다. 아마존 서평 역시 극단으로 나뉜다. 호평인 쪽은 "나도 이런 엄마가 있었더라면 더 나은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란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악평인 쪽은 "이런 사고 방식은 구소련에서나 갖고 있는 것이고 아이들의 인생은 끔찍할 것이다"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주장을 꼼꼼히 따져보면, 아이들이 엄마의 가르침을 제대로 수용해 내기만 한다면 당연히 중국식 교육 방법이 낮다. 문제는 어떤 아이들은 기질상 이런 엄마에게 아주 극렬하게 저항한다는 것이다. 나나 그녀의 둘째 딸 룰루가 그랬던 것 처럼. (에이미 추아, 중앙일보 인터뷰)

게임이론적으로 보자면, 부모의 입장에서 최적의 전략은 일단 에이미 추아와 같은 디서플린이 강한 교육방침을 일단 고수하는 것이다. 만약, 아이가 수용한다면 부모는 계속 연료를 공급하면서 아이들은 연마시키면 된다. 만약 아이가 거부한다면, 부모는 적절한 당근을 제공하면서 아이와 타협할 필요가 있다. 에이미 추아가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아이에 따라서 차별적인 전략을 써야 하는 것은 여자/남자 혹은 첫째/둘째들이 서로 다른 효용함수를 갖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부모의 인정이 중요하지만, 누군가는 친구들의 인정이 중요하다. 누군가는 순종적이지만 누군가는 반항적이다. 누군가는 긴 안목을 갖지만 누군가는 짧은 견해를 갖는다. 그걸 바꾸기 보다는 타협하는 게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이 책은 양육방식에 관해서가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해서, 두 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하나는 부모와 자식관계의 본질이 무엇인가, 이고 다른 하나는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내 경우를 보자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결국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 찾아오는 것이었다.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들은 그닥 불행했던 적도 없고, 그닥 행복했던 적도 없었다. 그냥 저냥한 일상의 연속일 뿐이었지. 에이미 추아의 두 딸도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꼽는 순간이 있다. 역시 고된 노력 끝에 아름다움 무엇인가를 성취한 순간이고, 그 노력이 없었더라면 절대 맛 볼수 없는 것이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인생은 본질적으로 슬픈 것이고, 행복은 이따금씩 찾아와 한순간 찾아왔다가 사라진다"고 말한 바 있다. "매 순간으로부터 그 핏방울을 뽑아내야 한다"고. 아마도 그 핏방울을 뽑아내려면 노력없이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김연아도 비슷한 말을 했다. "행복했던 추억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고. 그렇다고 해서 김연아가 힘들었던 기억이 별로 없는 우리와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싶어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까, 행복이란 게 지금 괴롭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하면 아이에게 자율권을 주고 아이가 시간을 낭비하든 말든 방치하는 것도 그닥 나쁜 생각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인생의 의미있는 성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아이에게 디서플린을 지키도록 하는 건 좋은 생각같다. 문제는 부모에게 아이에게 그것을 가르칠 능력과 시간과 돈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Friday, May 06, 2011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고용

크루그만이 뉴욕 타임즈에 쓴 미국 경제에 대한 칼럼- The intermdeiate Fed

"the Fed expects inflation this year to run a bit above target, but Mr. Bernanke declared (and I agree) that we’re looking at a temporary bulge from higher raw material prices; measures of underlying inflation remain well below target, and the forecast sees inflation falling sharply next year and remaining low at least through 2013."

크루그만의 말이 맞다면, 2013년까지 뭘 먹고 살아야 하나?

Thursday, May 05, 2011

썬더 일레븐

이렇게 산만하고 유치하며 앞뒤 안 맞는 만화라니. 메탈 베이 블레이드는 썬더 일레븐에 비하면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감이다. 뒤에서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은 어린이 날 너희들 세상.

Monday, May 02, 2011

일요일 단상

1.
단골로 자주 가는 고깃집에 처음으로 가족들을 데리고 갔다. 고깃집의 입구에는 1미터 쯤 되는 돌로 된 어항이 있고, 5-6마리의 작은 잉어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 어항의 바닥에는 동전이 떨어져 있었던 모양인데, 아이들이 왜 동전이 있지, 라고 쑥덕거리자, 여직원분이 "소원을 빌기 위해서 동전을 넣은 것"이라고 이야기해준 모양이다. 그 말을 들은 큰 아들이 말하길.

"저는 물고기를 믿지 않아요"

2.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기독교회가 가르치는 교리를 그대로 믿지 않기 때문에 기독교회 안에서 가끔 외롭고 심심하다. 예를 들어 삼위일체의 교리처럼, 분명히 서로 다른 것이 서로 같은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게 신앙의 실체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식이라면 다른 종교의 다른 대상이 신앙의 대상이 되서는 안 될 이유는 없다. 게다가 그 교리는 예수 자신이 주장한 바도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니케아 종교회의가 있기 전까지 삼위일체는 기독교의 공인된 교리가 아니었다. 지금은 이단시되고 있지만, 그 당시 '영지주의자'들은 예수가 특별한 존재이긴 하지만, 하느님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하느님과 예수가 다른 존재이지만 실은 같은 존재라는 삼위일체의 교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콘스탄틴 대제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영지주의자들을 버렸고, 영지주의자들은 피로 범벅이 된 탄압을 받았다. 게다가 초기 교회에서는 예수의 육체적 부활을 믿지 않는 기독교인들도 많았다는 것이 현재까지 진행된 성서연구의 내용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끌어낸 과학적 상식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우리가 기독교에 접근할 수는 없는 것일까. 과학의 시대에, 처녀가 임신을 하고, 사람이 물위를 걷고, 죽은 사람이 부활하는 그런 이야기말고,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신앙은 가질 수 없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그토록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치열하게 논증하지 않고 수 천년 이루어졌던 폭력의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일까.

3.
한때 불교에 대해서 공부한 적이 있었다. 추상적이지만 치열한 인식론, 인간의 본성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 그리고 선불교가 주는 공안의 재미. 이런 것들이 마치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궁극의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조금 깊게 들어가 본 불교적 세계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허무했다. 불교적 인과론이라는 것은 사물의 인과관계는 잘 설명하지만, 인간의 도덕적 인센티브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데는 놀랄만큼 무력하다. 윤회는 우주의 신비일지도 어쩌면 검증가능한 과학적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윤회의 고리에 갇혀 있는 우리가 다음 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인센티브는 도대체 어디있는가? 더구나, 그것이 도덕적이어야만 하는 인센티브는? 게다가, 모든 것이 윤회와 인과의 결과라면 도덕이란 건 도대체 또 무엇인가.

지금의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다음 세상의 삶이 기대되거나 두려운가. 왜? 무엇때문에?

4.
논어를 두달째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죽음의 문제를 잠시 밀어놓을 수만 있다면, 논어만큼 매력적인 텍스트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공자의 모든 언어는 인간의 상식에 근거하고 있고,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제외해 놓고, 알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제대로 알아보자고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그가 천착하는 것은 "당위"의 세계인데, 그가 주장하는 당위는 절대자의 계명 같은 것에 근거하지 않는다. 그가 주장하는 당위는 2천 5백년이 지난 지금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식에 근거한다.

참으로 파워풀 하다.

5.
내가 영국인이라면 과연 윌리엄 왕자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게 될까. 영국의 경우처럼, 왕이 자신의 정치권력을 내놓은 대신 일종의 반대급부를 약속 받은 계약을 맺은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여왕 엘리자베스나 황태자 찰스 따위가 누군가 그들보다 더 훨씬 훌륭한 사람들에게 귀족의 작위를 내리는 모습이 그닥 좋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저자들이 무슨 권리로, 무슨 자격으로 그들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에게 작위를 준단 말인가. 도대체 21세기에 사람을 왕족과 귀족과 평민으로 나누어 놓고, 한계치를 설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영화 '빌리 엘리엇'을 보면, 주인공의 절망감은 단순히 남자가 발레를 하고 싶다는 환경에만 국한 되는 게 아니었다. 그건 영국의 하층 노동자 계급으로 태어난 소년의 절망이었고, 그 계급의 꼭대기에는 대머리 총각으로서 세기의 결혼식을 올리는 윌리엄 왕자님이 있다. 100만명이 거리에 나와 축하했다는 윌리엄 왕자 결혼식 인파를 보면서 느끼는 나의 착찹함과는 별개로, 윌리엄 왕자와 그의 신부의 모습은 세기의 결혼식으로 축하하기엔 좀 무리였던 듯 싶다. 내가 어린 시절이 봤던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은 아름다운 다이애너의 모습과 추한 찰스의 모습 때문에 먼가 비극적인 결말을 잉태한 듯 보였다. 이번 결혼은 그런 비극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신랑도 신부도 부럽지 않은 결혼이 세기의 결혼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6.
주말에 미장원에 갔더니, 5년 넘게 길렀던 머리를 거의 다 쳐냈다. 약간은 황당해 하는 내게 윌리엄의 결혼식에 참가한 베컴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제 곧 이 머리가 대세가 된다고 했다. 1년에 한달 씩 영국에 가서 일하고 오는 헤어드레서 Y군에게 베컴의 헤어 디자이너인 알렉산더 피에르는 내게는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와 비슷한 의미이다.

장동건 보다 더 빨리 장동건 머리를 했던 기억을 살려 그를 믿어 보기로 한다. 그나저나, 머리카락을 왕창 잘라냈더니, 좀 젊어보이는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