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가 그의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준 방법은 어떤 각도에서 봐도 정직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는 자신의 조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늘상 강조하는 가치(정직, 청렴, 깨끗함)를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 우리가 이건희 대신 잡스를 추앙하는 것은 당연한 감정의 귀결이지만, 그게 애플이 삼성보다 어떤 경우에도 훌륭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어서는 곤란하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창의성은 아주 중요한 가치이고 점점 더 중요해지는 가치이긴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여러 장점은 충분히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 이건희와 스티브 잡스를 구별하고, 애플과 삼성을 구별하는 지적 능력은 평범한 일상을 조금 더 낫게 바꾸려는 보통의 인간에게는 창의성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적인 사람이지만, 창의적이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 모든 성공에는 창의적인 면모가 있지만, 창의성을 현실의 성공으로 연결시키려면 인내와 끈기, 결단력과 추진력, 신중함과 사려깊음, 용기와 자신감과 같은 것들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중요하지만, 그건 성공의 1%도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트레이딩이나 투자에서조차 아이디어는 그 자체만으로는 얼마나 허망한가.
스티브 잡스의 모습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의 창의력 보다 그의 결단력이었다. 인생의 어려운 순간에 그는 보통의 인간이라면 느껴야 할 번민과 고민의 양보다 훨씬 적은 양을 소모했다. 그리고 나머지 에너지를 모두 실천과 행동에 소진했다. 세상의 성공한 목사중에 우유부단한 목사는 없다. 목사 뿐 아니라 성공한 종교인 중에는 편견과 무지로 가득찬 사람은 있어도 우유부단한 자는 없다. 사회적으로 보자면, 결단력을 갖고 해악을 주는 정치인과 기업인은 많지만, 개인적으로 보자면 우유부단함은 가장 나쁘다. 에너지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매력을 감퇴시킨다. 세상에 우유부단한 바람둥이는 없다. 창의성은 너무 과대포장되어 있고, 결단력과 끈기는 너무 과소평가되어 있다.
대중을 상대해야 하는 스타와 정치인의 관점에서 보자면, 스티브 잡스는 연구해볼만한 위대한 유혹자다. 한 사람이 아닌 대중 전체(심지어 경쟁자와 라이벌 까지)를 유혹해버렸으니 그는 카사노바 보다 더 위대한 유혹자인 셈이다. 그는 대중에게 사랑을 갈구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그의 유혹의 핵심이었다. 대중은 그의 결단력있고 고독해보이는 모습이 내면의 것인지 연기인지 금방 알아버렸다.
번민과 고민보다 실천과 행동에 에너지를 더 소모한다는 명제에 새삼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런 쪽으로 아쉬움이 많지요. 그런데 종교인의 예는 좀 뜬금없네요. 종교인, 특히 목사에게 '성공'이란 무엇일까요? 목사는 성공을 해야하는 걸까요? 성직자(라고 믿고 싶은) 목사가 번민, 고민보다 실천, 행동을 앞세워서까지 해야 하는 '성공'이 세속적인 직업의 성공과 무엇이 다른지 알게 된다면 개신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ReplyDeleteblue303/
ReplyDelete성공한 목사는 따르는 성도가 많은 목사입니다. 그런 세속적인 면이 목사와 어울리냐고 물으신다면, 목사와 어울린다기 보다 '성공'이라는 단어와 어울리겠죠. 사람들이 목사를 보고 교회를 찾는 것은 개신교의 단점이지만, 장점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경쟁이 효율이 효율이 활력을 주니까요. 다만, 목사에게서 원하는 것은 어떤 정서적인 면에 사려깊음 이나 학식 보다는 결단력과 강한 지도력이 더 클 겁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사실 교회를 잘 가지 않거든요.
지극히 편협하고 개인적일지 모르는 생각입니다만, 사람들이 목사를 보고 교회를 찾는 것이 현대 한국 개신교의 여러 단점을 만드는 근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목사에게서 사려깊음, 학식 보다는 결단력과 강한 지도력을 원한다는 것에서 과연 개신교가 바라는 궁극적인 모습이 뭘까, 그 모습은 예수의 가르침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ReplyDelete제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직자의 상은, hubris님의 표현 그대로 '어떤 정서적인 면에 사려깊음 이나 학식'입니다. 그래서 hubris님의 설명에서 생소함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최근 hubris님의 일련의 포스팅들은 모두 동일한 주제인 것 같네요. 유혹과 매력, 정치, 연애, 사업 등... 지난번 시장선거, 노무현, 그리고 이번 잡스 글까지 말입니다.
ReplyDelete요즘의 화두가 이런 것들이신 가봐요?
바로 앞의 익명입니다. ;;
ReplyDelete손주은 비판도 동일한 맥락으로 읽히네요.. :)
친모나 친부가 지금 시대라고 쳐도 둘도 없이 자기본위적인 인물이더군요.
ReplyDelete자신과 가장 비슷한 인물들을 외면하고 양부모만을 부모로 생각했다는 점은 정말 흥미로워요.
e지식채널로 스티브잡스를 다룬 짧은 영상을 봤어요. 상당히 냉정하고 객관적이어서 덤덤하게 '한 사람'을 전달하려는 것 같았고 당시 잘 모르던 상태에서의 느낌은 신은 착하고 자신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을 사랑하는 구나..싶었습니다.
ReplyDelete스티브 잡스도 지구상의 각 각의 개성을 가진 60억 중 한 사람의 인간이었을 뿐입니다. 장점과 단점이 골고루 범벅된. 스티브 잡스를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분명 비범한 구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비범 중에는 댓글 중 하나인 친부모에게 냉정한 면도 포함해서요. 보통 사람이라면 그렇게 못하지요. 그가 남긴 결과만 놓고본다면 대체적으로 긍정적 결과를 세상에 남겼다고 저는 평가하고 싶네요. 구체적으로 일일히 열거할 필요도 없이.
ReplyDelete성공한 먹사에 대한 이야기 재미있습니다.(일부러 먹사로 썼습니다.^^) 성공한 먹사 중 정말 예수님으로부터 칭찬받을 목사도 없진 않겠지만 대부분 혼날 먹사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 아시는 것이지만 우리나라 종교 신도들은 대부분 기복신앙입니다 불교 기독교를 막론하고. 그런데 진정한 크리스찬은 자기 것을 언제든지 모두 바칠 각오가 되어 있어야합니다. 생명이든 재산이든. 지금 우리나라 신도들은 현세에서 모든 축복을 받고 내세에서도 영생을 누리고 싶어헙니다. 바치는 것은 자기와 가족이 넉넉히 쓰고 남는 정도에 국한해서 바칩니다. 교회나 절에 다니는 목적입니다. 저도 그 대중에 포함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숫자는 훨씬 적다고 생각갑니다. 그래서 목회로 성공할려면 뱀장수처럼 스스로 기복신앙에 대한 투철한 신념을 가지고 신도들을 유인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ReplyDelete글 잘읽고 갑니다..~~ from es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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