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12, 2011

등록금은 왜 이렇게 비싸졌는가?

내가 대학을 다닐 시절에 한 학기 등록금은 150만원 정도였고, 대학원을 졸업했을 때는 250만원 정도였다. 미국에서 MBA를 마쳤을 때는 1년에 3만불이 조금 넘었던 듯 싶다. 지금 경제학과 학부생의 한 학기 등록금은 5백만원이 넘는다. 2만불이 겨우 넘는 1인당 국민소득과 4%가 안되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너무 많이 올랐다. 한 학기 등록금이 150만원이던 시절 대학생 과외는 일주일에 2번 가고 30만원 정도였다. 한 한기 과외를 하면 대충 등록금이 마련되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과외금액은 20년 전과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등록금은 3배가 올랐다. 과외가 아닌 특단의 방법이 아니면 그 돈을 벌 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 특단의 방법이라는 건 불법이거나 부도덕하거나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등록금이 오른 것일까?

만약 대학의 수요가 가격(등록금)에 대해서 탄력적이라면 대학은 등록금을 올리기 어렵다. 대학이 등록금을 이토록 크게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가격을 올려도 다른 대체재를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우리나라의 대학의 회계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어둡다고 할 수 없고, 정부의 감사를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개입을 막을 수 없을만큼의 정부 보조금을 아무리 재정이 튼튼한 대학이라고 해도 받고 있다. 대학들끼리의 단합도 불가능하다. 대학들이 원가를 고려하지 않고 마구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대학의 등록금이 오른 것은 결국 대학이 원가가 싼 교육 서비스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교육 환경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대학들도 살아 남기 위해서 투자가 불가피했고, 그 투자의 비용을 등록금에 전가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대학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지난 10년 간, 미국 고등학생들이 좋은 미국 대학에 들어가기는 이전에 비해서 매우 어려워졌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신흥국에서 많은 유학생들이 미국 대학을 택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의 명문 대학들은 미국의 대학들과 한국의 고등학생들을 놓고 경쟁을 했다. 미국의 아이비 리그를 갈 수 있는 소득과 실력 수준이 되는 한국의 고등학생을 놓고 미국의 명문 대학과 한국의 명문 대학들이 경쟁한 것이다. 만약, 지난 10년 동안 서울에 있는 대학들이 건물, 교수, 그리고 기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많은 고등 학생들이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갔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한국의 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외 유학생들도 그 숫자가 훨씬 적을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아시아권의 다른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을테니까. 이러한 한국 대학들의 선택은 대학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지만, 중산층과 그 이하 소득 분위 가정 출신의 학생들로서는 지극히 고통스러운 일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변화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등록금이 싼 좋은 국공립 대학들이 많아야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지방 국립대학은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위상이 떨어져 버렸다. 지금은 지방 국립대학교 출신은 금융시장에서 구경 하기도 어렵다. 이런 일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지방 경제가 몰락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방 경제의 몰락과 함께 국가 전체로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심화됐다. 자산의 빈부격차만 심해진 것이 아니라, 급여의 빈부격차도 심해졌다. 지금 금융시장에서 성공한 30대 중반이 받는 급여의 총액은 20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액수다.

연대나 고대와 같은 명문 사립대학들은 이러한 환경에 비교적 적응이 쉬울 것이다. 학생들은 가격에 비탄력적일 뿐 아니라, 졸업 후 학생들의 소득은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기에 충분할테니까. 문제는 이들 사립대학들과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사립대학, 특히 지방의 사립대학들이다. 게다가 인구구조상 학생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경제학 이론으로 보자면, 투자를 중단하고 학교를 닫는 것이 '매몰 비용'(sunk cost)를 최소화하는 방법이지만, 그런 냉혈한 결정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대학이 투자에 필요한 돈을 전부 지원하기는 불가능하다. 그걸 재정도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돈을 써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정부가 임의로 지원할 대학을 임의로 선정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정대학에만 재정을 지원하면 당연히 물의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결국 정부는 지방 국립대학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지, 나머지는 표를 의식한 정치적 쇼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세금으로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는 것이 가능할까?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국민이니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같은 재정집행 원칙을 가진 정부에서는 그 돈은 또 다른 복지 예산을 삭감시킬 것이 뻔하다.

대학 등록금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참으로 고도의 국내 정치와 국제 경제적과 결합된 심오한 문제다.

3 comments:

  1. (일부?) 사학의 문제는 등록금처럼 학교발전이나 학생들을 위해 써야할 돈을 부동산에 투자하여 재단잇속을 차리는 데에나 쓴다는 데에 있었던 거 같은데요. 요즘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학교 다니던 90년대 중반에는 사립대 등록금 문제에는 늘 나오던 문제가 그거였던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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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익명/
    90년대 중반과 지금은 여러가지로 좀 다르죠. 구조적인 변화도 많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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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심지어 대학 가는 연령의 인구도 줄어들었고 그 경향이 계속 심화되고 있으니 사립대학들의 고민은 갈수록 심해지겠지요. 사실 인구의 노령화 현상을 묶어서 생각하면, 젊은이들과 직업을 바꾸려는 성인들을 위한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 아닌가 생각되긴 합니다만 이런 식의 방향전환은 다운그레이드처럼 생각될테니 이것도 쉽지만은 않은 결정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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