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November 30, 2010

블로그 1년 기념


첫번째 글을 올린 게 2009년 12월 1일이었으니, 오늘로서 이 블로그를 만든지 딱 1년이 된다. 그닥 블로그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몇일 글을 못쓰면 행여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신경이 쓰인 것도 사실이다. 너무 거창한 이름을 대문에 건 이 블로그를 없애버릴까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지만, 댓글이 안 달려서라기 보다는 방문객에게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 때였다. 방문객 통계를 보면, 생각보다 방문객은 많지 않고, 생각보다 적지도 않다. 해외에서 읽는 비중이 25% 정도 된다. 주민번호 등록이 필요한 네이버나 이글루 같은 대중적인 블로그로 갈 생각은 한 적이 없어서, 방문객이 제한적일 것이란 생각은 어차피 전제로 깔고 시작한 것이었다.

시장을 보다보면, 차분히 글 쓰는 시간은 잘 안 났는데, 아이폰과 연동을 하다 보니, 흘러가는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유용하다. 한 때, 경제에 관해 글쓰는 걸 직업으로 삼은 적이 있었고 그 시절을 대충 계산해 보니 한 페이지당 백 만원 정도 받았던 듯 하다. 그러니, 설령 영양가 없는 글이 제법 있고, 거창한 블로그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더라도, 읽는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이려니 하고 좋게 넘어갔으면 좋겠다. 이미 이곳의 방문객들은 그런 자세인 듯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했을 때, 김용옥 선생의 생각이 궁금했더랐다. 내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준 세 명의 인사 중에서 김용옥 선생을 뺀 한명은 나와 진정으로 공감해주었고, 한명은 도사처럼 무심했었다. 지난 주말, 2009년의 일상을 다룬 '계림수필'을 읽다보니, 김용옥 선생이 짧게나마 그 죽음을 언급하고 있었다. 그 한줄만으로도 나름 위안이 되었다. 가끔 이 블로그가 그와 비슷한 작은 위안이라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면 다행이겠다.

경쟁

'진보집권플랜'에서 조국은 경쟁체제에도 전용차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법철학에서는 사회에서 재회를 배분할 때 사람의 노동의 질과 양에 따라서 나누는 것이 정의라고 봅니다. 따라서 노동의 양이 많거나 질이 높은 사람은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 게 정의로운 것입니다. 사회운영 차원에서도 정의는 필요합니다. 고속도로에 비유하자면, 천천히 가는 차를 위한 3, 4차로와 빨리 가는 차를 위한 1차로가 필요하죠."
- 집보집권플랜, p92-

조국의 비유를 확대해서 정리하자면, 1) 경쟁의 총량을 낮추고(경쟁의 초량이 많으면 즉 다들 너무 빠르게 달리면 사고가 사망으로 이어진다), 2) 차선을 두되 차선변경을 자유롭게 허용하고(계급간 모빌리티를 높인다), 3) 차가 없으면 버스라도 운용하자(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두자)는 말일 것이다.

사람들이 대학을 가려는 이유는 단순 육체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고 믿)기 때문이다. 단순 육체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이 낮은 이유는 상당부분 외국인 노동자의 수입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다면, 예를 들어, 중국계 한국인 내니들이 없다면, 아기를 봐주는 한국인 내니에게 월 250만원 이상은 줘야 할 것이다. 내니만 해도 월 250만원을 벌 수 있다면, 먹을 게 없어 죽을 리는 없겠지만, 문제는 내니에게 250만원을 주고 나면 맞벌이 부부들이 애를 키울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기업이나 국가가 내니를 필요로하는 가정에게 보조금을 지불할 리 없다. 그렇다면, 250만원의 내니를 굳이 쓰지 않더라도 좀 아쉽기는 하지만, 제법 괜찮은 집단육아 시스템을 기업이나 국가가 만들어주는 건 어떨까. 하지만, 기업은 여성의 노동력에 그 정도의 관심은 보이지 않고, 국가는 4대강 삽질에 돈쓰는 것만해도 바쁘고 빠듯하다. 게다가, 국내 육체노동자들의 노동현실 보장을 위해서 외국인노동자들의 노동을 제한하는 건 온당한 정책인가, 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정책 하나에도 효율성과 부작용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떤 정당이 정치인도 깊은 고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무상급식 이슈가 지방자치선거에 미친 영향을 감안하면, 의제의 선점이 이루어지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비로서 표도 변화한다.

만약, 지금의 체제로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결국 고개를 돌릴 것은 북한 노동력 뿐이다. 2명이 결혼해서 한명의 아이가 겨우 태어나는 시스템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지 불가능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폰지 게임의 파산. 가만이 있으면 통일은 곧 올 것이라고 내가 주장하는 요인중에 하나다.

삼성의 무리수

'뽕구양의 굴욕' 그런데, 나는 그녀가 왜 뽕구양인지 모른다.

Catherine Burton, Hedge Hunters

• 어떤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서너명을 한번 꼽아 보라. 그러면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게 된다.
-Mark Yusko-

• 투자하지 않으면 손실 볼 일도 없다.
- John Armitage-

• 애널리스트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다르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틀림없어요. 이번 건은 확실하니 꼭 사요'라고 한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는 '이번 투자의 장점과 단점을 나누어 말하죠'라고 할 것이다.
-Larc Lasry-

• 항상 큰 그림을 보면서 투자하지만 바람이 어떻게 부는지 알고자 할 때는 단기투자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데이 트레이딩은 일종의 라스베가스에서 주사위를 던지는 일과 같다. 종일 거기 머물러 있으면 돈을 다 잃고 만다.
- Boone Pick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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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November 29, 2010

최영

모든 대신은 딸이 왕과 결혼하기 바란다. 왕과 외척이 되기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영은 그렇지 않았다.

"신의 딸은 못생겼고, 정실의 소생이 아니기 때문에 집에서도 항상 측실(첩의 방)에 두고 있으니 지존의 배필이 될 수 없습니다"
-이덕일, 조선선비살해사건-

그러나 우왕은 최영의 딸을 들여 영비로 삼는다.

최영이 팔도도통사로 직접 정벌군을 지휘하고자하자 우왕이 자신도 따라 나섰다. 왕을 전장에 데리고 갈 수 없었던 최영은 직접 지휘를 포기했다. 이성계의 반란은 그래서 가능했을지도 모른다고 이덕일은 적고 있다.

자신에게 사심이 있었다면 무덤에 풀이 날 것이라는 유언을 했다고 알려진 최영의 무덤은 조선시대 500년 동안 무덤에 풀이 나지 않았다, 고 한다. 진짜 풀이 안 났을리는 없고,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그만큼 안타깝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한 민간의 믿음은 신앙으로 이어졌다. 최영을 모시는 무속은 많다고 들었지만, 이성계를 모시는 무속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정도전이나 정몽주도 없다. 남이 장군은 가끔 있다. 그러고 보면, 이순신을 모시는 무속이 있다고 들은 적도 없다. 왤까.

왕이나 욍족이 나라를 거는 마지막 왕조가 고려였다. 조선의 왕은 더이상 자신의 왕조를 위해 목숨을 걸지 않는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경복궁을 불사른 것은 왜적이 아니라 백성들이었다. 물론 의병을 을으킨 것도 백성들이었지만.

단상 11월 29일

• 연준의 2011년 전망치와 2012년, 2013년 전망치를 보면 매우 낙관적이다. 거의 4%에 육박한다. 그러나 실업률은 6%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인플레는 2%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모건 스탠리는 양적완화가 내년 6월에 연장되고 지금 2.87%인 10년 국채 금리는 2.25%로 돌아갈 것이라 본다.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아마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은 경제처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은 중앙은행의 의도대로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 지금 세계금융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미국의 양적완화다. 지금 시장의 변동성은 그 힘에 대처하는 정책때문에 생긴다. 유동성의 유입을 막으려는 규제와 금리인상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그것이 충분치 않다고 느끼는 순간 시장은 갈 길을 간다. 개인 투자자는 그때까지 인내하기 어렵다. 그걸 깨닫고 알아차리면 그는 이미 개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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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사태를 둘러 싸고 중국은 할 일을 하고 있다. 적어도 중국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있다. 미국과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한국은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 궁지에 몰렸다는 말이다. 일본은 이와중에 호들갑을 떨고 있다. 다분히 정치적인 호들갑이다. 그러면 북한은 이 모든 사태를 촉발한 북한은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못하다. 지금의 사태는 북한의 몸부림의 일환이다. 몸부림을 심하게 치면 결국 침대에서 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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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28, 2010

예수평전

조철수의 '예수평전'을 보면 우리가 짐승을 인간의 관점으로 바라보듯이 예수를 지금 종교 지도자를 바라보듯 한다는 걸 알게 된다. 모두 오류다.

예수는 지금의 목사나 신부보다 변호사에 더 가까웠던 듯 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토라 공부를 하지 못해 법규에 무지했다. 토라를 가르치는 학교가 유료였기 때문이다. 토라공부는 미쉬나와 미드라귀를 공부한다는 말이고 미드라쉬는 히브리 성경 구절의 해석을, 미쉬나는 모세 5경의 법규해석을 의미했다. 모세법규를 몰라 어기면 죗값을 성전에 내야 했다. 예수는 가난하고 천시받는 사람들에게 토라의 법규를 설명하고 하느님의 정의를 가르쳤다. 또한 제자들을 지방으로 보내 무상교육 서비스를 제공했다. 예수의 새언약에는 사회정의가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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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27, 2010

단상2

  • 금요일 오전. 사람들에게 돈이 있다면 코스피 선물을 팔아 종가에 환매하라고 했다. 주말 동안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 재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 하지만 우주인이 지구에 올 가능성처럼 적은 것은 아니다. 인간은 그런 사건은 불가능하다 믿고 로또 당첨은 꽤 가능하다 믿는다. 그렇다면 금요일 장 마감까지는 밀려야 한다.

  • 내가 내 분석과 판단을 정말 확신한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전 재산을 모두 올인하여 포지션을 가져가야 할까. 아마도 그런 날이 곧 올것이다. 딱 세번정도 그런 베팅을 해볼 기회를 인생에서 만들고 싶다.

  • 이명박은 연평도 공격소식에 지하벙커로 숨었다. 천안함때와는 사못 다른 재빠른 움직임. 엄포에도 불구하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없다. 전작권이 없기 때문에 데프콘 발동도 함부로 못 하는 처지인데. 아마도 부시였다면 북한을 공격하겠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전쟁을 일으키지 못 하는 건 남한만이 아니다. 전쟁이 일어나면서 가장 큰 손실을 보는 건 북한 지배층이기도 하다. 그건 미국도 잘 안다. 오바마의 대북정책이 마뜩치 않지만 그래도 부시가 아닌 건 다행이다. 확전가능성과 상관없이 미국이 평양을 공격하는 순간 시가총액이 100조는 날아갈 것이다.

  • 이명박이 벌이는 4대강 정비사업은 상당히 미스테리하다. 정치인중에 그 사업을 효과적으로 지지하고 옹호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그저 궁색하게 변명할 뿐이다. 도대체 이명박은 왜 그 사업을 하려는 것일까? 그 사업의 최대, 아니 거의 유일한 수혜자는 건설회사 뿐이다. 다음 정권은 과연 이명박의 계좌를 뒤지고 법정에 세울수 있을까? 민주당은 못하고 박근혜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 자기전에 배를 채우고 자면 위에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이것은 음기가 지배하는 밤과는 맞지 않는다. 김용옥 선생은 위중불화로 부르고 이로 인해 피부가 상한다고 하는데 우리 어린 아이들은 배가 고프면 잠이 들지 못한다. 버릇과 습관의 문제라면 고쳐야겠지만 다른 짐승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배고픈 짐승이 민가에 내려와 사람을 공격하는 법이다.

  • 이덕일의 '조선선비살해사건'을 읽으면 정도전이란 인물이 눈에 밟힌다. 우왕 1년 친원세력과 맞서다 전라도 나주목에 유배됐고 2년 뒤 유배에서 풀려난 뒤 낙향해 4년간 칩거했다. 한양으로 이사가 삼각산 밑에 초막을 짓고 후학을 가르쳤으나 주변 유학도들의 반대로 거재인 삼봉재도 철거당했다. 아내는 이런 현실에 절망했고 친구들은 떠나갔다. 오직 부덕의 천민들이 그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그가 10년만에 벼슬길로 돌아왔을 때가 43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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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움

    공자의 다음 말.
    "내 일찍이 종일토록 밥을 먹지도 아니하고 밤새도록 잠을 자지도 아니하고, 생각에만 골몰하여도 보았으나 별 유익함이 없었다. 역시 배우는 것만 못하니라"

    김용옥 선생은 이것이 공자의 커먼센스 감각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스승을 찾지 못해 책을 읽는 것이다. 하지만 책은 세상의 진짜 비밀을 담을 수 없다. 진짜 중요한 가르침이 꼭 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도덕적이지 않은 세상의 비밀을 거침없이 쓸만큼 용기있고 한가한 사람은 많지않다. 그래서 배우는 사람은 폴 크루그만과 김용옥과 하비 콕스에게 감사해야 한다. 목마른 사람들에게 배푸는 호의에 대해.

    내 인생에 가장 영향을 미친 3명 중 한 사람이 김용옥 선생이다. 10대 후반 만난 김용옥 선생의 책은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리고 20대에 경제학을 공부하니 세상을 보고 사는 것이 즐거워졌다. 삶과 세상의 많은 수수께끼를 이해하는 방식을 경제학에서 배웠다. 그리고 지금은 역사에서 가장 많이 배운다. 책을 읽다 보면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이고 가장 아꺼운 것은 시간이어서 TV를 보지 못한다. TV로 밥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TV를 꺼야 조직을 떠나서 살아남을 수 있다. 책을 읽지 않아도 똑똑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TV만 보는 인생에 구원은 없다.

    단상

  • 아저씨의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원빈은 감독과 처음 만나기로 한 카페를 통채로 빌렸다고 한다. 인터뷰 하기 힘든 말 수 적은 배우가 그런 집요한 면이 있다.

  • 지금 면화 가격은 남북전쟁이후 최고다. 그런데도 옷가격이 싼 건 옷에서 재료의 비중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 마크 제이콥스의 남성 향수 '뱅'의 지면광고에서 향수병으로 성기만 가린 채 누워있는 남자는 마크 제이콥스 자신이다.

  • 지금 일본의 최고 부자는 타자기 야나이다. 작년에 신고된 소득이 30억불. 그의 회사가 유니클로다.

  • 스티브 발머가 MS을 맡은 이후 매출액은 세배 증가한 580억불이지만 주가는 절반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애플의 주가는 5배 올랐다. 2007년 발머는 아이폰의 실패를 공언했었다. 잘 모를 때는 입다물도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다.
  • 주말의 위협

    Regarding lingering geopolitical risk, I have no doubt that everybody knows that war is very unlikely.  The key concern is 'what if it happens'.  Daniel Kahneman's prospect theory suggests what is rational behavior under uncertainty.  According to Kahneman's theory, people tend to regard extremely improbable event as impossible thing but very improbable event as fairly possible thing. What market participants did ahead of the even that is very unlikely but result is massively painful if it happened was to reduce all risk assets today.   

    Thursday, November 25, 2010

    서울 탈출

    페일린 실언…"미국, 북한 편에 서야"

    이런 글을 보면 미국의 미래가 심하게 걱정이 되기도 한다.

    Hubris: "I am out of Seoul. Sarah Palin said US should standy by North Korea"
    Boss: "Where did you get this? It is too good to be true"

    Tuesday, November 23, 2010

    The historical exprience of financial market on North Korea's provocations

    More than 100 of North Korean artillery shells landed on a South Korean border island in the West Sea, damaging 60-70 homes. 2 marine soldiers died while more than 7 soldiers and 3 civilians were injured. The firing came amid North Korea's claim that it has a new uranium enrichment facilities. There was a rumor that Kim, Jungil dies but the fact was not verified China foreign ministry expressed concern over North Korean shelling, saying that it hoped both Koreans would do more to contribute to peace. BOK is going to hold monetary counter measures meeting at 6 pm while MOSF, FSC, and BOK is going to hold an economic situation check-up meeting at 7:30 am. At 6 pm, the Blue House released an official Ann cement that Korean army responded to North Korea's provocation based on the rules of engagement and would use force to punish if North Korea provocates again.

    It is noteworthy that North Korea's provocation caused civilian causalities. Historic experience suggests that it will be inevitable to see high volatility of financial market in the short term but the past effects of North Korea's provocations for two decades on financial market were short-lived. The genuine goal of North Korea's recent military and diplomatic actions must be bilateral diplomatic and economic relationship with US. However, I am doubtful that North Korea's brinkmanship strategy can bring out a clue to break the recent deadlock. Regarding North Korea issue, the current US administration looks to have different approach from Clinton administration, in my view. From South Korean perspective, concerns are rising that North Korea's provocation will likely be more frequent than before though the initial impact of today's attack will be scaled back for now. The idea of chicken game can fairly explain current situation. If no one wants to make a concession, market will likely price uncertainty as a result, in my view.

    Friday, November 19, 2010

    김대중의 결혼

    오늘 우연히, 김대중 대통령이 1994년도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Is Culture Destiny? The Myth of Asia's Anti-Democratic Values"란 제목의 글 을 읽었다. 싱가폴의 이광요가 아시아에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맞지 않는다, 는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서 반박한 글이다. 아마도, 젊은 학생들에게 동일한 제목의 글을 쓰게 한다면, 이 글은 거의 모범적인 글쓰기의 전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역사를 통찰하고, 논리의 균형을 맞추되, 독자의 성향까지 배려하는 정서가 느껴진다. 아마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대통령은 앞으로도 없었고, 이후로도 없을 것 같다.

    사상가나 정치가가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김대중도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많은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늘 공부했고, 독재와 싸울때는 공격적이었고 표독스러웠지만 집권 전후로는 (아마도 노력에 의해서) 밝은 표정과 태도를 갖추었다. 지적인 노력과 감정의 조절 다 자신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했다는 말이다. 참 대단한 일이다. 당시 시대정신으로 보건대, 서울대를 졸업한 미혼의 이희호가 고졸의 정치인이자 홀아비였던 김대중의 남성적 매력에 반해서 결혼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모든 부모와 친척, 친구들이 말린 결혼을 하는 당대의 똑똑한 여성을 움직인 것이 단지 사랑은 아닐 것이라고 정황으로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 마치 예전의 미테랑이 그랬던 것처럼, 김대중의 여자에 대한 추문도 이희호는 다 덮었던 것 같다. 그게 힐러리 클린턴이 빌 클린턴의 추문을 덮고 계속 사는 것과는 조금 다른 성격이라는 것도 정황상 추론 가능하다. 이희호가 없었다면 대통령 김대중도 없었겠지만, 김대중과 같은 사람과 사는 게 아니었다면 이희호의 삶도 허무했겠지.

    Thursday, November 18, 2010

    Joseph Nye on global power shifts



    가벼운 유머 없다. 그런데도 지루함이 없다. 핵심적인 단어를 쓰면서도 어렵지 않다. 표현은 간결하고 우아하다. 짧은 시간내에 세상의 변화의 본질을 간결하게 설명하는 강연. 말이 빠르지 않은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런데 Nye 박사 많이 늙었다.

    세계권력의 이동(power shift)은 두 개로 나눈다. power transition과 power diffusion. 전자는 서구에서 아시아로의 힘의 이동. 전통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에 의한 주도권이다. 후자는 다양한 주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누군가의 독단적인 리더쉽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고 zero sum의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이 둘을 합친 smart power의 중요함이 대두되고 있고, 오마바 정부는 어쨌든 그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

    과연 정부 뿐일까. 개별 인간의 경쟁력에도 smart power가 중요해지고 있다. 경제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간의 심리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런 사람들이 행복하고 성공한다.

    Wednesday, November 17, 2010

    김종대,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

    인권위 사태는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인권과 민주주의는 이만하면 됐고 이젠 좀 배가 따스해지길 원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배가 따스해지는 대신, 인권과 민주주의는 희생해도 상관없다는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이론적으로나 실재적으로나 인권이나 민주주의를 희생한다고 경제가 발전할 리 없다. 이명박 정부는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얕고 천박하다. 그래서 결국은 보수적 인사인 안경환 교수가 이명박을 질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명백히 국가의 퇴행이다.

    오바마 정부의 지금 모습은 흥미롭다. 오바마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적인 정책은 대부분 미국이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다. 의료보험개혁이 대표적이다. 전체인구의 20% 이상이 체계적인 의료보험 혜택에서 소외된 나라가 장기적 발전을 효율적으로 추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장기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 당장 공공의 자원이 나를 위해서 사용되지 않으면 미래의 파이가 설령 커질 수 있더라도 반발한다. 미국처럼 작은 정부의 환상을 갖고 있는 곳에서는 착한 일을 하더라도 국가대신 내가 한다, 라는 생각도 강하다. 하지만 문제는 편협하고 이기적인 정서가 돌출하는 현상이 아니다. 2천년 전부터 인간은 이런 식으로 살아왔다. 다만, 그걸 제대로 인식하고 극복하는 지도자가 있었을 뿐이다. 지난 8년간의 부시 정권하에서 미국은 퇴행했다. 오마바의 집권은 미국의 위기의식의 발로에서 가능했던 것이지만, 최근의 반동적인 정치 지형도는 다시 인간의 본성을 뒤돌아 보게 만든다. 2천년의 퇴행과 진전의 역사를 살펴 볼 때, 오마바의 실패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리고 그의 실패는 분명히 미국의 실패일 것이다. 그런 식으로 성했던 국가가 쇄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지도자라면 대중의 무지함에 불평하지 말하야 한다. 대중의 천박함에 가슴아파 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건 지극히 당연한 대중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김종대의 '노무현, 시대의 지평을 넘다'라는 책을 보면 노무현이 그걸 절실히 깨닫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노무현은 대중의 천박함에 가슴아파했고, 대중의 무지함에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걸 극복한는 방식에 대해서 김대중 만큼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 그는 대통령을 하면서 그 방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모든 대열과 진영에서 노무현을 일정부분 기만했고, 노무현은 오락가락했다. 보수적인 국방부나 외교부 뿐만 아니라 NSC 조차도, 그의 측근인 이종석 조차도 노무현을 속였고 조정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 그랬다. 노무현은 때론 분노하고 때론 울먹였지만 그것이 그라는 사람의, 그가 살았던 시대의 한계였다. 그리고 그의 한계를 밟고 등장한 것이 바로 이명박이었다. 이명박에게는 생활이 있을 뿐 이데올로기가 없다. 그의 정권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익집단이지 보수가 아니다. 이런 이 정권의 면모는 일정부분 다행스러운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때문에, 클린턴이 얼마나 대단한 리더인가를 잊는다. 그는 수사(rhetoric)와 본질을 구별할 줄 알았다. 노조를 위해 보호무역을 내세웠지만 실재로는 자유무역의 원칙을 어긴 적이 없었다. 노무현은 그런 걸 일일이 설명하려고 든다. 지지세력은 실망하고 반대세력은 여전히 반대한다. 노무현의 말 자체에는 잘못이 없다. 그의 말에는 진정성이 있었다. 하지만, 진정성에는 감동을 있을지 몰라도 국가의 흥망성쇄는 진정성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누군가의 각성과 선전을 기대한다.

    Monday, November 15, 2010

    바보같은 사설

    조선일보는 좋은 신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 안 된다는 걸 잘 보여주니까. 스스로 권위있음을 사칭하기 좋아하는 신문이 이렇게 허접한 논리로 글을 쓰는 걸 보면서, 젊은 사람들은 "나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갖게 될까, 아니면 "사회가 썩었구나"하고 좌절하게 될까.

    예컨대, [사설] 일부 교육감의 체벌 금지, 엉성한 준비로 강행하나.

    한번이라도 한국의 법이 교사의 체벌을 허용한 적이 있었나. 없다. 헌법도, 형법도, 민법도, 교사의 폭행할 권리를 허락하고 있지 않다. 만약, 교사가 전치 몇 주의 진단이 가능할 정도의 체벌을 했다면, 형법과 민법상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판사가 교사의 의도를 감안하여 다소 선처할 수 있을 뿐이다. 만약 사회적 컨센서스가 교사의 체벌에 대해 더 이상 관용적이지 않다면, 교사는 체벌하지 않고도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방법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내가 학교를 다니던 80년대와 90년에도 있었다. 교사들이 그런 목소리에 부응하지 못한 채 20년, 30년이 흘렀을 뿐이다.

    조선일보는 "교사들이 학생들 탈선을 아예 방관해 교실이 엉망이 되거나, 아니면 걸핏하면 경찰 출동을 요청해 학교가 하루종일 사이렌 소리로 뒤덮일지 모른다"고 쓰고 있지만 참 바보 같은 소리다. 만약 조선일보의 말이 맞다면, 그건 학교가 아니라 감옥이다. 학생들은 호시탐탐 탈선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니라, 다 잘 살자고 하는 짓인데 가끔 일탈하고 싶을 뿐이다.

    서늘한 기운

    미국의 2차 양적완화조치는 미국채 시장의 30년 랠리의 끝을 알리는 조종이라는 빌 그로스의 말에 동감한다. 10년 미국채 시장은 4월 5일 3.99%였다. 그 뒤로 금리는 폭발적으로 하락했다. 8월 31일 금리가 2.347%이었으니까, 불과 5개월만에 150비피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2차 양적완화 발표가 있기 전인 10월 8일에 기록한 2.39% 금리를 기록한 이후, 11월 4일 FOMC가 양적완화를 발표한 이후 금리는 2.49%에서 11월 15일 오후 2시 현재 2.80%까지 올랐다. 미국이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 상황에 빠진 다면, 미국채 수익률은 다시 전저점인 2.4%를 깨고 내려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빌 그로스의 말대로, 혹은 지난 주말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의 말대로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그린스펀의 말은 양적완화와는 상관없이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미국채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란 말이었다. 하지만, 왜 그린스펀은 이 시점에서 그런 원론적이고 하나마나한 말을 했을까?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채권시장은 150비피 랠리했고, 그 이면에는 QE2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즉, 그의 발언시점을 고려하면 이는 아마도 채권시장에 대한 경고.

    Friday, November 12, 2010

    쓸쓸한 주식시장

    Interestingly, KOSPI and KOSPI futures showed remarkable volatility today. KOSPI lost 62 points lower from daily high and especially lost 45 points for the last 10 minutes. On daily basis, KOSPI recorded -2.7% at the close on options expiry. Options expiry related heavy program sell pushed the index to close lower pushing most large caps to close down nearly -3%, mostly through Deutsche Securities. Note index arbitrage program sell was net 1.8 trillion won today, mostly at the close.

    아침에 출근해보니, 와이즈 에셋이 어제 하루 동안 890억 손실을 보았다는 기사("옵션만기로 휘청이는 와이즈 에셋")가 떴다. 어제의 구도로 보자면, 옵션 매수를 주로 했던 개인과 외국인은 이익을 봤고, 옵션 매도를 주로 했던 기관은 큰 손해를 본 것 같다.

    어제 도이치 계좌로 나온 외국인은 차익거래를 청산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차익거래의 손익을 확정지었다. 즉, 선물매도+주식매수, 의 차익거래 포지션에서 어제 옵션만기를 맞아 선물매도를 옵션매도(콜매도+풋매수)로 바꾸어 청산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풋옵션 매수가 많아 외국인이 대박을 봤다고 부여지는데 차익거래 쪽에서 보면, 기존에 있던 선물매도를 옵션으로 Short 포지션을 만든 것이고, 그 거래반대는 주식매수가 있었던 셈이다. 통상적으로 옵션만기때는 4-5천억 정도, 선물만기때는 1조원 물량이 매수-매도가 겹치면서 효과를 반감시켰는데, 이번에는 2조가 넘는 물량이 시장가 매도로 나왔다. 도이치가 그 동안 차익거래 잔고를 계속 쌓아갔던 것은 업계에서는 꽤나 알려진 상황인듯 한데, 왜 하필 어제 이 정도 물량이 10분 동안 쏟아져 나온 것일까.

    일부에서는 G20가 끝나고 정부개입으로 올라갈 환율 때문이라고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외국인 역시 달러 펀딩을 원화로 바꾸어 이루어지는 차익수익 거래에서 환에 대한 헤징을 안했다는 것은 차익거래가 아니라 사실상 환투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 동안은 옵션 만기일이 되면 일방적으로 국내 기관들의 옵션 매도 포지션에 유리하게끔 종가가 끝난 적이 많았다. 국내 기관들이 종가를 공모했다고 볼 순 없지만 그런 현상이 반복되니 거기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낸 사람도 많았던 모양이다. 이번 사태로 이익을 본 건, 외국인과 개인이고 손해를 본 것은 국내기관들이다. 국내기관들의 울분은 달래기 위해서 금융당국이 조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뭔가 의미있는 결과를 낼 것이란 것에는 회의적이나, 이번 기회에 현물시장은 문닫아 놓고, 파생상품 시장의 가격 변동은 열어놓는 동시호가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점검해 보는 게 어떨지.

    Wednesday, November 10, 2010

    첫 공연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물론이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면 팔에 안아서 오디오 스피커 앞에 데리고 가서 CD를 틀었다. 제일 많이 들려준 것이 바하의 파르티타였는데, 힐러리 한의 첫번째 앨범이었다. 얼마나 많이 듣고 들려줬는지 스크래치가 심해서 결국 알맹이는 버리고 케이스만 남았다. 악을 쓰고 울던 아이가, 오디오에서 바이올린 소리만 나오면 눈물을 뚝 그치고 음악을 들었다. 한 15분까지는 꽤 진지하게 들었다. (둘째는 달랐다.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이 시킨다는 음악 조기 교육같은 건 시킨 적이 없다. 잠깐 드럼 레슨을 받은 게 전부였지만 장난만 치다가 돌아왔다고 한다. 그걸 빼면, 아빠가 듣는 음악을, 이승철의 노래들을 포함해, 억지로 듣게 한 게 전부다. 그래도 가끔 아이팟에 저장된 리히터의 바하의 칸타타나 침머만의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을 이어폰으로 들려주면 혼자 씨익 웃으며 잠이 드는 아이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로 그 아이를 데리고 오늘 첫 클래식 공연을 간다. 레파토리는 아이가 듣기에 괜찮은 편인 듯 하고, 아이도 가고 싶어했고, 성격상 소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낮다. 말도 못하던 4살 때 김경훈 사장의 배려로 입장할 수 있었던 무언활극 '점프'도 2시간 동안 안 움직이고 봤던 아이다. 무엇보다 협연자들은 10년만에 만나는 절친한 친구들이다. 아이가 클래식을 좋아하던 메탈음악을 좋아하던 그것은 본인의 취향이고 음악은 음악일 뿐이다. 하지만 기왕 음악을 즐길 거라면 클래식 음악의 깊이를 깨달았으면 하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볍고 즐거운 모짜르트,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바하, 병적인 차이코프스키, 조울과 깊이가 공존하는 쇼팽, 광폭(狂爆)한 운명에 맞서는 의지를 깨닫게 해주는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게 해주는 베이토벤. 이들에게 삶을 위안받을 일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세상을 살다 보면 메탈리카의 기타소리와 엘튼 존과 이승철의 목소리도도 달랠 수 없는 슬픔과 상처가 있게 마련이다. 앞으로 좋은 공연 파트너가 되어 주길 바라는 건 7살 된 아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오늘은 즐거운 날이다.

    넓게 보고 좁게 살고

    새집으로 이사를 하고, 이런저런 가전제품을 마련할 일이 있어서 가격을 살펴 보다 보니, 내 감각이 참 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수기 가격이 로봇 청소기보다 몇 배나 비쌀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청호 나이스의 얼음 정수기 중에는 3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왜 그게 냉장고보다 훨씬 비싸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했다. 로봇 청소기는 몇백만원이 넘지 않을까 했는데, LG의 예쁜 로봇 청소기는 40-70만원 사이였고 심지어 중국산 로봇 청소기 중에는 10만원 짜리도 있었다. TV 없이 몇년을 살다가, 휑한 벽면을 좀 채울까해서 살펴본 LCD TV 가격은 더 했다. 80원대 42인치 LCD TV도 많았다. (LED TV는 상대적으로 몹시 비쌌는데, 이것의 가격도 곧 많이 떨어질 것이다)

    얼마전, 데스크 누군가가 배두나가 배상면 주가의 여식이라는 황당한 소리를 하다가, 화제가 배상면 주가의 연간 매출이 얼마인가를 넘어가서 결국 그 문제를 놓고 주스 내기를 했다. 쥬녀 트레이더 1조, 인턴 7천억, 나머지 사람은 5천억과 3천억이었다. 1조란 금액이 터무니없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더 이상 낮추어 잡을 이유가 없어서 3천억을 부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크게 차이가 날 것이라고 보진 않았다. 내심, 1-2천억 정도를 생각했던 것 같다. 정답은, 2백억이 채 안 됐다.

    세상을 넓게 본다고 생각하고 살면서도 사는 건 너무 좁게 살고 있는 거라고, 지인이 말해주셨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중산층의 로망은 네 개의 냉장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냉장고, 김치 냉장고, 와인 냉장고, 그리고 얼음 냉장고인 정수기.

    Tuesday, November 09, 2010

    김지운, 달콤한 인생

    '아메리칸 뷰티'에서 케빈 스페이시는 달콤한 꿈을 꾼다. 직장상사의 오만함을 응징하고, 처의 탐욕을 비웃고, 잠들어 있던 근육을 자극하며 일상의 권태에서 탈출한다. 그 달콤한 꿈의 극치는 이제 10대인 딸의 친구를 탐하는 것이다. 10대의 육체가 주는 성적 긴장은 붉은 장미로 피어나고, 붉은 장미처럼 피를 뿜는다. 실제로 그녀가 자신을 유혹해올 때, 그는 그토록 꿈속에서 탐닉했던 그녀의 육체를 거부함으로서 윤리적으로 결단한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그의 삶에서 유일했던 도덕적 해탈의 순간, 그 자족과 성취의 순간에, 그는 미성년성추행범으로 오인되어 옆집 남자의 총으로 사살당한다. 개인의 윤리적 결단을 압도하는, 현실에 내재된 비극의 지뢰밭은 인간의 삶 도처에 산재한다. 그 파국의 복선은 케빈 스페이시가 뇌쇄적인 여고생 Mena Suvari의 눈빛과 마주치는 그 순간부터 이미 설치된 것이다. 옆집 고교생의 카메라는 그 합목적적인 파국의 인과관계를 논증한다. 이유없이, 원칙없이 흔들리는 하얀 종이 봉지의 움직임을 보며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지만, 결국 깨달을 수 밖에 없다. 움직이는 것은 저 하얀 봉지인가? 바람인가?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인가?

    케빈 스페이시와는 달리, 이병헌의 떨림에는 윤리적 부담이 없다. 게다가 그가 떨리면 떨릴수록, 로맨스의 순도가 맑아지는 이유는 그가 낭만적인 인간이기도 하지만, 그가 애인이 없었고, 사랑한 적이 없었던 "소년"(少年)이기 때문이다. 마치 산 타페의 붉은 석양속에서 10여 전 자기 마음의 떨림을 이해해버린 와타나베처럼, 이병헌의 떨림은 와타나베가 깨달았던 '채워지는 일이 없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채워질 수 없을 것 같은 소년기의 동경'과 유사한 것이었다. 만약 이병헌의 김영철에 대한 배신이 육욕으로 벌어진 관능이었다면 그는 무릎을 꿇고 참회했을 것이나, 이병헌은 창자가 터지고 두통수가 깨져도 '너무 가혹해'라고 중얼거릴 뿐 참회하지 않는다. 그러한 떨림으로 벌어진 로맨스를 참회하라는 것은 부당하다.

    달콤한 꿈이 쓰디 쓴 이유는 삶의 힘이 꿈의 저항보다 더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삶은 처절해지고, 그 처절함의 종국은 덧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덧없음은 처절한 삶의 종국까지 가본 자 만이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병헌은 매번 다가오는 결단의 순간에 손가락을 들어 파국을 가리킨다. 신민아를 살려줄 것이냐 죽일 것이냐, 왼손을 잃고 말 것인가 보스를 배반할 것인가, 총기상을 죽이고 총을 얻을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 보스를 죽일 것인가 살려줄 것인가 하는 순간의 기로에서 이병헌의 선택은 늘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스타일과 자의식으로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당함에 저항하던, 거울을 보며 주먹을 내리뻗던 소년의 자의식은 결국 죽음과 맞바꾸었으며, 화장기 없는 풋풋한 여인의 웃음에서 발견한 로맨스의 대가는 너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달콤한 꿈을 꿀 수만 있다면, 인간은 그 꿈을 꾸고야 말 것이다. 가혹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양적 완화 이후의 세상

    1) 주식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롱 (11월 4일 1942.50, 11월 9일 현재 1946.14)
    2) 원화 역시 계속해서 롱 (11월 4일 종가 1107.33, 11월 9일 현재 1113.85)
    3) 원유에 대해서 새롭게 롱 (11월 4일 종가 86.49, 11월 9일 현재 86.83)
    4) 미국채에 대해서 역시 새롭게 숏, 특히 30년 국채에 대해서 숏. (11월 4일 종가 4.07, 11월 9일 현재 4.10%)

    "선진국들이 나란히 자국 통화를 약세로 이끄는 경쟁을 하고 있다. 선진국의 늘어난 돈이 신흥시장으로 흘러가 중국과 인도에서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서 위안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위안화도 중장기적으로 일본 엔화가 걸어간 길(위안화 절상)을 걷게 될 것이다. 달러당 360엔이던 엔화가치가 지금 80엔까지 왔다."
    [G20 석학 특별 인터뷰]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日대장성 前재무관

    조건과 인센티브

    한글로 된 책을 다 읽으면, 메탈 베이 블레이드를 사준다고 아이에게 약속한 적이 있다. 아이는 끙끙대고 3시간 동안 책을 거의 다 읽어냈다. 물론 약속한 대로 장난감을 사줬다. 이번 추석 때 만난 친척 중 한분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에게 조건을 내걸고 무언가를 해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분 충고의 핵심은 자발성이었다.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해주지 말라, 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경제학교수인 S형을 만났을 때, 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가 말했다.

    "니 인생을 통틀어 어떤 대가나 조건 없이 무엇인가를 한 기억이 있니? 인센티브 없이 움직였던 적."

    없다.

    "왜 어른인 너도 하기 힘든 걸 아이한테 원하는 거니?"

    물론 나도 자발적으로 무엇인가를 한 적이 있었다. 내 스스로의 목표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움직였던 바로 그때, 효율성은 극대화되고 만족은 컸다. 하지만, 성취의 이면에 목표나 조건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무엇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가를 희생할 자세를 스스로 만들어간 것 뿐이다. 생각해본 후에,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기로 했다.

    "아빠는 널 좋아하니까. 너가 책을 읽던 안 읽던 사줄꺼야. 하지만, 읽으면 당장 사주고, 안 읽으면 좀 늦게 사줄꺼야. 그리고, 아빠는 너가 지금 잘 읽으면 매우 기쁠 거 같아"

    조삼모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국가의 자격


    우리가 온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대상은 우리 자신 뿐이다. 국격을 높이는 것도 낮추는 것도 우리 자신이다. 국격을 높이는 짓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짓인데 실제로 국격을 낮추는 것- 지성의 결핍, 지능의 결여.

    Wednesday, November 03, 2010

    오늘 밤의 QE2

    오늘 밤 연준이 양적완화 즉 채권매입의 규모를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 FOMC를 가진다. 연준의 선택은 세 가지 정도. 1) 골드만 삭스의 예상처럼 시장이 놀랄만큼의 큰 규모(예컨대 2조 달러)의 국채매수 규모를 발표하거나, 2) 초기 매수 규모만 밝히고 시장의 반응을 봐가면서 추후 매수를 늘리는 방식을 택하거나, 3)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숫자를 발표하는 것이다. PD들에게 의견을 묻는 것으로 보아, 연준과 버낸키는 시장을 실망시켜서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원치않는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1)이냐 2)냐의 이슈가 남는다.

    PIMCO의 빌 그로스는 이번 양적완화가 마무리되면 30년 채권 강세장은 대충 마감되는 걸로 예상한다. 지금의 채권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일본과 같은 깊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지금의 금리는 유지되기 어려운 수준이기는 하다. 미국이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정확하게는 그 리스크를 배제하려면) 물론 통화와 재정에 있어서 긴축을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빌 그로스의 말이 설령 맞다고 해도, 본격적인 미국 채권의 약세장을 보려면 다소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 어쩌면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졌을지도 모르는 미국경제는 양적완화를 통해서 상당한 통화절하를 기대하고 있고, 그 흐름으로 인한 충격을 막기 위해서 (흐름 자체를 막는 게 아니다) 한국은 다양한 자본규제를 하려고 하고, 그 와중에 다소간의 삽질도 하는 중이다. 앞으로 1년 동안 세계 경제는 몇 개의 가능성을 두고 계속 변동할텐데, 그 와중에 주식시장은 당분간 나쁠 것 같지 않고, 환율은 결국은 더 빠질 수 밖에 없을 듯 하고,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것이다.

    김혜리, 진심의 탐닉

    22명의 인터뷰 중에서 책귀퉁이를 접어 놓은 것은 김연수, 정성일, 유시민, 김경주, 그리고 장한나.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 하나를 꼽으라면.

    "연주할 때도 지휘할 때도 저의 곡 해석은 저에게 하나의 '사실'이에요. 남들이 아직 모를 뿐인 명백한 사실. 물론 상대방의 견해도 그에겐 마찬가지죠. 고집을 끝까지 피울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엔 충돌을 해놓고 보니 그쪽 아이디어가 재밌을 것 같아 따르기도 해요. 대화로도 풀지만 결국 솔루션은 늘 연주 도중 발견돼요. 음악의 세계는 언어의 세계보다 훨씬 경계선이 얇아요. 거의, 없어요. "여긴 좀 우아하게 가자"고 말했다면 '우아'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와 음악적으로 어찌어찌했을 때의 '우아'는 달라요. 훨씬 세밀한 차이가 가능한 거죠. 그래서 답은 언제나 말이 아닌 음악 안에 있어요."
    p457, 장한나

    가장 공감한 대목 하나를 꼽으라면,
    "좋은 정치를 한다면 몇 천만 국민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으니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그만큼 고귀한 게 어딨겠어요? 그래서 다른 직업보다 고양된 심성과 통찰력, 책임, 용기, 희생을 요구해요. 성인의 고귀함이 있는 영역이죠. 근데, 정치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짐승의 비천함이 있어요. 야수적 탐욕도 함께 있고요. 그래서 하루하루가 너무나 괴로워요. 정치를 하려면 국회의원직을 유지해야 하니까 효도잔치 가서 노래하고 초등학교 총동문체육대회 가서 텐트마다 돌며 소주 먹고 하는 거죠. 그런 일을 즐기는 정치인도 있으나 그런 사람은 성인의 고귀함에 도달하기 어려워요. 반면 정치에서 고귀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런 일상이 괴로워요.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기 위해 야수적 탐욕을 상대하며 짐승같은 비천함을 감수하는 일, 절대 아무나 못하는 거에요."
    p173, 유시민

    가장 웃었던 대목 하나를 꼽으라면,
    "얼마 전만 해도 현대극 연기하던 연기자라 사극이 안 어울린다던 분들이, 이제 쟤는 사극만 어울리니 다음 작품은 큰 일이라고 염려했어요. 주변은 언제나 걱정투성이에요. 거기 신경쓰다 보면 아무것도 안돼요."
    p137, 김명민

    시앙쯔, 황궁의 성

    여신도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던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가 사임했다. 삼일 교회는 전병욱 목사 이전과 이후의 삼일교회로 나눌 수 있다. 전병욱 이전의 삼일 교회는 어렸을 때 몇번 간 적이 있다. 집에서 500미터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끝나고 집앞에서 놀고 있었는데, 대학생 누나 손에 이끌려 과자를 받아먹고 볼펜은 받아왔다. 전병욱 목사 이후의 삼일교회가 부흥했던 이유는 젊고 교양있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의지하기엔, 다른 한국 목사들이 수준이 워낙 너무 후졌던 때문이다.

    만약, 그가 영적 결단을 촉구해왔던 유명 목사가 아니었다면, 그의 행동에 돌을 던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하던 그건 그의 자유니까, 그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만 지면 된다.

    전목사의 경우를 보면서, 한국 기독교의 부패와 타락을 이야기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한시대를 풍미했던 목사 조차도 참지 못했던 끈질긴 성적 욕망의 존재가 더 본질적인 함의다. 권력이 있고, 시간이 많은 인간은 절대 참을 수 없는 욕망. 최근 읽은 <조선의 뒤골목 풍경>과 이번에 읽은 <황궁의 성>을 읽다보면 인간의 간통에 대한 욕망, 성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끈질긴 것인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절대군주인 황제가 생사여탈권을 쥔 상황에서도 간음의 유혹을 참을 수 없었다. 간통은 사랑일 수도 있고, 사랑이 아닌 성적욕구일수도 있지만, 간통이라는 범주에 들어간 이상 둘 간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당현종의 양귀비가 그랬다. 형제애를 중시하던 현종은 종종 형제들과 함께 큰 이불을 덮고 한 방에서 잠을 잤다. 그럴 때는 양귀비는 따로 잠자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혼자된 짧은 밤을 참지 못하고 양귀비는 제왕들과 관계를 맺는다. 당연히, 발각된 양귀비를 죽을 뻔 하지만, 측근들의 재치로 살아난다. 양귀비는 양귀비는 자신이 발각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할 것일까. 발각될 때 지불해야 하는 엄청난 비용에 대해서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일까.

    중국 황제와 같이 절대군주의 위치에 오른 인간(무측천을 빼고는 모두 남자였다)들 중에서 성적 향락을 마다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할 수 만 있다면, 모든 황제들은 향락의 극한으로 달리고 싶어했고, 또 그렇게 했다. 물론, 권력이 없는 황제는 원하는 여자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었다. 만약 비천한 신분의 여성이 황후가 되었다면 그것은 이미 황제가 조정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 폐위된 황후의 대부분은 부도덕한 이유로 폐위되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힘이 달려 폐위되었다. 싸움에 진 황후들은 빼앗긴 총애- 즉, 빼앗긴 권력-를 억울해하며 매일 밤 피눈물을 삼켰다. 그들에게 황제의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곧 권력의 상실을 의미했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을 맘대로 사랑할 수 있었던 황제와 황제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던 궁중여인. 당현종은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 연약하고 말랐으며 정적이고 우아하고 부드러웠으며 서화에 능했던 매비(梅妃)를 총애했지만, 풍만하고 요염하며 애교 많으며 술을 좋아하고 풍류를 좋아했던 양귀비가 등장하자(양귀비는 원래 아들의 부인, 즉 며느리였다) 그녀에게 빠져 버렸다. 매비는 기세 면에서 양귀비의 적수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현종은 매비가 이따금 그리웠지만, 매비는 비참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안록산의 난으로 양귀비는 비극적으로 죽었다. 현종은 양귀비 때문에 국고를 탕진했고, 양귀비는 무너진 나라 때문에 죽었다. 단아하고 우아한 매비는 끝까지 품격있는 여자로 살고 싶었지만, 경쟁에서 패배하고 나라가 기울자 비참하게 살다가 죽을 수 밖에 없었다.

    역사에서 보면 섹스는 주로 계급(힘)의 문제였다. 하지만, 21세기의 사람들은 섹스가 사랑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섹스가 사랑의 문제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사랑 없는 섹스가 부도덕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랑없는 섹스가 부도덕한 게 아니라 권력없는 자의 섹스, 시스템을 위협하는 섹스를 징계한 것이 역사의 주내용이다. 중국의 역사뿐 아니라 조선의 역사도 그랬다. 교과서가 그것을 기록하고 알리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은 다른가. 과연 중국 황제들이 어리석기만 한 것인가. 시앙쯔의 <황궁의 성>은 심란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