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도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던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가 사임했다. 삼일 교회는 전병욱 목사 이전과 이후의 삼일교회로 나눌 수 있다. 전병욱 이전의 삼일 교회는 어렸을 때 몇번 간 적이 있다. 집에서 500미터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끝나고 집앞에서 놀고 있었는데, 대학생 누나 손에 이끌려 과자를 받아먹고 볼펜은 받아왔다. 전병욱 목사 이후의 삼일교회가 부흥했던 이유는 젊고 교양있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의지하기엔, 다른 한국 목사들이 수준이 워낙 너무 후졌던 때문이다.
만약, 그가 영적 결단을 촉구해왔던 유명 목사가 아니었다면, 그의 행동에 돌을 던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하던 그건 그의 자유니까, 그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만 지면 된다.
전목사의 경우를 보면서, 한국 기독교의 부패와 타락을 이야기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한시대를 풍미했던 목사 조차도 참지 못했던 끈질긴 성적 욕망의 존재가 더 본질적인 함의다. 권력이 있고, 시간이 많은 인간은 절대 참을 수 없는 욕망. 최근 읽은 <조선의 뒤골목 풍경>과 이번에 읽은 <황궁의 성>을 읽다보면 인간의 간통에 대한 욕망, 성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끈질긴 것인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절대군주인 황제가 생사여탈권을 쥔 상황에서도 간음의 유혹을 참을 수 없었다. 간통은 사랑일 수도 있고, 사랑이 아닌 성적욕구일수도 있지만, 간통이라는 범주에 들어간 이상 둘 간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당현종의 양귀비가 그랬다. 형제애를 중시하던 현종은 종종 형제들과 함께 큰 이불을 덮고 한 방에서 잠을 잤다. 그럴 때는 양귀비는 따로 잠자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혼자된 짧은 밤을 참지 못하고 양귀비는 제왕들과 관계를 맺는다. 당연히, 발각된 양귀비를 죽을 뻔 하지만, 측근들의 재치로 살아난다. 양귀비는 양귀비는 자신이 발각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할 것일까. 발각될 때 지불해야 하는 엄청난 비용에 대해서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일까.
중국 황제와 같이 절대군주의 위치에 오른 인간(무측천을 빼고는 모두 남자였다)들 중에서 성적 향락을 마다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할 수 만 있다면, 모든 황제들은 향락의 극한으로 달리고 싶어했고, 또 그렇게 했다. 물론, 권력이 없는 황제는 원하는 여자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었다. 만약 비천한 신분의 여성이 황후가 되었다면 그것은 이미 황제가 조정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 폐위된 황후의 대부분은 부도덕한 이유로 폐위되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힘이 달려 폐위되었다. 싸움에 진 황후들은 빼앗긴 총애- 즉, 빼앗긴 권력-를 억울해하며 매일 밤 피눈물을 삼켰다. 그들에게 황제의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곧 권력의 상실을 의미했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을 맘대로 사랑할 수 있었던 황제와 황제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던 궁중여인. 당현종은 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 연약하고 말랐으며 정적이고 우아하고 부드러웠으며 서화에 능했던 매비(梅妃)를 총애했지만, 풍만하고 요염하며 애교 많으며 술을 좋아하고 풍류를 좋아했던 양귀비가 등장하자(양귀비는 원래 아들의 부인, 즉 며느리였다) 그녀에게 빠져 버렸다. 매비는 기세 면에서 양귀비의 적수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현종은 매비가 이따금 그리웠지만, 매비는 비참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안록산의 난으로 양귀비는 비극적으로 죽었다. 현종은 양귀비 때문에 국고를 탕진했고, 양귀비는 무너진 나라 때문에 죽었다. 단아하고 우아한 매비는 끝까지 품격있는 여자로 살고 싶었지만, 경쟁에서 패배하고 나라가 기울자 비참하게 살다가 죽을 수 밖에 없었다.
역사에서 보면 섹스는 주로 계급(힘)의 문제였다. 하지만, 21세기의 사람들은 섹스가 사랑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섹스가 사랑의 문제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사랑 없는 섹스가 부도덕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랑없는 섹스가 부도덕한 게 아니라 권력없는 자의 섹스, 시스템을 위협하는 섹스를 징계한 것이 역사의 주내용이다. 중국의 역사뿐 아니라 조선의 역사도 그랬다. 교과서가 그것을 기록하고 알리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은 다른가. 과연 중국 황제들이 어리석기만 한 것인가. 시앙쯔의 <황궁의 성>은 심란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