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ly 21, 2010

존중

쉽지는 않지만, 아이들을 아이들로 대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을 아이들로 대접하지 않는다는 말은 가끔은 아이들을 마치 성인과 다름없이 대해준다는 것이다. 때때로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도 왜 아빠가 이렇게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할 때가 있다. 마치 친구나 동료에게 하듯이 길게 설명하고 난 후에, "알았어요" 하길래 진짜 이해했는 줄 알았지만, 나중에 물어보니 사실 그건 이해한 게 아니었다. 그럼, 왜 아이들은 "알았다"고 대답할까. 부모의 말하는 태도와 분위기에서 묻어난 진지함이 아이들을 납득시키는 것이다.

부모와 가족에게서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이 커서 성공을 이루기는 참 어렵다. 다른 경쟁자가 경쟁 자체를 즐길 때, 그들은 존중받지 못한 상처를 극복하는데 에너지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의 화목한 사람들은 가족이 불화하는 사람들보다 한 걸음 이상 앞서서 가는 셈이다. 나이가 들수록, 돈이 없어서 가족이 불화하는지 아니면 가족이 불화해서 돈이나 성공을 얻지 못하는지 구분이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가족이 화목하면 서로의 건강에 신경써줄테니 건강이란 자산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가족이 화목하면 서로의 장점이 전염된다. 지적이고 단정한 말을 쓰는 부모와 형제에게 서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을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형제가 있다면, 좋은 선생과 좋은 경쟁자를 동시에 얻는 셈이다.

물론 부모는 부모이지 아이의 친구일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든든한 바위같고 따스한 체온을 느끼게 해주는 부모이지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철부지 부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을 때론 완전한 철부지로 존중해야 할 때가 있고, 친구처럼 동등한 존재로 존중해야 할 때가 있다.

Friday, July 16, 2010

표정과 습관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사주 팔자 관상을 공부했고 공부하고 있는데, 그런 걸로 그들이 자살할 의지를 읽어내 자살을 예측했다는 역술인은 단 한명도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공부하는 그런 것들이 죄다 엉터리는 아닐 것이다. 나는 기술적 분석을 잘 모르지만, 수 많은 사람이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고 의존하는 것을 싸그리 부정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사주나 관상에 미신적이고 비과학적인 요인이 많긴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해석하는 데 있어서 획일적인 맹신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할 뿐이다.

사진을 보고, 관상을 말하는 게 부질없는 이유는, 사진은 얼굴의 골격을 찰라적으로 보여줄 뿐이기 때문이다. 예쁜 20살의 김연아도 굴욕적인 표정을 짓는 순간이 있듯이 몇 백분의 일초로 잡힌 순간의 모습이 그 인간을 다 보여줄 수는 없다. 아무리 오래 관상이나 사주를 공부해도 상담경험이 없으면 소용없다고 하는 이유는 관상을 보는 데 중요한 것은 표정이 가진 에너지와 말투가 표현해주는 내면 때문이다. 표정이 가진 에너지라는 것은 감추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그 사람의 밝음과 어두움을 말하고, 말투는 표정으로도 감출 수 없는 궁극의 내면을 말한다.

못생겨도 밝은 표정의 여자라면 그녀에게서 긍정적인 미래를 읽을 수 있을 것이고, 게다가 그녀가 아주 지적이고 예의바르고 경우에 맞는 말투를 가졌다면, 거기에서 그녀의 가족적인 배경과 교육수준 그리고 지적인 수준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트레이딩을 하다보면, 포지션을 들어가는 혹은 포지션을 빠져나오는 순간의 선택이 마치 개인의 운명을 결정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트레이딩이 그런 속성이 강하긴 하지만, 사람의 일상도 그런 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밝은 표정 하나, 경우에 바른 말 하나가 그 사람의 운명의 잭팟을 터트리기도 하고, 망쳐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 어떤 중요한 국면에서 그런 예민하고 선택을 올바르게 하기는 어렵고, 지금이 그 순간인지 여부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항상적인 인간의 수준을 조금씩 끌어올리는 수 밖에 없다.

Wednesday, July 14, 2010

아주 사소한 선물 하나

우리집 아이들은 8시에서 9시 사이에 잔다. 어제는 조금 늦게 귀가하여, 밥먹고 책 읽어주고 재우려고 보니, 어느덧 9시 20분. 덕분에 6시 전에 일어나던 아이들이 7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그래도, 아침 산책에 데리고 나섰다. 원래 산책을 하는 한강공원까지는 좀 무리였고, 동네 놀이터에서 조금 놀다 데리고 오려고 했더니, 큰 아이가 너무 서운해 한다. frozen and tag 게임을 해야 하는데, 그네를 타다가 너무 많이 시간을 써버렸다. 아이에게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내일 아침에 일찍 나와서 하자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더니 주저 앉아 버렸다. 아이에게 논리적인 설득을 하는 사이에 4분이 지났다. 게임을 한번 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결국, 눈물로 범벅이 된 아이에게 게임을 제안했더니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신나게 한번 뛰어 다니고, 즐거운 발걸음으로 아파트를 한 바퀴 돌아 집에 왔다. 아침식사 할 시간을 놓친 덕분에 회사에는 김밥을 사서 출근했다.

우리는 아이가 떼를 쓸 때 화를 낸다. 하지만, 어른인 우리도 그런 떼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억울한 경우다. 억울하다는 감정을 아이는 떼를 쓰는 걸로 표현해서 풀어내고, 떼쓸 곳이 없는 어른은 화병에 걸리고 마음을 상(傷心)할 뿐이다. 논리적으로는 충분히 설명 가능하지만 수용하기 어려운 일들을 살면서 우리는 무수하게 만난다. 이해할 수 없는 실연(失戀), 납득할 수 없는 실직, 불의의 사고로 인한 이별 등등 세상은 사람들에게 그냥 받아들이라고 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분명한 논리가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쿨'하기가 어렵다. 어른인 우리도 그럴 수 없는 걸, 아이에게 쿨하게 받아들이라는 건 너무 심한 욕심이다. 우리가 떼를 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냉정한 세상이란 걸 알면 알수록, 우리의 아이에게만이라도, 적어도 우리가 그럴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작은 배려를 해주는 것은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사소하지만 큰 선물이 아닐까.

Tuesday, July 13, 2010

미국은 디플레이션으로 갈 것이라는 John Mauldin

John Maulin이 "Recession, Deflation, and Deficits"란 글을 썼다. 제목만 봐도 내용은 뻔하다. 성장은 recession은 벗어났지만 지지부진 할 것, 부채는 민간부문은 감소했지만 정부부문 부채가 늘어났다는 것, 그리고 결국 디플레이션이 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 경제의 문제로, 적자지출, 고세율, 지나치게 많은 부채, 그리고 정책수단을 소진한 연준을 든다.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마주칠 것은 디플레이션 뿐일까?

본원통화는 통화가 아니다(The monetary base in not money)라고 Mauldin은 주장한다. 화폐로서의 통화가 가져야 할 세가지 속성(a medium to exchange, standard of value, a store for future use)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본원통화는 지준에 화폐를 더한 것을 말한다. 우선, 은행이 아닌 대중은 지준을 쓰지 못한다. 2008년 연준은 통화를 찍어내지 않고도, 1.2조원의 각종 증권을 매입했다. 대신 연준의 지준이 늘었다. 본원통화는 화폐 발행없이도 8000억불이 늘어서, 2.1조 달러가 됐다. 예금은 늘지 않았고, 대출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소득도 오르지 않았으며, 화폐 발행도, 생산 증가도 없었다. 연준은 양적완화를 계속해 1조 달러의 지준을 늘렸다. 연준이 증권을 매입해주면서 방출된 된 후 민간대출로 가지 않고 다시 연준의 지준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아마도 정의상 가장 협의한 통화공급은 M1일 것이다. M1은 직접적으로 쓰일 수 있는 돈이다. 보다 넓은 의미의 통화는 M1 뿐 아니라, 통화와 유사한 자산(즉, checking account는 아니지만 조금만 비용과 노력을 들이면 돈으로 바뀔 수 있는 자산 saving account나 MMF)을 포괄한다. M2는 보다 더 넓은 의미의 통화량으로 M1에다 상대적으로 유동적인 화폐 비스므리한 것들을 합한 것이다. M3는 M2에다 보다 덜 유동적인 유사 통화를 더한 것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통화의 정의를 설명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통화적 현상(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nmenon)이라는 프리드먼의 말을 조명하기 위해서다.

프리드만의 말은 통화량을 늘리면 인플레이션이 생긴다는 게 아니다. 인플레이션의 생기려면 통화량 증가가 그러기에 충분히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본원통화의 증가와 상관없이 최근의 1.7%에 불과한 M2 증가율, 2차 대전 이후 최저수준인 M3 증가율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을 가리키고 있다, 는 게 John Mauldin의 주장이다. 게다가 통화속도 역시 떨어지고 있고,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채권 수익률은? 그의 주장이 맞다면, 계속 높은 수익률을 보일 것이다.

미국이 디플레이션 상황에 놓이면 미국인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 대답은 철저하게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는 속도에 달렸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하의 미국에 대응하는 한국 경제는?

Thursday, July 08, 2010

굿 와이프 10화

플로릭이 일하는 로펌의 두 명의 파트너 중에 하나인 '다이앤'(왼쪽 사진)은 민주당 계열의 대법관으로부터 판사영입 제안을 받고 기뻐한다. 다른 파트너인 윌리엄은 다이앤이 나간다고 하자 내심 기뻐한다. 플로릭은 모범생인 흑인 아이가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에게 책을 던져 큰 상처를 입힌 사건을 맡는다. 예상과 달리, 진보판사로 알려진 민주당 게열의 판사인 벡스터는 변호사와 검사와 합의한 것보다 훨씬 중형을 선고한다. 플로릭은 벡스터가 2008년 6월 이후로 흑인들에게는 수형선고를 백인들에게는 집행유예선고를 햇다는 사실을 발견해내는데, 민주당과 민주당 계열의 대법관은 벡스터 판사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갈 경우, 다이앤의 판사 임용이 힘들 것이라고 위협한다.

"시카고에서 인종차별주의자로 찍히면 끝장이야. 그냥 이름도 모르는 아이 사건 같은 것은 무시해도 그만이야"

플로릭과 조사관 칼린다는 벡스터가 2008년 6월 이후 이상한 판결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 부인이 흑인에게 강도사건을 당한 이후라는 걸 알아낸다. 과연 진보적인 판사가 흑인 강도사건을 경험한 이후, 인종주의자로 바꾼 것일까?

칼린다는 말한다.

"사람은 고상한 척 굴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유인은 돈, 섹스, 권력 이런 단순한 거야"

칼린다는 벡스터가 강도사건을 취하한 이유가 실은 강도사건 혹은 강간사건이 아니라, 폭력배에 의한 협박이었으며, 그 이유는 도박빛 때문이란 사실을 발견해낸다. 그리고, 벡스터의 친구인 윌리엄은 도박빛에 쪼달린 벡스터가 아이들에게 가혹한 판결을 내려서, 민간 수형기관인 Palgrave Academy로 보내고 뇌물을 챙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 벡스터를 추궁한다. 하지만, 벡스터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 아이들은 거기에 있는 게 더 나아"
"도대체 얼마나 더 나쁜 짓을 해야 니가 잘못한 걸 인정할 거야?"
"인간 말종들도 변호하는 변호사 따위가 날 감히 비난해"
"넌 감옥에 가게 될거야"

이 에피소드에서 자신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없다. 벡스터도, 대법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다이앤은 민주당이 미는 판사후보가 되지 못하지만, 소년은 풀려난다. 윌리엄은 친구를 감옥에 보내고, 회사내 정적인 다이앤은 회사에 남게 된다. 두 사람은 착한 사람일까?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집요하지만, 단기적 이익에 몰두해서 선량한 사람을 희생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을 뿐이다. 장기적 관점을 세상을 보는 것에서 진정성이 나온다. 심지어 드라마조차 그렇다.

Wednesday, July 07, 2010

미국 경제에 대한 상반된 시각

모건 스탠리의 Richard Berner는 미국 경제가 완만하지만 유지가능한 성장(modest but sustainable growth)을 한다는 입장이었다. V자형 회복은 없을 것이란 것은 거의 모든 사람의 의견이었지만, 골드만 삭스의 Jan Hatzius는 작년부터 미국의 성장은 올해 2분기를 끝으로, 하반기에는 상당히 둔화될 것이란 논리를 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관론에 속했다. 과연 3분기부터 미국 경제가 급격히 둔화될 것인가?

최근 나온 미국의 경제지표를 보면, 그런 우려를 줄 수 있다. ISM 제조업 지수는 60을 넘었다가 다시 50대 초반으로 하락했고, 어제 나온 ISM 비제조업 지수도 예상을 크게 하회했다. 골드만이 비관적인 하반기를 전망하는 논리는 비교적 심플한데, 경기 반등을 주도했던, 재고 사이클이 마감되었고, 경기부양정책들의 효과가 감소하고, 고용이 여전히 부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반기 1.5%로 부진한 후, 내년에는 3%로 반등할 테지만, 그 반등에는 downside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

유럽의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심해지고, 경기둔화를 막을 정책적 수단이 없다는 공포감이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비관론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와중에 폴 크루그만은 "The Third Depsression"이란 글을 썼다. 제목에서 보듯이 미국 경제가 3번째 공황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는 내용이다. 크루그만은 이글에서 지금은 재정긴축에 들어갈 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들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어 사력을 다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는 마당에 크루그만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경제가 안 좋을 때, 재정건전성을 위해 재정지출을 축소하면, 그런 단기적인 재정긴출에 투자자들이 신뢰를 보내지 않을 뿐 아니라,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만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전 미국의 일드커브에 대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의 채권시장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Berner는 최근 금리가 급락한 이유로 기술적인 요인을 크게 다룬다. 그는 2010년 금리가 더 빠질수록 내년에는 더 반등할 것으로 본다. 그가 완만하지만 유지가능한 성장을 전망하는 이유는, 민간 신용수요의 반등, 바닥을 보이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지금은 정치적인 결정이 향후 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어려운 시기인 듯하다. 경제상황으로 보자면, 아시아가 제일 좋고, 미국이 그 다음이고, 유럽은 앞이 잘 안 보인다.

읽을 거리
골드만 삭스: 2H_slow_down_has_begun
모건 스탠리: recalibrating_the_rate_outlook

Monday, July 05, 2010

영월, 1박 2일

강원도 영월에서 1박 2일을 보내고 왔다. 큰 아이는 개구리를 신기해하고 손으로 마구 잡는다. 둘째 아이는 개구리를 신기해하지만, 잡을 수는 없는 모양인지 나에게 잡아달라고 하는데, 나는 개구리를 잡을 수 없다. 결국 큰 애가 동생을 위해 개구리들을 잡아 손바닥에 올려 주었다. 공작을 비롯한 각종 조류를 키우는 집에 놀러갔는데 입구에 묶인 개 두 마리가 큰 소리로 짖었다. 둘째 아이가 무서워서 운다. 둘째가 우는 이유는 그 개가 혹시나 형을 물까봐서다. 생각이 깊은 아이다. 둘째가 무서워하는 그 개들이 솔직히 나는 좀 다른 이유로 무섭다. 나는 그 개가 묶여있다는 걸 알고 피해하지만, 개를 보면, 척추에 맞아야 한다는 광견병 주사가 떠올라서, 그게 소처럼 큰 개든 토끼처럼 작은 개든 마음이 불편하다. 평생을 돌이켜 보면, 살아 있는 생물 중에서 날 따른 것은 '모기'가 유일하다.

'동강'이란 이름은 알았지만 '서강'이 있는 줄은 몰랐다. '무릉리'라는 이름있는 줄은 알았지만, '도원리'가 있을 줄은 몰랐다. 수주면에서 만든 무릉제방 산책로에는 백사장이 있고, 작년 이맘때 사망사고가 있었던 곳이며 따라서 "수영을 금지"한다는 무시무시한 팻말이 붙어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물수제비 뜨는 법을 보여주고 왔는데, 아직 소근육이 발달을 안 해서인지 텀벙텅벙 돌을 던지고 말아 버린다. 오후에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외국인들 10여명이 '수영금지' 경고를 무시하고 튜브를 타고 강을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도대체 저 외국인들은 여길 어찌 알고 온 것일까, 싶은데, 영월의 풍광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영월에서 강릉까지는 한 시간. 평창과 제천까지는 30분. 오크 밸리까지는 45분이다. 영월까지는 토요일 9시에 출발했더니 3시간 반이 걸렸고, 일요일 1시에 출발했더니 서울까지는 2시간 반이 걸렸다.

생각하는 힘을 얻는 방법

생각하는 힘이 있는 사람이 인생에서 성공하지만 어떻게 하면 생각하는 힘을 갖게 되는지 그걸 깨닫기는 참 어렵다. 대부분의 현명한 사람들이 하는 주장과 내 경험을 돌이켜 보면, 진정한 생각하는 힘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생기는 듯 하다. 글을 쓰면서 하는 생각과,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하는 생각의 차이는 글을 쓰면, 그 글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에디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침대에 누워서 하는 생각은 대부분 망상이나 공상으로 흐르기 쉽다. 물론, 어려운 위상수학 문제도 종이나 연필 없이 풀어내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런 사람들은 상당한 훈련 후에야 그런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다. 결국 생각하는 힘은 생각만해서는 키워지지 않는다.

생각이 막힐 때마다, 수영을 했던 적도 있다. 시장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헤엄을 치면서 그 부분에 집중하다 보면, 육체가 어느 지점을 통과할 때, 생각도 어떤 지점을 돌파해버리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럴 때 떠오르는 생각들은 대게 옳은 적이 많았다. 만약, 그럴 듯한 결론에 도달하자 못해도, 그런 경우는 최소한 건강한 몸은 얻게 된다. 그러니까 제일 안 좋은 것은 육체의 휴식을 빙자해서 혼자 멍때리고 있는 것이다. 성불이나 득도의 경지에 도달하지 않는 보통의 인간은 그런 식으로 휴식을 얻기에 어렵다. 쓸데 없는 공상과 망상으로 건강을 헤치거나 외로움과 고독으로 마음을 상할 뿐이다.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친한 친구를 만나거나, 가벼운 산보를 하는 편이 여러모로 건강에 좋고 생각도 깊게 만든다.

Friday, July 02, 2010

굿 와이프로 시작한 잡생각

'굿 와이프'(The good wife)란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법정 드라의 골격에 주검찰총장으로 일하다 섹스 스캔들과 권력남용 혐의로 수감된 남편과의 관계가 끼어든다. 법정 드라들의 디테일이 충분히 좋아서 굳이 남편 이야기를 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회가 거듭될 수록 그 부부 사이를 보는 것도 흥미진진해진다. 출연자 중에 반가운 얼굴이 있어서 찾아보니,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옆 학교의 운동선수 여자친구에게 대시하는 가장 적극적인 역할로 출연했던 Josh Charles다. 아버지의 연극 출연 반대에 실망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Robert Sean Leonard는 닥터 하우스에 출연하고 있고, 주인공이면서 소심한 관찰자 역할을 맡았던 Ethan Hawkes는 그 영화 뒤로도 쭉 글로벌한 스타였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의 운명을 바꾼 셈이다.

죽은 시인에 사회에서 Rober Sean Leonard는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아들에게 "육사"에 가서 의대를 가라고 하는 아버지에게 죽음으로 반항한다. 아마도, 아버지는 없는 살림에 허리띠를 졸라 메고 똑똑한 아들에게 '올인'했고, 그런 아들이 '연극'에 출연하자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버지로서는 그것이 아들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아들은 이것 말고는 다른 표현 수단이 없었다고 생각해서 방아쇄를 당긴다. 돈을 버는 아버지나 남편 입장에서는 돈을 써야 하는 부인이나 자식에게 치사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그들에게 검약이나 절제을 유도해야 하지만, 그게 참 쉽지 않다. 얼마 전, 목숨을 끊은 박용하의 경우에도, 결국 자살의 원인으로 우울증 가능성과 함께 아버지의 파산과 친구의 배신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지적되는 걸 보니 참 착잡하다. 겉으로 보이는 건 화려해 보여도 연예인이나 일반인이나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은 똑같이 힘들고 괴롭다. 연예인 중에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화려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과연 열 명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