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30, 2010

Comic tragedy

LA Times- James Bond theories arise in Korean ship sinking; Did the North send a submersible suicide bomber to destroy the South’s warship, killing at least 40 sailors?

콜 한, 9 1/2

회사에는 8시에 출근했는데, 11시 반에야 깨달았다. 내가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왔다는 것을. 디자인과 사이즈가 같다보니, 색깔과 재질이 달라도 착용감에 차이가 없어서, 짝짝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재밌는 것은 내가 말하기 전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 저녁이 되면 아무도 알아차리기 어려울텐데, 최근의 우울함속에 피어난 한 줄기 햇살이 내 자신의 삽질 때문이라는 게 우습다.

사진을 본 친구가 말하길,

"술 끊어. 제발"

어제 밤, 책보다 새우깡 먹다가 아사히 한 캔을 마시긴 했었다.

Tuesday, April 27, 2010

그리스의 딜레마

그리스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어떤 나라가 국가재정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 왜 그런 일을 겪게 되었는지 살펴보고, 어떻게 해결하면 될지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스의 경우는 능력에 비해서 돈을 많이 썼기 때문이고, 해결할 방법은 자신들의 허리띠를 졸라 매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운 선택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한국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적인 있다. 돈은 해외에서 단기로 빌리고, 빌려주는 것은 장기로 한 까닭에 환율이 급등하고, 채권이 갑자기 회수되자 나라가 부도사태에 빠진 것이다. 한국과 같은 아시아의 경우에는 투자를 하기 위해서 기업들이 무리하게 돈을 빌려썼다가 부도가 날 뻔 한 것이고, 결국 환율을 절하해서 해결을 했다. 투자를 줄인 것은 물론이다. 결국 경상수자를 흑자로 돌리는 것이 그 과정의 핵심이었고, 나름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의 경우는 다르다. 소비를 부양하기 위해서 재정정책을 썼고,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가 오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Carmen Reignhart와 Kenneth Rogoff가 지난 80년간의 금융위기를 연구한 "This time is different"를 보면, 신용/국가 부채는 순환된다. 은행위기가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구제 금융의 직접적 비용이 아니라, 더 큰 규모의 공공부채라는 것이다. 그들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위기 이후 국가의 부채잔고는 3년 내 약 2배에 달한다. 그리고, 한 국가의 공공부채가 GDP의 90%를 초과하면 그 국가의 성장률은 1% 둔화된다.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GDP의 120%에 달한다. 문제는 그리스는 자국 통화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국만의 통화정책도 없다. 따라서, 통화가치의 절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물론, 유로를 탈퇴해서 자국의 환율을 절하할 수 있다고 해도, 과연 생각만큼 경상수지를 흑자로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스는 수출을 할만한 상품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가 내놓는 해답은 막연한 긴축에 대한 약속이다. 하지만, 그런 약속을 세상이 믿을 리 없다. 그런 상황에서 그리스 노조는 정치적으로 파업한다.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그리스란 나라가 선택할 수있는 길이 "내핍"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어리석은 선택이다.

그리스가 유로에서 탈퇴해서, 통화절하를 시도할까? 아니면, 인플레이션을 감수하고, 정부가 돈을 찍어서 외국인들의 채무를 갚아버릴까? 문제는 그러한 선택이 그리스로서는 고통스럽고, 나머지 유럽 국가들에게는 유로의 미래, EU의 미래에 대해 음울한 전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독일만 쳐다본다. 아부 다비가 두바이를 구원했듯이, 독일이 그리스를 구원해줄 것이란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포르투갈도 문제란다. 그 다음은 스페일지도 모른다. 그럼 또 그 다음은? 결국, 결정은 금방 내려지지 못하고, 계속 시간을 끈다. 시장은 공포에 사로잡혔다가 다시 기대에 휩싸인다. 그리스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어떤 선택을 하던, 결국 고통없는 해결은 없다.

읽을 거리
Bill Gross, February 2010: "The ring of fire"
Bill Gross, March 2101: "Don't care"
Andy Xie 03.01.2010: "Greece's Long, Slippery Slope to Default"

Monday, April 26, 2010

미국의 3월 내구재

미국의 3월 내구재 지표가 예상치인 0.2% m-m보다 나쁜 -1.3%m-m로 발표되었다. 그런데, 이 지표를 보니 미국의 2분기 GDP는 예상보다 많이 좋을 것 같다. 우선, 예상보다 안 좋은 것은 -67.1% m-m로 나빠진 비국방 비행기(nondefense aircraft) 주문 때문인데, 이 카테고리는 워낙 변동성이 높기로 악명이 높다. (1월은 134%증가했고, 2월은 32%가 증가했다) 이 카테고리를 제외하고 보면, 핵심이 되는 부분은 전월대비 약 4%나 증가했다. 특히 기계주문은 8.6%나 늘었고 (1월엔 -9.9%, 2월엔 +6.9%였다), 특히 자본재 출하가 크게 늘어서, 2분기 자본재 지출이 매우 좋을 것이란 신호를 준다. 기계주문에 비해서 부진했던 하이 테크나 전자 장비 주문도 크게 늘었다. 전체적인 내구재 재고도 크게 늘어서 3월에는 0.2%가 늘어났다. 재고의 증가가 출하의 증가를 여전히 못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생산은 계속 좋을 것이다. 2008년 이후, 재고/출하 비율은 여전히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생산만 보면 미국은 이미 V자형 회복이다. 소비와 주택시장도 나쁘지 않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거의 없다.

Sunday, April 25, 2010

입장의 역사

'제국의 미래'를 쓴 에이미 추아에 따르면, 칭기즈칸이 세계를 정복해서 제국을 이루는 방식은 늘 같았다. 방어 시설이 되어 있지 않은 성 주변 농촌 마을을 공격해서 불을 지른 후 포로를 잡아 들이고 주민을 학살했다. 공포에 질린 난민들은 도시로 몰려들었다. 혼란, 공포, 기아, 두려운 소문들이 퍼졌다. 이제 포위된 도시의 주민들에게 단 한번의 기회를 주었다. 투항하면 관대한 처분을 받고, 투항을 거부한 주민들은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칭기즈칸의 사위가 니샤푸트 전투에서 죽은 후, 그 도시의 주민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학살되었다. 남자, 여자, 어른아이의 베어진 머리를 하늘 높이 쌓아올린 무너기가 세 개나 되었고, 고양이 한 마리 살아남지 못했다. 무수히 많은 도시의 주민들이 몽골 군대에게 성문을 열고 항복했다. 귀족과 행정관들 그리고 저항하는 병사들은 모조리 죽였다. 그러나 성직자와 투항한 주민은 살려주었고, 기술을 가진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채용되었다. 이런 몽고군의 행동과 칭기스칸의 전략은 소문으로 널리 퍼졌다. 다음 지역 주민들은 겁에 질렸고, 이러한 만행은 과장되었지만 그대로 믿어졌다.

침략전쟁의 잔혹성, 침략 후의 관대함을 일관적으로 표방한 칭기즈칸의 전략은 효과적인 것이었다. 그의 전략을 그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몽고군은 잔혹했다. 몽골 병사중에서는 그 전략을 수행하기엔 지나치게 착한 병사도 있었을 테지만, 상관없다. 그는 명령에 따라야 했을 것이다. 송을 정벌할 때, 몽골 병사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성벽에서 몸을 던진 중국 처녀가 6만명에 달했다. 1215년의 일이다. 몽골 군대의 헝가리 공격은 잔혹하기로 유명했다. 죽은 시체가 낙엽처럼 길을 뒤덮고 피가 빗물처럼 흘렀다. 늙은 여자는 잡아 먹히고 젊은 여자는 집단 강간을 당한 후 잡아 먹혔다는 소문이 돌았다. 1240년의 일이다. 세상에는 세계정복의 꿈을 꾸는 칭기즈칸의 입장이 있고, 칭기스칸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몽골 병사의 입장이 있으며, 몽골 병사의 칼을 막고 살아남아야 하는 헝가리 기사의 입장이 있으며, 집단 강간을 당한 후 죽느니 성벽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중국 처녀의 입장이 있다. 중국 처녀와 몽골 병사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준다고 한들 상황이 나아질 것은 없다. 그들이 처한 입장은 그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선의를 가진 몽골 병사가 아름다운 중국 처녀와 사랑에 빠져서, 그녀의 목숨을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살려주려 한다고 하면 어떨까. 한편의 아름다운 소설이 탄생하는 지점이지만, 그런 일은 아마 거의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모두 자신들의 입장을 갖고 있다. 남편으로서, 아들로서, 아버지로서, 사위로의 입장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하나도 바꾸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모두 자기의 입장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런 일은 몽골의 병사가 달려가 성벽에서 뛰어내린 중국처녀를 구해주는 일보다도 훨씬 드물게 일어난다. 하물며, 시장은 어떤가. 시장은 우리의 입장 따위는 전혀 봐주지 않는다. 시장 역시 묵묵히 자신의 입장을 관철할 뿐인 것이다. 어쩌면, 지난 40억년 간 인간을 포함한 생명을 지켜 보는 신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신의 입장을 신의 섭리로 바꾼 들 무슨 차이가 있을까. 기도란 신의 입장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착한 몽골 병사를 만나길 바라는 송나라 처녀의 마음으로 기적을 갈구하는 힘든 과정.

일요일 풍경

별로 골프를 즐기지 않는데, 어제는 날씨가 좋아서, 날씨에 감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토요일이었다. 피곤한데, 잠을 들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책들을 뒤적이다, 안대를 하고,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났는데, 온몸에 땀히 흥건해 샤워를 했다, 는 게 어제의 기억이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차를 몰고, 김밥 한 줄을 사서, 회사에 갔다. 여의도 김밥집 앞에는 관광나온 중국인들이 리어카에 놓인 넥타이를 흥정하고 있었다. 원효대교를 지나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흐르는 강물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갈월동 삼일 교회 앞은 정체였다. 10시가 겨우 지났을 뿐인데, 차와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곳에서 30년 가까운 시절을 보냈는데, 그곳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은 언제나 낯설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따스한 곳을 찾아서 날아가는 철새처럼 마지 DNA에 조각되어 있는 본능처럼 일요일이면 교회로 날아든다. 설교를 듣고, 헌금을 내고, 목사는 삶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지. 차는 시내로 들어섰다. 시청앞 광장에는 천안함 침몰로 사망한 군인들의 합동 분양소가 마련되었다.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고, 드문 드문 방송사 취재 차량들이 보였다. TV가 없어서, 모든 연예관련 방송이 중단되었다는 것을 어제야 알았다. 공식적인 정보는 없는 상태에서, 인간 어뢰니 버블 제트니, 각종 추측과 억측과 난무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북한이 공격했데요", "전쟁이 나면 어찌 하나요?"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의외로 금융시장은 차분하고, 환율은 오히려 빠지기만 한다. 이 집단 의식의 괴리가 보여주는 것은, 진실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북한은 우리의 현실의 일부가 아니라는 확신인 듯 하다. 함수와 함미를 가르는 절단면이 엉망이라는 조선일보의 단정과 달리, 내가 본 사진의 절단면은 기이할 정도로 깨끗하다. 왜 함수의 장병은 모두 살고 함미의 장병은 모두 죽었는지, 왜 함수의 갑판에는 물기둥의 흔적이 없었는지, 왜 살아남은 장병들이 들었다는 폭음소리는 백령도 어민들이 들을 정도로 크지 않았는지, 왜 미국은 배 자체 문제라고 말했다가 입을 다물었는지, 왜 이 시점에서 북한이 부질없는 공격을 했는지, 왜 북한은 굳이 자신들의 행동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는지, 왜 북한은 전군에 경계태세를 내렸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왜 이 모든 사태가 배의 자체 문제라고 생각하면 산뜻하게 정리가 되는지, 의문은 많지만, 내가 아는 것은 여전히, 이 사태는 "북한으로 추정되지만 증거는 부족한" 상태로 끝날 것이란 것. 회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빨간 색 컨버터블 무스탕 쿠페를 탄 남녀를 봤다. 신호등에 걸린 그들은 보자기로 머리를 두르고, 후드 잠바를 뒤집어 쓰고, 썬글래스를 쓴 채 앞을 노려보고 있었다. 컨버터블을 타고 싶지만 햇볕이 싫은 사람의 마음이 그런 우스운 꼴을 만든다. 영화를 보러 핸들을 극장으로 돌릴까 하다가, 맘을 고쳐 먹었다. 어두운 극장에 있기엔, 날씨가 너무 아까웠다. 책을 들고 2층 정원에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건거를 타도 좋은 날씨다. 시간은 어느서나 똑같이 흐리겠지만, 요새 내 마음의 시계는 너무 더디게 흐른다. 손으로 마음의 시계를 만지작 만지작 한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도,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없다면, 인간에게 남은 선택이란 몇 가지 밖에 없다.

Friday, April 23, 2010

한국 헷지펀드의 미래

한국 금융시장에서 헷지펀드의 미래에 대해서 내심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헷지 펀드가 생기면, 지금 있는 자산운용사나 은행이나 증권사보다 훨씬 많은 재량을 갖고, 훨씬 높은 보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려는 계층은 분명히 있으니, 그런 계층이 갖고 있는 자본의 일부는 분명 헷지펀드로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과연 누가 헷지펀드를 만들 수 있고, 누가 헷지펀드로 성공을 누릴 수 있을까?

우선, 토종 헷지펀드의 탄생을 보기도 이전에, 해외에서 많은 헷지펀드들이 국내로 들어올 것이다. 이미, 그런 조짐은 여러가지로 보인다. 미국의 초대형 헷지펀드들이 사람들 두고 마케팅을 시작하고 있다. 이런 기존의 해외 헷지펀드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토종 헷지펀드가 있을 수 있을까? 물론 있다. 피델리티가 좋은 자산운용사이지만, 미래 에셋에 돈을 넣는 국내 투자자들이 훨씬 많다. 다른 신탁형 펀드들과 마찬가지로, 헷지펀드들도 국내 토종펀드가 갖는 이점은 굉장히 많다.

헷지펀드로 살아남으려면, 결국 높은 수익률의 기록을 가져야 한다. 소위 트랙 레코드만이 돈을 끌어올 수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트랙 레코드가 없으면, 그게 대형 기관투자자든 소형 기관투자자든 아님 돈 많은 개인이든 돈을 줄 리가 없다.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헷지펀드로 돈을 벌고 싶으면, 어느 정도의 미니 헷지펀드를 만들어서, 공식적인 트랙 레코드를 쌓을 능력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헷지펀드를 하려는 사람 본인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싱가폴에서 펀드 등록을 하고, 트랙 레코드를 공식적으로 쌓으려면, 여러가지도 소모적인 비용을 포함해 상당한 돈이 든다. 이것 저것 대략 감안해도, 1인당 500만불 정도의 여유자금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결론은 헷지펀드로 돈을 벌겠다면, 최소한의 종자돈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인데, 미국의 경우에도 대부준의 헷지펀드들은 그런 식으로 탄생했다. 문제는 미국의 경우는 10년 정도 좋은 금융회사에서 살아남으면 자신의 펀드를 시작할 정도의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일단 시작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금.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그게 쉽지 않다. 10년 일해서 500만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열 손가락에도 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10년 뒤에 우리가 보게 될 국내 헷지펀드의 형태는 소수의 진정한 매크로 헷지펀드와 난립하는 작은 사이즈의 시스템 트레이딩 펀드, 그리고 대형 금융회사의 자회사 형태의 헷지펀드일 것이다.

Thursday, April 22, 2010

한비자

  • 군주의 통치수단은 신하들이 반드시 자신이 한 말을 책임지게 하며, 또 의견을 말하지 않는 책임도 묻는 것이다 (南面)
  • 어리석고 게으른 백성들은 조그만 손실에는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큰 이익은 잊는다 (南面)
  • 예란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 (解老)
  • 사람들이 성공하려고 하면서도 실패하는 까닭은 도리를 모르면서도 아는 자에게 질문하거나 능력 있는 이에게 들으려 하지 않는데서 생기는 것이다 (解老)
  • 성인의 경지에 이른 자는 취할 것과 버릴 것의 기준을 세우면, 비록 좋아하는 물건을 보러라도 이끌리지 않는다. (解老)
  • 은나라의 주왕(紂王)이 상아 젓가락을 만들자 기자(箕子)가 두려워했다. (說林)
  • 요(堯)가 천하를 허유(許由)애개 양보하려고 하자, 허유는 달아나 다른 사람의 집에 머물렀다. 그 집 주인은 허유가 가죽 모자를 훔쳐갈까 두려워 감췄다. (解老)
  • 이익이 있는 곳에는 백성이 돌아오고, 명성이 빛나는 곳에는 선비들이 목숨을 바치게 된다 (外儲說)
  • 작은 신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 신의가 세워질 수 있 없다 (外儲說 左上)
  • 현명한 군주는 다른 사람이 나를 배신하지 않는 것에 기대지 않고 내가 배반하지 않는 것에 의지하며,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는 것에 기대지 않고 내가 속이지 않는 것에 의지한다 (外儲說 左下)

Tuesday, April 20, 2010

한의사 이범한

  • 인간의 몸은 기본적으로 물주머니다.
  • 인간의 몸은 뼈와 근육과 피부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로서의 인간의 몸과 부분으로서의 인간의 장기는 모두 이와 같은 구조다.
  • 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골수와 정액(hormone)이다. 이것들은 잘 재생되지 않는다.
  • 혈액은 뼈에서 만들어지며 땀(津)은 피부에서 만들어진다.
  • 진액이 부족하면 병에 걸린다. 津液(진액)에서 진이란 몸밖에서 만들어지는 물이고, 액이란 몸안에서 만들어지는 물이다. 액(液)은 검다는 뜻으로 주로 밤에 만들어진다. 액을 만들려면 잠을 자는 수 밖에 없다.
  • 병에 걸리면 열이 난다. 열이 난 몸은 두 가지 성질은 가지는데 하나는 팽창하는 것이어서 몸은 살이 찌거나 붓는다. 또 하나는 빨라지는 것이다. 즉, 빨리 끓는다.
  • 물이 흐르지 않으면 병에 걸린다. 이것을 풍(風)이라 하는데, 임신중에 마비가 오는 것을 임신중독증이라고 부른다. 현대의학은 임신중독을 예견하지 못하고 치료하지 못한다.
  •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진액을 재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즉, 잠을 잘 자고 잘 먹어야 한다.
  • 병을 치료하는 또 다른 방법은 열을 내지 않는 것이다. 즉, 몸을 정지시켜야 한다. 잠은 가장 효과적으로 몸을 정지시키는 방법이다.
  • 운동은 열을 내게 만들고, 津(땀)을 흘리게 만드므로 좋지 않다.
  • 인간의 구멍으로 배출되는 것은 땀과 오줌과 똥이다. 이중에 땀과 오줌은 물이고 똥만이 덩어리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똥을 많이 누어야 한다.
  • 병을 치료하고 살을 빼고 싶다면 잠을 늘려야 한다. 6시간에서 10시간으로 잠이 늘면 4시간은 단식하는 셈이다. 불필요한 살이 준다.
  • 사람들이 먹어서 살이 찌는 이유는 잠을 자지 않기 때문이다. 잠을 자서 힘을 얻지 않기 때문에 먹어서 얻으려 드는 것이다. 잠을 더 자면 덜 먹는다.
  • 건강한 인간은 많이 먹지 않아도 된다. 건강한 인간은 많이 자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까 그는 살이 찌지 않는다.
  •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단 열이 나지 않게 먹어야 한다. 즉, 저칼로리 음식을 먹는 것이다.
  • 물을 마셔야 한다. 그냥 물보다는 정액의 성질의 띤 물을 마신다.
  • 아토피는 영양 결핍 때문에 생긴다. 영양가가 부족하면 피부가 건조해진다. 아이들은 땀을 많이 흘린다. 그런데 흘릴 땀이 없으면 피부가 탄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게 아토피다.
  • 아토피에 걸렸다면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설사를 했다면 더욱 그렇다.
  • 설사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증상이다. 설사가 무서운 것은 탈수 때문인데, 설사를 하지 않으면 열은 내리지 않는다. 술을 먹으면 열이 나는데 그 열은 설사를 하면 내린다는 걸 생각해보라.
  • 아토피에 걸린 아이들이 장염에도 걸리는 경우가 많은 건 그 아이가 총체적 부실 상태이기 때문이다.
  • 열을 내서 운동을 한 후에 술을 진탕 먹으면 피부가 까칠해진다.
  • 설사를 막기위해 굶기고 약을 먹으면 아이는 맛이 간다. 굶고 항생제를 먹으면 어른도 어떻게 되던가?
  • 아토피가 선진국 병이란 말은 맞다. 김치 깍뚜기만 먹던 시절엔 아토피가 없었다. 고기는 열량이 많은 음식이고, 뜨겁다.
  • 한비자에 나오는 편작의 말에 대해: 피부가 가려운 것은 근질르기만 해도 낫는다. 피부가 벗겨져서 이차감염만 없다면. 근육이 아프면 주물르기만 해도 낫지 않는가? 하지만, 골병이 들면 고치지 못한다.
  • 피부병 자체는 고치기 쉬운 병이다. 다른 이유로 피부에 이상이 생긴 경우만 아니라면.
  • 편작과 환공의 古事: 편작 曰, "질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열기로 문지르기만 하면 되고, 살 속에 있을 때는 참이 꽂으면 되고, 장과 위에 있을 때는 약을 달여 복용하면 됩니다. 그러나 병이 골수에까지 있을 때는 운명을 관장하는 자신에게 속한 것이므로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군주의 병은 골수까지 파고 들었으므로 신은 아무것도 권유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喩老)

Monday, April 19, 2010

미국의 물가

미국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생각보다 안 올라가고 있는 이유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런 기대가 가능한 이유는 물론 경기회복의 지속성에 대한 의심도 작용하지만, 지금 미국경제가 전혀 물가압력에 놓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미국은 낮은 물가를 갖게 되었을까? 사실, WTI가 140불에 육박했을 때도,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큰 물가 압력을 겪지 않았다. 특히 core CPI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막상 주택시장이 붕괴되자, 임대료의 하락은 미국의 전반적인 물가를 많이 하락시켜버렸다. 지난 1년간 미국 물가의 하락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컸던 것은 주택시장의 큰 부진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향후 수 개월 동안에도 인플레이션은 추가로 하락한 이후에야 1% 대에서 바닥을 치고 올라갈 것이다.

그렇다면, 연준은 물가 압력이 없을 때 금리를 완전히 동결한 상태로 있을 것인가? 경기가 더 큰 회복세를 보여도? 아마도, 그렇지 않을텐데, 그것은 연준이 물가자체보다도 물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더 예민하게 보기 때문이다. 경제의 slack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즉, 재고가 소진되고, 실업률이 감소하고, 주택판매가 서서히 늘게 되면, 사람들의 물가에 대한 기대는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 버린다. 연준이 2%까지는 금리를 빠르게 올리게 된다면, 그 기대를 통제하기 위해서이고, 2%에서 멈춰서 상당기간 더 기다린다면, 노동시장을 포함해 경기회복의 지속성에 대해서 여전히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dovish한 중앙은행, 개선되는 경제지표,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올해는 채권 투자자에게는 힘든 해다.

언어와 관계

사람간의 관계에서 숨기고 싶은 진실은 언어를 통해서 드러난다. 사소한 단서가 모여 상대의 인식의 전환을 암시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상대를 향해,

"너가 하는 일이라 그 모양이야"

라고 한다면, 핵심은 "너"라는 표현에 있다. 한 움큼의 존중도 담겨 있지 않은 그 표현이 많은 걸 말해준다.

선생과 제자간의 관계에서도 서로 논쟁할 수 있다. 하지만, 선생이 제자에게 "이 새끼가"라고 말하는 순간, 제자가 선생에게 "당신이"라고 하는 순간, 아무리 고도의 논리를 사용해 논쟁한다고 해도, 이미 본질적으로 그 관계는 깨어진다. 상대에 대한 존경이 없이, 어떤 고급의 언어로 포장한다고 해도, 그 관계가 좋게 유지될 수는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어가 관계를 개선하는 경우는 드물고, 관계의 질이 언어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상대가 말을 함부로 하기 시작했다면, 상대가 나를 함부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내

한국의 부인들이 생활에서 발휘하는 인내의 강도와 정도는 어마어마하다. 그들의 삶은 인내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인내는 자신들의 아들과 딸과 관련된 경우에 한정된다. 그것만 해도 이미 너무나 강력하고, 폭력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남편에게까지 돌아갈 인내라고는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남편과 부인은 상대의 인내에 대해서 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 부인은 자신이 극한의 인내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남편에 대해서는 언제나 최대치로 참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편은 부인이 인내심이 어느 때부터인가 바닥을 보였다고 느낀다. 그런 느낌의 불일치와 인지상의 부조화는 두 사람 사이의 깊은 간극을 만든다.

Sunday, April 11, 2010

통일의 경제학 (1)

통일은 멀지 않았다. 통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남한과 북한의 경제적 절박함이다. 경제적 유인이 가져올 통일은 피할 수 없는 정치적 결과다. 정치적 결과로서의 통일은 필연적으로 경제적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가져온다. 일부 결과는 예상할 수 있지만, 일부 결과는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통일의 결과는 남북한 모두에게 유용할 것이다. 하지만, 남한의 어떤 계층은 통일의 폭풍에 표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영향은 통일을 원하는 그들의 선의를 감안하면, 부당한 것이다. 사회가 그런 부당함을 국가 전체가 맛볼 통일의 이익으로 보상할 수 없다면, 사회는 미숙할 뿐 아니라 불공평한 것이다.

지금 통일은 가깝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99년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때도 역시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북한의 붕괴,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이야기했었다는 것이다. 1999년과 2010년의 정황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왜 그때는 오지 않았던 통일이 가깝게 온 것일까? 한쪽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후원하는 한, 김정일 정권은 붕괴되지 않을 것이며, 통일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 듯 한 이야기다.

북한의 경제적 붕괴가 시작된 것은 92년부터였다. 92년은 소련 연방이 무너지고,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동서독이 통일의 경로를 밟기 시작했던 때다. 주변국 누구도 독일의 통일을 원하는 나라는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독일의 통일은 급격히 이루어졌다. 92년부터 98년까지 대부분의 공산국가들은 이행 경제(transition economy)의 상황에서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다. 하지만, 북한은 소련의 개혁과 개방에 자신들의 문을 철저히 걸어 잠갔다. 개방 대신 폐쇄를 택한 마당에 설상가상으로 전무후무한 가뭄과 기근이 강타하면서 21세기를 앞둔 북한은 참혹한 내핍의 시대를 겪어야했다. 이러한 북한이 회복을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였다. 최악의 기근이 끝나고,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시작되던 시기다.

99년부터 회복을 시작한 북한은 2008년에야 비로서 98년의 경제수준을 회복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시기 동안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선언하고, 북한을 아주 천천히이기는 하지만 개방이라는 방향으로 이끌어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원칙을 이어 받았다. 여러 차례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경제적 관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깊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초기에 흘렀던 남북한의 긴장감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보수 정치인들은 햇볕정책의 기본적인 틀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햇볕정책 이후, 경제적으로는 개성공단을 시작한 이후, 북한 경제는 남한경제에 상당히 종속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종속을 유발한 근본적 힘은 남한의 자본이었다.

사람들은 북한이 초근목피로 겨우 연명하는 나라로 알고 있지만,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끔찍하게 낮은 편은 아니다. 최근 20년 동안 급성장한 중국과 비교하면 1/3 수준 밖에 되지 않지만,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8년 기준 약 1100불 정도로 인도, 라오스, 그리고 베트남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적 궁핍이 심각한 이유는 국방비에 대한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의 국방비 지출은 GDP의 약 25% 정도로,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3%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높다. 경제규모가 30배 가까이 큰 남한의 국방비 규모를 따라가기 위해서, 국방비 지출을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의 국방비 격차는 이미 5배가 넘는다.

경제규모가 30배, 국방비 격차가 5배 이상 차이 나는 나라와 군사경쟁을 계속 하면, 그 말로는 뻔한 것이다. 한쪽은 사생결단 하듯 먹을 것 대신에 총을 들어야 하지만, 한쪽은 지갑에서 약간의 돈을 지출하는 데 불과하다면 몇년이 지나지 않아서, 한쪽은 배도 곯고 나라도 지킬 수 없다. 결국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갑을 늘리던지, 국방비를 줄이는 수 밖에 없다. 그게 어느 쪽이든 북한은 이미 받고 있는 남한의 도움을 더 필요로 한다.

북한 경제가 남한에 이미 상당부분 종속되었다는 것은 북한의 경제구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비록 북한 전체 GDP에서 수출이 차지는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북한의 최대 수출국은 2007년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남한으로 바뀌었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 전체 수출에서 개성공단의 비중이 20%가 넘고, 남한으로의 수출에서 개성공단의 비중은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비록 정부가 투자금액의 상당부분을 보증해주긴 하지만, 남한 기업들의 투자를 통해서 이루어진 산업 단지다.

남한 기업들이 왜 북한처럼 정치적 위험이 높은 곳에 기업을 투자할까? 물론, 기업인들의 선의가 이유중의 하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의 노동력이 질이 좋은 반면 아주 싸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북한 주민에게 지급하는 평균임금은 월 70불 정도인데, 이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10배 이상 싸다. 북한 주민들의 교육 수준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비해서 높은 편이고, 의사 소통에도 문제가 없고, 교육을 통한 학습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이런 북한 노동자들의 높은 생산성 때문에, 남한 기업들로서는 북한의 정치적 위험을 감수할 충분한 유인이 존재한다.

최근 남북한 간에 흐르는 정치적 긴장관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개성공단의 기업들을 쫓아내는 것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 때문에 쉽지 않다. 자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단지를 폐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남한이 개성공단을 스스로 폐쇄하고, 남한 기업들을 철수시키는 것도 어렵다. 개성공단은 남한 기업들이 투자한 사유재산이기 때문이다. 김대중의 햇볕정책은 개성공단으로 실재적인 결실을 맺었다고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게 되면, 통일이 왜 가까워졌는지 이해하는 데 한 발 다가설 수 있다.

죽음과 슬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최진실의 죽음에 대해서 공감하기 보다는 이해하는 편이었다. 그녀의 죽음에 다소 병적인 면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최진실이 '우리들의 천국'에서 홍학표의 상대역인 도벽이 있는 가짜 대학생으로 나왔을 때는 정말 보고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설래었다. 그녀가 가진 매력의 정체는 '발랄함 뒤에 감춰진 슬픔'이었다. 그녀가 한없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슬픔에 빠질 때 얼굴에 생기는 그늘은 너무 자연스러워 아름다웠다.

그녀가 두 명의 아이들을 남기고 자살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에 대해 수근거렸다. 그리고, 이번엔 그녀의 남동생인 최진영이 자살했다. 최진실의 죽음과는 달리, 내가 느끼는 최진영의 죽음은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보다는 공감에 가깝다. 차마 쓰기 어려운 다층적인 사항들이 그의 죽음을 지지하고 있었다. 젠장. 죽음 이후의 존재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든다, 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공포의 근거일텐데, 그 불확실성이 무의미해지는 고통, 그리고 슬픔에 대해서, 오늘 꽤 오랫동안 생각했다.

캄보디아의 어린이들은 지뢰를 밟아 팔과 다리가 없는데도, 한없이 맑은 웃음을 지으며 삶을 이어간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많은 분들이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일을 한다. 그런데, 캄보디아의 어린이들이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희망이 최진영이란 사람이 갖고 있는 절망을 구원해주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는 슬퍼"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사람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차마 그 슬픔의 내용을 말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는 걸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슬픔의 내용을 말하는 순간, 사람들이 자신을 다르게 대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슬픔을 덜고 싶고, 살고 싶은 욕망을 잠재우기도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슬픔을 얼굴 표정을 갖고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

Thursday, April 08, 2010

국가의 품격

천안함 사태의 보도와 정부의 발표가 계속되고 있지만, 나는 이미 결론을 예상할 수 있다.

"천안함은 공격당했다. 북한인 것으로 의심되나, 증거는 없다"

보수언론 이렇게 보도할 것이고, 정부는 확인해주지 않을 것이고, 의심하는 사람을 "북한과 한편이냐"고 비난할 것이다. 동시에, 조중동은 정부가 "너무" 신중하다고 공격할 것이나, 그것이 공격이 아니라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다 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어떠한 증거도 확인해주지 않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몰랐다면,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전투역량은 형편없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알았다면, 이 모든 정황은 말이 안 된다. 북한이 잠수함으로 공격할 동안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한 한국과 미국?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치인들이 군인의 죽음을 이용하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지만, 그런 시도 자체는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들은 원래 그런 자들이다. 여당이던 야당이던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준위의 죽음을 둘러싼 이용은 그래도, 존중과 존경과 애도라는 외양을 가졌지만, 어제 생존병사들의 기자회견을 한심하고 안타까웠다. 그건 인권침해였다.

기자회견장에 올 수 있을 정도면, 옷은 충분히 입을 수 있었을 것이다. 왜, 군인이 군복이 아닌 잠옷처럼 보이는 환자복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는지, 바보가 아니면 그 이유는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이런 모습을 강요하거나 유도했다면, 분명히 소송감이었을 것이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라의 품격은 완전히 뭉게졌다.

Tuesday, April 06, 2010

부동산 가격과 한국 경제

서브 프라임 위기가 사라진 후, 세상에는 몇 가지 논쟁이 있었습니다.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린 버낸키(Bernanke)의 비교적 성공적으로 보이는 위기관리 대책은 과연 지속적인 미국경제의 회복을 가져올 것인가? 루비니(Roubini)나 크루그만(Krugman)을 포함해서 골드만 삭스까지 미국의 경기반등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그리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으로 이어지는 국가재정위기 사태들이 터지면서 그런 시각들이 옳은 듯 해보였습니다. 하지만, 국가 재정위기 사태는 보통 위기의 마지막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경기회복을 위해서 재정이 건강하지 않은 나라들이 무리한 재정을 쓴 결과이기 때문이죠.

숫자 상의 미국 경제는 아주 좋아 보입니다. 지난 주에 발표된 고용지표들은 비록 2월의 가혹했던 한파와 폭설 그리고 일시적인 인구조사(census) 고용이 반영된 듯 하지만, 163,000건의 고용창출을 기록했습니다. 1, 2, 3월의 평균적인 고용증가는 이미 6개월 정도 경기에 후행적인 고용시장의 회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1분기의 미국 경제는 2.5% 이상 성장할 것 같고, 2분기 미국 경제도 3.5% 이상 회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대가들이 더블 딥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것이지, 더블 딥이 될 것이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금융위기가 전례없이 혹독했기 때문에, 미국의 건강한 반등을 기대하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려웠을 겁니다.

미국 연준은 점차 이전에 썼던 예외적인 부양정책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은 이미 쓰고 있는 상태입니다. 3월 말로 예정되었던, MBS 매입 정책도 예정대로 끝났고, 지준에 이자를 부과하지 않는 정책도 이제 끝냈습니다. 궁극으로는 연준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는 빨리, 하지만 응당 해야 하는 시점보다는 늦게,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입니다. 늦게 시작하는 대신 금리인상은 상당히 빠르고 공격적일 겁니다. 이미 미국채 시장은 그런 요소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경제 지표의 회복만 보면, 아주 좋아 보입니다. 거의 모든 지표들은 전년동월대비해서 개선된 2월의 산업생산 지표만 봐도, 당장 금리를 인상해도 무리가 없어 보일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올해 안으로 금리인상은 불가능할 듯 보입니다.

우선, 이명박이 작년 G20에서 제시했던 글로벌 정책 공조에 대해서 우리 정부와 중앙은행이 앞서 말을 바꾸기는 어려운 입장입니다. 설령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않느다고 해도 말이죠. 이명박은 그런 "가오"에 민감한 사람입니다. 11월에 예정된 G20 정상회담의 개최지가 서울인데, 그 때 우리가 먼저 금리를 올리고, 재정을 축소해서 정책공조를 깼다면, 정상회담의 주최자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영 자세가 나오지 않겠죠. 게다가, 선거도 기다리는 마당에 굳이 금리를 올려서 사람들의 정서를 나쁘게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 금리는 10년 국채 금리가 4%를 건드리고 16개월 내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한국의 3년 국고채 금리는 3.85%까지 빠졌습니다. 3개월 전 금리가 4.3%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무려 50비피 가까이 금리가 빠진 것입니다. 그러면 단지, 한국 은행이 이명박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그런 요인이 없다고 할 수 없겠지만, 본질은 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빠진 이유, 특히 1년처럼 짧은 채권에 많은 수요가 몰린 이유는 시중에 돈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채권을 사는 데 쓰인 이런 돈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전망한 외국인 투자자의 것이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수요축은 은행이었습니다. 예금은 많고, 대출은 적어진 은행은 늘어난 유동성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예금은 늘어나고 대출은 줄어들었을까? 우선, 정부가 은행들로 하여금 예대비율을 축소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동안 150%까지 늘어났던 예대비율을 4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100%까지 줄이도록 한 것입니다. 이것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위한 (바람직한) 조치입니다. 그런데, 이런 미시적 조치로 인해서 대출 공급이 줄었다기 보다는, 대출은 수요측에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이미 많은 대출을 안고 집을 산 상태입니다. 소득이 낮은 사람은 DTI 규제 때문에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지금 2%인 한국은행의 정책 금리하에서는 향후 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대출을 꺼리는 것도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이자부담이 커지고, 집값은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지요.

최근의 집값 추이를 보면,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그리 많은 가격 조정을 경험한 것은 아닙니다. 강남 반포의 경우, 집값이 급락했지만, 정부와 한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을 투입하면서, 집값은 다시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강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집값 반등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큰 폭의 하락 후, 반등 후에 bankertrust님이 여러차례 언급한 것처럼, 전세와 집값 간의 가격차의 축소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둘 사이의 가격차가 줄어든다는 것은, 사람들이 강남 집의 효용은 누리길 원하지만(전세로 다 누릴 수 있죠), 그 집을 사기는 꺼려한다는 말이 됩니다. 결국 집을 파려면 큰 폭으로 낮춰서 팔아야만 가능하지만, 또 막상 사려면 거의 호가가 사라져 살 수도 없는 게 현재의 강남 집값입니다. 강남을 제외한 다른 곳의 상황은 더 안 좋습니다.

그러면, 이것이 과연 집값 대폭락의 전조일까?

저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벌어질 글로벌 경제의 환경 변화와 몇번의 정책 실패가 가미되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 걱정되는 것은 우리가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은행이 쓸 수 있는 정책금리는 2%에 불과하고, 0%까지 내려도, 2%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통화정책의 수단이 제한될 때는, 재정정책의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미 시작해버린 4대강 사업과 같은 정책은 그럴 여지를 점점 줄이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DTI 제한 완화, 양도세 페지, 재개발 규제 폐지와 같은 미시적 정책입니다. 만약, 그런 미시적 정책이 제대로 된 시점에서도 작동하지 않으면, 한국 부동산 시장은 아주 어렵게 될 겁니다. 떨어지는 가격을 받아줄 사람이 없게 될 테니까요.

만약, 아주 운이 좋으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우리나라의 소득 증가로 집이 없는 계층이 집을 사려고 하면서(아직 우리의 자가소유비율은 낮은 편입니다) 선순환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가능성은 높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 이유는 미국이나 다른 세계 경제가 어쩔 수 없이 내년이 되면, 연준의 금리인상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경우에도, 2003년에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자산시장이 크게 하락한 적 있는데, 이는 중국의 통화가 달러에 페그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축소를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연준이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나라라고 예외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지금 배럴당 86불 까지 오른 원유가격이 계속 올라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지면, 우리는 진퇴양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 진퇴양란에서 선택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자산가격이겠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Monday, April 05, 2010

Stephen Fry, Can Steve Jobs Do it Again? (Time)

http://www.time.com/time/business/article/0,8599,1976935-4,00.html
해석: http://bahamund.tumblr.com/

화창한 봄날, 나는 이 우주 안에서 가장 ‘쿨’한 주소지에 도착했다.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시 무한궤도 1번지(1 Infinite Loop). 1993년 이후 애플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캠퍼스라고 불리는 이곳은 그 규모가 거대하지만 애플이 현재 누리고 있는 성장률을 버티지는 못한 듯싶다. 그 옆에 덧붙은 부지에 새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었다. […]

내가 만난 영국 수상만 다섯, 미국 대통령이 둘, 게다가 넬슨 만델라에 마이클 잭슨, 영국 여왕까지 만난 적이 있지만 스티브 잡스와 만날 때만큼 떨린 적은 없었다. 설마, 하겠지만 사실이다. 난 잡스가 위인이라 믿는 사람이다. 세상을 바꾼 극소수의 혁신가 중 한 명으로 생각한다. 조나산 아이브 (산업디자인 담당 부사장. 아이맥부터 현 애플의 르네상스를 이끈 거의 모든 제품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잡스가 애플로 복귀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그때까지 별볼일 없이 겉돌던 아이브를 중용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는 조용하고 겸손한, 자신을 깎아 내리기까지 하는 사람인 반면 잡스는 자신감 넘치고 감출 게 없다는 양 구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잡스의 매력이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들은 잡스가 연설할 때 뿜어내는 카리스마를 “스티브의 현실왜곡場”이라고 부른다.

마침내 잡스에게 인도되었다. 그는 저 유명한, 리바이스 501 청바지에 까만 터틀넥 차림이었다. 그 차림이 아니었다면 ‘가짜다!’ 할 뻔했다. 간 이식 수술 후 살이 워낙 빠져서 까닭은 모르겠지만 그의 모습에서 왠지 배우 윌리엄 허트를 연상케 하는 섬세함이 느껴졌다. 내가 그를 만난 장소는 컨퍼런스 룸이었다. 곳곳마다 ‘아이맥’이 놓여져 있고 화면에서는 가족 사진들이 명멸하고 있었다. 잡스는 의자에 앉아 등을 뒤로 기대더니 다리를 테이블 위에 척 하니 올려 놓았다. 그의 얼굴에는 환영한다는 빛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내 첫 질문은 무슨 소린 줄도 모르겠는 헛소리로 약 5분 간 지속된다. 잡스는 재밌다는 듯 참을성 있게 듣더니 ‘예’ 아니면 ‘아니오’로만 대답한다. 질문이 무엇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녹음기 켜는 것도 잊었다는 걸 깨닫고 얼른 켠다. 얼굴이 붉어진다.

좀 진정을 한 나는 지난 1월에 있었던 아이패드 론칭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때 잡스는 두 개의 길거리 표지판 사이에 서 있었다. 한쪽 표지판에는 ‘Liberal Arts’ 다른 표지판에는 ‘Technology’가 쓰여 있었다. 당시 잡스는 “내가 늘 애플의 위치라고 생각한 곳은 여기다. 인문학과 테크놀로지의 교차로.”라는 말을 했었다. 나는 그것만이 아니지 않냐는 말을 그에게 던졌다. 예컨대 ‘장사’도 있지 않느냐는 소리였다. “물론 우리가 하는 일은 장사가 돼야 한다. 그러나 장사가 출발점인 경우는 없다. 출발점은 늘 제품 자체와 사용자 경험이다. ‘아이북’ 보셨나?” 하면서 그는 아이패드 위에 ‘위니 더 푸’ 아이북을 띄워 나에게 보여주며 즐거워했다. 그의 몸짓에 나타난 즐거움은 꾸밈이 없어서 지 괜히 즐거워졌다.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심오한 경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정말 그리 믿는다. 진정으로 심오한 경험일 것이라고.” […]

지난 오 년 동안 잡스는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의 부고 기사도 이미 다 마련된 상태였다. 1997년 당시 애플의 부고 기사가 마련되었었던 것처럼. “혹시 이게 당신의 인생 3막의 끝은 아닌가? 애플이 가장 높이 올라간 지점에서 커리어를 끝낼 생각은 없나?” 하고 물었다. “난 내 삶을 커리어로 보지 않는다. 일을 하고 일이 생기면 그에 대응하고, 그런 거지. 커리어가 아니라 삶이다.” 잡스의 답변이다. […]

진실을 마주 하는 자세



일레인 모건(Elaine Morgan)은 인간이 왜 털이 없는 영장류인지에 대한 해답을 수생이론(aquatic theory)에서 찾는다. 인간은 나무가지에서 놀다가 초원으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물 속에서 물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그녀에 의하면, 대부분의 털이 없는 포유류는 물 속에서 왔다. 그녀가 이런 주장을 했을 때, 많은 과학자들이, "그럼 코끼리는?"이라고 반문했다는데, 지금은 거의 모든 과학자가 코끼리가 물 속에서 물 밖으로 나온 것을 의문시하지 않는다. 이 클립 마지막에, 그녀는 과학자들이 사제(priest)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리처드 도킨스가 "사제들을 다루는 버"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고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과학자의 올바른 자세는 "진실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배를 흔드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아이들에 공룡에 심취할 때, 고민에 빠진다. 그럴 때, "공룡이 실제로 존재하나요?"라는 질문을 목사하는 해보는 것은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목사의 대답이 "성경에 공룡이 나온 적이 없으니, 공룡은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대답한다면, 앞으로 그 목사의 말과 행동은 한 수 아래로 깔면 된다. 공룡이 있다고 해서, 성경이 공룡의 존재를 다루지 않았다고 해서, 신의 존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목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그저 성경 기자의 무오류성일 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 오류가 없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성경의 권위를 성경자체에서 찾는 것은 어리석고 모순적인 일이다.

사실, 자신의 아이들에게 나쁜 부모, 거짓을 가르치는 부모가 되지 않으려면, 올바른 대답은 알지 못한다면, "나도 잘 모르겠으니 같이 연구해보자"라고 말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공룡에 대한 각종 증거는 이미 너무나 광범위하게 나와있어서, 디테일에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코메디가 된다. 부모가 자식에게 진실을 알리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탄 배가 행여나 뒤집어질까봐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공자의 말대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고, 그게 단지 공룡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Sunday, April 04, 2010

천안함 침몰 사건

천안함이 침몰하고 나서,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다. 난들 내막을 알 리 없겠지만, 직관적으로 보자면, 함정 자체의 결함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고 말했다. 직관적으로 본다- 는 말의 의미는 정황상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것을 배제해 가는 것이다. 북한의 공격 가능성은 가장 먼저 배제했는데, 그 이유는 "미국이 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공식적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에서는 어뢰 공격 쪽으로 몰아갔다. 이명박 정권도 어쩔 수 없는 조중동의 수준이라니.

그렇다면, 가능성으로 남는 것은 자체결함 문제 아니면 암초에 의한 침몰이다.



QUESTION: South Korea’s defense minister said he did not rule out North Korea’s involvement in the sinking of the South Korean vessel, Yellow Sea. So do you have any comment?
MR. CROWLEY: Well, we’ll defer to South Korea to make their judgment. I don’t think we’re aware that there were any factor in that other than the ship itself.

아무래도 군함의 자체 결함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선박이 절대적 노후가 심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구조변경에 의한 무리나 여러가지 불운이 겹쳤을 가능성이 높다. 공식적인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깔끔하지 못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주호 준위의 죽음이 숭고하기는 하다. 하지만, 공중파에서 장례식을 실황 중계 하는 것, 무공훈장을 수여한 것 모두 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냄새가 난다. 선거를 앞둔 여당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북한이 저지른 것 같으나 증거는 없다"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 결론을 암시해서 얻는 것은 우파의 결집일테고, 잃는 것은 양심일 것이다. 여하튼, 군인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준 한주호 준위를 비롯해서 돌아가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빈다.

또 하나의 개혁

오바마가 학자금 대출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 했는데, Obama Signs Overhaul of Student Loan Program란 뉴욕 타임스 기사를 보니, 사실인 모양이다. 지금까지 은행이 떼먹던 수수료를 못 떼게 한 걸로 수십억불을 절감하고, 11년 동안 680억불(약 80조 정도)을 들여서 학생들의 대출을 도와주고(82만명 정도의 학생이 5천불 이상 혜택받게 된다), 20억불을 들여서 기술없는 노동자들을 재교육시킨다는 것이다. 개혁 내용에는 의무상환액이 소득의 15%에서 10%로 하향조정되고, 25년 동안 갚아야 하는 걸, 20년 동안 갚아야 하는 걸로 바뀐다. 즉, 대출을 받아서 졸업을 했는데, 최저임금에 못 미치면 돈을 안 갚아도 되고, 최저임금 보다 높아도, 20년 동안 매해 소득의 10%씩 갚았는데도 다 못 갚으면 안 갚아도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공공부문(예컨대 교사나 군인)에서 일하면, 10년 동안 갚으면 끝이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은행같은 민간 부문의 일자리가 약 8,500명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는데, 학생들이 받을 혜택에 비하면, 궁색한 논거다. 근데, 정말, 은행에 떼는 수수료가 그렇게 많았을까? 대단한 오바마, 신기한 미국이다.

Thursday, April 01, 2010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패드가 나오고 나서, 사람들이 아이패드가 커다란 아이폰에 불과하다고 했을 때, 내가 한 말은,

"와 세상에 그렇게 훌륭한 게 있단 말이야?"

였다.

그리고, 주위에서 핸드폰을 바꿀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죄다. "일단 아이폰으로 바꿔 봐"라고 이야기했다. 그 뒤에 몇 명이 실제로 아이폰으로 바꾼 후에, 단 한명에게서도 나쁜 충고를 했다고 욕먹은 적이 없다. 아이폰을 사고 난 후, 나는 차를 놓고 다니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영어공부하고, 리포트 읽고, 기사 보고, TED 동영상 강의 보고, 그냥 넋놓고 싶으면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그것 저것 다 지겨우면, 음악을 찾아서 듣는다. 약속 장소를 찾을 때는 지도를 이용하고 명함을 받으면 카메라로 찍어서 card holder에 집어 넣는다. 음악회에 가면 실황을 녹음하기도 하고,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음성녹음해서 파일로 저장해 놓는다. 집에서도 Mint에 꽃아서 듣고 왔던 음악을 스피커로 계속 듣는다. 핸드폰을 잃어 버릴 일은 없는 듯 하다. 거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탓이다. 물론 단점도 많다. 바하문트님이 번역한 아래 기사에서 잘 언급되어 있듯이, 내가 얻고자 하는 것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은 탓이다. 때때로 애플은 너무나 얄밉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너무나 편리하고 쿨하며 혁명적인 걸.

235불인 애플 주가는 아직도 싸 보인다.

Think Really Different, Newsweek

애플의 ‘아이패드’가 뭐 그리 대수로울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쉬운 대답은 「아이패드」가 애플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라는 것일 게다. 애플에서는 뭔가 큰 게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사람들은 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는 애플을 운영하는 사람이 스티브 잡스인 데에서 비롯된다. 1976년 퍼스널 컴퓨터의 요람이 잡스네 집의 차고였던 사실, 그리고 그 이후 그가 사람들이 쓰고 싶은 기계를 만들어냄으로써 컴퓨팅 업계를 탈바꿈시켜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픽사’를 사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연 잡스는 영화 산업마저 변혁했고 ‘아이파드’와 ‘아이튠즈’를 통해 음악 산업까지 뒤바꾸어 놓았다. 그러고서 ‘아이폰’이 나왔다. 처음 나온 지 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른 전화기는 갖다 대지도 못하는 게 이 ‘아이폰’이다.

잡스는 가차없는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그의 회사가 내놓는 제품들은 너무도 아름답게 디자인되어 우리는 둘레의 사물이 어떤 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 그 기대마저도 바꾸게 된다. 필요하리라고는 우리 자신도 미처 생각지 못한 기계들, 그런데도 일단 쓰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없으면 못 살게 되는 기계들을 잡스는 신기하리만치 알아서 내놓는다. ‘아이패드’는 잡스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하는 프로젝트이다. 수 년 동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것도 그렇고, 지난 번 간 이식 수술 후 몸을 추스르는 동안에도 이 프로젝트만은 계속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잡스는 ‘아이패드’를 “진정으로 마법 같은, 혁명적인 디바이스”라고 일컫는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아이패드’가 자기 삶에서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지난 정월 샌프란시스코로 몰려 갔다. 이 기적적인 타블릿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잡스가 자신의 데모를 돌리는 동안 우선 든 생각은 ‘별 것 아니네’ 하는 것이었다. ‘아이파드 터치’보다 조금 큰 것일 뿐 아냐? 그러고서 ‘아이패드’를 직접 써 볼 기회를 가졌고 그때서야 깨달아지는 게 있었다. ‘나 이거 정말 갖고 싶어.’라는 것이었다. 애플에서 나온 다른 최고의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아이패드’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인터페이스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린다. ‘아이패드’를 돌리는 운영체제는 ‘아이폰’ 운영체제인 까닭에 ‘맥’을 쓰는 것보다도 훨씬 쉽다. ‘아이폰’처럼 ‘아이패드’도 몸매가 잘빠진 디바이스이다. 스크린 크기는 9.7인치, 무게는 1.5파운드에 불과하며 배터리를 한번 차지하고서 열 시간 동안 영화를 돌릴 수 있다. 나는 금세 이 디바이스를 어떻게 써야 할지를 알 수 있었다. 거실에 놓고 이메일도 체크하고 웹 브라우징도 할 것이다. 부엌으로 가져가서 식사하는 동안 뉴욕타임즈 기사도 읽을 것이다. 비행기 탈 때도 가지고 다니면서 영화를 보든지 책을 읽을 것이다.

그 정도로 삶을 확 바꾸는 디바이스에는 못 미칠지 모르지만 500달러 값어치는 있지 않을까? 좋아, 됐어. 사야지. 이렇게 볼 때 몇몇 보도에 따르면 ‘아이패드’ 선주문 양이 24만 대라는 것, 분석가들에 따라 앞으로 열 두 달 안에 팔릴 대수의 전망치가 5백만 대라는 것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닐 게다. 이런 ‘얼리어답터’ 중 한 사람이 잡스와 함께 애플을 세운 워즈니악이다. 워즈니악은 이미 아이패드 세 대를 주문해 놓았고 그냥 재미로 ‘아이패드’가 나오는 날 애플 스토어 앞에서 밤을 세우기로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늘 뭔가 더 단순한 게 나왔으면 하고 말한다. 바로 이게 그 심플한 것이다. 크게 성공할 것이라 본다.” 워즈니악의 말이다.

그러나 ‘아이패드’가 심플한 탓에 이 디바이스가 갖고 있는 변혁적 힘을 사람들은 못 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아이패드’가 컴퓨팅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 전망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말에 동감하게 된다. 인터페이스는 참으로 직관적이어서 앞으로 컴퓨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를 싹 바꾸어 놓을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에 접속한다”라는 표현을 쓰지만 ‘아이패드’로는 인터넷에 늘 연결되어 있게 된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주 깊은 변화가 일어날 터이다. ‘아이패드’의 모양새와 스물 네 시간 인터넷 스토어 접속 상태를 아우르면 충동구매의 천국이 만들어진다. 티브이도 앞으로는 아이패드로 볼 가능성이 높고 신문을 읽는 것, 책을 읽는 것도 다 아이패드를 통해서 할 공산이 크다. 얼마 안 있어 애플은 아예 일종의 케이블 회사가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아이튠즈’를 통해 개별 프로그램이나 채널을 시청료를 받고 판다는 소리다. ‘헤닝 맹클’의 최근작을 아이패드에서 읽고 있다고 하면 앉아서 무릎 위에 아이패드를 놓고 책을 읽는 동안 이메일 체크는 안 할 것이며 티브이 프로그램은 안 볼 텐가.

그러나 아마도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디바이스에는 잡스의 거대한 야심이 담뿍 담겨 있다는 점일 터이다. 아이패드는 잡스가 고정관념을 깨고 실리콘밸리의 ‘에토스’를 자기의 의지에 맞게 구부리는 데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이다. 애초 인터넷의 본질은 자유와 선택이라고 했다. 그런 데다 대고 잡스는 ‘닫힌 인터넷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애플은 단지 디바이스만 파는 게 아니다. 이 디바이스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파는 가게도 애플만 운영한다. 이러한 “담장으로 둘러쳐진 뜰”은 과거 속에 묻힌 유물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중론이었다. 과거의 ‘담장’은 애초 ‘PC 혁명’으로 금이 가더니 ‘뭐든 안 되는 것도 못 하는 것도 없는’ 월드와이드웹으로 인해 아예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그런데 잡스는 자기가 만들어 내놓는 제품이 워낙 뛰어나서 가장 적극적인 소비자의 상상력마저도 뛰어넘는 까닭에 이런 식으로 담장을 둘러쳐도 괜찮을 것이라 믿는다. 통제할수록 사용자 경험은 더더욱 매끄러워진다는 게 잡스의 논리이다. 일례로 ‘아이튠즈’ 계정에 저장해 놓은 신용카드 정보 때문에 구매 행위는 훨씬 더 쉬워진다. 그 과정에서 거추장스러운 게 없다. 그저 아이튠즈로 가서 하나 골라 일 달러를 내고 들으면 된다. 나도 내 아이폰으로 늘 하는 게 그 짓이지만, 아마 아이패드로는 지금보다 돈을 더 쓰지 않을까 싶다. 영화나 책, 티브이 프로그램을 살 테니까. 기실 이러한 ‘닫힌 시스템’이야말로 애플이 이름을 얻은 ‘테크노 젠(techno-Zen)’을 사용자에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시스템이라 할 만하다.

닫힌 시스템 덕에 애플은 더 많은 돈을 번다. 애플은 자기네 가게에서 팔리는 ‘앱’이나 ‘콘텐츠’ 소비자 가격의 30%를 가진다. 영화나 음악, 책 죄다 마찬가지다. 따라서 ‘아이패드’는 한번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애플에게 끊임없이 돈을 벌어주는 디바이스인 셈이다. 애플이 닫힌 시스템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칠 년 전 일이다. 당시 아이튠즈라는 가게를 낸 게 그 시작이었다. 그러고서 아이폰이 나오고 ‘앱스토어’를 냈다. 이 안정적인 수입선 덕분에 애플의 매상은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12%가 올랐다. 이 모델을 다른 회사들까지 채택하고 있는 건, 따라서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아마존’도 ‘킨들’을 통해서 자기네 사이트가 아닌 곳에서 무료 책은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하지만 돈을 내야 하는 책은 반드시 자기네 사이트에서 사도록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자기네 ‘쥰’ 디바이스를 ‘쥰마켓플레이스’에 연결해 놓고 있다. 애플의 ‘아이파드’와 ‘아이튠즈’ 가게를 그대로 본 딴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30년 동안의 ‘테크’ 역사에서 도도히 흐르던 물줄기가 완전히 뒤바뀌는 것을 뜻한다. 그 동안 우리는 인텔이나 AMD가 만든 칩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윈도우즈를 탑재한, 델이나 HP 및 기타 컴퓨터 제조업체가 만든 컴퓨터를 써왔다. 애플리케이션은 수많은 독립된 자잘한 회사들이 만들어냈다. 이와 달리 ‘아이패드’의 경우 마이크로프로세서도 운영체제도 죄다 애플이 만들어낸다. 잡스 자신이 불을 지핀 PC 혁명 이전의 컴퓨터 업계 모델, 곧 수직적 통합 모델로 돌아가는 셈이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칩 대신에 자기네 고유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씀으로써 애플은 자기네 운영체제와 칩을 좀더 긴밀히 연결해서 더욱 좋고 빠른 성능을 낸다. 경쟁자들은 이에 못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게 잡스로서는 꿈을 이루는 것이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워낙 대담해놔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전성기 때에도 감히 시도하지 못한 것이었다. “스티브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일종의 ‘파우스트’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자신의 자유를 희생해서 제대로 작동하는 디바이스를 얻게 되고 다른 회사 디바이스들에 으레 따라오는 골치아픔과 혼란은 없어진다.

그럼 사용자가 포기하는 것은 뭘까? 우선 웹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없다. 오직 사파리만 돌릴 수 있다. 모든 웹 비디오의 75%를 차지하는 어도비 플래시 비디오도 돌릴 수 없다. 이 말은 ‘훌루’에 있는 비디오를 하나도 못 보게 된다는 소리다. 잡스는 플래시가 흠투성이라고 독설을 퍼부었지만,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훌루’와 같은 사이트를 무용지물로 만듦으로써 아이패드 사용자는 아이튠즈에서 티브이 프로그램을 사야 하는 까닭에 애플로서는 돈을 더 벌 수 있는 셈이다. 아이튠즈에서 사는 모든 컨텐츠는 ‘인크립션’되어 나오는 까닭에 애플 디바이스에서밖에 돌릴 수 없기도 하다. 앞으로 다른 브랜드의 디바이스를 사고 싶어지면 (아직 머릿속에는 떠오르지 않지만 좀더 빠르고 멋진 새 디바이스가 나오면) 애플에서 산 컨텐츠를 그 새 디바이스로 옮기지도 못한다. 또한 지난해 벌어졌듯이(당시 애플은 구글의 ‘구글보이스’를 승인하지 않고 미적거렸다.) 애플은 경쟁 회사의 테크놀로지를 아예 막아버릴 수도 있다.

하버드 로스쿨의 교수이자 ‘인터넷 사회 버크만 센터’의 설립자인 조나산 지트레인은 이게 아주 위험천만한 길이라고 말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디바이스에 돌릴 수 있는 코드와 내가 보는 것, 경험하는 것을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포기하는 일이다. 두려운 것은 우리가 플랫폼의 매력에 빠져서 결국에는 우리에게 별로 좋지 않은 일이 되어버릴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베이컨은 우리 몸에 좋지 않다. 그러나 먹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지금으로 봐서는 소비자들이 애플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얼마큼의 자유는 기꺼이 포기하려는 듯싶다. 아이패드에서는 지난 두 해 동안 아이폰을 위해 만들어진 15만 개 남짓의 프로그램을 거의 다 돌릴 수 있게 되어있다. 아이패드만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도 조만간 수천 개가 나올 터이다. 또한 애플은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도 아이패드 용으로 내놓았다. (하나 당 10달러이다). 애초 살 때 탑재되어 나오는 것으로서 캘린더나 주소록, 사진 정리 프로그램, 노트패드, 지도, 이메일, 유튜브 따위는 그냥 넣어준다.

또한 애플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싸가지 없는 회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셈이 된다. 이를테면 애플은 비밀 관리에 관한 한 광적이다. 지금도 애플은 개발자들에게 실제 아이패드를 사용해 보도록 허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프로그래머들은 눈감고 개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디바이스에서 어떻게 돌아갈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코드 작성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패드를 받은 소수의 개발자들도 자기가 받은 아이패드를 비밀방에 있는 책상에다가 묶어놓아야 한다. 이 사람들은 애플에 대한 두려움에 떨며 산다. 뉴즈위크가 그 중 몇 명을 접촉해 봤지만 접촉 자체를 거부하든지 아니면 코멘트 하지 않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우리와 말을 하겠다는 사람 몇도 죄다 익명을 요구했다. 이 기사를 위해 인터뷰 좀 하려고 애플에 전화해서 잡스나 다른 간부가 인터뷰에 응할 용의가 있냐고 했더니 애플 PR 부서 사람이 대뜸 한다는 첫마디가 내가 외부 개발자와 인터뷰를 했냐는 심문이었다. 있다면 그게 누구냐며 캐물었다. 나는 이름을 발설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인터뷰 요청이야 당연히 퇴짜였다.

솔직이 말해서 잡스와 그 부하들은 일종의 ‘사이언톨로지 교’처럼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사실이 개발자들을 밀어내지 않고 있다. 개발자들은 아이폰 시장의 붐을 목격했고 아이폰 다음에 오는 물결에 올라타려고 안달이 나있다. 애플과 상대를 하는 건 거의 악몽을 꾸는 것과 같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수의 소비자들을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였다.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를 통틀어서 7천 5백만 대가 팔렸고 온라인 가게는 개발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운 좋은 개발자들은 떼돈을 벌기도 한다.

“애플은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만들었다. 개발자로서는 그만 한 곳이 없다.” 태퓰러스(탭탭 리벤지나 리딤 리본 등의 게임을 만든 게임 제조업체)의 CEO인 바트 디크렘의 말이다. 태퓰러스가 만든 게임들은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에서 크게 히트를 쳐서 2천 5백 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한 달 수입이 1백 만 달러에 달한다는 소문이다. 태퓰러스는 아이패드 전용으로 새로운 앱을 만드는 중인데 디크렘의 말에 따르면 아이패드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덕분에 게임 개발자로서는, 과거에는 아이폰의 성능이 제한적이었던 탓에 대충 타협할 수밖에 없던 것도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자유를 누리면서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아이폰에 있던 한계가 없어짐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죄다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타블릿 컴퓨터의 광기가 얼마나 이어질까? 트립 호킨스(애초 애플에 있다가 EA를 설립하고 현재 디지털 초콜릿의 CEO)는 구글을 비롯한 다른 회사들이 타블릿 시장에 뛰어듦으로써 이 시장은 폭발적으로 클 것이라고 짐작한다. 십 년 안에 세계적으로 10억 대의 타블릿 컴퓨터가 뿌려질 것이며 그것도 “아마 내가 보수적으로 어림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폴 새포 (스탠포드 대학)는 애플이 앞으로도 아이패드 패밀리로 다른 모델들을 계속 발표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페이퍼 백 크기의 작은 것과 잡지 두 페이지 크기의 큰 것도 발표할 것이라 짐작한다. 빠르면 올 가을이면 새로운 모델이 나올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물론 애플은 노코멘트다). 좀더 장기적으로 보면 앞으로는 둘둘 말거나 지도처럼 접을 수 있는 아이패드도 나올 공산이 크다고 한다. 언제쯤이면 그런 게 나올까? “아마 첼시 클린튼이 대통령이 되어서 두 번째 임기쯤에?” 새포의 답변이다.

‘와이어드’ 지에서 아이패드 같은 타블릿에서 읽게 될 매거진의 데모를 내었을 때 미디어 업계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었다. (인터액티브 그래픽이나 기사 내에 박힌 비디오들, 그리고 이리저리 돌려서 모든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하는 차 광고 등등). 더군다나 그건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아이패드에 관한 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스티브 잡스마저도 이 디바이스가 어떤 식으로 사용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아직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 하고 있는, 어떤 ‘킬러 앱’이 나오는 것이다.” 플러리 애널리틱스 (모빌 디바이스 사용자 행동 분석 회사)의 부사장인 피터 파라고의 말이다. 이 회사는 애플 내에서 시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아이패드를 몇 달 전부터 좇으며 사용행태를 분석해왔는데 현재까지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분야는 게임이라고 한다. 장래를 볼 때 “아주 기본적이 물음이 있다. 거의 인류학적인 물음이다. 이 디바이스를 하루 속에서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 정말 대단한 게 있는데도 내가 아직 못 보고 있는 것일까?”라고 피터 파라고는 덧붙인다.

물론 그런 게 있을 것이다. 상기해야 할 것은 아이폰이 등장한 게 채 세 해도 못 된다는 점이다. ‘앱 스토어’는 아직 두 돌도 안 되었다. 그런데도 나와 있는 ‘앱’의 수효가 십오만을 넘고 지금까지 다운로드된 것이 30억 건이다. 이 뒤를 아이패드가 잇는 셈이다. 훨씬 더 큰 화면과 빠른 프로세서, 그리고 들어오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는 개발자들과 애플이 다음에 터뜨릴 큰 것 한방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는 수백 만의 충성스러운 소비자들로 이루어진 에코 시스템. 분석가들은 올해에만 아이패드 매상이 2십 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애플 전체로서는 올 매상이 50% 늘어서 올 회계연도 매출액이 5백 4십 억 달러에 다다를 것이라고 한다. 또 한번의 ‘애플 붐’의 시대인 셈이다. 마법 같다? 혁명적이다? 맞는 소리다.

원문: Think Really Different, Newsweek
번역, 바하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