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September 16, 2010

찰나가 모여 운명이 된다

1. 아침에 지하철을 탔는데, 누군가 아는 척을 했습니다. 예전에 같은 회사에 근무했던 분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명함을 받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누군가 갑자기 손으로 밀치는 느낌이 듭니다. 뒤를 돌아보니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줌마입니다. 아마도, 지하철이 덜컹거리면서 자신쪽으로 들어오니까 비키라고 손으로 밀친 모양입니다. 누군가를 아무말없이 손으로 밀어버린다, 는 행동에 황당해서 얼굴을 쳐다보니 차가운 표정으로 인상을 쓴 채 노려봅니다.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분과 광화문 역에서 같이 내렸습니다. 나오는 출구는 달라서, 저는 5번 출구로 나왔습니다. 광화문 역은 출근하는 사람이 많아서 아침에는 각종 광고물을 나눠주는 분들이 입구에 늘어서 있는경우가 많고, 매일 아침에 보는 그 분들 중에는 낯이 익은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회사원들은 광고물을 받지 않고 그냥 지나칩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유독 광고물을 잘 받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젊고 예쁜 여성인 경우고 다른 하나는 인사 하면서 밝게 웃는 청년입니다.

아마도 오늘 아침에 저를 손으로 밀쳐 버린 아줌마는 자신의 삶과 오늘 아침 자신의 행동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예를 들어 그 아줌마가 2명의 자식을 키우는 유치원 원장이라면 혹은 보험 세일즈라면, 아침의 무뚝뚝한 표정과 무례한 행동이 자신의 비지니스, 자신과 자식과의 관계, 자신과 남편과의 관계와는 무관할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식의 무례함 그런 식의 퉁명스러움과 짜증은 삶을 망가뜨립니다. 사람들은 중요한 그 순간에만 밝은 표정, 예의바른 말투를 가지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퉁명스러움과 짜증은 표정을 망가뜨리고, 평소의 무례함은 결정적인 순간에 약점으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인터넷에서 읽은, 차인표論은 이런 것을 잘 입증합니다. 차인표란 사람이 다른 스타들과는 다르다, 고 사람들이 믿는 이유는 그가 공식적으로 하는 행사 이외에도 이런 일반인들과 맺는 사소한 대화들이 크게 작용합니다. 차인표의 이런 사소한 행동들은 좋은 결과들로 나타납니다.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만큼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없고, 그 삶을 채우는 것은 어투와 표정과 예의입니다.

며칠전
아내에게
우리도 차인표 신애라 부부처럼
어려운 아이 하나 입양해 키우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아내는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말라며
아주 원초적인 얘기를 했다
"내 자식도 가끔 꼴보기 싫은데
남자식을 어떻게 키워.
그리고 차인표? 신애라?
뭘 좀 알고 얘기해라
그사람들은 자기들이 안키우잖아
다 도우미가 집에와서 키워주겠지
그 바쁜 사람들이 애 키우는 고생하겠어?"

나는 나도 모르게
"그사람들은 그렇지 않을거야"
라고 변호했다.

매스컴을 통해
교인 차인표의 스토리들을 보며
"그도 그저 그런 교인중 하나" 라는 생각을 차마 하지 못한건
순전히 밀라노에서의 그 두번의 조우 때문이었다

남에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없던때의
차인표를 두눈으로 본 탓이다.
- 여준영, 차인표論-


2.
어제는 싱가폴에서 온 고객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한국에 왔으니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더군요. 몸이 피곤해서 거절하려다 오죽하면 나에게 연락을 했겠는가 싶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과연 저녁 식사값은 누가 내야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막상 식사를 하고 나오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무 말도 오고 가지 않았지만, "나는 내지 않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사소한 몸동작에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귀는 이성의 본심을 알 수 없어 답담함을 호소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읽을 때가 있는데, 아마 그들도 실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신의 느낌이 맞는지 직접 말로 듣고 확인하고 싶어서 그럴 뿐이죠. 하지만, 말로 듣어도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3.
왜 특별한 순간에만 좋은 표정, 선한 표정을 짓는 (일종의 연기를 하는) 게 어려울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표정이라는 것은 웃을 때 눈과 입이 옆으로 벌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좋은 웃음을 가진 사람은 웃을 때 입이 옆으로 좀 더 벌어집니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입이 커보입니다. 선한 눈을 가진 사람도 역시 웃을 때 눈이 옆으로 좀 더 확장됩니다. 어른 보다는 아이들에게서 이런 웃음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죠. 잘 안 웃지 않는 아이들은 이런 웃음을 할 줄 모릅니다. 타고난 성품이 팍팍하고, 자라난 환경이 각팍하면 표정은 점점 나빠질 수 밖에 없겟지만, 노력을 통해서 극복하려고 해야 합니다.

2 comments:

  1. 즐겁고 풍요로운 추석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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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ldman/
    네 감사합니다. 정신없이 보낸 추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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