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항상 세상은 내게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일을 맡길까. 국가인권위 소속으로 교도소 재소자 건강 조사사업을 참여했을 때에도,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논문을 쓸 때에도 수없이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은 나보다 좀 더 경험이 많고 또 준비되어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데.
오랫만에 만난 친구가 들려줄 게 있다며 녹음기를 켰다. 거기에서는 앳된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 23살에 백혈병으로 죽은 황유미 씨의 동료였다,
“그 방사선 막아주는 소리내는 장치있잖아요. 그게 일하는 내내 계속 울렸다가 멈췄다가를 반복하는 거예요”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들 눈치챘겠지만, 그녀가 말하는 방사선 장치는 그녀를 보호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하고 있는 그녀 주위의 방사선 허용정도가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리는 경고 장치이다. 그 경고장치가 일하는 내내 계속 울렸다 멈췄다를 반복했다고 말하는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데, 그게 아니라고 그 소리가 나는 동안에 당신은 계속 위험한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었던 거라고 입밖에 내지는 못하고 혼자 중얼거리는데 다음 이야기가 들려왔다.
김승섭, 누군가는 그들 편에 서야 한다
김승섭, [기고] 반도체 뒤의 황폐함, [Challenging the chip] 번역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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