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리스트 시즌 1의 에피소드2를 보면, 주인공 패트릭 제인이 괜히 시비거는 보안관과 가위바위보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RPS (Rock, Paper, Scissors)니까 바위보가위가 되겠네요) 주인공 제인은 보안관을 연속으로 몇 번을 이깁니다. 물론, 드라마니까 가능한 설정이죠. 게임이론으로 보자면,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는 최적 전략은 랜덤하게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최적전략을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면, 가위바위보 게임의 결과는 랜덤 워크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우선 사람들은 랜덤 워크 전략을 취하지 않습니다. 그 전략이 가장 최선이란 걸 이성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위 바위 보에는 심리적 기제가 작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게 있다면, 패트릭 제인이 이해한 것처럼 우리도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가위 바위 보 중에서 하나를 고를 때는 분명히 그것에 대한 무의식적 선호가 작용하죠. 그렇다면 각각은 무엇을 상징할까?
세계 가위바위보협회에서 따르면, 바위(rock)은 초짜(rookie)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Rock is for Rookies") 아마도 바위가 강하다는 이미지가 작용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초반에 기선을 잡으려는 사람은 별 생각없이 바위를 낸다고 합니다. 따라서, 남자나 초보자를 상대로 보자기(종이)를 내면 이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여러 합을 겨뤄야 하는 토너먼트에서는 이 전략이 잘 기능하지 않습니다.
만약, 상대가 가위바위보에 아주 능한 사람 혹은 아주 신중하고 영리한 사람이라면, 가위 전략이 잘 먹힙니다. 그가 보자기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설령 그가 아주 영리한 사람이라 가위를 내더라도 비길 수 있기 때문에 가위는 괜찮은 전략이지요.
또 다른 전략은, 두 번 연속으로 무승부가 나왔을 때입니다. 예컨대, 가위로 두 번 무승부가 되었다면, 안전한 전략은 보(종이)가 됩니다. 또 가위를 낼 가능성은 적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는 예측당하기를 꺼려하는 속성이 있어서 또 가위를 낼 가능성은 적다고 합니다.
만약, 내가 바위를 낼 것이라고 공언을 하면 어떻게 될까? 대개의 사람은 그 말을 믿지 않고, 따라서 보자기를 내진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만약 한번 겨루어 진 사람과 다시 한 판을 해야 한다면, 그 사람에게 이전에 졌던 전략을 제시하는 게 좋습니다. 아주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과거의 피해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무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바위로 이긴 사람은 무의식중에 다시 바위를 반복할 가능성이 큽니다. 바위를 선호할 뿐 아니라 이긴 기억이 다시 바위를 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건 좀 웃긴 이야기인데, 가위바위보의 룰을 설명하면서, "자, 가위는 보를 이기고(이때 진짜 가위를 보여준다), 가위는 바위한테 지고(이때도 가위를 보여준다)..."라고 하면 상대가 가위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에스콰이어에 따르면, 죽어도 이겨야 하는 승부가 있다면, 일부러 늦게 낸 다음, "미안해 다시 하자"고 하는 술수를 쓸수 있습니다. 다시, 경기를 하게 되면, 상대는 이번엔 지난 번과 다를 것이란 생각에 저번에 냈던 수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뭘 내야할지 아무 생각이 안 떠오른다면, 보자기를 내는 게 좋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가위는 약 4% 가량 덜 선호됩니다. (29.6% vs. 33.33%)
그렇다면, 우리의 패트릭 제인은 어떨까?
첫번째 게임에서는 그는 보(종이)를 냅니다. 보안관이 주먹을 낼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인데, 제인은 그가 마초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두번째 게임에서 마초 보안관은 보자기를 냅니다. 지기 싫어하는 단순한 성격이 드러납니다.
세번째 게임에서 마초 보안관은 뭘 낼까? 다시 주먹을 냅니다. 골이 잔뜩 났으니까요.
네번째 게임에서 마초 보안관은 다시 보자기를 냅니다. 이쯤되면, 그가 아주 바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멘탈리스트는 생각보다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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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글 잘 보았습니다.
ReplyDelete남겨 주시는 글 항상 잘 보고 있어요.. 늘 고맙습니다.
가위바위보를 이야기 하시니
ReplyDelete도박묵시록 카이지 라는
만화가 생각나에요.
안보셨다면 추천!
카이지는 예전에 보려고 했다가 그림의 분위기가 좀 음산해서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ReplyDelete제가 먼지 알러지가 있어서 만화를 다 사서 봐야하거든요. ㅠㅠ
책은 책으로 보는게 좋지만
ReplyDelete원하시면 스캔본을 보내드릴수도 -_-;;
그걸로 맛보기 정도 보시고
구입을 결정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듯
카이지의 가위바위보 게임은 쓸 수 있는 가위바위보의 갯수를 한정해둔 '한정 가위바위보'라서 또다른 전략이 필요하죠.
ReplyDelete죄수의 딜레마같은 전략 게임에 대한 소고를 다뤄보는것도 재미있을듯 합니다... 순차적 총잡이 게임 a,b,c 가있고 그들의 ㅎ명중 확률이 100% 80% 30% 씩 이라고 했을떼 먼저 C 가 쏴야만 하는 운명이면 하늘을 쏴야 한다는 ㅎㅎ ...
ReplyDeletefrom eshan ..! make a great new year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랜덤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weakly dominant strategy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strictly 였다면 짧게 설명해도 금방 이해하겠죠. 그리고 아무도 랜덤하게 안 내기 때문에 설명해주신대로 더 나은 전략을 찾을 수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대부분은 그냥 생각없이 선호대로 내겠지만요.
ReplyDelete이건 제 경험입니다만 다수(최소 4명 이상)가 가위바위보를 할 때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가위와 보만 남고 경기가 끝나더군요. 샘플은 두 집단이고 두 집단 모두 물리학과 사람들입니다. 단번에는 승부가 잘 나지 않죠. 어떤 패 하나를 모두가 내지 않을 때 승부가 나는데 처음 몇번은 결판이 안 나다가 결국에는 바위가 사라지고 가위가 이기면서 결판이 납니다. 제가 세운 가설은 일단 바위를 내면 불안한 심리가 처음에 작용해서 바위에 대한 선호가 낮다고 생각했습니다(이건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그래서 승부가 이어지다가 바위의 비율은 줄어들게 되죠. 그런데 무의식적으로(그리 머리를 굴리지 않는다면) 다수가 하는 가위바위보에서는 눈에 많이 보이지 않는 패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가설을 세웠습니다. 즉 갈수록 바위를 내지 않으려 하겠죠. 그러면 물론 중간에 요동이 있겠지만 결국엔 가위와 보로 승부가 나겠죠.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바위를 내면서 승부를 이어가다 어느 순간 부터는 가위만 냅니다. 이 전략으로 후식 내기에서 거의 져 본 적이 없어요. 재밌는 점은 두번째부터 가위를 내면 절대 안 진다는 사실을 주위에 알려줬더니 이 전략을 아는 사람의 비율이 일정 이상 많아지면 더 이상 전략이 통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