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빗과 더브너의 첫번째 작품인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의 성공 이후, 비슷한 종류의 책이 전세계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대충 기억하는 것만 해도 수 십가지인데, 한 마디로 말하면, 레빗의 책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지 않는 게 좋다. 책 자체가 엉터리이거나 깊이가 없고, 내용 자체가 재미가 없거나 너무 어렵다. 경제학자들도, 경제학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은 받았지만, 매사를 경제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피곤한 일인지라, 한심한 소리도 꽤 하고, 멍청한 짓도 제법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레빗은 그럴 가능성이 낮은 좋은 경제학자다.제목('괴짜 경제학')과는 달리, 레빗은 소위 말하는 괴짜가 아니다. 사실, 그가 설명한 대부분의 재밌는 관점은 자신의 논문에서 온 것이고, 또 상당부분은 다른 경제학자들의 학문적 성과를 흥미롭게 서술한 것이다. 이 책의 재미는 레빗의 경제학적 내공과 더브너의 글솜씨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고 그들은 괴짜라기 보다는 주류에 가깝다. 어쨌든, 경제학 전공이 아닌 사람이라면, 레빗의 책은 여러 번 읽고 토론해 볼 가치가 있다. 그의 책의 어떤 문단들은 따로 떼어 내어 독립적인 글로 다루어 설명해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내가 그 동안 썼던 글들과 앞으로 쓰려는 글들은 큰 맥락에서 그의 글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예컨데, 다음과 같은 부분이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 행동 방식의 기발한 면을 차가운 수학적 확률로 압축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누군들 자기 자신을 '전형적'이라고 묘사하고 싶겠는가. 예컨대 만약 지구상의 모든 남성과 여성을 다 더해서 평균을 낸다면 전형적인 성인은 하나의 유방에 하나의 고환을 가진 인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묘사에 맞는 인간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이런 식의 반대는 모두 옳고 정당하다. 그러나 모든 규칙에 예외가 있다고 해서 규칙을 아는 것이 해롭다고, 혹은 이익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비전형적인 사람들이 무한히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복잡다단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준선을 발견하는 것은 큰 가치가 있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것이 무엇이든 시작하는 좋은 지점이 된다. 그렇게 함으로서 우리는 현실이 아닌 예외와 비정상을 토대로 우리의 사고를 정립하는 경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33p)
위의 문단은 왜 결혼과 이혼, 매춘과 화류계, 출산과 육아, 차별과 경쟁 같은 주제들에 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행동양식과 유인구조를 알아내려는 노력이 유용한가를 설명하고,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매춘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그러나 시장 경제의 한 가지 특성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직업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파크 매춘부들의 직업 여건이 열악하긴 하지만, 그들이 매춘을 하지 않으면 더 열악한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70p)
위의 문단은 왜 매춘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매춘을 불법화하는데 찬성하지 않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며,
"이 점에에 대해서는 앨리가 다소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을 길거리 매춘부와 다르지 않다고 여기지만, 사실 그녀는 길거리 매춘부보다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한 중장년 남성들이 이혼 후 얻는 예쁘고 젊은 아내인) 트로피 와이프와 가깝기 때문이다. 앨리는 시간당 비용을 지불하고 빌리는 트로피 와이프와 마찬가지다. 그녀는 섹스 자체를 파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섹스만을' 파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남자들에게 아내 대신 더 젊고 섹시한 아내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판다. 남자가 끝까지 책임지고 데리고 살아야 하는 장기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한두 시간 동안 그녀는 이상적인 아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아름답고, 싹싹하고, 총명한 데다, 농담에 즐겁게 웃어주고, 성적인 욕구도 만족시켜 주는 것이다." (83p)
이 문단은 1) 고급 매춘시장과 저급 매춘시장이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지며, 2) 매춘을 불법화하면 섹스가 계급적으로 불평등해질 수 밖에 없으며, 그리고 3) 매춘이 나쁜 이유는 매춘이 일반적으로 너무 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던 내 글("매춘의 경제학")과 맥락이 닿아 있다.
"우리가 풀어야 하는 진짜 수수께끼는 "왜 앨리 같은 여성이 매춘부가 되느냐"가 아니라 "왜 더 많은 여성들이 이 직업을 택하지 않는가"하는 점이다." (86p)
그리고, 위의 문장은 경제학자와 일반인의 접근 방법이 어떤 식으로 다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경제학이 바라보는 인간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는 다음 문장만큼 솔직하고 명료한 것은 없는 듯하다.
"존 리스트의 연구가 입증한 것은 "인간은 천성적으로 이타적인가"라는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쁘거나 좋은 존재가 아니다. 사람들은 그저 사람들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적절한 레버를 찾을 수만 있다면 나쁜 방향으로든 좋은 방향으로든 인간이라는 존재를 조종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180p)
총 5장으로 되어 있는 이 책에서서 5장의 기후학과 물리학에 대한 장황한 설명은 다소 논란이 있는 내용 보다는 논리의 구조에 집중하면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서 이해나 수긍이 가지 않으면, 경제학적 사고는 아직 먼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그런 사람은 다음 문장을 외울 필요가 있다.
"우리가 다루는 주제가 경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더라도 인간의 실제적인 행동 방식에 대해 얼마간의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교사와 스모 선수들이 속임수를 쓰는 데 작용하는 인센티브를 이해하는 사람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난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37p)
"우리가 다루는 주제가 경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더라도 인간의 실제적인 행동 방식에 대해 얼마간의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교사와 스모 선수들이 속임수를 쓰는 데 작용하는 인센티브를 이해하는 사람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난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37p)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서라도 이 문장을 외워야 겠습니다. 괴짜경제학 재밌게 읽고 2부격으로 나온 책도 샀지만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쉽게 선물로 준 것 같습니다. 이 리뷰를 보고 나니 제 서가에 책이 없는 게 아쉽습니다.
ReplyDeleteRoot/
ReplyDelete하나 더 사세요. 전 그런 책이 많습니다.^^ "천재들의 실패"는 빌려서 읽었다가 재밌어서 다시 샀고, "스노우 볼"은 번역본을 샀다가, 영어판으로 다시 샀어요.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 내용입니다.. 스티븐 레빗이 바라보는 경제학적인 비용대비 효용가치라는 일반화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고...사회학적 행동기저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을 많이 줄수있는 책이라고 생각 합니다.. Good ! from es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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